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의특징
2011년,많은이들의관심과헌신속에만들어진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는기업주의형대학의반대편에서인문주의형대학을대표하는하나의상징으로자리잡는다.속된말로‘경희대최고의히트상품’이된것.하지만그들이후마니타스칼리지를만들면서표방했던인문주의(humanitas)에조차자기대학에서노동하는‘인간’을위한자리는없었다.누군가는몫없는자로서설자리조차빼앗겨야했던것이다.2015년크리스마스이브,후마니타스칼리지는67명의시간강사들에게해고통보를했다.이책의저자인채효정도그중한명이다.
이책에서저자는,대학이만들어내는지식과기술을사적으로전취하려하는자본,그리고그들과한몸이되어스스로팔리는상품이되고자분투하는대학의현주소를,경희대라는구체적사례를통해고발한다.또한지난촛불정국속에서국민들이‘이나라가누구의것인가’를물었듯‘대학은누구의것인가’를집요하게묻고진짜주인들이어떻게대학을탈환할수있을지에대한답을정치에서구한다.
때문에이책은한국고등교육의현주소를증언하는교육비평서이기도지만,동시에몫없는자로서주권을박탈당한민중들이자신이터한곳을민주공화국으로만들방법을묻고탐구하는,빼앗긴이들을위한정치학책이기도하다.
지난2016년10월부터12월까지후마니타스칼리지강의동앞잔디밭에서‘대학은모두의것(universitasrespublica)’이라는제목으로진행한여덟번의강의를바탕으로만들었다.
+책의내용과구성
명품이되고싶은대학
오늘날대학은거대한상징과기호의제국이되었다.교육내용과무관하게브랜드가치를높이는교육상품을개발하고소비자들의허영과불안에기대그것을판매한다.‘미래’,‘창조’,‘융·복합’,‘혁신’등실제를그럴듯한기호들로포장하는대학의마케팅방식은명품마케팅과다르지않다.인문주의대학으로시민사회의호평을받았던후마니타스칼리지역시경희대구성원들을으쓱하게만드는하나의브랜드에지나지않았는지도모른다.
하지만설령그렇다하더라도정치적주체에게는허공에떠있는가치를땅위로끌어내려서실제이루고자했던가치를만들어나갈수있는힘이있다.문제는그런‘후마니타스’라는이념에걸맞는교육을만들어나갈주체들이어느순간대학에서사라졌다는것이다.
대학은공화국이다
저자에따르면대학은본래하나의공화국(respu?bli?ca)이다.공화국의주권은그나라의자산(commonwealth)을만드는모든이에게있다.즉대학을대학으로존재하게만드는활동을하는사람들이이대학의주인이다.그들은배우는사람들과가르치는사람들,그리고대학이존립하기위해필요한노동을감당하고있는사람들이다.
하지만명품이되고싶어하는이대학에는,대학의입장을충실히대변하는마름이되어돈되는프로젝트를따오는데여념이없는‘업자’로서의교수와,허울뿐인교육상품을구매하면서만족감을느끼는소비자로서의학생만남았다.그나마대학과한몸이되지않은노동자들은어느날해고당해도누구에게책임을물어야하는지조차알수없는초단기임시직으로위태롭게살아가고있다.대학은,많은사람이북적이고있는것같지만아무도뿌리내리지못한‘유민들의도시’가된것이다.
그렇게무주공산이된대학에서,대학이라는공공재를자신의사적재원으로전취하기위해호시탐탐기회를노리는자들이있다.자본과정부,대학관료들이그들이다.자본은기술과지식의생산기지인대학에그어느때보다눈독을들이고있고,자본과한편인정부는막대한규모의정부지원금을미끼로기업이원하는방향으로의구조조정을사실상대학에강제하고있다.그리고대학의행정관료들은교육부가내건지원금을따기위해앞장서서대학구조조정을추진하고있다.국가와자본,대학의행정관료들이대학이라는공유지에들어와주인행세를하며대학을도둑질하고있는꼴이다.
빼앗긴자를위한탈환의정치학
저자는기술과지식의독점과사유화를막고그혜택이기업이아닌더많은사람들에게공평하게돌아가도록대학을모두의것으로탈환해야하며,대학의공공성과민주화를위한투쟁은,정치사회적으로소수의전문가지배체제로갈것이냐민주정치를강화할것이냐라는문제를놓고겨루는매우중대한전선이라고강조한다.그리고대학을되찾기위한방법을정치에서찾는다.정치를통해대학을민주공화국으로만들어야한다고말이다.
그러려면교수와학생,노동자들이자기목소리를찾고먼저스스로주인이되어야한다.주인은주어진선택지들을거부하고주체가되어스스로입법의권리를행사하는자이다.혼자서는정치적주체가될수없다.낱낱의소비자로,업자로해체되어있지말고점성이있는덩어리로뭉쳐하나의세력이되어야한다.그렇게동그랗게모여서우리공동체에좋은것이무엇인지함께결정하고행동할때대학에정치가다시회복될수있다.대학에서정치를회복함으로써몫이없는자,목소리없는자들이자기의몫과목소리를찾는과정,그것이야말로대학이한때가졌던정치와민주주의부활이다.
[책속으로추가]
우리는항상‘생각하고행동해라’,‘답을알고나서움직여라’라고배웠는데그게잘못된것같아요.일단행동을하세요.행동을잘못할수있어요.그런데잘못하면수정도할수있어요.우리가경찰차벽을넘어가면밀릴수도있죠.그럼우린가만있나요.또반격하면되죠.그렇게행동한다음에또다른어떤행동들이나올수있고요,거기에정답이란없어요.우리가머릿속에그려놓은시나리오는생각일뿐이에요.사회의관계라는것은우연과역동적인맥락과변주속에서움직이는거지그설계도대로되는게아니거든요.
-5강[교육없는대학],198~199쪽
횡단보도선을지키고정지선을지키고잔디밭선을넘어가지않는건,너무많은사람들이모여사는이도시,모르는사람들로가득찬이복잡한도시에서서로를불쾌하게만들지말자고합의한공중도덕이잖아요.그걸지키는게시민입니까?……도시생활규칙으로서의시민의식,공중도덕,에티켓이,정치적주체로서의시민의식,시민으로서공적삶을위한시민의식으로대체될수는없다는겁니다.정치적주체로서의시민은언제선을넘어가야할지,어떤선을넘어가야할지를판단하고반드시넘어갑니다.그게정치적주체로서의시민이에요.그판단은통치자,행정관리자,경찰서장이하는게아니에요.그자리에있는우리들자신이행동의주체로서,주권자로서,행위자로서판단하고감행합니다.
-6강[정치없는대학],222쪽
아테네에서민주정이처음탄생할때솔론이라는사람이민중의요구를받아서정리한개혁안이있어요.그혁명법안에보면,내란이있었을때어느편에도가담하지않고중립을지킨사람은시민권을박탈한다는규정이있습니다.이이야기는《플루타르코스영웅전》솔론편에나옵니다.당시민중들이왜그런요구를했겠습니까.중립을지킨다는건지켜보다가이기는놈의편을들겠다는거예요.아주기회주의적인태도죠.아테네의민중들은정치공동체폴리스에가장나쁜태도가왕의편이나귀족의편을드는것이아니라누구의편도안드는거라고생각했던거예요.
-6강[정치없는대학],227쪽
주인을내쫓은대학,주인이사라진대학에서이대학이란공공자원을끊임없이사유화하고독점하려는사람들로부터대학을되찾으려면우리가먼저스스로주인이되어야합니다.주인이되는것은감시하고비판하고문의하고두드리고고치라요구하는것이에요.주인은그냥주어진것을보고선택하는자가아니라자기가만들어내는사람입니다.선택의권리는주인의권리가아니고손님의권리예요.주어진규칙을따르는것이아니라우리가지킬규칙과법을만드는입법의권리가주인의권리예요.
-7강[주인없는대학],272~273쪽
정치의세계에서는힘이이동만하는게아니라무한히생기기도해요.그래서한사람이들기시작한촛불이100만이되었을때그힘은그냥100만의합으로서의100만배가아니라질적으로완전히다른어떤힘이되는것이죠.그100만이나누어질때도마찬가지예요.100만분의1로서의촛불한자루,시민한사람으로나누어지거나단위단위로쪼개지는것이아니라100만으로,또100만으로쪼개질수있는것이정치적세계에서의힘의원리입니다.
-8강[대학의탈환],277~278쪽
노동자들이얻고자하는것이단순히‘월급나오는일자리’라면싸울시간에다른자리를찾는것이훨씬더나을것이다.하지만여기서싸우는것은내가‘빼앗긴것’을되찾아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기때문이다.많은노동자들이회사에서잘려도어디가서그만큼벌어먹고살지못하겠느냐고이야기한다.대학강사도마찬가지다.그만큼의‘벌이’야다른일을해서도얼마든벌충할수있다.하지만그‘다른일’역시별반다르지않은불안정노동인한에서어디를간들이런처지를면할수없는것도사실이다.그리고그순간깨닫게되는것이다.이백척간두의벼랑끝에서옮겨설수있는자리가바늘끝만큼도남아있지않다는것을.
-[에필로그:그래서나는사라지지않을생각이다,304쪽
우리가되찾아야할것은‘함께살집’이다.직장의동료들과마을의이웃들과나라의사람들과나아가자연의뭇생명들과함께살아갈수있는집.그집을만들어왔고,어떻게지을것인가를고민하는사람들이집의주인이되어야한다.그렇지않을때,이집은집이아니라인간이부품으로빨려들어가갈아져나오는맷돌기계가되고돈이되는것은무엇이든‘교육’이란포장지에넣어파는악덕상점이된다.여기서나만빠져나오면살수있을까?여기에없는곳은어디에도없다.그래서나는사라지지않을생각이다.
-[에필로그:그래서나는사라지지않을생각이다],304~3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