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루프테일 소설선)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루프테일 소설선)

$16.80
Description
장르적 쾌감으로 동시대 청춘의 삶 끌어안은
“새 문법”의 신예 등장
밑바닥 청춘의 비루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블랙유머와 페이소스, 웃고 나면 더 서늘해지는 작품들의 향연
추리적 기법과 촘촘한 연결고리… 장편 같은 흡입력을 지닌 단편들
미디어샘 소설 레이블 ‘루프’, 신예 작가의 첫 작품

“나는 요즘 팬티를 훔치고 있다. 한 달쯤 되었으려나. 당연히 완전히 합리적인 이유에서 시작했다.”(〈팬티 도둑이 뭐가 나빠〉 중에서)
현실의 균열은 늘 사소한 문장 하나에서 시작된다. 왕후민의 첫 소설집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는 그 균열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들이댄다. 미디어샘 소설 레이블 ‘루프’의 첫 작품으로 선보이는 왕후민의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장르적 장치를 활용하면서도, 동시대 젊은 세대의 감정과 생존의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소설 속 청춘들은 비루한데 웃기고, 슬픈데 건조하다. 페이소스와 블랙유머가 공존하는 스토리 감각과 구성력은 ‘신인’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만큼 탄탄하다.

‘팬티 절도’라는 사건을 통해 ‘비합리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팬티 도둑이 뭐가 나빠〉, 상상에 머물렀던 ‘SM 섹스’를 실제로 시도하는 두 남녀가 각자의 시선으로 서사를 끌고 가며 통제된 욕망 속에서 맞물린 관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에쎔플한썰푼다〉와 〈로프와 하품〉, 젊은 남녀의 하룻밤이 환산 가능한 숫자로 치환되어야 하는 비루하면서도 ‘웃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시간은 248원어치〉, 기숙사 룸메이트와의 어색함이 작은 비누 하나가 만든 오해에서 시작되며 결핍된 애정을 더듬어 찾는 〈언니가 화난 것 같아서 말을 못 걸었어요〉, 폭력적인 가족에게서 벗어나려 해도 끝내 무너지고 마는 사랑의 판타지를 그린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반전과 추리적 장치, 옴니버스식 연결 구조로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도 우리 시대 청춘의 삶을 외면하지 않는다. 동시에 무겁게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건조한 유머로 그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미덕까지 갖추고 있다.
저자

왕후민

부산해운대에서태어나,대만인아버지와한국인어머니사이에서다양한예술교육을받으며성장했다.고등학교를중퇴한뒤,경성대학교음악대학에입학하여첼로를전공했다.연주활동이자신과맞지않아음대를그만두고유년시절꿈이었던작가가되기위해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진학해졸업했다.대학졸업후에는여러삶을편력했다.지금은경상국립대학교간호학과에재학중이며,소설과시를창작한다.한동안은둔형외톨이로지냈으며,횡단보도의선을밟는일,그리고오래된것들을좋아한다.아직단어화되지않은감정과사고를위한글을쓰려한다.《내입으로나오는말까지만진짜》는우리의삶은불완전하기에완전할수도있다는가능성을담은그의첫작품집이다.

목차

팬티도둑이뭐가나빠
에쎔플한썰푼다
로프와하품
한시간은248원
언니가화난것같아서말을못걸었어요
내입으로나오는말까지만진짜

출판사 서평

말이진실을만드는순간,믿음은흔들리기시작한다

황인찬시인은왕후민소설의직접성과솔직함을강조하며,‘성실하게일궈낸솔직함’을사랑하지않을수없다고말한다.또한강경희문학평론가는“당신이믿으려는것이무엇이든그믿음을끝내무너뜨릴것”이라며탄탄한구성력과스토리전개력에아낌없는찬사를보낸다.

이소설집이끈질기게파고드는것은‘진실’자체가아니라,진실이만들어지는방식이다.표제작〈내입으로나오는말까지만진짜〉는그방식을가장노골적으로보여주는작품이다.주인공은말한다.“내가어디까지진짜있었던일을말할지잘모르겠는데…일단듣고그냥진짜라고믿어줄래요?나도나좋을대로말할테니…”그리고곧바로말을내던진다.“그래서,나오빨죽였어요.”
이문장이독자를단숨에붙잡는다.‘오빠를죽였다’는말이사실인지아닌지,무엇을어떻게믿어야하는지,애초에믿음이가능한구조인지가흔들리기시작하기때문이다.

〈팬티도둑이뭐가나빠〉에서역시“나는요즘팬티를훔치고있다”라는도발적인문장이도덕성이라는잣대를들이대기쉬운고백이지만,소설은그것을아예미끼처럼던져버린다.하지만이도둑질은단순한일탈이나성적충동의고백이아니다.주인공에게그것은합리적이라는이름으로정당화되는‘착취’와굴욕에대한뒤틀린항변일뿐이다.

한편의멋진뜀틀경기같은
유연한서사의흡입력

왕후민의소설들은한편의멋진뜀틀경기처럼다가온다.웃기고황당한설정으로도움닫기하고,블랙유머라는기술과반전이라는상상력으로회전한뒤,밑바닥청춘의비루함과분노를끄집어내며서늘하게착지한다.독자로하여금그낙차를경험하게하는것,그것이바로왕후민소설의매력이다.

왕후민의《내입으로나오는말까지만진짜》에실린단편들은서로를밀고당기듯연결되어있다.각각의소설은‘서로다른이야기’가아니라‘같은사건의다른각도’의시선일뿐이다.어느덧따로떨어져있을것만같았던등장인물들은한지점으로모여든다.

〈한시간은248원어치〉이왕후민소설의매력을잘보여주는수작이다.한번의섹스를위해여자주인공은동창인남자와약속을하지만,백수인그녀는그와하룻밤을보내기위해들어가는돈을원단위로따져가며계산해야하는처지다.그녀가한시간에써야할돈은정확히248원어치이기때문이다.감정도관계도모든것이“그정도값”으로정리되는순간,비루한청춘에게남는건낭만이아니라거스름돈같은잔액뿐이다.이책은청춘의문제를거창한구호로말하지않는다.대신‘돈으로바뀌는마음’이라는생활의장면으로적나라하게드러내면서도,유머를잃지않는다.

각단편은서로다른사건을다루면서도같은방향으로걸어간다.단편을하나씩읽는동안독자는사건을해결하는기분이아니라‘내안의오작동’을발견하는기분에가까워진다.장르적재미를품고도현실과멀어지지않는힘은바로이지점에서나온다.오히려우리의현실을더또렷하게보이게만드는힘이이책에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