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묻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고전 새롭게 읽기 3)

고전에 묻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고전 새롭게 읽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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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전에 묻다》는 인문학자 김경집의 ‘고전 새롭게 읽기’ 시리즈의 셋째 권이자 완결편이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바라보거나 다양한 감각과 상상을 동원해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려고 시도한다. 가령, 《논어》를 군자가 아닌 소인의 눈으로 읽고, 《어린왕자》를 시각만이 아닌 오감을 총동원해 느껴보는 식이다. 《데카메론》에서 《전태일 평전》까지,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창백한 푸른 점》까지 문학, 역사, 경제, 예술, 과학 등 국내외 고전 26권에 대한 이 숙독의 기록은 ‘고전은 질문하는 사람에게 늘 답을 건넨다’는 믿음 아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우리를 고전들에 대한 더 넓은 이해의 지평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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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경집

인문학자.서강대학교에서영문학과신학을공부하고같은대학원철학과에서예술철학과사회철학을공부한뒤,가톨릭대학교인간학교육원에서인간학을전담해가르치다가스물다섯해를채우고학교를떠났다.현재자유롭게글쓰고강연하면서방송에출연하고여러매체에칼럼을기고하고있다.
평생문학과철학을공부하고가르치며늘시대정신과미래의제에대한고민과성찰을멈추지않았고,특히생각의전환,다르게해석하기,현상너머의감춰진진실을드러내려애썼다.《인문학은밥이다》《생각의융합》《생각의인프라에투자하라》《어른은진보다》《언어사춘기》《김경집의통찰력강의》《앞으로10년대한민국골든타임》《고장난저울》등은그런노력의산물이다.
에세이에는삶의진정성뿐아니라사회적연대와문화적성숙을함께이루고픈갈망을담았다.《나이듦의즐거움》《마흔이후이제야알게된것들》《생각을걷다》《인생의밑줄》등이그런책들이다.
다른저서로는다음세대에대한애정은담은《거북이는왜달리기경주를했을까》《정의,나만지키면손해아닌가요?》《생각하는십대를위한철학교과서,나》《진로인문학》등과우리의종교현실에대한안타까움을담은《눈먼종교를위한인문학》《죽으러온예수,죽이러온예수》등이있다.
어떤학문,어떤분야건그대상과목적,주제와주체가인간으로수렴되는한모두인문학이라는시선에서,오늘도세상과삶의여러면목을탐색하고공부하고있다.생각이멈추면삶도멈춘다는마음으로지금도다른눈과생각으로세상과삶을읽어내는새로운책작업을지속하면서,더불어지역공동체와문화운동에도미력하나마발을담그며살고있다.

목차

1.우리는모두슈호프다

오감을깨우는책읽기_『어린왕자』
소인의눈으로다시읽다_『논어』
주연만존재하는건아니다_『벚꽃동산』
역사는균형이다_『영국사』
경제학의진실을두려워하지말라_『경제학을리콜하라』
우리는모두슈호프다_『이반데니소비치의하루』
우리들의슬픈자화상_『세일즈맨의죽음』
그언어들로행복할수있는_『무진기행』

2.이사람의신발을신고걸어보라

소소한인물에대한깊은애정_『유자소전』
이사람을보라_『스콧니어링자서전』
꺼지지않는불꽃_『전태일평전』
침묵이라는심연_『은밀한생』
전통과근대의대항_『월레소잉카대표희곡선』
누군가는사랑했고누군가는살아갔다_『닥터지바고』
할렘르네상스의재발견_『한때흑인이었던남자의자서전』
시대의눈으로본당대풍경_『러시아기행』
힘겨운,과거와의화해_『밤으로의긴여로』
어떻게공감하는가?_『타인의고통』

3.영원한사유의보물

여행,생각의이동_『이탈리아여행기』
진짜여우는누구인가?_『군주론』
내면의울림을깨우다_『가문비나무의노래』
신곡神曲?인곡人曲_『데카메론』
우주에서바라본점하나!_『창백한푸른점』
17자에담긴우주_『바쇼하이쿠선집』
거짓경제논리에휘둘리지않기위해_『도덕감정론』
인간사유의역사적보물_『그리스로마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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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내가고전에물으니,고전이새로운길로답하다

영상매체들이지식과정보를전달하는빠르고쉬운채널로자리잡으면서책의시대가끝났다고들이야기한다.하지만인문학자김경집은이러한평가에동의하지않는다.지식과정보만원한다면굳이책을읽을필요는없다.책을읽는다는것은끊임없이머릿속으로상상하고공감하고질문하면서‘나’와세상을연결하는작업이다.나의사고,감각,감정을책보다더확장해주는매체는없다고여전히그는믿는다.
여기서중요한것은어디까지나감상의주체가나자신이어야한다는것이다.아무리대단한고전이라도권위에눌리지않고판에박힌해석을답습하지않으며나만의솔직한질문을던져야한다.소위고전이담고있다는정답을찾으려고급급할게아니라나만의관점에서“먼저고전에물어보는것이다.답은하나밖에없지만질문은끝이없다.답은다른이가내린거지만물음은내가던진다.”그럴때고전은시간과공간을초월해나의인식과감각을일깨워준다.그럴때고전은단순히‘낡은책古典’을넘어‘세상을바라보는높은안목高展’을가르쳐준다.
《고전에묻다》는인문학자김경집이출판전문지《기획회의》에연재했던‘고전새롭게읽기’시리즈의셋째권이다.첫번째책《고전,어떻게읽을까?》에서익숙한고전들을새롭게비틀어보는방식을시도했고,두번째책《다시읽은고전》에서예전에읽었을때와나이든뒤읽었을때의생각과느낌을비교하는방식을실험했다면,이번완결편에서는좀더다면적이고심층적인고전독서법을제안한다.

-다른인물의시선으로바라보다

먼저,《고전에묻다》는저자나주인공의시선에서벗어나다른등장인물의시선으로이야기를바라보려한다.예를들어,체호프의《벚꽃동산》을읽으며가난한농노에서신흥자본가로성공한로파힌의정확한현실인식과농노해방령에도변화를거부하고주인에대한충성심을고집하는늙은하인피르스의태도를대조하는가하면,《세일즈맨의죽음》에서는숱한애증에도불구하고끝내화해하지못한채돌아가신아버지를영웅으로그리는아들비프의아쉬움과평생의동반자를잃은채공허함과무력감에빠지는아내린다의절망을대비시킨다.
고전,특히문학작품을읽을때우리가줄거리에빠져주인공의처지에감정이입하는것은자연스러운경향이다.하지만“주변에있는수많은인물들또한나름대로세상의중심이다.어느누구도들러리나엑스트라역으로살지않는다.”“하나의시선,하나의해석만존재하는게아니다.사람이그렇고삶이그러며세상이그렇다.”이야기를의식적으로다양한관점에서바라보고상상속이미지와상황에공감하려는이책의독서법은수동적이기보다는능동적이고,반응적이기보다는반성적이다.따라서초회차감상에서는불가능하며,불가피하게재독과숙독을요구한다.이책은이러한감상법의실험적시도이자모범적예시다.

-느끼고상상하는책읽기

또한《고전에묻다》는모든감각과상상을동원하여새로운이성과감각으로느끼고상상하는독서법을시도한다.예를들어,《어린왕자》를‘지각’정보들의단순나열로만수용하는게아니라적극적으로나의‘감각’으로바꿔재생해보는것이다.불시착한사막의한밤의냉기와적막,떠오르는태양의장엄한색조,사방에서불어오는모래바람의건조한열기,한낮의작열하는햇살,고장난비행기를고치다손에묻은시커먼기름냄새…….그상황의완벽한고독과두려움을청각·촉각·후각등오감을통해직접느껴보고,어느날아침요상한차림의꼬마가불쑥나타나잠을깨운다면얼마나놀라울지상상해보는것이다.
저자는《벚꽃동산》에서경매로넘어간후벚나무들이도끼에찍혀쓰러지는소리에귀기울이며,그비명소리를과거의덧없는영화에대한이별곡이자앞으로펼쳐질고단한생활을예고하는불길한배경음악으로읽어내는가하면,《밤으로의긴여로》에서시종등장하는짙은‘안개’의이미지를서로를상처주는가족관계의숨겨진아픔과가혹한현실의피난처로서갖는침묵의위로라는이중적상징으로읽어내기도한다.
이야기를그저지식과정보위주로소비하는전형적독서방식에서벗어나,이처럼놓치기쉬운다양한감각과느낌을하나하나음미하며재현해보는책읽기야말로훌륭한상상력과공감의훈련과정이다.말로만콘텐츠의시대라고할게아니라,이런식으로책한권읽는것이“어쭙잖은창의력책들100권읽는것보다낫다.”고저자는주장한다.

-‘군자’가아닌‘소인’의눈으로읽는《논어》

이책이제안하는새로운책읽기방법은동양의대표적고전인《논어》를비틀어해석하는대목에서뚜렷이드러난다.《논어》를읽으면누구나‘군자’를흠모하고‘소인’을멀리하게된다.군자가주인공이라면소인은조연,아니악당인셈이다.저자는군자가누구나추구할만한이상이라는데동의하지만,소인이그렇게까지욕먹을존재인지에대해서이의를제기한다.
공자가살던농경사회,사농공상의신분제에서매사에이익을따지는장사치는소인배로업신여김을당했다.이러한환경에서“아마도공자는군주를비롯한지배계층의도덕정치를강조하기위해정치를장사처럼해서는안된다는철학을강조했을것이다.”하지만현대사회에서자기이익을추구하는것은결코허물이아니며,대다수보통사람의기본적생활태도다.부당한방법으로이익을좇는것이나쁠뿐이다.
저자는군자의반대는소인이아니라위선자나악인이라고말하며,소인을평범한보통사람常人으로과감히해석하고변호한다.이러한새로운관점에서바라보면《논어》의글귀는고리타분한이상론이아니라좀더우리대다수에게적합한현실적지침이된다.소인을죄악시하고군자를“너무높이멀리떨어진존재로만인식하면원심분리만가속될뿐이다.우리에게는군자와소인이함께있지않은가.”

-동서고금다양한분야의고전을맛보다

《고전에묻다》는문학,역사,경제,예술,과학등다양한장르의국내외고전26권을망라한다.그중에는이정전의《경제학을리콜하라》나파스칼키냐르의《은밀한생》,마틴슐레스케의《가문비나무의노래》처럼비교적최근작품들도포함되어있는데,저자는고전의자격이란“시간의경과가아니라시간을뚫고나갈힘에”있다고믿기때문이다.
다루는책의스펙트럼만큼이나이야기전개방식도다채로워,《무진기행》에서는묵직한작가론과문체론을중심으로이야기를풀어가는가하면,괴테의《이탈리아여행기》는저자의개인적여행체험과비교하면서흥미롭게이야기를전개한다.흔히권모술수주의로오해되어온마키아벨리의《군주론》을시대상황에대한정확한이해를통해재평가를시도하는가하면,지행합일의표상으로서스콧니어링에대한개인적존경심을고백하기도한다.
가장인상깊은것은이대목이다.저자는《이반데니소비치의하루》를그저당대의비인간적현실에대한고발로서만이아니라주어진현실에갇혀관성적으로살아가는우리의삶이야말로‘나의수용소의하루’와같다고읽어내고,《세일즈맨의죽음》을그저아메리칸드림의허상과파멸이아니라IMF이후희망없는비정규직노동자의삶을강요당하는우리청년세대들에대한서글픈자화상으로읽어낸다.이렇게저자는지금여기의관점에서고전들이우리에게전하는의미를끊임없이질문한다.저자가《전태일평전》에대해쓴다음의문장은이책전체를관통하는기본적태도이자그가제안하는고전읽기방법론의요체일것이다.

그의삶의궤적을강물처럼따라가는건그의삶의종점과그이후의사회에초점이집중된다.그러나그건올바른독서가아니다.솔직히나는그와비슷한삶을살지는않았다.그래서관념적으로는공감할지모르지만삶으로서의공감과애정을오롯하게느끼지는못한다.그러니그의삶의기록은천천히읽어야한다.때론한페이지에서멈추고때론한줄의문장에서하루의시간을온전히할애해야겨우느낄수있다.물론그나마도여전히관념의공감이라는비겁한울타리안에서.그의분노와시대와사회의모순을먼저읽어내기전에그의삶과그의하루하루의결을먼저느껴야한다.그의땀냄새와힘겨운노동을마치고누추한집으로돌아가는길의하늘에걸린별을헤던그의눈길을읽어야한다.……나는단한순간이라도전태일과조영래의삶을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