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20.76
Description
시간을 쌓아올려 얻은 음악의 언어
그런 음악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답변을 찾아가는 오랜 여정이다
음악은 같은 예술 분야인 미술에 비해 텍스트와 덜 친화적이다. 즉흥적으로 뭔가를 느끼고 감정을 직접 건드린다는 점에서 탁월한 표현력을 지닌다. 이런 점은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한편 더 깊이 있게 알려는 이들에게는 관련 텍스트가 폭넓지 않아 가끔 척박하다는 인상을 준다. 가령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직접 글을 쓰는 일이 드물고, 저명한 작곡가들에 대한 책 역시 많지 않다. 청중(독자)은 동시대 최정점에 오른 연주자들의 콘서트홀을 찾고 음반을 들으면서 그들의 음악 해석, 훈련 방법, 음악관, 작곡가에 대한 연주자의 생각, 예술을 대하는 마음가짐 등을 알고 싶어한다. 청중도 나름의 이해 방식과 취향을 갖고 있지만, 아티스트들의 직접적인 목소리와 자신의 해석을 견주어 ‘클래식 음악 지형도’를 그리면서 더 섬세한 감상의 기술을 자기 안에 심어보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음악인과 청중을 매개하는 사람이다. 매개자 역시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20여 년간 클래식 음악 기획과 글 쓰는 일을 했을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해설하면서 중요한 공연 때마다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음악에 귀 기울여왔다. 그렇게 해서 저자는 음악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 6학년생 김선욱, 잡지사를 찾아온 중학생 손열음, 롱티보 콩쿠르 우승 직전의 열여섯 살 임동혁을 만나기도 했다.

영화를 만드는 데 영화만큼 음악에 공들이는 박찬욱 감독이 인상적이어서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펼쳐졌고 그 내용이 흥미로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총 14명을 인터뷰하게 됐다. 이 책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는 7명의 클래식 음악인과 7명의 또 다른 음악 관련 인물들의 음악론을 담고 있다. 모두 정식으로 한 인터뷰뿐 아니라 다년간 무대 뒤에서 이야기를 이어감으로써 오랜 시간에 걸친 대화를 압축해서 펼쳐냈다는 점에서 매우 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책 한권으로 읽을 수 있는 일은 독자들에게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이지영

대학에서음악과신문방송학을공부한후클래식공연기획과진행,음악에대한글쓰기에몸담아왔다.『음악,당신에게무엇입니까』는20여년간음악인들의콘서트홀을찾고,음반을듣고그들과가까이서질문과답을나누며기록한것이다.현재『클럽발코니』편집장을맡고있고,대원문화재단전문위원이다.한화클래식공연기획프로덕션JSBACH실장을겸하고있으며,성남아트센터홍보미디어실,공연기획부과장을...

목차

머리말_공들인시간에대하여

1부
1.피아니스트조성진제가낼수있는소리에도달하기위해노력해요
2.피아니스트손열음음악인의쓰기,읽기,말하기,듣기
3.피아니스트임동혁노래하듯이연주하는게중요해요
4.피아니스트백건우음악이내면에쌓일때까지기다릴것
5.바이올리니스트정경화연주자의두려움,연주자의특권
6.소프라노조수미차가운사람은좋은소리를못내요
7.카운터테너안드레아스숄서두름과야망은목소리를잃는길

2부
1.사진작가윤광준음악취향은시간을쌓아서얻는것
2.영화감독박찬욱음악은영화를완성하는또다른배우
3.안무가안성수무용이음악의언어가될때
4.발레리나강수진각자의음악성을발휘하며춤을추다
5.톤마이스터최진이상적인구조와뉘앙스를가진소리를찾아서
6.기자김성현제게음악은의지와의무영역에속해요
7.풍월당대표박종호공들인음악이만드는세련된사회

출판사 서평

시간에온전히매달려서얻어낸소리들

클래식아티스트들의콘서트와음반녹음은‘순간의예술’이다.즉그때그공간에서만들을수있는음악의해석과기량이있기에애호가들은콘서트홀을찾고,아티스트들은리코딩을남긴다.하지만그‘순간’은헤아릴수없는시간이만들어낸환상적인절정일뿐이다.놀랍게도이책에서인터뷰한인물들이공통적으로말하는것은음악은‘시간을쌓는일’이라는점이다.
바이올리니스트정경화는실력을쌓는것은오직‘들인시간’이얼마인가에달려있다고말한다.“올바른방향을찾고터득하고그다음은시간에온전히매달려야하죠.개인이선택하고판단하고소화시키는것은아무도해줄수없어요.그판단에시간을심어야죠.”바이올린은고음이기때문에음정이나테크닉어느하나만부족해도듣기힘들다.처음미국에갔을때그녀가하루에11~14시간활을붙잡고있었던이유다.
이십대의피아니스트조성진은자신이지금낼수있는소리는쇼팽,드뷔시,모차르트,슈베르트정도라고말한다.즉,아티스트들은어떤작곡가의곡을칠수있게되기를바라며시간속에서기량을갈고닦는다.조성진이앙망하는것은베토벤의곡들이다.“그소리에도달하기위해노력하고있는데,삼십대가되면지금보다더만족스럽게하지않을까싶거든요.앞으로공부해야할부분은베토벤,브람스를소화할수있는사운드예요.”
이이야기는연륜이깊은피아니스트백건우에게도해당된다.그는평생베토벤이불편했단다.“내가베토벤을깊이이해못했는지,아니면나하고성격이안맞았는지…….”평생의숙제였던작곡가였건만어느날쳐야겠다는욕구가생겨3년동안베토벤연구에만집중했다.베토벤이30여년에걸쳐만들어낸소나타32곡이내면에쌓일때까지기다려온그는마침내전곡연주와녹음을함으로써베토벤의인생에더가까이다가가고있었다.
이런맥락에서카운터테너안드레아스숄의이야기는아티스트들이귀담아들을가치가있다.카운터테너들은음색이독특하고매력적이어서학생때부터큰무대에서달라는제안을받는다.하지만스승들은졸업전에바깥에서,특히디렉터나스승이없을때는노래하지말고목소리를아끼라고조언한다.숄역시바흐의를하자는요청을물리친적이있다.“카운터테너는대단히예민하고섬세한영역이에요.발성이쉽게흔들리거나틀어질수있고,유명레퍼토리와인기에먼저노출되면발성의길을잃기쉬워요.만약에누군가지나친야망을갖고메트로폴리탄오페라무대에빨리서고싶어서두른다면그의몸은악기처럼굳어질겁니다.”
천재적인소프라노조수미는자신이낮은음을내는메조소프라노인줄알았다가이탈리아유학시절스승의조언으로자신이콜로라투라소프라노음색을지녔다는것을알게된다.그녀는엄청난노력으로F#음까지낼수있게됐지만,“초절기교를선보이며사람들을놀라게하는게가능하지만성대에는좋지않고기교를뽐내느라가수로서의생명을단축시킬지도모르”기때문에목소리를아낀다.베르디의작품<라트라비아타>의비올레타역도여태딱두번만맡았다.이는어렵게찾아낸목소리로무대에서오래노래하려는마음가짐으로부터비롯됐다.
시간의균형추는감상자쪽에서도맞춰줘야한다.아티스트들이음악을들려주는데시간을묵히듯이,청중도취향을서둘러갖는것은금물이다.오디오평론가윤광준은“음악과관계된모든행동에서시간을절약할방법은없다”고말한다.음악취향과안목을가지려면스치는시간말고일대일로교감하는시간이절대적으로필요하다.“시간을단축해서얻을수있는건하나도없어요.단축시키거나불필요하다고하는순간부터망합니다.”

음악을해석하는방법

선율과쉼의경계를섬세하게다루는부분에서압도적으로뛰어난임동혁은연주의지향점과감성이두드러지는피아니스트다.그의연주에서는러시아의뜨거운기질과더많은움직임이느껴진다.그는‘노래하듯이연주하는게중요하다’고강조한다.“사람이노래를하면호흡이있어악기연주보다훨씬음악적으로부를수밖에없어요.피아노는현을때려서소리를내는악기다보니호흡을간과하기쉬운데,음악적인표현을하려면노래하듯이,‘호흡’을중시하며치는게중요해요.”이를위해피아니스트에게는‘레가토’가가장중요하고,페달을잘사용하는것이자기색깔을보여주는한가지방법이된다.
피아니스트손열음은모차르트를연주할때아티큘레이션에집착을보일만큼손가락하나하나한껏굽히고음하나하나를조심스럽고도또렷이짚는게특징이다.그는이것이자기만의음악적언어라고말한다.“다른곡도그렇지만특히모차르트를연주할때못참는부분은,단하나의음이라도덜들리는것,즉제귀에포착이안되는거예요.모차르트의성격을지탱하는힘이십자로되어있다면,수평과수직의정중앙에힘이놓여서어느한쪽으로도결코치우치지않는느낌,그균형을절대적으로유지하고싶어서핑거링에신경을많이써요.”
사실연주자의해석을두고청중은자신의음악해석과맞지않으면‘왜곡을저렇게칠까’라는말도거침없이한다(오페라평론가박종호는공연휴식시간에남들들으라는듯‘저만하면썩잘하는거야’‘쇼팽을왜저렇게치지?’라고말하는사람들이낯뜨겁다고한다).가령2017년1월조성진의리사이틀첫날그의연주에대해‘슈베르트소나타를베토벤처럼친다’는말들이오갔다.하지만그는악보에쓰인어떤메모도무시하지않고,최대한존중하면서,작곡가가쓴것을연구하고자료를찾고많이쳐보면서자기만의해석을찾으려고노력한다.“연주자마다이해하고해석하고표현하는게달라지는것이야말로클래식음악의매력이죠.”
물론안드레아스숄처럼고음악을하는이들에게는“언제나작곡가가먼저,언어가다음,그리고연주자는언어가잘전달되도록하는하인”이라는관점이적절하기도하다.어쨌든모든연주자는작곡가를열심히연구하는데서자신의기본기를다지며,그다음자신만의해석을해나간다.

음악의언어를자신의예술로표현하는사람들

영화감독박찬욱은음악을잘‘사용하기’로이름났다.그의영화를‘음악’으로기억하는사람도많다.그는영화를볼시간은없어도음악은늘듣는다.가장많은시간을할애해듣는것은부르크너,말러,쇼스타코비치,시벨리우스의교향곡들.그의영화장면마다클래식음악이등장해음악이영화속내러티브라고말할수있을정도다.그는“영화촬영전부터음악을준비한다”고한다.배우들에게극중역할의감정을상상하도록맞춤형음반을만들어전해준다.“배우에따라글로연기를상상하는것보다음악을듣는순간더빨리감을잡을수있는사람도있”기때문이다.그의작품속에음악은곳곳에새겨져있다.가령「친절한금자씨」를만들면서는“애틋한모녀사이의감정을표현하기에좋은음악을찾고찾았는데”,이때선택한아리아나사발과몽세라피구에라스모녀의자장가‘엄마,엄마,나를울리지말아요’는결국영화를한단계더높은수준으로올려놓았다.
안무가안성수에게음악은춤추게하는에너지다.그의춤은‘음악에대한반응’이라고까지말할수있다.줄리아드에서무용을전공할때무용만큼음악에도매달렸다.특히즐기는것은모차르트,라흐마니노프,브람스,말러,베토벤,쇼팽의피아노연주다.춤은귀로들은것을움직임으로풀어내는작업이다.그러니안무가가얼마나음악을잘해석하는가에따라춤의구성과표현도달라지기마련이다.
발레리나강수진도춤은“각자의음악성을발휘하는것”이라고말한다.발레를하면서그가점점느끼는점은“음악성이있는사람과없는사람에따라표현력차이가어마어마하다”는것이다.“무용에서말하는음악성이란하나,둘,셋박자를세는게아니에요.음악을느끼고그안에담긴감정을몸으로표현할줄알아야하는데,음악을어떻게듣고느끼고이해하느냐에따라자기표현능력에차이가생긴다는거죠.”그는자기몸이“음악을표현하는혼이있는악기”라고생각한다.특히안무가들은작업을시작할때음악없이춤부터상상하기란실로어렵다고한다.

음악이더풍부하고완벽해지려면

정명훈,정경화,백건우,조수미,조성진……이들이최상의리코딩을남기기위해찾는사람이있다.바로톤마이스터최진이다.그는현대의녹음기술을최대한활용해좋은음악을만들어낼수있는리코딩프로듀서와리코딩엔지니어를겸하고있다.톤마이스터는전공자수준으로악기를다룰줄알아야하고,음악이론뿐아니라악기와연주에관련된모든기술적,예술적인부분까지관장할수있어야한다.그가하는일은녹음에들어가기전사운드를체크하고,수십개의마이크위치와밸런스를조정하며,이후연주자들로부터최선의연주를끌어내기위해그들의음악적장점을부각시키고단점을보완하는것이다.“우리톤마이스터들은음향밸런스를맞춘상태와위치에서소리를듣기때문에전체적으로균형잡힌소리를들을수있거든요.100여명의연주자가앉아있는데,밸런스가칼같이다맞을수는없어요.어디는볼륨이작고어디는커요.결국이때프로듀싱이필요한데,음반을구입해듣는분들에게는최고의소리를들려주도록프로듀서가개입해그균형을잡는거죠.”그의인터뷰는특히음악애호가들에게도무대뒤에모습을상상케해주는흥미로운내용으로가득하다.
한때오페라평론가로이름을알렸던박종호대표는19년간뚝심있게클래식사랑방풍월당을운영하고있다.음악은다른예술과무관하게저혼자만잘난장르가아니기때문에인문학적으로폭넓고깊게이해하는박종호와같은청중이많아져야한다.그는음악을대하는사람의‘마음가짐’을중시한다.“해외극장을수백번드나들면서확인한건,음악의감동은유명연주자,화려하고파워풀한연주에의한게아니라는거였어요.오히려대타로무대에선신인연주자에게서더큰감동을받았죠.심지어가장감동하게만든작품들은위대한사람의이야기가아니라,상처와고독을다룬것일때가더많았어요.마음을울리는음악에끌리면서관점이바뀐거죠.”
요즘클래식음악계에서큰보폭을보이는인물은관객에게자신의열정과역량을쏟아부어작곡가와연주자들을널리알리는기자김성현일것이다.그는전투적인에너지를발휘하며클래식음악기사를써왔다.나아가클래식책여러권과모차르트전기를집필했고,지휘거장들의전기를번역하기도했다.최근에는클래식음악강연,공연진행자,유튜버로서의중간자역할도맡고있다.이런활동을하는이유는음악이의미있으려면일상과의접점을찾아쉽게풀이해알리는것도중요하다고여기기때문이다.그래도이렇게까지열심인이유는뭘까?“음악이야말로복잡한논리나설명없이도우리가슴을곧바로두드리기때문입니다.음악이야말로불교에서말하는‘불립문자不立文字’의장르가아닐까싶습니다.”그는자신의역할을“음악의아름다움을전달하는관광가이드이자바람잡이”로규정한다.그래서오늘도클래식음악에대한의지와의무를되새기며“잘할때까지다시!”라는마음으로최전선에서글을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