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대하여 (소설에서 수필까지, 문학을 이야기하다)

소설에 대하여 (소설에서 수필까지, 문학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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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설의 이론은 비교적 쉽고요, 창작은 그렇지 않은 일이라서 우리를 힘들게 하지요. 그런데 건축 이론을 잘 아는 사람보다는 오랫동안 집 짓는 일을 해 온 사람이 집을 더욱 튼튼하고 쓸모 있게 잘 짓지 않을까 싶군요.
그러니까 서두르지 않되 쉬지 않고 쓰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소설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쓰지 않을까 싶어요.”
저자

심영의

저자:심영의

전남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5ㆍ18민중항쟁소설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소설집〈그희미한시간너머로〉와장편소설〈사랑의흔적〉이있다.주요논문으로는<타자(theOther)로서의장애인문학>,<다문화소설의유목적주체성연구>,<상흔문학에서역사적기억의문제>,<조선시대성담론의정치학>,<전쟁문학에서여성을사유-재현하는방식>,<지역작가들의변방의식과트라우마>,<5ㆍ18소설에서항쟁주체의문제>,<5ㆍ18소설의지식인표상>,<민주화운동에서여성주체의문제>,<5ㆍ18가해자들의기억과트라우마>등이있다.저서로는〈5ㆍ18과문학적파편들〉,〈5ㆍ18과기억그리고소설〉,〈현대문학의이해〉,〈작가의내면,작품의틈새〉,〈텍스트의안과밖〉,〈한국문학과그주체〉등이있다.여럿이함께쓴책으로는《그대강정》과《5월문학총서소설편》등이있다.2014년에아르코창작기금을받았다.조선대학교교양학부초빙교수를지냈고,전남대와조선대,광주여대와생오지문예창작촌등에서강의(했거나)하고있다.글을읽고,글을쓰고,글을가르치면서살아가고있는일에얼마간의두려움과함께지극한고마움을갖고있다.

목차

ㆍ들어가는글

제1부소설의이론
1.소설이란무엇인가
2.나는왜소설을쓰려고하는가?
3.쓰고싶은이야기와듣고싶은이야기
4.서술시점의문제
5.인물의성격만들기
6.소설의구조-이야기와사건의배치
7.도입부에서필요한것들
8.소설의전개와결말
9.소설(창작)의요소들
10.소설의주제와작가의태도

제2부소설의분석
1.이기호소설[최미진은어디로]와소설가소설
2.안보윤소설[때로는아무것도]의서술자
3.권여선소설[재]와소설쓰기
4.김금희소설[체스의모든것]과알레고리
5.김애란소설[건너편]에서인물들의관계
6.정찬소설[등불]의주제구현방식
7.조해진소설[산책자의행복]과[빛의호위]-불안한삶을견디게하는것은무엇일까에관한질문
8.최은미소설[울고간다]와[창너머겨울]에서서술자의위치
9.황정은소설[누구도가본적없는]의주제
10.황정은단편[누가]의인물구성
11.윤이형소설[이웃의선한사람]의작가의식
12.김금희소설[너무한낮의연애]와소설적진실

제3부소설의창작
1.[형에게]의창작기법에관하여
2.[목어(木魚)가되다]에서구원의문제
3.[개그맨],지난시절의이야기를새롭게하기
4.[아버지가맞았어요]와삶의진실
5.가족제도와입양이야기의핍진성에관하여
6.단편[자연을품은]과소설에서시점의문제
7.[호러사파리]와공포의상업화
8.[집으로가는길]과용서의문제
9.[꺼지지않는불꽃]과‘프레카리아트’의운명
10.[자전거]-자전거타기의욕망과일상으로의회귀
11.[오월의신부]-체험된사실과소설의간극
12.[남겨진시간들]과강원일보신춘[열린문]-주제를다루는방법
13.[블랙스완]과청소년의자아찾기
14.단편[이도]와[박명(薄明)]에서인물을바라보는작가의태도
15.[여자가집을나설때]의서사구조
16.[달빛산행]과[이장]-소설의주제에대한고민
17.어쨌든말해야한다면-?어쨌든살수만있다면]의경우
18.[너와나의숨은꽃]과관념이라는허상
19.[그림자]에서벗어나기혹은함께하기
20.[잊지마,진이야]-기억과망각사이,그리고인공지능의미래
21.[지금당신곁에누가살고있나요]와[프레스]-삶의무게에관한소설
22.[악어]와[등고선,꽃이되다]의소설적진실

제4부시에대하여
1.시의본질
2.시와사회

제5부동화와수필에대하여
1.동화란무엇인가
2.수필이란무엇인가

ㆍ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1.소설이란무엇인가

다시소설이란무엇인가를묻자니새삼스럽습니다.이글은우선적으로이번학기에새로오신선생님몇분을위한글이지만,이질문은저를포함하여그동안소설공부를함께해왔던여러선생님들이매번묻고그답을찾는과정에서즐거움과고통을느꼈던것이기도하지요.이론적으로소설이무엇인가를해명하기란그리어려운일이아닙니다.이야기를갖고있는문학의한장르,그런데인간의삶의양상을그대상으로한다는것,허구를본질로하면서도진실한삶의태도를지니고있어야하는것,그러자면핍진성(어떤사실이참에가까운성격을지니고있다는것)을갖추어야한다는것등으로소설의개념을정리할수있을테니까요.
물론이야기를이끌어가는인물(들)과인물이관계맺는어떤대상(다른인물이거나환경이거나사회구조등)과의사이에필연적으로발생하는긴장과갈등,그리고사건이일어나는배경등의요소를갖추어야한다는것,그런데그이야기를독자에게전달하는화자(서술자)가반드시존재하는형식이소설이라는것등의보충이필요하겠지요.더구나작가가그이야기를통해전달하려는의미(주제)가독자에게그리어렵지않게전달되어야독자의정서적반응(감응혹은감명또는울림이나떨림등)이가능하겠지요.
그러고보니소설이무엇인가에대해그리어려울것없겠다고말했으나사실은이론적측면에서도설명할게한두가지가아니라는생각이드는군요.하물며소설을창작하겠다고했을때는그게또간단한일이아니라는것을우리는절감하고있으니까요.그러니까문제는소설이무엇인가에대한(이론적)해명보다는대체왜나는소설을쓰려고하는가를묻고대답을찾는것이어쩌면더필요하지않을까싶군요.
소설을쓰고자하는까닭은다다를수밖에없을것이나어쩌면다른일에서는소설쓰는것만큼의기쁨을얻지못하기때문이아닐까그런생각을종종해봅니다.제경우엔하고싶은말(이야기)들이가슴속에켜켜이쌓여있었던듯싶습니다.미처다풀어내지는못하나무언가이야기를갖고있다는것이소설창작의출발인것은분명하지않을까합니다.여러선생님들도스스로에게묻고답을구해보시지요.그런다음에야소설을읽는기쁨,나아가소설을창작하고자하는마음으로기꺼이이동할수있겠지요.
스스로에게왜내가소설을쓰려고하는가에대해답을갖고있는게중요한까닭은그래야길을걷는중간에포기하거나쓰디쓴좌절감에서벗어날수있거든요.등단이후에는소설가가되었으나일정한성취감과거절사이빈틈에서오는공허감을이겨낼수도있을거구요.내소설을비릿하게바라보는시선과대놓고하는조롱까지도아무렇지않다는듯이겨내려면그래야하거든요.나는소설가다,소설을통해자신의정체성을새롭게그리고의미있게만들어간다는새로운다짐과각오가필요하다는말씀을드리고있어요.
하긴너무비장할것은없지요.소설을읽으며즐겁고소설을쓰면서기쁜마음이가득하면그것만으로도우리는행복할테니까요.아무리그렇더라도첫수업을위한안내말씀인까닭에소설이란무엇인가를조금정리하기로하지요.제이야기의골자는,곧소설이란‘이야기를이야기하는것이다’에있습니다.누구나자기이야기를가지고있잖아요.그런데그이야기가곧바로소설이되는건아니라는것을잘새겨야합니다.자신의경험세계그자체가아니라그것들을일정하게취사선택하여소설의틀에맞게가공해야한다는뜻이지요.소설입문에서맨먼저부딪히게되는문제가그점이라고봅니다.
소설이라는하나의틀에적절한인물을배치하고,그인물로하여금누구혹은무엇인가와갈등(반드시갈등이드러나야하는것은아니겠으나최소한현재상태에서만족하지못하는어떤결핍은드러나야이야기가앞으로나아갈수있으니까요.)을통해서사건이진행되고,그것의해결과정에서의미있는주제가발견될수있도록이야기의구조를만들어낼것이필요하지요.
그것을잘익히고깨닫는것이소설창작의밑거름이라고생각합니다.물론정확하면서도밀도있는소설문장의훈련도요구되겠지요.소설의어떤경향(흐름)을익히는것도필요하고요.그래야진부한이야기구조속에만머물러있지않고새로움을선보일수있을테니까요.이른바소설문법이라는것은우리가앞으로의수업과정을통해익힐수있을것이고요.아,그러고보니더어려워졌나요?네,쉬운건없으니까요.


2.나는왜소설을쓰려고하는가?

가장기본적인질문부터시작해보죠.아주새삼스럽지만말이지요.그러니까왜나-우리는소설을쓰려고하는가에대한질문과그에대한각자의답안이필요하지않겠어요?저는지금이글을쓰기위해일본의저명한소설가오에겐자부로의문학적자서전이라는?나라는소설가만들기?를옆에두고있어요.제목에서암시하는바,그숱하게많은소설가중에서‘나’만의소설가가될것이필요하다는것아니겠어요?
1994년에노벨문학상을받은오에겐자부로는청년시절소설의방법론에관해많은고민을했다고하는군요.방법론이란무엇인가요?어떻게쓸것인가하는소설전체의구조에관한것이지요.그는자신의책에서이렇게이야기하고있어요.“이미소설은‘발자크’나‘도스토예프스키’와같은위대한작가들에의해풍부하게써졌는데,왜내가써야하는가?”
우리도종종그런농담혹은푸념을하곤했잖아요.“내가쓰려고생각했던것을이미누군가가써버렸구나!”하는탄식말이에요.그런데오에겐자부로는그런고민끝에이런결론을내려요.“이미헤아릴수없을정도로많은위대한인간들이살아왔는데,그래도나는살아가려고하지않는가.”그러하니저질문에대한답은이미자명하군요.그위대한작가들의삶과소설과는다른나자신만의고유한삶과그것에깊게뿌리를내리고있는나만의소설을쓰면되지않겠는가하는것.
이는제가종종말씀드렸던것이기도해요.우리는각자의고유한생활경험을갖고있고그것은다른누구와도변별되는나만의독창적인것이므로우리는다른작가들의소설세계와그문체에기죽을필요없다고요.우리는다만우리-나만의고유한소설세계를만들어나가면된다는것이지요.그런데사실이말씀은추상적이고그런만큼무책임하지요.그래서이렇게말씀드리면어떨까싶군요.가스통바슐라르가했다는말중에서요.곧,“주어진이미지를변화시키는것,거기에야말로상상력의작용이있다”는것인데,각자의고유한생활경험을그대로가아닌상상력의작용을통한이미지의변환을통해서새로운소설(세계)로구축해보는것이중요하다고요.다른사람들과변별된나만의소설쓰기의방법론에관한우리모두의고민에관해지금말씀드리고있답니다.
러시아형식주의자들은“예술의목적은그것이라고인식하는것이아니고,‘보여주기’로써사물을느끼게만드는것”이라고해요.그들의문예이론중주요한발견인‘낯설게하기’역시그맥락이다르지않지요.너무난삽하게이해되신다면그냥‘이미지’와‘상상력’,이두가지개념에대해서만기억하셔도됩니다.나중에소설이론에서매우중요한개념인이‘낯설게하기’에관해자주검토하게될것입니다.아,“문학은상상력으로빗은집”이라는것은꼭기억하시고요.
다시처음의질문으로돌아가보죠.“나는왜소설가가되려고하는가?”에관한거요.물론선생님들은나름의답변을갖고계실거예요.사실그래야해요.막연하면그시간은더디오게될거고,회의하면멀리가지못하게되겠지요.다만소설이란무엇인가에관해좀더많은공부를하고느끼고그것이자신의내면을충일하게만드는어떤것이라는확신이온다음의일이니까너무예민하게생각하지는마세요.각자의입장과여건은물론다르니까요.
하긴그런질문보다는사실“어떻게하면소설을잘쓸수있을까”하는것이우리의고민이지요.그고민의과정에서“나는왜소설가가되려고하는가?”하는처음의질문이제기되는것이고요.
다시오에겐자부로의이야기를더할게요.그의책전부를지금개괄할수는없고요.한가지만참고해서말씀드릴게요.우리는모두자신의소설을갖고있어요.그초고혹은충분하게완성되지못한소설을고쳐야하지요.그수정의과정이매우중요하다고오에겐자부로는말하고있군요.자신이쓴문장들을다시읽어가면서이대로내버려두어서는안된다고느끼는문제되는부분을찾아낼수있고고칠수있는비평적인태도의습득이중요하다고요.
우리가함께공부하는것이바로저부분이지요.그런데좀더말씀드리자면,그런데“무엇에관해,무엇에서소설의재료를가져와서어떤주제를강조하는소설을쓰지?”하는고민이우리에게있지요.그런고민을일정하게해결하는과정에서필요한것이소설가의태도의문제가되겠지요.태도란가치관의문제지요.가치관이란세계관의문제고요.무엇이옳고그른가에관해,무엇이아름답고추한가에관한자신의주체적인관점이올바르게확립되지않으면우리의생활경험이아무리풍부하다할지라도독자에게읽히는좋은소설을창작하기는어려울거예요.그것이있다면무엇에관한소설을쓸것인가에관한고민은많은부분자연스레해결되지않을까요?
그렇다면이제남은문제는그태도?가치관?세계관을여하히올바르고튼실하게만들어갈것인가하는것뿐이네요.아니,우리는이미그런것을가지고있지요.문제는지금가지고있는각자의세계관이우리시대에보편적인관점에서,무엇보다진보적인관점에서받아들여질것인가가문제겠지요.무엇보다소설이란새로움을추구하는것이고,그새로움이란기존의것,낡은것,익숙한것,그러니까기존의질서와관습과제도에저항하는것이라할수있으니까요.
물론제가제기하는이문제를지나치게큰문제로,예민하게받아들이지않아도됩니다.
그래서사실우리가인문학스터디도시도해보았던게지요.어떤관점을확고하게갖는것이소설을오래쓸수있는바탕이니까요.신춘을통해작가가되는것은좋은일이나그렇게하기위해서도이태도의형성은필요한문제고요.실제적으로는우리사회에서일어나고있는일들에관해관심을갖고주의깊게살펴보기를권하고싶어요.인터넷신문을하루에한시간정도만정독을해도좋겠지요.어떤사회적현상너머의원인을분석하고대안을만들어보는연습도한편의소설을튼튼하게만들수있는기초작업이라할수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