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16.80
Description
절대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대학병원 외과의사의 치열한 병원 일상
크론병 투병 중인 외과의사가 전하는 환자와 의사 이야기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같은 의학 드라마 속 외과의사의 삶은 낭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외과의사의 삶은 TV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은 끊임없는 고뇌와 번민을 수반하기 마련이기에, 외과의사라는 직업의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무겁다. 저자는 외과의사가 된 십오 년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환자를 만났고,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환자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수술실에서 살려낸 환자들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환자들,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외과의사로서의 고뇌와 진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메스를 손에 든 자』는 대장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이자 크론병을 앓는 환자이기도 한 저자의 치열한 병원 일상을 담은 책이다. ‘1부 - 외과의사의 이야기’와 ‘2부 - 환자 이야기’로 나누어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담담하고 곡진해서, 읽는 이를 울컥하게도 하고 웃게도 한다. 외과의사는 왜 수술실에 두 손을 위로 치켜들고 들어가는지, 왜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의사의 말은 짧고 냉정한지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것이다.

“살려주셔서 고마워요” “편히 떠나실 수 있게 해주실 수는 없습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외과의사의 고뇌와 진심을 털어놓다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살려보겠다고 시작한 외과의사의 길인데, 항상 그럴 수만은 없음에 절망하게 되는 것은 외과의사의 숙명인 것 같다. 세상 모든 환자를 구하리라는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한낱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매일매일 체감하고 있다. 부모 앞에서 앞날이 창창한 서른 살 아들에게 내리는 시한부 선고, 대장암 말기 환자의 배를 열었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배를 닫아야 하는 상황, 갓 서른을 지난 청년에게 평생 장루를 달고 살아야 한다고 말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환자를 보고 있노라면, 신을 향해 기도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환자로부터 살려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느끼는 기쁨과 희열은 의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 때문에 다시 수술실로 돌아가 메스를 잡는다.
한 번이라도 병원 생활을 해본 환자와 보호자, 외과의사의 일상과 속내가 궁금한 독자, 진로를 고민하는 의대 지망생과 의대 재학생, 대학병원 수련의에게 소개할 만한 책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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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수영

외과학박사.외과전문의.에세이스트.1983년포항에서태어나대구에서자랐다.서울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서울대학교병원에서외과수련을받았다.현재는전남대학교의과대학외과학교실부교수로서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대장암환자를치료하고있다.

외과전문의가된지십수년째,함께울고웃었던수많은환자들을모두기억할수는없음을어느날문득깨닫고,시간이지나며퇴색되고흐려지도록내버려둘수없는소중한기억들에대해서쓰기시작했다.무미건조하고투박한문장일지라도진심을담으면읽는사람의마음을움직일수있다는믿음으로기억의창고를차곡차곡채우고있다.

한미수필문학상우수상및장려상,보령의사수필문학상은상및동상등다수수상하였으며,EBSx브런치「나도작가다」공모전,윌라x브런치브런치북오디오북출판프로젝트등에당선되었다.현재브런치에서‘Zero’라는필명으로활동중이다.

brunch.co.kr/@lsy9983

목차

프롤로그외과의사의고뇌와진심을담아

Part1.외과의사이야기

나의시작,그대들의시작|환자와의교감은양날의검일지니|외로움에대하여|부모된자의마음이란무릇|나도때로는배우이고싶다|당신,정말잘하고있어요|의사의품격|응급을부르는주문|몰래흘리는눈물|의사는액세서리를하면안되나요?|외과의사의무게|의사와환자의간극|정말대장항문외과할거니?|역사는반복된다|트라우마,그극복에관하여|문신남과사우나|시애틀로가는비행기에서|크론병을앓고,치료하고,가르치다|사람을살린다는자존심|간절함이좋은의사를만든다|건강검진이전부가아닙니다|운수좋은날|내공(內功)|슬기로운의사생활,드라마와현실사이|아프지말아요,우리|분노조절장애|자괴감

Part2.환자이야기

죽음을대하는외과의의자세|어느노부부의사랑|손|기적을부르는것은|당신의부모님은안녕하신가요?|발사가안됩니다|어느국가유공자의아들|냉정한진실을전하는의사의속내|희망|노쇼(no-show)|계절근로자Q의이야기|교수님께서직접수술하시지요?|엄마의눈물|신은대체어디에?|라플라스의악마|지키지못할다짐|똥주머니를차고산다는것|선택의기로|제가지은죄가많아서요|애기,엄마

출판사 서평

“살려주셔서고마워요”“편히떠나실수있게해주실수는없습니까?”
하루에도몇번씩희망과절망사이를오가는외과의사의고뇌와진심을털어놓다

병으로고통받는환자를살려보겠다고시작한외과의사의길인데,항상그럴수만은없음에절망하게되는것은외과의사의숙명인것같다.세상모든환자를구하리라는허황된꿈에서벗어나,한낱인간으로서의한계를매일매일체감하고있다.부모앞에서앞날이창창한서른살아들에게내리는시한부선고,대장암말기환자의배를열었는데아무것도해주지못한채속수무책으로배를닫아야하는상황,갓서른을지난청년에게평생장루를달고살아야한다고말해줄수밖에없는현실은가혹하기만하다.의사로서할수있는최선의노력을다했음에도죽음의문턱을넘나드는환자를보고있노라면,신을향해기도라도드리고싶은심정이다.하지만환자로부터살려주셔서고맙다는인사를받을때느끼는기쁨과희열은의사만이누릴수있는특권이다.그때문에다시수술실로돌아가메스를잡는다.
한번이라도병원생활을해본환자와보호자,외과의사의일상과속내가궁금한독자,진로를고민하는의대지망생과의대재학생,대학병원수련의에게적극추천한다.

책속에서

나는수술장상담실입구에쭈그려앉아울고있었다.눈물은흐르지않았지만,분명히울고있었다.사방이고요하고스산했다.무릎사이에파묻은얼굴을들용기가나질않았다.고개를들면누군가가나를노려보고있을것만같았다.그것밖에안되냐고,겨우그렇게밖에못하냐고차가운눈초리로힐난할것만같았다.그래,모두다내탓이다.내책임이다.환자의생사라는버거운무게가내두어깨에오롯이지워져있었다.그누구도책임을나누어질수없었다.외로웠다.너무나외로웠다.

환자와교감할줄아는의사가참된의사다.의과대학학생일때그렇게배웠고,10년여의아직은길지않은경험에비추어보더라도부정할수없는사실이다.하지만또한가지분명한것은,지나친감정이입은냉철한판단을저해한다는점이다.매순간순간가장현명한판단을해야하는외과의사의입장에서는더더욱그렇다.가깝지만너무가깝지는않도록환자와의거리를적당히유지하는것.앞으로평생크론병환자를다루어야할입장에서짊어져야할숙제다.

대중들은말기암환자에게만주목할뿐환자를조금이라도더오래살리기위해애쓰는의사들의속사정은모른다.한사람의생명이스러질때담당의사가얼마나고뇌하고좌절하며절망하는지의사가아닌일반인은절대알수가없다.배를열었음에도아무것도해주지못한채속수무책으로배를닫아야하는외과의사의심정을그상황에처해보지않은사람은눈곱만큼도헤아릴수없다.그절망마저따뜻하게전달해달라고하는건무리한요구다.그건인간이할수있는능력밖의일이다.환자와보호자를위로하기위해거짓을말할수는없고,사실을말하면서도희망을주기란불가능하다.그것이말기암환자를대하는의사들이전달해야하는사실만을건조하게말하는이유다.

생판모르는남의목숨을살려내고자똥으로가득찬배속을헤집으며사투를벌여본적있는가?제발살려달라고,우리의노력을헛되게하지말아달라고믿지도않는신에게빌어가며밤새뜬눈으로중환자실을지켜본적있는가?남들이모두기피하는외과의사로살면서도,사람을살리는의사라는자존심하나로버텨온지난세월이다.그마지막보루가무너지는순간외과의사로서의내삶은끝이다.

앞날이창창한서른살아들에게내리는시한부선고라니.부모의반응이어땠을것같아?부정하고,분노하고,애원하며매달리는부모를달래주어야했는데,나는차마그럴수가없었어.내가무슨말을해도그들이진정할수없을것이라는사실을알고있었거든.내피로와우울이그들의절망과만나상담실을무겁게짓눌렀어.나는숨조차쉬기어려웠지만,그들이일어서기전에는차마자리를뜰수가없었어.그들의절규와오열을받아줄대상이거기에있어야만했고,나말고는달리그역할을할사람이없었거든.

“살려줘서고마워.복받을거야.”
이것이야말로외과의사만이누릴수있는최선의기쁨이자행복이다.내환자들만큼은쾌차해서퇴원하는것.설령구급차에실려들어오셨더라도퇴원할때는걸어서가실수있도록하는것.그게좋아서외과를선택한것이니까.어르신,수술도예쁘게잘되었으니오래오래사셔야합니다.부디천수를누리셔야해요.다른사람도아닌,제환자이시니까요.

대한민국의외과의로살아간다는건,숱한위기와고난과역경을헤쳐나가야한다는뜻이다.그러다보면분명그만두고싶어지는때가온다.그럴때정신을온통지배하고놓아주지않는감정이,바로저자괴감이다.내가이러려고의사가되었나.

마지막한마디나누시고조용히눈감으시라했던환자는어떻게든살아보겠다는의지를꺾지못하고수술을감행했지만중환자실에서결국의식을회복하지못했고,조용히보내드리겠다던보호자를설득해서무슨수를써서든살려보겠다고애썼던환자는의료진을향한보호자의원망만안은채숨을거두었다.기적을믿고무의미할지도모르는치료를지속하는것과더이상환자를힘들게하지않고조용히보내드리는것,어느쪽이바람직할까.

둘째가크면꼭이야기해줄것이다.아빠가반드시살리고자했던환자가한명있었단다.네가태어나던바로그순간에중환자실에서죽음과사투를벌이고있던환자였지.아빠는최선을다했지만,결국그환자는삶을이어가는대가로손을잃고말았어.하지만삶의의지만큼은누구보다도단단했고,손을잃고도아빠를향해환히미소를지어주던따뜻한마음을가지고있었다.딸아,어둠이없이빛이존재할수없듯,삶이있으면반드시어딘가에는죽음이있는거란다.네가세상에태어나서이만큼자라는동안그만큼의생명이아프고스러져갔음을꼭기억하렴.이순간살아있음에감사할줄아는아이로자라야한다.알겠니?

“아버님을살린건제가아니라,아버님자신이라고요.”
그렇게R은기적과도같이생환했다.나는기적을부르는한사내의의지를보았다.누구도진심으로믿지않았지만,환자스스로는진정으로믿고수없이되뇌었을기적을부르는주문,‘이겨낼수있다’.그래,기적은그렇게스스로의의지를타고우리곁으로찾아온다.R이그랬던것처럼.

임종이얼마남지않은말기암환자들에게내가기어코수술을권하는것도,그들의귀중한남은삶에짧게나마일상을마련해주고픈이유때문이다.그것이내가외과의사로서해줄수있는마지막이다.

그냥다잘되었다고설명하고,걱정은속으로혼자서만할걸그랬나싶은후회의감정이슬며시밀려들었다.그래서는절대안된다는것을,단지결과론에불과하다는것을,만약그랬다가아이의상태가갑자기나빠지기라도했다면뒷감당이어렵다는사실을너무잘알면서도부질없는후회를하는것은,오열하며무너지던엄마를감당해내기가정신적으로버거웠기때문이리라.노인환자의자식들이울때는그냥그러려니하면서도,젊은환자의엄마가울때는나도같이감정이격해지곤한다.부모된자의마음은누구라도다똑같다.

의학은선택의연속이다.답이하나로정해져있다면,매순간최선의선택을고민하는부담이덜해지겠지.의학이란1더하기1이2가아닐가능성을항상생각해야하는학문이라는것을미리알았더라면,난분명의학이아니라수학이나물리학을전공했을것이다.나는정답이정해져있지않은문제에대하여옳은선택을하도록늘강요받고,그결과는온전히나의책임으로돌아온다.

환자가병동에입원해있는한의사는‘살아있는실패의증거’를매일마주해야한다.보호자들은회진때마다고맙다며인사를하지만,실은속으로얼마나나를원망하고있을까?항상결과가좋을수만은없다는자기위안으로는해결되지않는마음의짐이환자를만나는하루하루커져만간다.

“지금이라도편히떠나실수있게조치해주실수는없습니까?”
아니다.안될말이다.나는삶을이어가게하는법을배웠을뿐,삶을거두는방법은배운적이없다.이미짙은죽음의그림자가병실을가득채우고있었고,내가해줄수있는것이없다는것을보호자들도알고있었다.조용히고개를젓고병실을나왔다.할머니는다음날아침세상을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