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다,기억하다,마음을잇다.”
자연의다정한목격자최원형이희미해지는계절을,
사라져가는존재를기억하고지키기위해쓴생명책
《사계절기억책》은‘자연의다정한목격자’최원형이희미해지는계절을,사라져가는존재를기억하기위해날마다쓰고그린기록이다.생태·환경·에너지전문가로서《달력으로배우는지구환경수업》,《착한소비는없다》등다수의책을펴내며분야에서가장큰사랑을받고있는저자가이번에는어느책에서도선보인적없는100여점의세밀화와함께첫자연에세이를펴냈다.꽃과나무부터잡초라불리는식물까지,익숙한포유류와조류부터생소한곤충과양서류까지.그간인식하지못했던아름다운자연이마치눈앞에있듯생생하게펼쳐진다.
한편저자는책에서지구상에700여마리밖에생존하지않는다는넓적부리도요,육식산업의발전과함께멸종한소똥구리,수족관에서지내다제주앞바다에방사된남방큰돌고래‘비봉이’,밀렵으로사실상기능적멸종상태가된코뿔소,동물원을탈출해도로를누볐던얼룩말‘세로’등인간의욕심으로고통받거나사라져가는자연의존재들에도주목한다.자연속크고작은생명들을알게되면알게될수록,깊은유대감으로그들을소중히여길수있을거란믿음에서다.기후위기와멸종위기라는말이숱하게들려오는시대,기억하고지켜가겠다는일념하나로저자는이책을펴낸다.
“일상의모든순간자연을만나다.”
생명과생명사이에서길어올린자연의무해한위로
모이대를찾아온직박구리와사과를나눠먹는순간,풋고추구멍속에서담배나방애벌레를꺼낸순간,분갈이를하던화분에서지렁이를발견한순간까지,저자에게자연이란손끝발끝이닿는모든순간에있다.저자는숲에서도도시에서도크기가다르지만목숨의무게는같은저마다의생명을세심하게관찰하고,따뜻한시선으로기록한다.《사계절기억책》은강아지와고양이의종은구별해도오늘가로수위에서노래를부른새의이름은알지못하는현대인들을위한도시숲자연주의자의수상록이다.
“도시가콘크리트숲이라고해도사실풀이며새며곳곳에스며든생명을만나는일은어렵지않다(73쪽)”고말하는저자는산과바다,강과하천,갯벌과습지등곳곳을누비며그곳에서만난수많은목숨붙이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순천만흑두루미,파주공릉천수원청개구리,제주사려니숲긴꼬리딱새….자연을온전히받아들일준비가된자만이마주할수있는광경이다.
서로의영역을침범하지않으면서도서로에게기대유기적인관계를맺고살아가는생명과생명의만남.제자리에서묵묵히자기의소임을다하는존재들과그들을온기어린시선으로지켜보는저자의모습은인위적세상에서는절대로얻을수없는,아주‘무해한’자연의위로를선사한다.
“매일자연으로부터배운다.”
밟히도록진화한풀부터집짓기에능한새까지
자연이선사하는지혜와깨달음속으로
“날수있도록새는몸을변화시키며진화했다.몸무게를줄이려이빨을포기했고뼈를비웠으며때로먼길을이동할때면몸속장기마저최소화한다.비우고덜어내야비로소얻을수있는게있다는걸새를보며배운다(197쪽).”
자연은배움의보고그자체다.어디를들여다봐도넘치는생명과진화의신비를엿볼수있고,세상살이의깨달음을얻을수도있다.저자는도시에사는우리가미처몰랐던자연의지혜를흥미로운이야기와생동감넘치는그림으로전한다.길에서밟히면서도널리씨앗을퍼트릴수있게진화한질경이부터칼바람을피할수있게작은방석처럼잎을펼치고겨울을나는여러해살이풀들,‘소리없이땅을일구는농부’라불리는지렁이,온갖재료로자기만의효율적인둥지를짓고사는세상제일가는건축가새까지,다양한생물종이품은다채로운이야기를만나볼수있다.저마다의방식으로자연에순응하고적응하며살아가는동식물을통해인간동물이나아갈길도고민해볼수있을것이다.
“우리에게는지구를다른생명과나누어야할의무가있다.”
기후위기의희망이될생명연대에관하여
지금껏인류는무분별한개발로환경파괴를비롯한수많은문제를야기해왔다.간척사업은갯벌생태계의죽음을불러왔고서식지에들어선도로때문에개구리는알을낳으러가는길에로드킬을당한다.육식산업의발전으로소똥구리는우리땅에서자취를감춘지오래다.과거의성찰에서한발나아가대비가필요한시점이다.그런점에서《사계절기억책》은자연의아름다움을찬미하는데그치는대신인류가나아가야할방향을모색하는책이라할수있다.
책에는제2차세계대전시기독일의소련침공으로900일동안포위되면서도세계각지에서보내온씨앗(종자)을끝까지지켜낸바빌로프연구소이야기,새들의목숨을위협하는전깃줄을없애며철새들의광활한안식처가되어준순천시이야기가나온다.포기하지않는마음이어떻게더나은내일을만드는지를보여주는대표사례다.이밖에도콘크리트배수로에사는개구리들을위한‘개구리사다리’,도토리를숲에사는동물들에게돌려주자는취지의‘도토리수호대’,겨울철식량수급에어려움을겪는새들을위한‘버드피더’등미래의희망이되어줄지구공동생활자들의갖가지노력이소개된다.
본인이사는아파트가야생동물의서식지를밀어버리고들어선공간이니“새들을위해모이를챙기는일은내의무이자공간사용료나다름없다”고말하는저자.그는이책에서도기후위기의희망으로생명과생명간연대에주목한다.한사람한사람의지구를위한선한행동이모여내일을지속할수있기를바라며.
추천사
그려내는것은손의일이지만,실은마음이하는일이다.최원형의《사계절기억책》은뭇생명체와의연대하는마음을질료삼아글과그림으로그려낸책이다.생명있는이세상모든것들이그물망처럼얽혀있기때문에하나라도잘못되면마침내모든것이제대로존재하기어렵다는점을부드럽게,하지만강하게드러낸다.환경팔아장사하는이들이넘쳐나는시대지만이책은기후위기에대한‘염려만’풍성한책들과다르다.저자는다정하고도진정성있는시선으로이웃한생명에귀기울인다.기후위기,멸종위기를진심으로염려하는이들에게일독을권한다.
-뉴스펭귄대표김기정
최원형작가는우리에게지구를위한투사가되라고재촉하지않는다.대신도시와일상의삶에서예민하게느끼고공감하면,결국타자와맺는관계망의세계가넓고깊어져자연에자연스레안길거라고말한다.책을읽은뒤나는시금치를먹으면서이주노동자에미안해했고,꽃먹는직박구리를찾느라아파트단지를헤맸다.다른존재에친절히대하고고마워할줄아는방법을가르쳐주는도시생활자의수상록이다.
-한겨레기후변화팀기자,환경논픽션작가남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