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다른 존재를 위해 자신의 내면을 내어주는 행동, 혹은 그렇게 다른 존재를 위해 내어준 공간을 마음이라 부른다면, 이모든 것은 결국 마음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마음의 문제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피폐하고 삭막한 세계 속에서 통증을 감내하며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못한 채 거듭 세계와 불화하며 살아가는 것도, 그리하여 비극을 몸에 짊어지고 살아가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내면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도, 모두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그 대상을 위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끝끝내 세계와 불화하는 것을 어떻게 ‘단지’라는 말로 축소시킬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는 이 마음의 문제를 보다 포괄적이고 확장된 형태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마음의 문제야말로 피폐하고 삭막해진 이 세계를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가장 근본적인 형태의 질문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이 의구심에 시달리며 방황과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거듭해서 밝은 빛이 있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까닭이 아닐까. 거듭 앓으며, 때로는 밭은 기침을 내뱉으면서도, 그와 같은 기침이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음을 알리는 유일한 표식임을 감지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꺼이 다른 존재를 향해 내어줌으로써.

내 사람은 눈물보다 먼저 녹는다 (최서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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