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관심의눈으로바라보고노래하다
평범한사물에숨겨진특별한이야기들
모든사물은정형화된본질을지니고있다.거울은비치는일을,냉장고는신선하게음식을지키는일을,에어컨은내부를시원하게만드는일을담당한다.만약그것들이자기역할을다하지못한다면폐기처분될수밖에없다.사물은본질을잃으면더이상아무것도아니기때문이다.그런데시인은모든사물에서본질이상의것을찾아내고싶어한다.그래서사물을해체하고사랑과관심의눈으로다시바라본다.본질을넘어선것들은어떤존재의의미를갖게될까?
평소엔
시침,분침만볼뿐
관심도없더니
올림픽땐
달리기,수영,태권도,유도…
0.01초도가슴졸이며보네
이제알겠지!
나도
지구촌을
들었다놨다
울렸다웃겼다
할수있다고
<힘센초침>전문
고대그리스인들은‘시간’을두개의헬라어,크로노스와카이로스로이해했다.크로노스는누
구에게나공평하게흐르는객관적인시간이라면,카이로스는어떤사건이일어나는때나기회를나타내는시간이다.“평소엔/시침,분침만볼뿐”초침에관심도없었던시간은크로노스에해당하고,“올림픽땐/달리기,수영,태권도,유도…/0.01초도가슴졸이며보”는시간은카이로스에해당한다.무심히흘러가는시간속에서초침은잊힌존재에불과했다.그러나카이로스의시간이왔을때,초침은“지구촌을/들었다놨다/울렸다웃겼다/할수있”는존재가된다.시간속에크로노스와카이로스가동시에존재하듯,우리에게도평범함과특별함이동시에존재한다는것을시인이비유로말해준다.사물과의내적교섭을통해구체적인상황을포착해내고,그것의의미를극대화하였다.
폭탄이다
몸속에
새콤달콤탄알을
가득품고있는
시한폭탄
가을햇살이
안전핀을뽑자마자
과즙이
팡!팡!팡!
?석류?전문
시인은자연의위대함을격정적어조로구사한다.“탄알”,“시한폭탄”,“안전핀”등의비유적이미지들이매우효과적으로어떤의미를암시하기때문이다.“과즙이/팡!팡!팡!”에서는원형적이미지로서의물을떠올리게한다.물은창조의신비,탄생,죽음,재생,풍요와성장의상징으로서시간의영원한흐름,생의순환등을암시한다.그러므로석류는과일한알로서의본질을넘어서서우주순환의비밀을포함하게된다.
이책에담긴60편의시들은우리주변의친숙한소재들도꾸려져있다.그러나시인은사물의친숙한이치를표현하려하지않는다.그보다는상상력을개방하고감수성을높여서다양하게노래하려고노력한다.수많은사물이생명을얻기갈망하고있다는것을알기때문이다.그들과소통하려면시인은외톨이가될수밖에없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