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공감과 연대

고통의 공감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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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통의 공감과 연대는 타인의 영역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지닌 상처에 상상적으로 접근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러한 접근을 통해 요구하는 바는 그들이 버티며 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데에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책임의 윤리’를 우리 사회에 세워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단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책임은 우리의 역사에서 비극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를 바꾸어내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따라서 고통의 연대와 공감은 상처를 지닌 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은 그들과 완전히 다른 시공간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지금, 여기’에 살고 있으며 또 내일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 조건이 유지되는 ‘지금, 여기’에서의 나의 삶은 결코 평화롭고 안정적일 수 없다. 그렇기에 고통의 공감과 연대는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시혜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감(共感)’과 ‘연대(連帶)’라는 두 단어를 연속적으로 이해한 의미에 따라 말하자면,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책임을 함께 지는 ‘치유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가치이자 방법이 되는 것이다.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은 2015년 9월부터 시작된 3단계 아젠다 수행 목표를 “‘포스트-통일’과 인문적 통일비전의 사회적 실천”으로 잡고 앞으로 4년 동안 ‘민족적 연대’,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 평화’, ‘통일국가의 이념’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저자

건국대학교통일인문학연구단

건국대학교통일인문학연구단은통일문제에대한인문학적성찰과지혜를모으고자‘소통·치유·통합의통일인문학’을표방하며건국대학교인문학연구원에서출범한연구기관이다.
2009년한국연구재단의‘인문한국(HK)지원사업’에선정되면서연구체계를본격화하였으며,2012년1단계평가에서는‘전국최우수연구소’로선정되었다.
통일인문학은사람중심의인문정신을바탕으로한반도의통일문제를진단하고그해법을찾고자하는새로운학문영역으로서,‘체제의통일’을넘어‘사람의통일’로,분단과대결의시대에서통일과평화의시대로나아가기위한인문학적성찰과지혜를모으고자한다.
‘소통·치유·통합’의아젠다를통해새로운통일패러다임을모색하고있는통일인문학연구단은앞으로도분단극복과한민족통합의인문적비전을제시하기위한학문연구와사회활동을활발하게펼쳐나갈것이다.

목차

발간사
서문

제1부고통의공감과연대를위하여

고통의연대와통합서사의사회적담론화모형_김종군
공감능력을통한남북한주민간의심리적통합방안탐색_이범웅

제2부상흔의신체,치유의공동체

형이상학적죄로서무병(巫病):현기영의〈목마른신들〉읽기_이재승
분단국가주의와저항적주체형성:류연산의〈인생숲〉을바탕으로_김종곤
주변부의역사기억과망각을위한제의:임철우의소설에서역사적트라우마를서사화하는방식과그심층적의미_한순미

제3부치유와통합을위한사회적실천

서사적상상력과통일교육_박재인
말과역사,그리고치유:트라우마치유의가능성과구술사방법을성찰하며_김귀옥
역사적트라우마치유를위한문학생산론:조정래의?태백산맥?을중심으로_전영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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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출처
저자소개
건국대학교통일인문학연구단총서목록

출판사 서평

[서문]

고통의공감과연대,치유의공동체를논의하며

처참한죽음들속에서살아남은사람들,그것을지켜봐야했던사람들,그리고상처의기억을안고살아야하는사람들.좌우이데올로기대립과분단,그리고전쟁과국가폭력의시간은온통울부짖음과고통의굴레속에서살아온그들의이야기들로채워진다.하지만그들의이야기가모두역사로기록되는것은아니었다.분단의논리에따라어떤이들의상처는선별(選別)되어역사에온전히기록될수없는‘묻힌기억’(immemorial)으로배제된다.애도는커녕혹시나깊은곳에서억누르고있던고통의신음이라도토해낼때면그소리는위험한반역(反逆)으로번역되었다.그소리는언어적의미를지니고있지는않지만죽음과폭력의증언이며상처를대하는현재를고발하는폭로라는점에서의미를지니고있었던것이다.그것은역사의균열이자공백의출현이었다.분단국가와그것의역사는언제나균질적이고동일한것을추구하기에,그소리는다시억압되어역사로부터미끄러질수밖에없었다.고통의신음이역사의의미를가지는것은오역(誤譯)될때뿐이었다.

그렇다고역사의언어를가진또한편으로선별된상처의기억(memorial)이그기억과관련한사람들의상처를치유하는것으로나아간것도아니다.둘로나뉜분단국가는분단과전쟁과정에서동족을살해했다는죄의식을감추고그책임을오로지상대에게전가한다.그리고분단국가의윤리는상대를근본악(theevil)으로자신을절대선(thegood)으로형상화한다.분단과전쟁은악이가진본성에따라행해진선에대한침범과파괴였던것이다.자연히선별되어승인된죽음과폭력의피해는악에의한선의‘희생’으로숭고의자리에위치한다.그러면서도사람들에게그상처를잊어서는안되며기억하라고주문한다.공포스럽고아픈기억을잊어서는안된다고강조한다.그러나그러한기억의강조는과거의잘못을바로잡고상처를치유하기위한목적이라고할수없다.분단국가는상처의기억을악을향한적대적결의와실천을위한심리적중핵으로동원하면서절취하고스스로의정체성을유지하는데이용했을뿐이다.그래서거기에는생명이살아숨쉬게하는치유가들어설자리가없다.오히려사람들은기억의삽을가지고망각의구덩이를파고그곳으로침전되어갔던것이다.그들이망각한것은비극의역사속에서죽어간‘사람’들의절규와고통어린얼굴이었다.그리고지금도그구덩이는계속해서우리를빨아들이면서죽어가게한다는사실그자체였다.

그래서망각으로서의기억은분단과전쟁을경험한사람들에게만국한된것이아니다.분단국가의윤리는경험자를넘어비경험자인후세대에까지강제된다.이들은마치자신이직접분단과전쟁을경험한것처럼상처를떠올리고증오와원한의감정을기계적이고충동적으로발산한다.이는분단과전쟁의상처가전승되는역사적이고사회적인어떤무의식적구조가우리사회에자리잡고있다는의미이다.그렇다고이때의구조가개인을초월하여외부에존재하는분단이데올로기의재생산메커니즘만을의미하는것이아니다.통일인문학연구단이부르디외의아비투스(habitus)개념을차용하여이미제시했던바,그구조는분단서사를내면화하고또전승하는‘분단의신체’그자체이며또그것을통해전승된다.국가가위로부터강제적인힘을작동시키지않는다고할지라도분단이데올로기가자율적으로재생산되고작동하는것은바로이러한이유에서찾을수있다.우리의신체자체가의식과무의식의차원에서분단국가의논리를자기서사로형성하고있었던것이다.

문제는그로인해치유의첫번째조건으로일컬어지는‘안정성확보’가힘들다는점이다.물론우리사회가어느정도민주화가되면서제주4·3,광주5·18,보도연맹집단학살등에대한진상규명과특별법제정이이루어지기도했으며,또분단이데올로기를재생산하는구조들이많이완화된것도사실이다.하지만‘빨갱이’·‘종북’등의기표는오늘날에도현실정치의영역에서뿐만아니라국가정책과시스템에대한시민사회의비판을저지하는좋은무기로사용된다.급기야진상규명이어느정도진행되어공식적으로인정된국가폭력의역사를부인하는사례또한우리는심심치않게찾아볼수있다.비극적인역사가다르게반복되는듯하다.여전히우리사회는치유보다는상처를반복하게하거나덧나게하는구조가더큰힘을발휘하는것처럼보인다.어쩌면지난세월애써형성해온얇은안정성의벽마저허물어지고있는지도모른다.

분단트라우마의치유가‘사회적’일수밖에없는이유는바로여기에있다.안정성의확보가되지않는상태에서는개인이고집단이고간에치유를기대할수없기때문이다.그래서‘사회적’이라는말은나의이웃이지닌상처를이해하고그들이치유받을수있는울타리를함께쳐주며,그래서상처입은사람들이자신의상처를이해하고공감하는든든한이웃이있다는점을느낄수있도록하는것,나아가분단의상처가분단국가의논리에따라동원되면서더욱상처를키워가는구조적악순환의고리를끊고지금보다는더나은평화롭고안정적인미래의삶을공동으로설계하는것으로이해할수있다.

바로이러한점에서이책은‘고통의공감과연대’라는키워드를제시하면서사회적치유와통합을위한방법을모색하고있다.그것은무엇보다분단의역사에서어느일방만이상처를입은것이아니라모두가공동의상처를지니고있다는점을인정하는것을의미한다.오로지자신만이비극의역사에서희생되었다는자기중심적인피해자주의를벗어나타자로인식되어온상대의상처를인정할때만이화해와상생,그리고통합으로나아갈수있다는것이다.그렇기에고통의공감과연대는타인이지닌상처를자신의상처와완전히동일시하는것과는관련이없다.그러한동일시는현실적으로성공할수없을뿐더러설령그것이가능하다고하더라고그것은타인의영역을침범하는결과를낳을뿐이다.

오히려고통의공감과연대는타인의영역을인정하면서도그들이지닌상처에상상적으로접근한다는의미에더가깝다.그리고그러한접근을통해요구하는바는그들이버티며살수있도록힘을보태는데에‘책임’을짊어지는것이다.이는일종의‘책임의윤리’를우리사회에세워내는것이다.하지만그책임은단지상처를치유할수있는조건을형성하는것에그치지않는다.그책임은우리의역사에서비극의역사가다시반복되지않도록‘현재’를바꾸어내고‘미래’를설계하는데에까지나아간다.

따라서고통의연대와공감은상처를지닌자뿐만아니라자신의삶을구성하는문제가된다.왜냐하면우리자신은그들과완전히다른시공간이아니라그들과함께‘지금,여기’에살고있으며또내일을바라보며살아가는존재이기때문이다.과거의상처가치유되지않는조건이유지되는‘지금,여기’에서의나의삶은결코평화롭고안정적일수없다.그렇기에고통의공감과연대는어느일방이다른일방에게시혜적으로손을내미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그것은‘공감(共感)’과‘연대(連帶)’라는두단어를연속적으로이해한의미에따라말하자면,정서적으로연결되어책임을함께지는‘치유의공동체’를만들어가는핵심적인가치이자방법이되는것이다.

이책은이러한내용들을총3부에나누어담고있다.제1부‘고통의공감과연대를위하여’는고통의공감과연대가왜분단의상처를치유하고통일과정과통일이후사회적통합을마련하기위해요청되는지를논의하고있다.제2부‘상흔의신체,치유의공동체’는3편의글로이루어져있으며,각각의글은문학작품을바탕으로고통의연대와공감을가능케하는주체와공동체형성에대한고민을담고있다.그리고제3부‘치유와통합을위한사회적실천방안’역시3편의글로구성되어있는데,이글들은교육의영역에서부터구술연구와문학창작영역에서의구체적인실천방안을제시하고있다.

제1부‘고통의공감과연대를위하여’는김종군의「고통의연대와통합서사의사회적담론화」로시작한다.우선글의머리에서‘체제통합=사회통합’이라는통념에대해문제를제기한다.이러한통념은남북간의사람들이지닌‘정서적적대성’을민감하게고려하지못하고통일이되면자연히사회적통합이이루어질것이라고생각한결과로부터비롯된것으로진단한다.70여년동안의분단체제는분단트라우마를바탕으로한정서적적대성을형성·유지하여왔기에남북이정치·경제차원에서통일을한다고하더라도정서적적대성이해소되지않은상태라고한다면갈등과반목은반복될뿐‘사람들의통합’을기대할수없다는것이글요지이다.따라서통일이후의사회적통합까지내다본다면지금필요한것은적대적‘정서’를바꾸어내는것으로보고,“버텀업(bottom-up)방식의통합서사확산”을제안하고있다.통합서사는“이념적적대정서에서기인한분단서사를완화하는일련의인간활동”으로타인의고통에대한이해와연대를지향한다.그리고이러한통합서사를활용한사회적담론화모형을〈강도몽유록〉을통해도출하고자한다.〈강도몽유록〉은내용상상처입은사람이고통의사연을‘말하고’그것을주변사람들이‘듣는’구조로이루어져있다.여기에서1차적인연대가이루어진다.그리고〈강도몽유록〉은그자체가그러한내용을기록한것이라는점에서‘증언의기록’이되며동시에사회적확산을꾀할수있는물질성을지녔다는점에서2차적인고통의연대를가능하게한다.즉,이글에서는〈강도몽유록〉의분석을통해‘말하기-듣기-기록-확산’이라는고통의연대와통합의방안을제시하고있는것이다.

두번째글은이범웅의「공감능력을통한남북한주민간의심리적통합방안탐색」이다.이글에서는갈등과대결로점철되어온남북관계를벗어나화해와협력,그리고공동번영으로나아가기위해서는무엇보다‘공감능력’이중요하다고강조한다.남북은이질화를넘어서로에대한혐오와염증을느끼는데에이르고있는것이현실이라고진단한다.앞의글과마찬가지로이러한문제를해결하지않은채통일을하는것은“한갓물리적결합”에불과하다고보고있다.따라서필요한것은“서로에대한증오,적대감,반감등을완화하고공감대를확산하는노력”으로보고,“6가지공감능력의습관”을통해남북관계의개선방안을제시한다.그첫번째는“정신적프레임을바꿔보는습관”으로기존에가지고있던의식의틀을바꾸려는노력이다.두번째는“타인의처지에서서그들의인간성과개성·관점을인정하려고의식적으로노력하는습관”으로서상대와의차이를인정하고그들의애환에대해공감대를확장하는것이다.세번째는“자신의삶과문화와상반되는것들을직접체험,공감여행,사회적협력을통해탐사”하는것으로서상대방을좀더이해하고느끼려는실천이다.네번째는타인에대한호기심을가지고“대화의기교를연마”하여상호신뢰를구축해가는것이다.다섯번째는문화·예술을통해타인의마음속을여행해봄으로써서로의심리세계를확인할기회를가지는것이다.마지막여섯번째는“주변에변혁의기운을불어넣는것”으로서자기자신의사회변화뿐만아니라경계를넘어서로를포용할수있는공감대의폭을넓혀가는것이다.요컨대이글에서는남북이서로다름을전제하고소통하며신뢰를구축할수있는공감능력의배양을통해서만이심리적통합을이끌어낼수있음을피력하고있다.

제1부가고통의연대와공감이라는키워드를중심으로사회적담론화와심리적통합방안을논의했다면,제2부에서는문학작품을통해그것을현실화하는주체와공동체형성을모색하고있다.첫번째글은이재승의「형이상학적죄로서무병(巫病)-현기영의〈목마른신들〉읽기」이다.이글에서는‘형이상학적죄’라는야스퍼스의개념을통해현기영의소설〈목마른신들〉을읽어내고있다.“형이상학적죄는연대가파괴된것에대한인간의상상력이나공감능력,타자의고통에함께울고감응하는인간존재의중력,한마디로인간성에대한규정으로보고있다.그것은깊은슬픔,무력감,죄책감,고통,트라우마,우울증에이르는다양한심리적징후를포괄한다.”한마디로야스퍼스가말하는형이상적죄는집단적희생앞에서살아남은자의죄책감,희생자와운명을함께하지못한일종의부채감같은것이다.현기영의〈목마른신들〉에서제주4·3의가해자인할아버지의죄를상속하는손자와백조일손묘지는형이상학적죄를바탕으로한‘책임의상속’과‘지속가능한화해’의모습을보여준다.비극적인역사가낳은고통과상처는직접적인경험자들만의문제로국한되지않는것이다.진실을발견하고인정하는것,그리고그에대한책임을이행하는것은죽어간자와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