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와 공감장

한국시가와 공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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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감과 연대, 감정과 감성, 심상과 상징 등이다. 한국시가에 나타난 이런 양상들을 토대로 이 책에서는 당대 공감의 장들에 대한 구축 가능성 혹은 설명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공감장’이나 ‘감성적 근대(성)’ 같은 용어들은 아직은 생소하다.
그만큼 정합하거나 보편적일 수는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한국시가와 관련하여 이 책은 그것들이 지향하는 바, 새로운 인간학, 감성인문학에 대한 천착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조태성

전남무안에서태어났으며,전남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하였다.현재전남대학교호남학연구원에재직중이다.
지난10여년간‘감성’을매개로한국시가다시읽기를시도해오고있으며,이와관련하여『고전과감성』(2012),『감성시학의새지평』(2014)을출간한바있다.
현재는감성연구의연장선상에서한국시가를매개로‘공감장’과‘감성적근대(성)’을천착하는일에주목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5

제1부공감과연대
조선후기종교가사와공감장/12
연대의노래,공감장의형성:1970년대이후민중가요를중심으로/40
사설시조의모더니티:자설의사설담론화를중심으로/65

제2부감정과감성
울鬱과한恨의접점혹은변주:<아리랑>과<가시리>를중심으로/98
‘부끄러움[恥]’의역설,감성의동역학:단종복위운동과임병양란기시조를중심으로/124
한국애정시전개논의를위한몇가지전제와양상/150

제3부심상과상징
시조에구현된물[水]의심상/184
시조에나타난국화[菊]의심상/203
한국선시에나타난소[牛]의상징성/226

참고문헌/249
부기/256
찾아보기/257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이어서]
2.공감장이란무엇인가
‘공감장이란무엇인가?’를말하기위해필요한전제적개념은감정과감성,그리고당연하게도공감이다.“개인적인것으로또는인간의본능적인것으로서귀속되고포착될때조차감정은언제나사회적감성이며그래서공감이다.이는감성이관개체적성격을갖는다는것,더나아가그것이발생하는바탕이나조건으로서필히사회성을전제할수밖에없다는것을함축한다.”이는사회를반영하는문학의일면과도상통하는현상이라고할수있다.따라서사회를반영하는문학과그것이향유되는어떤장에서공감은그것자체로문학과사회를분석하는유용한매개가될수있다.
애초“공감장은감성의사회적성격을해명하면서동시에한사회의변화발전을담보하는인간의감성적동인을분석ㆍ비판하기위해고안된개념이다.그런데여기서반드시짚고넘어가야할것이있다.공감장개념은분석적또는비판적개념이자,동시에구성적개념”이라는점이다.적어도공감장이론내에서감성이“의식또는무의식의층위에서일어나는신체들의마주침과변용그리고그것의발생적바탕이나조건을동시에고려한용어”임을전제하다면,사회를구성하는모든“신체들의마주침과변용을공감이라고규정하고,그러한마주침과변용의발생적바탕이나조건을공감장”이라고말할수있다는것이다.
공감장론에서혼용될여지가있는‘공감’에대해서도확실히해둘필요가있다.일반적으로공감은긍정적ㆍ부정적감정을가리지않고남의감정을자기속에서‘재현’하여남의감정과유사하게재현된이감정을‘남과같이느끼는’이심전심의감정‘작용’또는이심전심의감정전달‘능력’을가리킨다고한다.
그러나사회적감성과맞닿은공감은“‘남의감정,의견,주장등에대해자기도그렇다고느낌’과같은사전식풀이와는퍽거리가있다는점을염두에둘필요가있다.아울러공감이라는용어에일상적으로따라붙는긍정적인도덕관념의뉘앙스를의도적으로희석시킬필요도있다.이를테면감성이상호적이라는사태그자체가긍정적이거나부정적이어야할이유는없기때문이다.”이런측면에서공감은이제‘co-emotion’을넘어‘공共-감感’,즉‘trans-emotion’에가깝다고할수있다.공감장론의출발은고정된장이아닌역동적인장을견실하게설정하는것에서부터라는의미이기도하다.
더불어이글의임무인텍스트분석과관련하여‘공론公論’에대해서도언급하지않을수없다.종교가사제작의주요목적중의하나가특정론論의설파와관련되어있다고보기때문이다.공론이란말그대로특정사회혹은공동체의보편적인의견을말한다.물론‘특정’에한정되는보편성이기에그보편성이매우주관적인것임은두말할나위가없다.그렇더라도공론이한사회혹은공동체를지탱하게하는하나의조건임은의심하지않는다.
또한공론이하버마스식공론장을형성하게하는핵심요건임에도틀림이없다.그러나이러한공론장에서층위에관한문제가해결되었는지는다시의심해볼필요가있다.계층의문제가배려되었는지,혹은론論의층위가평면에머물고마는지등등,다시말해서각각의층위들이충분히소통할수있고교감할수있는구조인지다시살펴보아야한다는것이다.이는공감의구조화,즉공감장의형성과관련된매우직접적인문제이기때문이다.
예를들어학문으로서의서학과종교로서의천주교는당시어떤계층에의해,또어떤방식으로마주치고소통하며공유될수있었는지를밝힐수있어야한다는것이다.나아가서학과천주교가각각의공감장으로형성되었다고말하기위해서는각각의공감장내부에서마주쳤던특정한층위들의공감의실체와그역동성을밝힐수있어야한다는의미이기도하다.
특정한층위들은언제나개인이거나혹은개인적인것들로부터시작되지만결코그것으로만끝나지않는다.서학과천주교의시작도물론그러하다.그리고그시작은개인의감성혹은감성적인것들로부터비롯한다.그러나이런것들은“홀로떨어져있는순간에조차언제나하나의‘무리’이다.이러한무리의바탕이공감장이다.그이유로개체들의마주침은공감장‘들’의충돌(또는교섭)로나타난다.이러한충돌로부터감정들의모방ㆍ전염ㆍ전파와같은감정들의동학이발생한다.뿐만아니라‘이’공감장과‘저’공감장사이의모방ㆍ전염ㆍ전파를통해공감장들사이의융합ㆍ공명ㆍ확산ㆍ소멸이이뤄진다.”는것이다.
이런양상은후술할당대의서학과천주교,유교와동학등의마주침의양상,혹은특정사건이나종교의내부양상을통해서도충분히확인할수있을것이다.예를들어그런공감장이동학이라면이“사건을구성하고있는숱한마주침들,곧‘이질적계열들사이의짝짓기,체계내에서의내적인공명,그리고기초가되는계열들그자체를넘치는규모의강요된운동들’로분절한후에그것들을감정의동학으로전사할수있다.그리고그로부터‘좋은마주침’과‘나쁜마주침’,‘강하게하는마주침’과‘타락시키는마주침’,‘행위의역량을증가시키는마주침’과‘감소시키는마주침’등을식별할수있다.”는것이다.
이렇게본다면남은문제중의하나는이러한공감장이어떤방식으로구조화될수있을것인가이다.필자는그것이해당공감장의공론에공감을획득하거나비판하는양量과조직화의양에비례하지않을까한다.대개공감장의형성과소멸은이런방식으로진행되는것으로보인다.그런까닭에공론이공감을획득하는방식또한중요할수밖에없다는것이다.그런방식들은때로작게는노래이거나구호이거나문학이거나,크게는시위혹은봉기이거나혁명같은것일수도있다.이어질내용에서확인할사항이바로이에관한것들이라고할수있다.
이상을정리해보면애초부터공감장은‘감感’과같은원초성들이파장을일으키기시작하는바로그지점에서태동한다.이때의원초성혹은어떤성격들이바로무의식적자각인것이며,그것이의식화될때공감장이형성된다는것이다.봉기나촛불광장의경우가대표적사례라고할수있다.이점이바로특정사회적여건아래에서형성되는공론장과의차이점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
더불어주목해야할부분은드러나지않은공감장들이다.사실합리적으로설명할필요가없는수많은공감장들중에서설명될수있는구체적인공감장이형성되는까닭에대해서도논구할필요가있다는것이다.예를들어설명가능한공감장은그구성원들이정치적행위를촉발해야할계기가발생했을때,그촉발의정당성을공론화시키는것이고,그렇게공론장을형성함으로써다시그공론장에대한공감을획득할수록구체적이고주도적인,즉설명가능한공감장이형성될수있다는점등이증명되어야할것으로생각된다.
또한이런구체적인공감장이존재함으로써이에저항하거나이를전도시키는공감장이생겨날수있는것으로보아야할것이다.서학과동학의대립과투쟁,개화파와척사파의대립과투쟁혹은생성과소멸의과정등이이런관점에서보다현실적으로분석될수있다는것이다.다음장에서는당대의텍스트,특히종교가사를중심으로이러한양상을분석해보기로한다.

3.조선후기종교공감장의형성과투쟁의양상

3.1.거리두기:유ㆍ불공감장의공생
이장에서종교공감장의형성을말하기위해우선필요한전제는유학의종교적측면을인정해야한다는점이다.사상이자종교로서의유학이조선시대를관통했었다는역사적사실을배경으로두어야이와투쟁하는다양한공감장들의형성과투쟁,계승과소멸의양상등이설명될수있다는의미이다.역으로보자면유학은조선후기본격적으로형성되는다양한공감장들의투쟁조건이자원인이될수도있다는것이다.
우선18세기조선유학의성격은연암박지원(1737~1805)등으로대표되는실학자들의등장에의해커다란변모를겪는다.유학이라는통시대적거대공감장내부에서새로운공감장이형성되는첫모습을찾아볼수있는것이다.이시기까지조선의유학이‘예학禮學’과‘사장학詞章學’으로지탱되어왔다면,이것들이가지고있던비현실성을지적하면서실용實用을강조하는실학이등장한다.‘예’와‘사장’의공론에서‘실용’의공론이대두되기시작했다는의미이다.
이를가사문학사적측면에서보자면,이시기까지‘강호은일류’의가사가주류를이루다가이시기를전후하여그것과는성격이다른가사들이등장함을볼수있다.김익의<권농가>,정학유의<농가월령가>등이대표적이라고할수있다.물론이들작품들은유교이념을직접설파하지는않지만,유교윤리와덕목을현실에서적용시켜실천하자는내용을배경으로하면서도‘농업’을내세우고있다.이는이전유학자들의작품들에서는볼수없었던내용이라고할수있다.유학이라는공감장내부에서도새로운공감장이형성되고있었다는점을포착할수있는현상인것이다.
그러나그것들사이에서의뚜렷한갈등은보이지않았다는역사적사실은이들사이에공유되었던공론의유사성때문이었다고볼수있다.실학자들역시유학자의범주에서벗어나지않으며,그들사상의근저또한유학이었기때문이다.그간유학이소홀했던‘현실’을실생활을통해다시담아야한다는일종의‘반성’이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