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한국 사회의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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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근 한국 사회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변화에 대한 거시적 분석을 목적으로 한 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개인화의 경향이다. 혼자 살기, 혼술, 혼밥, 혼자 놀기에 이르기까지 다양 한 영역에서 개인 중심의 일상생활이 전개되고 있다. 동시에 의과대학과 로스쿨 진학 열풍, 취업을 위한 스펙 쌓 기, 과도한 경쟁과 그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의 증가 등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특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서로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현상들의 이면에는 새로운 사회적 경향으로서 개인주의의 확산이 놓 여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동체주의가 지배해 왔던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어 가는 모습이다.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고, 이러한 변화가 가져온 영향은 무엇인가? 이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를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얻 으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접근을 위해 우선 이론적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 가를 검토하고, 이어서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홉스에서 시 작하여, 로크, 밀, 루소, 칸트, 헤겔, 맑스, 롤스, 샌델 등의 다양한 사상가들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설 정했는지를 검토한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를 분석한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처음 등장한 19세기 후반부터 현 재에 이르는 통시적 검토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오랜 기간 한국 사회의 특징으로 생각되었던 공동체 주의 혹은 집단주의에서 새로운 형태의 개인주의가 나타나고 확산되는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중요한 계기는 1997년 겨울 느닷없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경제위기이다. 국가가 주도 하는 경제 성장을 지속해 왔던 한국 사회에 1990년대 들어 나타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세계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실체를 드러내면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마침내 거대한 위기로 귀결되었다. 경제위기는 극복되 었지만, 그 이후의 한국 사회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로 재구조화되었다. 한국 사회는 시장 경제의 원리인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살아가는 개인의 일상적 삶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극단적 경쟁 속에서 겪는 취업의 어려움이나 사회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고통은 개인의 부족함이나 우울증이 라는 개인의 병리적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개인의 탓으로 돌려지면서 정작 국가와 사회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파 헤쳐 보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자유로운 시장 경제가 가져온 개인의 부자유스러운 상황을 분석하고 해체된 공 동체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한다.

공동체의 압도로 인해 개인이 질식된 사회에서 개인성이 발현되고 개인이 존중되는 사회로 바뀌어 가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신자유주의의 시장 경제에 의해 주도되는 상황은 개인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공 동체를 만들고, 개인을 보호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공동체와 함께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도덕적 개인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과 공동체가 균형을 이루는 한국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개 인을 보호하는 공동체와 공동체를 돌보는 개인이 바로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그것이 곧 개인을 보호하고 동시에 사회를 보호하는 길이다. 그런 사회가 되는데 이 책이 기여하기를 바란다.

저자

김동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