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포스트’가 아닌 ‘지금’ 코로나 시대의 교육)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포스트’가 아닌 ‘지금’ 코로나 시대의 교육)

$17.00
Description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우리 교육(학교)의 문제는 무엇이었고,
재난 상황에서 더욱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코로나 시대,
미래 교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환상에서 벗어나
‘지금’을 응시한다.
2020년, 우리의 삶과 관계를 잠식해 버린 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으나 주로 교사 입장에서의 분투기이거나 미래 교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혹은 낙관적 전망(“포스트 코로나 시대”)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은 코로나가 드러낸 (이미 존재하던) 우리 교육과 학교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재난 상황에서 더욱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일상의 재난화, 재난의 일상화

이미 일상이 재난이라고 할 만큼 각박한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재난이 일상화되었음을 깨닫게 했다. 특히나 1년 가까이 사실상 학교를 멈추게 했다는 점에서 어떠한 재난보다 교육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교육의 영역에서 코로나19가 확인시켜 준 것은, 대한민국이 바이러스의 위험이 아니라 무한 경쟁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출 때에도 사교육 시장은 활성화되었으며, 각종 입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는 개개인에게 교육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되었다. 일상의 재난화를 넘어 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교육은 시대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재난 상황에서 그 피해는 개개인의 민감성과 적응 능력에 의해 차등화된다. 울리히 벡은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은 민주적이지 않고 위계적으로 배분되었다. 기회는 부유층에 쌓이고, 위험은 하층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등교 개학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론을 주도하는 사이 누군가는 돌봄의 공백 속에서 생존에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교육 당국은 온라인 학습이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도구인 양 포장했지만 학습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었다. 이제 교육은 교문 안으로 들어서면 누구에게나 동등한 학습의 기회를 주던 데에서 더 나아가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에 고민해야 한다.

‘포스트’가 아닌 ‘지금’ 코로나 시대의 교육

코로나19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인가.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러한 인식이 오히려 코로나 시대를 성찰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는 구조적인 위기이고, 바로 지금 코로나19를 대하는 자세와 행동이 앞으로도 반복될 위기를 어떻게 대면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이다. 팬데믹 사태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특수한 ‘재난’ 상황에서 빚어진 문제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와 교육이 가지고 있던 모순을 ‘드러낸’ 것이었다.
백신과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바이러스도 종식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 이전의 교육은 우리가 바라던 교육의 모습이었나? ‘지금’의 위기를 우리 사회를 성찰하고 전환하기 위한 기회로 삼지 못한다면,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포스트 후쿠시마’가 그러했듯. ‘포스트 세월호’가 그러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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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용주

초등교사,《오늘의교육》편집위원

목차

책을펴내며|정용주……6


1부.코로나시대,학교는우리에게무엇이었나

코로나19와입시중누가더힘이셀까1
-온라인교육에서등교준비까지|조영선……18

코로나19와입시중누가더힘이셀까2
-코로나19속에달리는입시열차|조영선……33

코로나시대,한교사의응전일기
-만나지않고배울수있는가|김진우……55

코로나시대,아이들은왜학교에가야하는가
-장기비상시대의교육|정형철……75

남몰래거인이되다
-코로나팬데믹으로증명된학교의역할|이하나……87

학교텃밭과텃논이‘미래교실’이다
-코로나시대,전환의교육학|조진희……104


2부.위험은민주적이지않다

‘포스트코로나교육’이아닌‘지금코로나교육’
-나의지극히개인적인코로나시대의교육사례|정용주……120

아이들의꿈에도사회적거리가만들어졌다
-재난은누구에게나‘평등’한가|김중미……136

코로나시대,노들야학은어떻게살아가는가
-장애인과코로나19,그감염병의무게|천성호……154

특성화고학생들,그들각자의고민
-코로나19사태,취업희망학생들과학교의존재이유를생각하며|이윤승……167

코로나19가호출한노동과몸,그리고교육
-코로나시대가드러낸교육과교사의역할|이현애……182

3부.재난이후우리가만들어갈사회

‘구글리피케이션’
-온라인교육시장이공유지를약탈하는방법|채효정……202

재난의비일상에서새로운일상의재구성으로
-대학등록금반환운동의의의와한계|강석남……223

인권으로서의어린이·청소년돌봄
-코로나시대,돌봄을돌아보다|서상희……240

부정한동맹에서정의로운전환으로
-일상으로돌아간이후의교육|정용주……257


부록.코로나19현장리포트
-코로나바이러스가소환한학교와교육

교사노동과학교의의미다시생각하기|양서영……282

교실속섬이되어버린아이들|박노해……287

농·산촌작은학교에서다른삶의방식을고민하다|김석규……291

배우려는아이들,배울수없는학교1
-수업편:위기는기회가될수있을까|정수연……295

배우려는아이들,배울수없는학교2
-평가편:아이들에게미안하다|정수연……301

코로나19가드러낸급식노동자의현실과학교의민낯|정명옥……305

작은학교이기에할수있었던것들|김인순……312

코로나19가학생들에게남길흔적|안정선……316

장애학생에게도‘평범한’오늘은올까|윤규식……322

코로나19로멈춰진일상에서학교를생각하다|최영미……328

출판사 서평

+책의특징과구성

이책은총3부와부록으로구성돼있다.
‘1부-코로나시대,학교는우리에게무엇이었나’에서는코로나19라는재난과마주한학교의모습을그리며학교의존재이유가무엇인지,코로나19가드러낸교육의문제는무엇이었는지성찰한다.조영선은〈코로나19와입시중누가더힘이셀까〉라는주제로두편의글을통해온라인수업부터등교개학까지의시간과,이후바이러스의감염위험도감수하고수능총력전을치르기까지의시간을들여다본다.한국교육의존재이유가결국입시에있었음에대한통렬한비판이다.온라인교육의시대,교사는,학교는어떤의미일까.〈코로나시대,한교사의응전일기〉를쓴김진우의글에서는코로나시대,교사의존재론적인고민이묻어난다.정형철은〈코로나시대,아이들은왜학교에가야하는가〉라는글을통해‘장기비상시대’라칭할수있는이시대,그럼에도불구하고학교에가야하는이유를성찰한다.이하나의글〈남몰래거인이되다〉는학교가그동안해왔던역할을다시금주목하면서학교를어떤공간으로만들지를고민한다.교육농을실천하고있는조진희(〈학교텃밭과텃논이‘미래교실’이다〉)는모든게멈추었던2020년,학교내유일한소통의공간이었던학교텃밭과텃논을통해새로운‘미래교실’의가능성을이야기한다.

‘2부-위험은민주적이지않다’에서는코로나19가만들어내는여러가지사회문제와그과정에서배제되거나소외되는이들의모습을들여다본다.초등교사인정용주는〈‘포스트코로나교육’이아닌‘지금코로나교육’〉에서온라인시대,공교육은단순히동등한교육기회를제공하는것을넘어가정학습에서의공공성의추구를고민해야한다고말한다.코로나시대,사람들사이뿐만아니라아이들의꿈에도사회적거리가만들어졌음을고백하는기찻길옆작은학교이야기(〈아이들의꿈에도사회적거리가만들어졌다〉(김중미))와힘든여건에서도배움의길을멈추지않기위해고군분투하며‘그감염병의무게’를이겨내는노들야학의이야기(〈코로나시대,노들야학은어떻게살아가는가〉(천성호))는재난이평등하지않음을아프게깨닫게한다.이윤승은〈특성화고학생들,그들각자의고민〉을통해온나라가인문계고3의대학입시문제에만관심을기울이는사이,얼어붙은취업시장에서살아남기위해고전한특성화고학생들의이야기를전한다.이현애는,〈코로나19가호출한노동과몸,그리고교육〉이라는글에서‘노동’과‘몸’,‘교육’을키워드로교육과사회를가로질러코로나19로인해드러나고심화되고있는핵심문제들을짚는다.

‘3부-재난이후우리가만들어갈사회’에서는‘포스트코로나시대’라는이름으로다양하게이루어지고있는미래사회와학교교육에대한낭만적상상을비판적으로성찰하며온라인교육시장의문제,교육체제전환,돌봄문제등을다룬다.
채효정은〈‘구글리피케이션’〉에서팬데믹상황을교육을‘갈아엎을’절호의기회로삼고있는자본에대해폭로한다.구글의사례를통해플랫폼기업이어떻게학교를점령해왔는지를돌아본그는,교육시스템을바꿀절호의기회는자본의것이기도하지만민중의것이기도하다는것을일깨운다.〈재난의비일상에서새로운일상의재구성으로〉에서는코로나상황에서또하나의이슈였던대학등록금반환운동의의의와한계를다룬다.강석남은등록금반환운동이비대면강의가대학교육을온전히대체할수없다는사회적합의를이끌어냈다는점에서의의가있지만소비자로서의자기호명에서벗어나대안적대학교육의상을그려나가지못하고있음을지적한다.서상희의〈인권으로서의어린이·청소년돌봄〉은코로나시대,어린이·청소년에대한돌봄을돌아보는글이다.저자는코로나상황에서어린이·청소년의돌봄이적절하게이루어지지못한배경에는기존의돌봄체계의허약성이있다고폭로한다.현재우리사회의돌봄시스템의문제를돌아본그는인권으로서어린이·청소년의돌봄에대해접근하는‘인식의전환’을촉구한다.3부마지막글,〈부정한동맹에서정의로운전환으로〉(정용주)에서저자는,지젝의표현을빌려“중요한것은일상생활로돌아간그다음날”이라고말한다.그는미래가징후를보내는지금,진정한성찰의시간을보내지않는다면팬데믹이지나간다음에도우리들의삶은아무것도변하지않을것이라고일갈한다.

마지막으로‘부록-코로나19현장리포트:코로나바이러스가소환한학교와교육’에서는다양한주체들의목소리를통해코로나시대교육현장에서길어올린사유를생생히전한다.
온라인등교상황에서노동의의미를다시묻는가하면(〈교사노동과학교의의미다시생각하기〉(양서영),〈코로나19가드러낸급식노동자의현실과학교의민낯〉(정명옥)),코로나시대,아이들이잃어버린것들을성찰하기도한다(〈교실속섬이되어버린아이들〉(박노해),〈코로나19가학생들에게남길흔적〉(안정선)).코로나상황에서수업과평가방식의변화속에서학교와교육의의미를고민하는교사의목소리(〈배우려는아이들,배울수없는학교1,2〉(정수연))도있는한편작은학교의장점을살려다른교육과삶의방식을고민하려는노력도엿볼수있다(〈농·산촌작은학교에서다른삶의방식을고민하다〉(김석규),〈작은학교이기에할수있었던것들〉(김인순)).누구보다힘겨운한해를보냈을장애학생들의이야기를담은특수교사윤규식의글(〈장애학생에게도‘평범한’오늘은올까〉)은재난상황에서우리가놓친지점들을다시금환기시킨다.마지막최영미의글(〈코로나19로멈춰진일상에서학교를생각하다〉에는학부모로서코로나19사태를경험하며느낀점들을담았다.학교에서배우는것들이재난상황에서도습득되어야할만큼절실한것들인지,감염병전염을이유로온라인학습을일상화하는것이과연교육적인지담담하게묻는질문들에는묵직한여운이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