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의 힘 (현대 세계를 만든 값싼 것들의 문화사)

싸구려의 힘 (현대 세계를 만든 값싼 것들의 문화사)

$26.22
Description
“싸구려들에 둘러싸여
우리가 싸구려가 된 건 아닐까?”

값싸다고 사들인 물건들은 어떻게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했는가
시장과 저가품, 인간의 욕망에 대한 기념비적인 연구
집 안을 둘러보자. 인테리어 소품, 팬시한 식기류, 칫솔이나 비누 같은 생필품은 혹시 저가품 매장에서 산 것 아닌가? 옷걸이, 문구류, 공구는 또 어떤가? 계란 찜기나 저렴한 믹서기는? 만족스러울 만큼 잘 작동하는가? 수집 중인 인형이 있진 않은가? 어릴 때 물을 주면 자라나는 장난감이나 플라스틱 가짜 거미, 뱀을 갖고 논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 언제부터 우리 주변을 가득 채웠는지를 궁금해해본 적 있는가? 별생각 없이 사들인 물건들 뒤에 책략과 기만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 그 물건들로 말미암아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지, 고민해본 적 있는가?

『싸구려의 힘』은 현대인들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들이 넘쳐나게 된 경위와 원리, 그리고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연구해낸 보기 드문 책이다. 저자는 도서관, 박물관, 학회, 대학, 기업 자료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싸구려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자세하게 그려내고 거기서 의미심장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책에는 카탈로그, 광고 지면, 팸플릿, 상품의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 등 100여 컷의 도판이 수록되어 있으며 19세기 판매자와 소비자의 글이나 발언까지 생생하게 인용되어 있다.
성 기능을 향상시켜준다는 요상한 전기 장치나 112가지 도구를 합쳐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기괴한 스위스 아미 나이프 등 물신주의적 창의성으로 무장한 온갖 기기, 공짜라는 달콤함 이면에 음흉한 대가를 숨기고 있는 각종 싸구려 경품과 광고용 판촉물, 소비자의 고상한 취향을 대변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 역사나 서사 따위는 없는 공장제 선물용품, 수집품으로 통용될 목적으로 일부러 만들어진 인형이나 접시, 주화 따위의 의도적인 수집품, 이 모든 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싸구려crap’다. 싸구려는 값이 저렴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품질이 저급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구체적인 사물의 범주가 아니라 어떤 존재 방식 혹은 정신, 사물 이면에 있는 음모와 위선, 그 타락의 정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저자

웬디A.월러슨

WendyA.Woloson
럿거스대학캠든캠퍼스역사학교수겸학과장.캘리포니아도서관조합에서10년넘게종이책큐레이터로일한이력이있으며,순수미술석사학위를취득한판화예술가이기도하다.주로소비자문화,물질문화,시각문화,2차시장,19세기미국의자본주의를가르치고연구한다.『품격있는취향:소금,사탕,그리고19세기미국의소비자』『전당포:독립부터대공황까지미국의전당업』등을저술했으며『가스등이밝힌자본주의:19세기미국경제를조명하다』등다양한책의편집에참여했다.

목차

들어가며:우리가사는것이곧우리다

제1부싸구려의나라
1장가격후려치기열풍에서보편적저렴함으로
2장체인점시대의저가품

제2부더나은삶을위한기기들
3장끊임없는개선
4장기기열풍

제3부공짜의나라
5장손해보는장사?
6장충성심의대가

제4부취향도가지가지
7장역사로장사하기
8장감식안을팝니다

제5부가치의문제
9장기념품수집하기
10장희소성지어내기

제6부쓸모없는것의심오함
11장당신을노리는장난

나가며:저가품으로만들어진세계
감사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2020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결선작★★

행상인의짐꾸러미
저가품시장을만들어낸첫주역은18세기중반의행상인들이었다.이들의주무기는저렴함이전에진기함,다양성,접근성이었다.행상인의짐꾸러미에서끝도없이쏟아져나오는물건들은소비자들을경이와흥미,환상의세계로데려다놓았다.이들은화려한언변술로사물에생명을불어넣고소비자의감각과감정을자극했다.1790년대에이르러행상인들은상설잡화점으로편입되었고,저렴하고열등하지만풍부하고다채로운상품을선보여소비자들을현혹했다.
아주낮은균일가격으로여러물품을판매하는균일가매장이그뒤를이었다.균일가매장모델을대중화시킨것으로알려진프랭크울워스는1879년첫5센트균일가매장을열어10년만에24만6700달러라는매출을달성했다.저렴한물건의과잉현상과어리석은소비행태를경계한사람들도물론있었지만,소비자들에게중요한것은‘보편적인저렴함’의시대를살수있다는것자체였다.
20세기에들어서면서몸을불린잡화점과균일가매장들은판매술을정교하게다듬기시작하면서거대한체인점형태로발전했다.그들은매장에냄새,소리,조명등소비자의감각을자극하는요소들을배치했으며,‘수익성높은조합’을염두에두고물건을진열함으로써소비자들을끌어들였다.이를테면“치약과칫솔은서로를추천하는것이명백하므로매출상승효과를내게하기위해서는가까이에진열해야한다”.그리고“쌓여있는물건들옆에깔끔하게정리된물건들을두는것으로뒤죽박죽인상품이값싸고좋은물건이되는효과가났다”.이모든전략은결국소비자들을“싸구려의풍요라는감각적인로맨스에휩쓸리게했다”.

창의적인쓸모없음
싸구려정신을드러낸것은저렴한물건들뿐만이아니었다.각종신형버터교반기,자동감자껍질깎이,수십가지기능을가진공구,아스파라거스전용집게(도대체아스파라거스만을위한집게가왜필요했을까)등진보와혁신과독창성이라는이름아래소비자들에게접근한기기들이야말로싸구려가무엇인지를진정으로보여주었다.이를테면‘렘브란트자동감자껍질깎이’는유압을이용해1분도안걸려자동으로감자의껍질을벗기고표면을세척하며잔여물도깨끗하게청소해주는혁신적인기기로홍보되었다.그러나이기기는일을줄여주기는커녕괜한일을만들어냈다.감자가기기에서튀어나와사방팔방에억세게눌어붙은반죽으로바뀌고말았던것이다.
이런기기들을통해알수있는것은,싸구려는단지가격의문제가아니라는점이다.중요한것은사물이면에있는기만과협잡이다.기술의발전과특허열풍에힘입어,아무리봐도터무니없는기이한기기들이시장에넘쳐났다.천재아니면사기꾼,괴짜들의대부분허황되고가끔씩예지적인상상력,즉‘미국적창의성’의시대였다.어떤기기는진짜배기일때가있었지만,대부분은그과장된광고보다실효성이한참떨어지는거짓말덩어리였다.112가지도구를합쳐서만든스위스아미나이프를도대체어떻게실제로사용할수있었겠는가(심지어가격이1400달러였다).
때맞춰TV가보급되면서,기기는인포머셜(실시간구매를유도하는장시간광고)을통해날개를달았다.인포머셜의대가윌리엄‘파파’바너드는온갖과장과거짓말을동원해TV앞에앉은소비자들을유혹했다.인포머셜을보고있노라면기기의신통한능력이사실인것처럼느껴졌고,소비자들은직접기기를사용함으로써혁신의흐름에동참하고싶어안달이났다.기기의시대는이처럼제작과광고,소비모든면에서싸구려그자체였다.

아직도내가공짜로보여?
19세기초,‘공짜’물건들이나타났다.공짜로무언가를준다는것은상품자본주의의흐름속에서이상해보일수도있지만,사실은소비자들의삶에싸구려를채워넣는효율적인방법이었다.당대최고의비누상인이라고자칭한히버드로스는비누를파는데거의서른가지경품을제공했다.구매자는손수건이나잡지,금제회중시계를받을수도있었다.심지어철도역근처땅(!)도경품에포함되어있었다.‘증정품’‘선물’‘경품’은희망,욕망,기대,선의등의긍정적인감정을만들어냄으로써,공짜로무언가를얻을수있다는전망만으로도필요이상의물건을사도록소비자들을자극했다.전략자체도싸구려정신에바탕을두고있었지만,경품으로증정되는물건들도가짜보석,도금펜,장식단추등잡동사니였다.경품전략은판로가막힌싸구려물건에서가치를이끌어내주기도했다.공짜로증정함으로써다른물건의판매를촉진할수있었기때문이다.심지어경품을전문적으로생산하고공급하는업체들도생겨났다.
20세기에전략은훨씬더노골적으로발전했다.‘광고판촉물advertisingspecialty’이라는새로운범주의싸구려가탄생한것이다.그간의경품은판매와관련있는데다상품을어느정도사야한다는조건이붙어있었다면,광고판촉물은정말로공짜로주는,업체의광고용각인이찍힌물건이었다.경품은상품화를위한장치였던반면광고판촉물은‘살아있는광고매체’였던것이다.만년필,식기세트,달력,문진,지갑등업체의이름이나로고가찍힌광고판촉물들이선의와친밀함을내세워사람들의삶속으로침투했다.사람들은공짜라는생각에광고판촉물을반겼지만사실이물건들은공짜가아니었다.소유자를‘걸어다니는광고판’으로만들어버린다는대가가있었던것이다.이로써공짜는삶에완전히통합되었고,사람들은호감과선의와같은감정마저도팔아치우는충실한소비자가되고말았다.

취향과안목,가치의상술
각종장식품과소품,골동품도싸구려의반열에합류했다.도자기,유리제품,인형,접시,조명등실내를장식하는물건들은소비자들이고고한취향을뽐낼수있도록도와주었다.소비자들을유혹하기위해이런물건들에는역사나서사가부여되었는데,사실공장에서만들어진것이대부분이었으니기만에불과했다.이를테면가게에들어와작은인물조각상세트를구경하는순진한손님에게‘알프스산맥의목동이마을의실제인물들을모델로만든조각상입니다’라며거짓말을하는식이었다.20세기초에는이런상품들을이르는신조어‘선물용품giftware’이라는말이통용되기시작했다.선물용품은‘진기하다’‘예스럽다’‘차별성있다’‘세련됐다’등의수식어를등에업고소비자들의허영심을효과적으로이용했다.사람들은남들과다른안목을뽐낼수있을거라생각하며선물용품을구매하고주고받았지만,사실대량생산된이물건들은구매자를“다른모두와똑같이독특하게”만들어줄뿐이었다.
수집품시장에서도비슷한양상을볼수있었다.원래수집이란기꺼이돈을지불할만큼가치있는것들,스스로의귀함을설명하는것들을대상으로하는것이지만,수집되기를노골적으로의도하여제작된‘의도적인수집품’들이나타난것이다.미술작품을인쇄한접시세트,역사적인인물이나사건을새긴기념품스푼,기념주화같은물건들이그예다.1970년대후반캘훈스컬렉터스소사이어티는‘공식베들레헴크리스마스접시’를판매했는데,베들레헴의그리스정교회인물을끌어들여공신력이있는척한데다가온갖주먹구구식도장과서명을활용해수집품으로서의거짓아우라를만들어냈다.주화열풍을이끌었던프랭클린민트주화,수집용조각상의대표격인후멜조각상과프레셔스모먼츠조각상,수집품시장을한때지배했던타이워너의비니베이비스인형등도비슷한전략을사용했다.이들의도적인수집품은대대적인성공을거두었으나거품이빠지고그실체가드러나면서수집가와투자자들을나락으로빠트렸다.

우리는그간너무많은싸구려와함께살아왔다.간편하고저렴하다는이유로별뜻없이주변을싸구려로채워오다가어느새톡톡한대가를치르고있다.넘쳐나는일회용품과플라스틱이환경에악영향을미치고있으며,저가품을만들어내기위해지구곳곳에서노동착취가성행하고저가품을공급하기위해각국의대형마트에서점원들이저임금으로일하고있다.무엇보다우리는저렴함과풍요로움에안주하여중요한것을잃어버리고있는지도모른다.
우리가사는물건들이야말로우리를규정한다.무심코사들이던것들의실체가무엇인지좀더알아야할때가왔다.이제이책을통해친숙한물건들을,그리고스스로의모습을조금다르게바라볼수있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