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증언 (2009년 3월 7일, 그 후 10년)

13번째 증언 (2009년 3월 7일, 그 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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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잔혹동화 같은 이 이야기가 바로 지난 내 삶이다. 자연 언니와 함께했던 시간은 기껏해야 1년 남짓, 하지만 나는 그보다 10배가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언니를 잊지 못했다. 트라우마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라고 들었다. 지금도 나는 언니의 죽음을 견뎌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애기야” 하며 다정하게 부르던 그 목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언니의 내민 손을 미처 깨닫지 못해 못 본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과 회한으로 나는 13번의 증언을 했다. 그것이 살아남은 내가 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알던 자연 언니는 맑고 여린 사람이었다. 그런 언니가 남몰래 받았던 상처, 그리고 쓸쓸히 자신의 손으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그 고통까지는 어느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사건이 일어난 후 한국을 떠나오고부터는 정작 단 한 번도 언니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지 못했다.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그동안의 침묵을 정리하고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그리고 이제는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올해로 언니의 사망 10주기가 되었다.
한때는 같은 길을 걷는 친구였고, 어린 나를 세심히 챙겨주며 웃던 언니였다. 나이 사십이 되고, 오십이 되어도, 그보다 더 많이 나이를 먹어도 배우이고 싶었던 사람, 장자연. 미처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자연 언니 앞에 흰 장미 한 송이를 바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저자

윤지오

배우,방송인,강사
화려할수있었던시기에한국을떠나10년동안묵묵히간직했던과거와진실을알리고자한다.
현재,모델테이너로라이브스트리머,플로리스트,플랜테리어디자이너강사로활동중.
AOGroupCorp부대표.
Omabell대표.

목차

책을내기까지
1.13번째증언Ⅰ
2.착한아이콤플렉스
3.밀가루외계인
4.고단한연습생
5.슈퍼모델이되다
6.위험한만남
7.계약금3백만원,위약금1억원
8.C의성추행
9.계약해지와꽃보다남자
10.자연언니의죽음
11.장자연리스트
12.참고인조사
13.K의송환과대질
14.동료배우윤모씨
15.끔찍한제안
16.트라우마
17.미투운동
18.청와대국민청원
19.마지막기회
20.재수사
21.13번째증언Ⅱ
글을끝내며

출판사 서평

세상을살아가다보면간혹예상치못했던난관에부딪히고는한다.
가장큰고비는스무살무렵에찾아왔다.단단하게여물지도,사리판단을제대로할수있던때도아니었다.장자연언니의죽음은내가감당하기엔너무큰슬픔이었다.언니의죽음이남긴숱한의문은나를오랜시간옥죄었다.사실이규명된것은별로없었고,내진술에도불구하고사건은유야무야덮이고말았다.죽음으로항변했던언니의억울함을그누구도시원히밝혀주지않았다.

나는경찰과검찰에나가열두번이나진술했다.또한피의자들과대질신문도했다.당시는아르바이트와학업그리고일을병행해야하는때였지만,내가당연히해야하는일이라고생각했다.내가아니면진실을증언할수있는사람이없다는사명감도있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수사를받는동안에겪었던마음고생을어떻게다말할수있을까.조사후에도아주오랜기간고통스러웠다.정신과입원치료까지받아야했으니말이다.

그리고9년의세월이흘렀다.많은국민들의청원에힘입어재수사가시작되었다.나는다시증언대에서야했다.나의고통을알리없는누군가는내가유명세를얻기위해증언대에선다는말을서슴지않았고그보다더심한말로나를모욕했다.가족은나의고통을생생히지켜봐왔기에이번에는증언을하지않길바랐다.하지만고통속에서죽음으로항변했던자연언니에비하다면나의고통은감내해야했다.나는언니를외면할수도잊을수도없다.그래서다시진실을증언하러한국으로돌아왔고,진실을밝혀야만했다.

사람들은나에게이미훌쩍시간이지나버린,10년전그때의일들을어떻게기억하는지묻는다.사람들대부분이그렇듯제일처음경험한것은쉽게잊히지않는다.나역시마찬가지다.당시의나는그저꿈이좌절될까두려워하던연예인초년생이었다.사회에나와생경하기만했던첫경험들을어떻게잊을수있을까.내기억속에는그때의모든일이지금도선명하게남아있다.

나는그일이후연예계에서퇴출아닌퇴출을당했고힘든세월을겪어내며한국을떠나외국에서숨어살듯숨죽여지내야만했다.나는또다른피해자가되었고,계속되는트라우마로힘겹게살아왔다.다리가없는데달리고싶은심정이었다.목소리를내어고래고래소리를지르려해도아무런소리조차나오지않는그런기분.설사그렇게소리를내지른다해도그누구하나들어주지않는그런심정으로하루하루를살아왔다.나는억울했다.하지만언니의죽음뒤에서있던그들은여전히잘지내고있다.고통스러운시간속에서나는그들의모습을지켜봐야했고,시간이흘러다시증언대에올랐다.과거에도그랬지만지금도나는내가할수있는일을할뿐이다.

아무리오랜시간이흘렀어도가해자는분명히존재한다.가해자없는피해자가있을수있을까?시간이피해자의고통을사라지게만들수있을까?나는없다고생각한다.그런데가해자로처벌받은사람은단두명에지나지않는다.이제는잘못을저지른이들을단죄해야할때다.

올해는자연언니의사망10주기다.늘나를“애기라고”불렀던사람…….자연언니가이제는진정한안식에들길바라면서이글을썼다.그리고나도이제는이무거운짐을내삶에서,내어깨에서,내머릿속에서털어내고싶다.그간나를따라다니던‘장자연사건의목격자’라는이름으로더이상은법정에설이유가없기를바란다.

거짓속에묻혀있던진실이내마지막증언으로세상속에모습을드러내기를간절히희망한다.이것은언니와나를위한진실의기록이다.또한,다시는일어나지말아야하는일들의기록이며,언니도나도맘껏꿈을펼치며나아갈수없었던그길에대해아쉬움과미련을담은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