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론은매우내실있는연구사를가졌음에도불구하고그성과가충분히공유되거나평가받지못한분야이다.이러한상황은접근자체가어렵다는성조자체의특성외에표기법이나기본단위설정등을포함한기술방법론의차이에기인하는바가커보인다.이에이책에서는중세국어와현대방언의성조를다음절어중심의첨가어라는국어의본질적특성에바탕을둔방법론으로일관되게기술하고자하였다.이를위해,형태소성조형을단위로하는두단계성조론적과정론을바탕으로중세국어와방언의성조체계를기술하고,성조체계사이의대응관계와그속에든동질성을성조형부류표상으로드러내보였으며,성조의변천과정과변화양상,성조연구의역사를재조명했다.이책이국어성조의본질적인모습을드러내고국어성조론의연구성과를정리함으로써앞으로이분야의연구가국어학의발전에기여하도록하는데작은도움이라도되길기대한다.
[머리말]
이책은중세국어와현대방언의성조를국어의본질적특성에바탕을둔방법론으로일관되게기술하는것을목표로기획되었다.여기에는국어성조의구조적특성에부합하는성조기술론을구축하고그것을바탕으로중세국어와방언의성조체계를기술하는일,성조체계들사이의대응관계와그속에든동질성을밝히는일,성조의변천과정과변화양상을설명하는일,성조연구의역사와주요논점을조명하는일들이포함된다.
성조를포함한모든운율자질은그언어의구조적특성에부합하는형태로존재하고또그러한과정을통해실현된다.따라서한언어의운율체계를기술하는일의핵심은그언어의구조적특성을얼마나잘반영하느냐에달려있다고본다.이런점을고려할때,국어의성조에대한기술은다음절어중심의첨가어라는국어의유형론적성격을바탕으로하는것이어야한다.
성조는성조언어에존재하는개별형태소의운율자질이다.개별형태소가가지는성조형은홀로어절성조형을이루어표면성조형으로실현될수도있고,둘이상이결합하여더큰어절성조형을이룰수도있다.형태소성조형이결합하여어절성조형을형성하는과정은당연히형태소가결합하여발화단위로서의어절을구성하는과정에수반한다.이렇게형성된어절성조형은각성조체계에존재하는음고조정및배정과정을거쳐표면성조형으로실현된다.
이책에서는중세국어와현대방언의성조체계를‘형태소성조형’의결합으로‘어절성조형’이형성되는단계와‘어절성조형’이성조형실현규칙의적용을받아‘표면성조형’으로실현되는두단계성조론적과정으로기술하였다.성조소연쇄및성조실현의단위로인식되었던‘성조형’을세층위로구별하고그중형태소성조형을기술의기본단위로삼았다는점이가장큰특징이다.책의제목에‘형태소성조형중심의’라는수식어를붙인것은이런점을드러내보이고싶었기때문이다.
형태소성조형중심의성조기술론은중세국어를포함한국어의성조체계들사이에형성되어있는엄밀한대응관계를형태부류차원의동질성의개념으로설명할수있게해준다.이로써중세국어와현대성조방언은음고표상만다른,하나의운율체계를가지고있는것으로기술할수있게되었다.아울러,성조형을단위로하는두단계과정성조기술론은성조의비음운화및변천과정을설명하는일에대해서도새로운시각을제공해준다.이기술론에서는성조의비음운화과정을표면성조형실현과정이임의화되는단계와어절성조형형성과정및형태소성조형체계가붕괴되는단계로나누어설명할수있다.
이렇게요약하고의미를부여해놓고보아도,이책의실제내용이된국어성조론의주요사항들은대부분앞선연구들에의해이루어진성과들임에틀림없다.지난세기의중반쯤에시작된국어성조에대한연구는그사이에국어학의어느분야못지않은내실있는성과를거두었다.중세국어와현대방언성조의공시적인체계,그들간의대응관계,성조변천사등중요한주제가다양한음운이론으로조명되었고,우수한설명력을갖춘독자적인성조기술이론도구축되어있다.아울러,성조연구의가장기본적인작업인자료조사도많이이루어져서,경상방언,강원영동방언,함경방언의많은하위지역어들의성조자료가조사되고분석되었다.성조기술론으로부터세부내용들,그리고자료에이르기까지이책의내용은모두이앞선연구들의성과를바탕으로한것이다.부끄러우나마이정도의책이라도꾸밀수있게해준모든성조연구자들께경의를표하며이자리를빌려깊은감사의말씀을드린다.
경상방언토박이면서도성조에큰관심을두지않았던필자를이분야로이끈분은김차균선생님이다.선생님은40여년동안한방언에20,000항목이상,모두100만개가넘는어절자료를현지조사를통해수집하였을뿐아니라이들을대립과중화의원리와전통적인성조표기체계에바탕을둔방점법이론으로분석하셨다.자료조사에서부터분석방법,기술이론에이르기까지많은것을배웠지만이책에서그십분의일도되돌려드리지못한것같아부끄러울뿐이다.
대학교수로나이들어갈수록새삼‘교육’의어려움을느낀다.특히누군가의‘지도교수’로살아가는일이얼마나큰부담인지모르겠다.이런생각이들때마다,갈길몰라헤매다가사범대학에들어온촌놈을연구실로불러공부를시키신김종택선생님은도대체무얼믿고그러셨을까하는생각이든다.늘선생님께숙제를제출하는마음으로살고있지만결국그은혜를다갚지못할것같은생각에죄송스러운마음만든다.
이책을쓰는기간은내삶에서중요했던몇가지를놓아주느라힘든시기였다.특히,지난1년동안에는어머니가기억을잃으셨다.못난아들을평생맹목적으로지지해주신분인데작은도움도드릴수없는현실이너무안타깝고슬프다.기억의정적속에서조금이라도더편안해지시기만을빌어본다.장차제몫을다하며살힘을기르느라열심히공부하고있는건하와윤하,그리고늘곁에서아낌없는사랑을베풀어주는아내에게고마운마음을전한다.짧은작업시간내에책을만드느라고생해주신한국문화사에도감사의말씀을드린다.
책속으로추가
물리적인차원에서‘기지개를’의네음절은모두다른음고로실현된다.첫음절로부터뒤로올수록차례로주파수값이낮아지는데그낙차도일정하지않다.토박이화자는자신의방언에존재하는음고가고조와저조의둘이라는인식을바탕으로각음절의높이를고조나저조중하나로처리하게된다.만약고저의판단에물리적인차이가기준이된다면첫두음절이고조가되고나머지두음절은저조가될가능성이높다.특히함주방언의자료는첫두음절간의주파수감소율에비해제2,3음절간의주파수감소율이현저하게커서전체어절의성조형은[고고저저]가될것처럼보인다.그러나이것은물리적인차원의해석일뿐토박이의언어능력과는부합하지않는다.이어절은단하나의음절만이고조로실현되는성조형을가졌다는것이토박이화자의지식이기때문이다.따라서‘기지개를’은가장높게실현된첫음절만고조,나머지음절은모두저조인성조형으로인식된다.화자에따라그리고같은화자라도상황에따라각음절이다양한높이로실현되어음절들사이의높이차이가매번달라질수있지만,음운론적기술을위해서는어떤경우에도첫음절과다른음절들사이의높이관계가바뀌는일은없다는정도의음성학적사실만이중요할뿐이다.음성학적으로는첫음절고조이후나머지음절들은차례로음고가낮아지는현상을보이지만음운론적으로는모두저조의영역에포함될뿐별도의기술이필요하지않은것이다.이러한처리과정에서어느한음절주파수의절대값이나고조와저조의평균주파수,고조와저조사이의주파수차이등은고려대상이되지않는다.아울러,세하위방언별로고조나저조의음역차이를비교하는일도음운론적으로는의미가없다.
다음경북방언의고조형(말(馬)-형)자료도음고판단에작용하는물리적수치와심리적등급화의관계를잘보여준다.
(3) ㄱ)
나무삐까리(경주)
89.2
113.8
122
131
84.4
(+28%)(+7%)(+7%)(-36%)
ㄴ)
가무치(김천)
177.8
157.2
124.4
(-13.1%)(-26.4%)
(3,ㄱ)의‘나무삐까리[LLLHL]’에서첫세음절의주파수는다다를뿐아니라,‘첫째음절→둘째음절’의주파수변화폭과‘둘째음절→셋째음절’의주파수변화폭도큰차이를보인다.이러한음성학적사실을충실히반영하면,이단어의표면성조형은[LHHHL]가되어야하지만,일반적으로이단어의성조형은끝에서둘째음절만고조인성조형,즉[LLLHL]으로인식된다.이성조형의변별성은‘끝에서둘째음절만고조’라는점혹은‘끝에서둘째음절과끝음절사이에음고내림이있다.’는사실에있기때문이다.
(3,ㄴ)의‘가무치(?)[HLL]’에서도제2음절과제3음절의주파수는꽤차이가있는데,‘첫째음절→둘째음절’의주파수변화폭이‘둘째음절→셋째음절’의주파수변화폭보다현저하게좁다.주파수수치의차이로만보면,둘째음절은첫째음절과함께고조로처리하는것이자연스럽게여겨질정도이다.그러나이경우에도고조는단하나여야하기때문에둘째음절은셋째음절과함께저조로처리되는데,이역시토박이의음고인식양상과일치한다.
1.2.국어성조의유형론
성조의개념을이렇게비교적명확하게정의할수가있음에도불구하고,개별언어에서음고가운소로작용하는양상은다양하기때문에한언어가성조언어인지아닌지,혹은같은유형인지아닌지를판단하기가쉽지않은경우가많다.국어성조의성격이나유형에대해서도여러관점이존재한다.즉,현대국어의경상방언과함경방언,그리고중세국어에대해,음고가의미변별에관여한다는점에서넓은의미의성조언어로보는데는일반적으로의견의일치가이루어지지만,구체적인성격을규정하는문제에있어서는서로다른견해가존재한다.즉,국어의성조를근본적으로중국어의그것과다름없는것으로보는관점이있는반면,국어를중국어와같은‘진정한성조언어(truetonelanguage)’에소속시키지않고다른유형으로분류한논의들도있다.뒤쪽관점의가장주된근거는국어성조의모습이진정한성조언어에속하는중국어와적지않게달라보일뿐아니라Pike(1948)에서제시한성조언어의기본특성을만족시키지못하는면이있기때문이다.
정연찬(1969,1974ㄴ:7-12,23-26)은국어성조의유형에대한이러한문제를제기한이른시기의연구이다.이논저에서는중세국어와현대경상방언의성조는Pike(1948)의네가지‘기본특성’중‘음절음고’의조건을갖추고있지않을뿐아니라,‘유의미성’이단어의의미부,그중에서도특히어두음절에집중되는점으로보아‘어휘적으로유의미한음고’라는속성도충분하지않다고지적하면서,국어성조를개개음절의성조보다는‘어사(語詞)’의성조형이더중요한,‘단어음고체계(word-pitchsystem)’로볼것을주장하였다.즉,국어성조는매음절의음고가변별력을가지지못하고단어차원의음고혹은성조형이그런구실을한다는점을중시한것이다.
이러한관점은McCawley(1964,1968등)의분류체계를따라국어성조를일본어와같은‘음고악센트언어(pitch-accentlanguage)’로보는관점으로이어지기도했다.반면이러한흐름에대해,국어성조는진정한성조체계나음고악센트체계중간의제3의유형에해당할수있다거나(김완진1973,1999),국어와중국어를다른유형의성조언어로보고자하는관점(김주원1994)도제시되었다.나아가중세국어와현대성조방언을운율적으로다른언어로보는관점이나오기도했다.Lee,SangOak(1979c)에서는중세국어는도출의어떤지점까지는음고악센트어에가까운모습을보이나그지점부터는성조언어와같은행동을하는반면,현대성조방언들은성조언어와같은모습을보이지않는다는점에서음고악센트언어라고규정했다.그리고김성규(2009)에서는진정한성조체계와악센트체계의언어사이에명확한선이존재하지않으며,중세국어와중국어의성조차이는문법형태소의존재여부및단어를이루는음절수의차이에기인할뿐이라고하면서도,중세국어와현대성조방언의운율적유형을다르게보았다.아울러,운율론의유형분류에기대어,음고악센트라는유형을인정하면경상방언도음고악센트언어가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