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의 다보와 다은일미

주권의 다보와 다은일미

$25.00
Description
찻잔 속에 깃든 고요, 은일(隱逸)의 사유를 깨우다
"차는 수행이 아니라 삶의 품격이었다"
『주권의 다보와 다보일미』는 명나라 황족이자 문인이었던 주권(朱權, 1378~1448)의 대표적인 다서(茶書)인 『다보(茶譜)』를 중심으로, 기존의 ‘다선일미(茶禪一味)’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문화 개념인 ‘다은일미(茶隱一味)’를 본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 정명희 박사는 그동안 『다보』가 제다법이나 음다법을 소개한 기술서로 이해되어 온 한계를 넘어, 이 책이 명대 문인의 은일(隱逸) 정신과 미학을 담은 철학적 텍스트임을 다양한 문헌과 역사적 자료를 통해 논증한다.
‘다은일미’는 ‘차와 은일은 하나의 맛’이라는 뜻이다.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고 삶의 품격을 가꾸는 정신문화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다. 저자는 차의 맑음과 담박함, 절제의 미학이 은일 문인의 삶과 하나로 이어진다고 설명하며, 차문화를 인격 수양과 문인 미학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동양 문인의 은일 사상과 차문화의 형성 배경을 살피고, 제2부에서는 명대 문인다도의 공간과 음다 문화, 다구의 미학을 분석한다. 제3부에서는 주권의 생애와 『다보』의 차문화 사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제4부에서는 ‘숭아(崇雅)’ 미학과 ‘다은일미’ 사상을 통해 문인 차문화의 철학을 정리한다. 아울러 『다보』 원문을 부록으로 수록해 연구 자료로서의 활용도까지 높였다.
저자는 명대 문인들이 추구한 차문화의 핵심을 ‘은일’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하며, 차를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자신을 성찰하는 삶의 방식으로 읽어낸다. 특히 현대 사회의 과도한 속도와 경쟁 속에서 ‘차 한 잔의 시간’이 갖는 의미를 다시 묻는다.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차는 멈춤과 성찰, 절제와 관계 회복을 위한 인문학적 실천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명대 은일 문인들에게 차는 고요한 자기 선언이었다. 강함이란 외부를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라는 인식이 그 바탕에 있었다. 차의 속성인 청(淸)·담(淡)·한(寒)은 은자들이 추구한 청담과 안분지족, 그리고 청빈의 덕목과 서로 겹쳐졌으며, 차의 품격은 곧 인격의 표상이 되었다. 찻잔은 지식인의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고, 명대의 다풍은 은일을 지향하는 문인 사대부들에 의해 ‘다여기인(茶如其人, 차는 그 사람과 같다)’이라는 비덕화(比德化) 사유로 이어졌다.
나는 이러한 정신을 ‘다은일미(茶隱一味)’라 부르고자 한다. 차와 은일은 결국 한 가지 맛이라는 뜻이다. 차의 맑고 담박한 속성과 은일의 절제가 하나의 경지에서 서로를 비추며 합일하는 자리다. 불교가 다선일미(茶禪一味)를 통해 차와 선 수행의 일치를 말한다면, 다은일미는 차의 본성과 은일의 삶을 통해 자연과 합일하려는 수양의 태도가 하나의 선상에 놓여 있음을 가리킨다.
-책을 내며 중에서
저자

정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