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뽑아줄티 소나무야 자라거라

송전탑 뽑아줄티 소나무야 자라거라

$22.00
Description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의 상징 ‘밀양 할매’들,
그림에 목소리를 담다
‘논리 정연’한 말들의 싸움에 맞서 그림으로 표현한
생명과 평화, 그리고 연대의 가치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에서 맨 앞줄에 섰던 ‘밀양 할매’들의 그림 작품집이다. ‘힘 있는 말’을 가진 자들의 ‘논리 정연하고 전문적인 말’에 맞서 ‘밀양 할매’들은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참담한 ‘말의 싸움터’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함께 다독이며 즐겁게 놀아 보자는 심산으로……. 처음엔 종이와 각종 그림 도구들을 아까워하며 그림 그리기에 자신 없어 하던 ‘밀양 할매’들은 나중엔 끼니를 거르고 시간을 잊은 채 그림 작업에 몰두하였다.

그림이나 한번 그려 볼까 하고 시작했던 일이지만 막상 결과물들을 놓고 보니 모두가 매우 훌륭했다. 그 그림들을 통해 ‘구술하는 말이나 평상시의 언술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다른 언어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어떤 다른 말로 번역되거나 설명될 필요가 없는 ‘밀양 할매’의 자기표현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2017년과 2018년 사이, 8개 마을에서 진행한 그림 작업의 결과물을 엮고, 그림을 그리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덧붙였다.
저자

김영희

연세대학교에서구술서사를연구하며국어국문학과학생들에게한국구전이야기의탐색,구술과연행,구술과서사,고전문학과젠더등의과목을가르치고있다.모든옛이야기가‘오늘을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라는생각으로1993년이후지금까지구술인터뷰와마을현지조사를실행해왔다.사람들의‘말’을듣고기술하는일을통해‘연대’를실천하는삶을모색하고있으며,2014년부터는밀양송전탑건설반대운동에참여한이들의이야기를들어왔다.《구전이야기연행과공동체》,《한국구전서사의부친살해》,《밀양을듣다》등의책을썼다.

목차

들어가는말……006

1부밀양의빛깔……020

2부너와나,서로마주본얼굴……056

3부곱디고운내몸……094

4부송전탑과꽃……134

5부함께싸워온우리……196

출판사 서평

말들의싸움에맞서그림으로말하다

누군가의‘말’은크고웅장하게,반복적으로울려퍼지는반면누군가의‘말’은애초에발화되지도못한채봉인된다.또어떤‘말’은엄청난사회정치적파장을만들어내지만,어떤‘말’은발화되자마자지워져버린다.
2017년,신고리5·6호기원자력발전소‘공론화위원회’에서는장기적으로원자력발전을축소해나가되건설중이던원자력발전소는경제적손익을고려해서계속짓는것이좋겠다는권고안을내놓는다.‘밀양할매’는이공론화의장에서‘전문가’도아니었고‘당사자’도아니었다.그리고‘당사자’도아니고‘전문가’도아닌이들은이공론화의장에서제대로발언할기회를갖지못했다.
공론화위원회의발표이후말을잃은할머니들은그림을그리며다시‘말’을나누기시작한다.그리고그림을통해말로표현하지못한‘목소리’를드러낸다.이책은‘밀양할매’를비롯해자기자리를갖지못한‘목소리’들이내려앉을자그마한자리하나를만들기위해기획되었다.

‘생명’의편,‘살아있는것’들의편

‘밀양할매’의송전탑그림에는언제나꽃과나무와새들이있다.그리고‘밀양할매’는송전탑을뽑아그땅을꽃과나무와새들에게돌려주어야한다고말한다.‘밀양할매’는생명을지키고가꾸기위해‘송전탑’에반대하고‘원자력발전’에반대한다.그리고꽃과나무와새들을비롯한모든살아있는것들의‘생명’을지키기위해강건하고담담하게싸워왔다.
‘밀양할매’는송전탑을생명을위협하는괴물로인식한다.‘밀양할매’가그린송전탑은모두영화에등장하는거대로봇괴물을닮았다.할머니들에게송전탑은‘남의편’이지만,진달래나소나무는‘내편’이다.‘밀양할매’는처음부터지금까지‘생명’의편,‘살아있는것’들의편이다.그래서이고단한싸움을중단하지못하는것이다.

사회운동의어른이자신념에찬활동가로서‘밀양할매’

이책에서호명하는‘밀양할매’는밀양에사는‘할머니’들만을가리키는말이아니다.또한‘밀양할매’는사랑스럽고소녀같고발랄하고귀여운‘할머니’의이미지에고착되어있지않다.그림작업을하면서나누는‘밀양할매’들의수다에는연륜에서배어나는여유와유쾌함이가득하다.여느‘할머니’들과다를바없는모습이지만,그림에서드러나는‘밀양할매’들의모습은조금다르다.‘밀양할매’들은송전탑건설을강행하기위해한국전력이고용한용역들을향해거침없이욕을쏟아내기도하다가어린전경들이끼니를거를까걱정하여살짝먹을것을내밀기도한다.한치앞이안보이는깊은밤에도조용히산에오르고,폭력에맞서싸우는대열의맨앞줄에서며,맨몸으로경찰들의진압에맞서는‘밀양할매’는사회운동의어른이자,신념에찬실천가의모습이다.

수많은연대의존재들을상징하는표상이되다

이책에는‘밀양할매’들이연대자들과함께성장해온과정도담겨있다.‘밀양할매’는고립되어있다고느낀순간자신들을찾아와주었던연대자들의손길을기억하고잊지않으려한다.그리고그‘연대’의손길을다른사람들을향해내민다.
‘밀양할매’들은송전탑건설반대투쟁을하며‘철탑에올라가농성하는노동자들의심정을이해하게됐다’고말한다.‘높은곳에올라서야목소리를드러낼수있었던이들의심정이지금송전탑에올라가소리높여외치고싶은자신의마음과똑같다’는것이다.‘밀양할매’가제주강정마을의주민들,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세월호유가족들에게내민손길은모두본인들의싸움에서깨달았던소중한‘연대’의실천이다.그리고‘밀양할매’의곁에는그들과함께천막농성장을지키며함께밥을먹고수다를떨고꽃을보고노래를불렀던연대자들이있다.
이책에는연대자들과함께한싸움의기록과함께그들에대한고마운마음이곳곳에담겨있다.모든폭력에저항하며생명의가치를지키기위해탈핵의길에나선‘밀양할매’는,이길에동참한수많은연대의존재들을상징하는표상이기도하다.

[책의특징과구성]
이책은총5부로구성되어있다.
1부〈밀양의빛깔〉에는송전탑이들어서기전의밀양의아름다운모습이담겨있다.‘밀양할매’들은염료를섞어가장그리고싶은‘밀양의빛깔’을만들어종이가득칠했다.그리고종이위에는밀양의진달래꽃빛깔,배추색과가지색,마을에서바라본하늘의빛깔,봄물이오른들판의빛깔등이가득채워졌다.‘밀양할매’들의붓질은거침없고,자연의색을머금은빛깔은아름답고다채롭다.
2부〈너와나,서로마주본얼굴〉에는서로가그려준얼굴과자화상등을담았다.한사람이맞은편에앉은사람의얼굴을그린것도있고각자자신의자화상을그린것도있다.특히서로둘러앉아종이를돌려가면서따로따로눈,코,입을그려한사람의얼굴그림을완성하는작업에는모든마을이참여했다.처음서로의얼굴을자세히마주쳐다보며그린그림들이투박하면서도정겹다.
3부〈곱디고운내몸〉에는손이나발을대고형태를본뜬다음각자그리고싶은꽃과나무들을그리거나전지를여러개붙인후드러누워몸의라인을본뜬다음그림을그린작품들이수록돼있다.몸의선을따라그렸을뿐인데그형태만보고도당장누군지알아맞힐수있을것처럼그림의주인공을닮아있다.
‘밀양할매’가가장자신있게그린것은송전탑이다.4부〈송전탑과꽃〉에서‘밀양할매’들은송전탑의아주디테일한부분까지자세히묘사한다.특히송전탑의위용과번쩍이는불빛이강조되어있다.또송전탑을불태우고싶은마음이나송전탑이세워져슬픈마음,송전탑에올라가소리높여외치고싶은마음이표현되어있기도하다.가장놀라운것은모두들약속이나한것처럼송전탑옆에나무와풀,새와꽃들을그렸다는사실이다.‘밀양할매’는‘거기원래있던것들이고그땅의원주인이라서’라고말한다.송전탑그림옆에는한결같이‘송전탑을뽑아줄테니소나무야자라거라’,‘송전탑뽑아줄테니꽃들아피어나라’등의읊조림이담겨있다.
5부〈함께싸워온우리〉에는송전탑이들어서는것을막기위해산속에천막을짓고농성을할때의기억을담았다.‘밀양할매’는새카맣게올라오던경찰들,용역에맞서던서로의모습,농성장에서먹었던바나나몇개,산길을오르내리다수녀님을만나부둥켜안고울었던기억등을그림으로표현했다.권력의횡포에맞서강건히싸우는모습과그과정에서겪은상처와아픔이함께드러나있어뭉클한감동과슬픔을동시에느끼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