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역자후기)
중국과한국은지정학적으로국경을맞대고있는이웃일뿐만아니라,근대에접어들어일제의식민통치아래동병상련의아픔과폐해를겪었다는점에서정치ㆍ사회적으로도밀접한관계망속에놓여있었다고할수있다.중국의경우국토의절반이일제의침탈을당했고,특히만주로불리던동북3성지역은일제의괴뢰정부만주국의지배하에놓이게되었다.또한한반도는36년동안일제의식민지로전락하여핍박을받았다.말하자면,이시기의중국과한국은운명처럼교집합으로뒤섞여있었던것인데,만주지역은바로이런교집합의대표적인지역이고,만주국시기는대표적인시기라고할수있다.이런점에서이지역은중국과한국을연결하는지역일뿐만아니라,지난백여년간동아시아변동의중요진원지이며동북아의중심이었다고말할수있다.
만주국시기는중국동북3성지역이일제식민통치하에서정치ㆍ사회적으로철저히통제되고핍박을받던시기이다.주지하는바와같이,1932년만주국건국이후일제는잔혹한식민주의통치를통해기형적인사회구조를만들고,‘왕도낙토’‘오족협화’등기만적인식민주의담론으로만주인민을호도(糊塗)하는한편,일본어강제사용,언론통제등의강압적수단을통해만주거주민의반항의식과민족의식을말살하려고한다.일제는파시즘적인이념을주입시킴으로써만주인민의민족정체성을뿌리뽑고괴뢰정부만주국에대한국가정체성을정립하려했고,이를통해향후만주국의식민통치를합법적ㆍ안정적으로유지하여이곳을대동아전쟁의근거지로삼으려했던것이다.한편,이시기만주거주도시하층민은나날이폭등하는물가와화폐가치의감소,일본자본의침투,각종세금으로생활난이가중되고삶은날로피폐해진다.또한만주거주중국인농민들은수공업자의파산,항일세력을축출하기위해실시한‘귀둔병호’,일본인의무장이주,농민들의토지상실등으로생존권마저위협받는상황에놓이게된다.만주에이주정착한재만조선인의삶또한이와크게다르지않았다.
만주국시기재만중국인작가와조선인작가들은이러한만주의현실을주목하고,만주와만주공간에서의중국인민과재만조선인의피폐한삶을작품으로형상화,열악한사회상황을사실적으로그려내어일제가전개하고있는식민주의담론의허위성을밝히고자노력한다.그대표적인작가가양산정(梁山丁)과안수길(安壽吉)이다.
알려진대로,재만조선인문학은만주국건국이후한반도의문화인과지식인들이다수이주하면서본격적으로전개된다.1933년길림성용정(龍井)에서‘북향회’가창립되고,동인지『북향(北鄕)』창간,각종문학강연회와토론회등을통해재만조선인문단이형성된다.『북향』폐간(1936)이후,재만조선인문학은1937년창간된『만선일보』를중심으로전개된다.특히1940년을전후하여일제의탄압으로한반도조선의신문ㆍ잡지들이강제폐간됨에따라염상섭을비롯하여박영준ㆍ유치환ㆍ박팔양ㆍ김달진등수많은시인ㆍ작가들이간도로이주하여창작활동을하는데,이들은역설적으로만주국기관지인『만선일보』를중심으로‘망명문단’을이룬다.안수길은이시기재만조선인망명문단에서주도적인역할을담당한작가이다.
만주국시기의재만중국인문학은재만조선인문학과공시(共時)ㆍ공역(共域)의상황에서생산된문학으로,동북윤함구(?陷?)문학또는윤함시기동북문학으로불리고있다.양산정은이시기재만중국인문학을대표하는작가이다.그는식민통치로인해몰락한도시와농촌의실상,파산에직면한하층민의간고한삶을사실적으로형상화한다.양산정은만주국이건립된1932년부터1943년9월일제의박해로화북(華北)으로망명하기까지만주에서‘사실을묘사(描寫?實)’하고‘사실을폭로(暴露?實)’한‘향토문학(鄕土文學)’을주장,하층민의고난상을핍진하게그려낸작가이다.그는일제식민통치를미화한친일국책문학을단호하게거부하고‘향토문학’을주창하며실천해나간다.문학창작을통해재만중국인문단에서홀로‘하나의기’를세운그의작품은일제식민통치하중국동포의피맺힌외침을담아내는한편,이시대가‘강탈ㆍ분소(焚燒)ㆍ압요(壓窯)ㆍ차표(?票)’의시대라는것을진실하게반영하고있다.이때문에그의작품은재만중국인이정신적ㆍ육체적으로겪어야했던극심한박해를증언,재만중국인민이만주국시기14년동안‘생사장(生死?)’에서허덕인양상을그린화권(?卷)으로평가되고있다.
지금까지만주국시기재만조선인문학과중국인문학에대한논의는중국은물론한국에서도활발하게이루어져왔고,그연구성과또한상당수준축적되어있다고할수있는데,그러나이시기재만조선인문학과중국인문학에대한비교연구는그리많지가않다.뿐만아니라,이들연구대부분은거시적관점에서재만조선인문학과중국인문학의문학적상관성에대해고찰하고있을뿐,개별작품이나작가에대한비교연구는거의이루어지지않았다고할수있다.물론만주국건국이후탈출한망명작가또는만주국시기단기간의만주체험을기반으로작품을창작한작가를대상으로한비교연구가없지는않다.하지만,같은시기(만주국시기),같은지역(만주공간),즉공시ㆍ공역의범주안에서재만조선인문학과중국인문학을비교고찰하여일제통치하라는만주공간의역사ㆍ사회적배경과이에대한시대인식,그리고이러한사회상황에서의생존조건을어떻게소설화했으며,어떠한점이서로같고다른가에대한논의는이루어지지않은것이다.
따라서재만조선인문학과재만중국인문학을대표하는작가라할수있는안수길과양산정의만주국시기작품을중심으로이들작가가드러내고자한소설적진실을비교분석하는것은유의미한연구라고할수있다.이들작가는만주국이국책사업으로고취한‘오족협화’‘왕도낙토’의허구성과함께일제의식민통치하만주공간의현실과한ㆍ중두민족의간고한삶을사실주의의수법으로소설화하고내일에대한전망을제시하고있다는점에서더욱그러하다.
이책은만주국시기재만조선인문단과중국인문단의대표적인작가안수길과양산정의소설을비교고찰하여이들의작품세계와내보이고자한소설적진실이무엇인지를살펴보고,이를통해재만조선인소설과중국인소설의특성을밝혀보이고있다.나아가,이들두작가의현실인식을규명하여이시기재만조선인과중국인의가치지향을나름대로해명하고있다.특히이들두작가의작품에나타난한ㆍ중두인민의구체적인삶을비교하고,이들두민족인민이일제식민치하만주공간에서어떻게살아왔으며,어떻게살아가야하는지나아가야할지평을살펴보고있다.이를통해이시기재만조선인소설과중국인소설이어떠한공통된특성과차이점을보이는지밝히고있다.
이제까지만주국시기재만조선인문학과중국인문학에논의는대체로항일문학또는친일국책문학의시각에서평가해왔다.그러나이러한이분법적인접근은이들문학의의의를왜곡하거나축소시키는한계를지니고있다고할수있다.따라서이책에서는‘친일’과‘항일’이라는이원론적논쟁을지양하고,이들문학이지닌특수한상황에주목하여온당하게평가하는데특히유념하였다.만주국시기와중국동북지역이라는공시ㆍ공역적배경하에서생산된두작가의작품을문학사회학적ㆍ탈식민주의적관점에서살펴보되,두작가의구체적인문학텍스트를다양한각도에서분석하여그들의현실인식과현실대응방식을규명하고,아울러이를바탕으로재만조선인과중국인의가치지향(주제의식)의공통점과차이점을밝히고자유념하였다.이책의의의는여기서찾을수있다.
이책은먼저1부2장에서만주공간과한ㆍ중인민의만주이주,재만조선인ㆍ중국인소설의역사ㆍ사회적배경을살피고있다.일제의만주침략과만주국건설,잔혹한파시즘적통치와열악한피식민상황,그리고검열과통제속에서태동한재만조선인문단과중국인문단,이들문단의문학활동등을고찰하고있다.3장에서는만주국시기재만조선인문단과중국인문단을대표하는작가안수길과양산정의작품을비교고찰하고있다.이들작가가그들의작품에형상화하고있는재만조선인과중국인의민족적수난과함께생존그자체가위협받는참담한삶을살펴보이고,만주공간을영구적식민지로만들기위한일제의민족의식말살정책과이로인한재만조선인과중국인의민족정체성혼란양상등을밝힌다.4장에서는안수길과양산정소설이내보이고자한세계,폭압과회유의질곡속에서도간난을감내하며살아남은재만조선인과중국인들이나아가야할지평등을살펴보인다.이들작가는일제식민통치하만주공간에서조선인과중국인이어떻게살아왔는가를핍진하게형상화할뿐만아니라,두민족인민이‘어떻게살아가야하는가’의문제에대해깊이고민하고성찰하여나름대로의전망을내보이고있다.따라서이장에서는그들이제시한전망의실체를밝히고,그출로가어떤이동(異同)이있는지비교귀납할것이다.그리고5장에서는안수길과양산정의소설에대한온당한평가를바탕으로이들작가와문학이지니는문학사적의의를규정해보고있다.
2부에서는만주국시기안수길소설의주제적특성을살펴보고,나아가일제강점기재만조선인소설의성격을규명하고있다.일제강점기재만조선인소설은이주조선인의수난사이며간도보고서로평가되는데,이시기안수길소설이특히그러하다.따라서여기서는만주국건국이후만주공간의정치ㆍ사회적지형변화와이에상응하여급변한재만조선인사회의현실상황을살펴안수길소설이내보이는소설적진실,특히‘북향정신’의의미를제대로해석하고,당대조선인사회의현실인식을규명해보일것이다.
필자는한국문학을전공하는중국인연구자로,옌타이(煙臺)에서의대학재학시절부터중국조선족문학의모태라할수있는재만조선인문학에특별한관심을가졌었다.만주국시기,그리고동북지역이라는공시ㆍ공역의배경하에서형성된중국인문학과비교연구해보고싶었던것인데,이러한연구욕구는공주대학교대학원에진학후비로소이룰수있게되었다.마음껏연구에몰두했던석ㆍ박사과정4년반의세월은그래서내인생에서가장행복했던순간으로남아있다.이자리를빌어한국유학의길을열어주고학자로서갖추어야할덕목과함께일상의문제까지배려해주신정덕준교수님께감사의말씀을올린다.또한대학원재학기간내내격려와지도를아끼지않으신김영미교수님,김병욱교수님,조동길교수님,그리고한국에서유학하는동안물심양면으로도움을주신한국문화사김진수사장님과부산외국어대학지정규교수님께깊은감사의인사를드린다.
끝으로,이책을만드는데수고를아끼지않은한국문화사편집부여러분께감사드리며,독자제현의질정을기대한다.
2015년12월
중국웨이팡대학교
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