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과 새

빨간 우체통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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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금까지의 ‘말’들을 초과하는 언어의 탄생이 가능할까
순간의 편린을 아름다움의 편린으로 이야기하면서도 아이러니가 있는 시. 순간 속에 있는 특별한 의미, 그 표현될 수 없는 언어를 시적 무대 위에 세우고자 하는 그의 여정은 분명 한보람만의 특별한 정경을 그리고 있다. 그에 의해 고안된 언어는 흔히 ‘말해질 수 없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의미의 정의를 넘어서는 어떤 새로움을 담지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매우 매력적인 시인 한 명을 얻은 것이다.
저자

한보람

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
2020년계간지『발견』을통해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정다운매미

때때로범어동에서죽은새를본적이있다

바람개비
궁핍의수
급제동
마치빚진돌반지를받으려는듯
석양
홍염이지나보다
실어증
그럼에도묵비권
육개장
품종개량
2호선
숲이뱉어놓은꽃말
왈츠를추며놀다
빨간우체통과새
봄의양손잡이
닿을수없는온도
시멘트의처세술
질문들
묵념에대한예의
발목이없는잉어가내게말을거네
오늘의카스테라



2부/매일책상의다리를붙잡고잠이들었다

발목
어려운공존
오른쪽눈으로첫눈이내렸다
소꿉놀이

생일케이크
책상을찾아가는밤
7과1/2의경쾌한발걸음
한밤의동물원
팔분의육박자의서랍장
우리는여전히에스컬레이터위
삼겹살을구워먹는저녁
저녁의어깨
벽에속삭임을걸어요
불편한잠
나는유리병에갇혀있는바코드
재단되는나
수영장의세계
화양연화


3부/풀잎향가득담은강아지풀이왔다

발목을잡는강아지풀
여름바다
신호음만가는세계
당신은안녕하신지
이제구름빵을녹여야겠어요
타원형의온도
범어동씨앗들
범어동10시의나무들
날개가돋아나는방
알람처럼,휘파람을불어요
슈크림과사슴
소녀와피아노
크리스마스환상곡
열한시의유실물보관소
비내리는수요일
길을여는엑스레이
하루살이
천원짜리
반송된초대장
단단한식욕

해설
오래도록,깊이,그리하여새의언어로
-임지훈

출판사 서평

이한권의시집은침묵과발화사이를오가며,말할수없는것을말하고자새롭게발을떼는한시인의여정이담겨있다.이것은한보람이라는시인이일상의무수한존재들과현상들을시적소재로활용하면서자기만의언어를정련해나가고있음을의미하는것이면서,부러광잉된정서적표현대신때로는침묵을선택할줄아는시적지해를갖고있음을의미하는것이기도하다.
한보람시인의첫번째미덕은오래도록바라보는힘이다.시인은자기앞에펼쳐진일상적풍경을오래도록바라보면그풍경을때로는비유적으로,때로는직설적으로소묘하듯그려낸다.그렇게그려진풍경속에서일상적사물들은사실에대한진술을넘어서는정서적힘을얻게된다.
두번째미덕은바로그가사물을깊이바라본다는사실이다.일상적인풍경일지라도,그풍경속에놓인인물들의모습은매일다르고,그내면에존재하는정서또한매일다를수밖에없다.그럼에도우리는일상적으로스쳐지나가는서로를그저매일같은것으로일축하며,그존재론적의미를스스로축소시키기를반복한다.시인은그러한사람들의모습을“물방울이되어지워지는사람”이라비유적으로표현한다.
이처럼시인의능력은오래도록바라보는힘과깊이바라보는힘,두가지가맞물려이루어진다.흥미로운것은이러한바라보는일이자기바깥의대상들에만국한되는것이아니라지기내면을향해서도이루어지고있다는사실이다.
-임지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