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은 눈물보다 먼저 녹는다 (최서진 시집)

내 사람은 눈물보다 먼저 녹는다 (최서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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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른 존재를 위해 자신의 내면을 내어주는 행동, 혹은 그렇게 다른 존재를 위해 내어준 공간을 마음이라 부른다면, 이모든 것은 결국 마음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마음의 문제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피폐하고 삭막한 세계 속에서 통증을 감내하며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못한 채 거듭 세계와 불화하며 살아가는 것도, 그리하여 비극을 몸에 짊어지고 살아가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내면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도, 모두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그 대상을 위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끝끝내 세계와 불화하는 것을 어떻게 ‘단지’라는 말로 축소시킬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는 이 마음의 문제를 보다 포괄적이고 확장된 형태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마음의 문제야말로 피폐하고 삭막해진 이 세계를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가장 근본적인 형태의 질문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이 의구심에 시달리며 방황과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거듭해서 밝은 빛이 있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까닭이 아닐까. 거듭 앓으며, 때로는 밭은 기침을 내뱉으면서도, 그와 같은 기침이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음을 알리는 유일한 표식임을 감지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꺼이 다른 존재를 향해 내어줌으로써.
저자

최서진

1974년보령출생.2004년《심상》으로등단.시집『아몬드나무는아몬드가되고』『우리만모르게새가태어난다』가있다.김광협문학상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

1부/나에대한아름다운정의

바다쪽으로매화
곡예사와새
눈송이를쥔손처럼
모란앵무
손등에사슴
돌아오지않을물고기가지나간자리같아
나비를여러번접어공중에놓아둔다
밤의난간
그자리에서있는바다
잠깐잘못읽거나틀리게읽음
나는내장미에게책임이있어요
우리는모두통증으로연결되어있다
수호신
슬픔을생각하면서미끄럼을타요


2부/모든잎은바람에가깝다

눈사람의감정
흑백은활짝웃어요
백년을만지다
비의순서
볼링처럼복잡한세계
나와귀
우리는여전히서어나무숲
잘못된자세를교정하는연습시간1
나는얼굴을밤으로지운다
마지막에녹는초코칩이바로나예요
여러가지색깔로나는쓸모없이유연해져요
인생을눈송이가눈치챈것같아요
꽃잔디
목련신발
나의미아에게


3부/손은뜨겁고빛난다

물의584번째자세
가슴에색이고인채로이산저산으로물들어갈것같아
사과를놓친사과나무의기억
겨울비가벌레처럼서랍속으로들어간다
파도의안쪽,여덟번째슬픔
나침반타투
새와주파수
분홍마스크
불가사의
물이새는집
부서지면서별이된다
얼음궁전
황사
길몽
바다가오래된날개를퍼덕여요
물금
봄밤입니다


4부/지도에없는별을그려넣는다

아침과가까워지는게좋았다
목련무늬가있는식탁
우리들의평화
단팥빵
매일의마라토너
붉은꿈
달팽이의비밀
백마
모과나무의끝말잇기
오늘은햇빛
창문마다장미
먼이웃
위대한숲
파랑새를찾아보세요
매화가오고있다
매화가밀릴때마다

〈해설〉
이모든것이마음의문제라면
-임지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