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종이,붓과캔버스가펼쳐보이는
위대한시간의기록들
“열마디말보다강력한한점의그림!”
그림에는우리를그시대로데려가는놀라운힘이있다.우리는나무에,돌에,종이에,캔버스에,거리에남은그림을통해살아본적없는시간,가본적도없는장소를생생하게경험할수있다.화산재속에묻혀있던고대로마도시폼페이의벽화를보며당시사람들의일상을따라가보는가하면,시위대의습격부터루이16세의처형까지‘프랑스혁명’의격동적인전과정을그림으로살펴볼수도있다.칭기즈칸이이룩했던광대한몽골제국도,아편전쟁과제국주의열강의침탈로몰락하고만중국도,두차례의세계대전이남긴참혹함도….오랜인류문명의웅장한서사는열마디글보다강력한한점의그림이되어우리곁에남았다.
《시간을읽는그림》은기록으로서의미술,‘기록화’를통해수천년에걸친장대한세계역사를화려하게,한편으론심도있게펼쳐보이는책이다.유럽과미국중심의세계관에치우치지않고메소아메리카(멕시코중남부와중앙아메리카북서부지역의문명권),아프리카,중국,몽골등다양한문화권을아우르며균형잡힌시각을선사하는것도이책의큰장점이다.동서고금을뛰어넘는200여점의그림은물론방대한인문학지식을품은이책과함께라면,눈을감을때마다새롭게펼쳐지는위대한예술세계로색다른여행을떠나볼수있을것이다.
인신공희를행하고인육을섭취한아즈텍제국?
극장에서해부학공개시연을한네덜란드의사?
쥐고기를먹었던프랑스인들?
“사건,적나라한‘그림’이되다!”
유명예술가들이그린아름다운명화에만익숙했던독자들에게선사하는반전과충격의미술사!책에는‘이게진짜있던일이라고?’싶을만큼경악스러운사건들,여태껏상상도해보지못한놀라운광경이‘그림속한장면’으로남아,우리를과거의사건현장으로이끈다.예컨대렘브란트가단체초상화작업을의뢰받아그린작품〈니콜라스튈프박사의해부학강의〉는과학혁명이한창이던17세기,유럽에서선풍적인기를끌었던해부학공개시연의순간을담고있다.또19세기프랑스-프로이센전쟁으로도시를봉쇄당한파리의시민들은개,고양이뿐아니라쥐를잡아먹기시작했는데,나르시스샤유가자신의작품〈파리포위전당시의쥐장수〉에이를적나라하게묘사했다.그뿐일까?신에게인간을제물로바치고인육을섭취했다는아즈텍제국,아편중독으로몸살을앓았던중국,감자역병이몰고온아일랜드대기근까지,모든역사속사건은늘누군가에의해그려지고있었다.
이책의특징중하나는거장들의예술작품뿐아니라신문이나책,잡지속삽화,길거리포스터,날카로운풍자만화등보통사람들의하루하루를빼곡히담아낸기록의그림들을다채롭게다루고있다는것이다.때로는찬란하고때로는위태로웠던일상이훗날인류문명사에고이남을한편의서사가되기까지,그림이풀어내는무궁무진한이야기가지금눈앞에펼쳐진다!
눈이즐겁다,교양이쌓인다!
안목은넓히고깊이는더해줄융합예술인문서
책에는수천년세계를통틀어손꼽을만한흥미로운사건이가득하다.흑사병이돌았던중세유럽에서는자신에게채찍질하는자학행위로신에게참회했던광신도집단(채찍질고행단)이있었다?대영제국을이끈엘리자베스1세는사실‘바다의개들(SeaDogs)’이라불리는공인된해적을부렸다?역사속놀라운비하인드스토리는박진감넘치는스토리텔링과생생한그림을통해최고의몰입감을선사하고,교과서속딱딱한역사에만익숙했던독자들에게재미라는날개를달아한껏상상의나래를펼쳐보게한다.
한편,비슷한상황을그린그림속에서달라진시대상을읽는재미도맛볼수있다.토마스에이킨스는1875년작품〈그로스클리닉〉에서그로스박사가제퍼슨의과대학학생들에게수술강의를하는장면을묘사하고있는데,박사와조수들모두수술복이아닌검정프록코트차림으로마취된환자주위에둘러서있는것을볼수있다.당시수술환경이비위생적이었음을보여주는것이다.그러나그의1889년작품〈애그뉴클리닉〉에는흰가운을입은의료진,정돈된수술극장이등장하고,이로써당시감염예방에대한의료계의인식이진전되었음을한눈에파악할수있다.즉,그림을통해과학의발전,제도와인식의변화까지한번에읽을수있는것이다.미술작품을감상하는즐거움은물론지적쾌감까지얻어갈수있는이책과함께,예술적안목과세계시민으로서의교양모두챙겨보는것은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