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무녀

사악한 무녀

$17.50
Description
추리소설 작가인 김민규는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육신이 사라지고 '재림(再臨)'이라는 두 글자만 남는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 게다가 위아래, 양쪽 옆에서 계속되는 층간소음으로 신경증에 걸릴 지경이다. 정신과 전문의 구영훈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지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환자를 경계하는 듯한 의사에게 신뢰가 가질 않는다. 결국 이웃들의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해 환경을 바꿔보라는 구영훈의 제안에 따라 '동신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층간소음에서 벗어났다고 안도한 것도 잠시, 무녀의 주문이 환청처럼 들리고, 갑옷 입은 장군이 자꾸 눈앞에 나타난다. 그런데 갑옷 입은 장군은 왜 하필 김민규에게만 보이는 걸까? 그는 장군을 피해서 계속 도망치고, 급기야 위층에 사는 천지선녀를 찾아가 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저자

박해로

한국특유의무속신앙전통에이색적인상상력을덧붙인스타일리시한소설을연이어선보이는중이다.첫번째무속공포소설인『살:피할수없는상갓집의저주』의성공이후전작을뛰어넘을야심으로두번째장편『신을받으라』를완성한그는,현재가상의지역섭주에서벌어지는세번째무서운이야기『독생자(가제)』의집필에몰두하고있다.또한무속공포와는별개로,우리가살고있는세상너머에낯선금단의진실이숨겨져있다는H.P.러브크래프트스타일의대체역사공포물『귀경잡록』9부작을내놓았다.

목차


프롤로그죽도록스스로에게시달리기
제1장죽도록이웃에게시달리기
제2장죽도록귀신에게시달리기
제3장죽도록무당에게시달리기
제4장죽도록기억에시달리기
제5장시달리기에서벗어나기
제6장악마를시달리게하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줄거리

추리소설작가인김민규는거대한불길에휩싸여육신이사라지고'재림(再臨)'이라는두글자만남는악몽을반복해서꾼다.게다가위아래,양쪽옆에서계속되는층간소음으로신경증에걸릴지경이다.정신과전문의구영훈을찾아가상담을받아보지만,선글라스를착용하고환자를경계하는듯한의사에게신뢰가가질않는다.결국이웃들의층간소음을견디다못해환경을바꿔보라는구영훈의제안에따라'동신아파트'로이사를간다.하지만층간소음에서벗어났다고안도한것도잠시,무녀의주문이환청처럼들리고,갑옷입은장군이자꾸눈앞에나타난다.그런데갑옷입은장군은왜하필김민규에게만보이는걸까?그는장군을피해서계속도망치고,급기야위층에사는천지선녀를찾아가그를피할수있는방법을묻는다.

책속에서

소음이언제부터시작되었는지는그도잘기억하지못했다.코어힐에거주한지어느때부터존재를야금야금갉는소음이시작되었다.그것은복싱챔피언도잔펀치를계속맞다보면결국쓰러진다는이치를깨우쳐주는살인적인공격이었다.건강미넘치고멀쩡하던청년민규가신경쇠약에강박증환자가된것은동서남북소음에끊임없이시달리고나서였다.

그의집왼쪽에603호오른쪽에605호가있었고,위에704호아래에504호가있었다.이들네가구는민규가집에있을때면소음공격을가했다.일반적인생활소음이아니었다.특정상대를공동의표적으로삼아뼛속까지침투시킨뒤사람의내면을손상시키는흉기같은소음이었다.네집이동시에그랬다.시달림을참지못한민규가집요하게확인해온사실이었다.그는이집에서단한번도깊은잠에빠져본적이없었다.더이상신작집필도할수없었다.
---p.21

그여자의음성같았다.천지선녀.민규의지식에의하면무녀는‘귀신을부리는여자’였다.코어힐아파트에서한번도느껴보지못했던낯선공포가엄습했다.방금무녀가흥얼거린주문은자신을향한저주일지도몰랐다.천장에서찌이익소리와함께허연풀이흘러내렸다.갓붙인도배지가너덜거렸다.
“죽어죽어죽어죽어…빨리빨리죽어라아….”
추용수는좋은분이라며천지선녀를칭찬했다.그게거짓말이라면?
추용수의성급한이사이유가다른것이었다면?

흥얼거리는주문이다시들려왔다.벽지의너덜거림이심해졌다.찌익하고푸른색벽지귀퉁이가활짝펼쳐지면서아래로휘어졌다.그러자뻥뚫린위층이드러났다.검은한복에은비녀를꽂은무녀가아파트바닥에입을바짝댄채엎드려있었다.번쩍거리는눈이민규의뜬눈과마주치자깜짝놀란그녀는주문을중단했다.가위에눌려움직일수없는민규의눈과천장의구멍사이로내려다보는무녀의눈이정확히서로를응시했다.무녀곁에는검은가방이있었는데뭐가들어있는지꿈틀거렸다.무녀의얼굴은시체처럼하얗고입술은앵두처럼새빨갰다.
---p.47

민규는아픈머리를잡고거실로걸어갔다.살랑거리는커튼을젖히자밝은태양아래피를흠뻑뒤집어쓰고서있는사람이있었다.
장군이었다.
이쪽을노려보는장군은눈알을뺀모든것이새빨갰다.갑옷에서도수염에서도칼에서도피가떨어졌다.삼지창에붙은용머리에서도피가떨어졌다.어찌보면그것은코어힐의꿈에서본불의색상이기도했다.11시방향,1시방향으로죽찢어진눈과정면으로마주하자민규의몸에는바늘로찌르는몸살기가되살아났다.
“당신…도대체뭐야…?”
장군은베란다바깥에서있었으나어제목잘린닭이피를뿌렸던지점안으로들어오질못하는것같았다.민규는코어힐아파트504호남자를떠올렸다.
너죽었어!한번만나기만하면…
그자식이몸에물감을뿌리고또라이짓으로자신을스토킹하는게아닐까?거기서도충분히미친짓을했으니사극배우처럼분장하고희한한짓을해도이상할게없잖아.
---p.82

민규는황당함과무서움에숨이막혔다.죽음을흉내내다가정말죽을지도몰랐다.남의일같았던무속행위중사망사고가피부에와닿았다.그러자이렇게죽을순없다는생각이들었다.육체의통증을덜고정신력을유지할수있는이전의방법이떠올랐기에그는필사적으로천지선녀에게소리쳤다.
“뜻은알겠지만난추리소설다루는작가예요!이일의신빙성과가능성,그리고내가어떻게될지에대한대책을설명해줘요.”
“문자쓰고자빠졌네.거기들어간지얼마나됐다고벌써부터지랄이야?내가가장싫어하는인간이누군지알아?뭘하겠다고결심해놓고돌아서자마자도저히못하겠다고질질짜는놈이야.신이관여하는일은인과관계로설명할수있는게아니야.넌이미서약서에사인했어.묻지도따지지도말고그냥견뎌!”
천지선녀가웃어댔다.담배를많이피운쉰웃음은들개가짖는것과비슷했다.민규는땅을치고후회했지만때는늦었다.
나는돌이킬수없는짓을했어!
그서약서에피를묻히는게아니었어!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