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은 눈물보다 먼저 녹는다 (최서진 시집)

내 사람은 눈물보다 먼저 녹는다 (최서진 시집)

$10.16
Description
다른 존재를 위해 자신의 내면을 내어주는 행동, 혹은 그렇게 다른 존재를 위해 내어준 공간을 마음이라 부른다면, 이모든 것은 결국 마음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마음의 문제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피폐하고 삭막한 세계 속에서 통증을 감내하며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못한 채 거듭 세계와 불화하며 살아가는 것도, 그리하여 비극을 몸에 짊어지고 살아가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내면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도, 모두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그 대상을 위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끝끝내 세계와 불화하는 것을 어떻게 ‘단지’라는 말로 축소시킬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는 이 마음의 문제를 보다 포괄적이고 확장된 형태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마음의 문제야말로 피폐하고 삭막해진 이 세계를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가장 근본적인 형태의 질문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이 의구심에 시달리며 방황과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거듭해서 밝은 빛이 있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까닭이 아닐까. 거듭 앓으며, 때로는 밭은 기침을 내뱉으면서도, 그와 같은 기침이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음을 알리는 유일한 표식임을 감지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꺼이 다른 존재를 향해 내어줌으로써.
저자

최서진

1974년 보령 출생. 200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 『우리 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가 있다. 김광협문학상을 받았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 나에 대한 아름다운 정의

바다 쪽으로 매화
곡예사와 새
눈송이를 쥔 손처럼
모란앵무
손등에 사슴
돌아오지 않을 물고기가 지나간 자리 같아
나비를 여러 번 접어 공중에 놓아둔다
밤의 난간
그 자리에 서 있는 바다
잠깐 잘못 읽거나 틀리게 읽음
나는 내 장미에게 책임이 있어요
우리는 모두 통증으로 연결되어 있다
수호신
슬픔을 생각하면서 미끄럼을 타요


2부 / 모든 잎은 바람에 가깝다

눈사람의 감정
흑백은 활짝 웃어요
백년을 만지다
비의 순서
볼링처럼 복잡한 세계
나와 귀
우리는 여전히 서어나무 숲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는 연습시간 1
나는 얼굴을 밤으로 지운다
마지막에 녹는 초코칩이 바로 나예요
여러 가지 색깔로 나는 쓸모없이 유연해져요
인생을 눈송이가 눈치챈 것 같아요
꽃잔디
목련 신발
나의 미아에게


3부 / 손은 뜨겁고 빛난다

물의 584번째 자세
가슴에 색이 고인 채로 이산 저산으로 물들어 갈 것 같아
사과를 놓친 사과나무의 기억
겨울비가 벌레처럼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파도의 안쪽, 여덟 번째 슬픔
나침반 타투
새와 주파수
분홍 마스크
불가사의
물이 새는 집
부서지면서 별이 된다
얼음궁전
황사
길몽
바다가 오래된 날개를 퍼덕여요
물금
봄밤입니다


4부 / 지도에 없는 별을 그려 넣는다

아침과 가까워지는 게 좋았다
목련 무늬가 있는 식탁
우리들의 평화
단팥빵
매일의 마라토너
붉은 꿈
달팽이의 비밀
백마
모과나무의 끝말잇기
오늘은 햇빛
창문마다 장미
먼 이웃
위대한 숲
파랑새를 찾아보세요
매화가 오고 있다
매화가 밀릴 때마다

〈해설〉
이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면
- 임지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