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무덤은육지의무덤과다르다.무심코이포토에세이집을펼치다가사진속죽음을맞닥뜨리면당혹과슬픔이훅가슴을파고들것이다.생존의터전인논이나밭주변에서공간을확보하고이승의존재에게말을건네는사진속무덤은현실과는무관하다는듯전혀다른세상을펼쳐보인다.견고한돌은무덤주위를격자무늬로경계해서산담의칭호를얻었다.
산담은삶과죽음그사이,아슬한경계를구획하고또는넘나들며세속과숭고,이승과저승,삶과죽음의공존을시각화했다.이기묘하고독특한풍경이‘죽음의삶’혹은‘삶의죽음’의언어를동시에전해준다.
제주의무덤은천원지방의형식으로때로는장대한성채로굳건해졌다.마침내영혼은지상에뿌리를내리고평안한휴식에들었다.아름다운시각적형식으로삶의본질을지상에형상했다.그리고이제,그리움의언어로우리를소환했다.죽음과삶은손잡는다.이책에서죽음이란,또다른삶의양식임을예의를갖춰서배울수있다.
『제주의무덤』은사진이뿜어내는다채롭고풍성한새로움을맛본다.그동안눈높이시점혹은오름의높이에서무덤을조명한사진이아닌,드론이라는첨단도구를이용해서마음껏지상을부감한형식은처음일것이다.사진들은지상을호령하듯활달한시야를제공해서작품을만끽할수있는흔치않은기회를제공했다.평원법에익숙한우리에게,새의시선으로시각적인새로움과즐거움을,그리고풍요로운읽기를경험하게될것이다.
책속에서
제주의무덤(산담)은제주에서만볼수있는독특한형태다.밭과산,오름등에위치한곳이많은데그것은산자와죽은자가함께공존하는제주특유의삶에대한철학이깔려있다.이러한산자와죽은자가공존하는무덤을중심으로둘러싼‘돌담’그리고농사를짓기에는척박하여생활자체가어려웠던환경속에서살아왔던,그들의삶과죽음을초월한철학적인지혜를엿볼수가있다.
‘산담’은죽어서도망자의혼령이집으로찾아오기를바라는‘시문(출입문)’이만들어져있고출입문위치는남자는오른쪽그리고여자는왼쪽으로있다.‘시문’이없는경우가있는데,이경우에는‘시문’의위치에돌계단을만들어둔것을알수가있다.이렇듯산자의풍요로운삶은망자의혼령이지켜줌으로써지금까지무탈하게살아올수있었다고믿었고,앞으로도혼령이떠나지않게하려는산자의간절함이남아있다.그러나안타깝게도제주도를찾을때마다제주특유의돌담과산담들은점점사라지는것을볼수가있다.
---「김종범작가노트」중에서
겨울숲.
푸른빛이이곳에도착했다.
경이롭고환상적이다,
조용하고경건하고찬란하다.
오름의정상은차고단호하다.
고요가숲을점령하자그(녀)는고립무원이다.
눈(雪)의푸른슬픔이나무를적시고가지를미세하게흔들었다.
잔설은서늘한가슴속까지이미파고들었다.
그(녀)는무심하게도이곳을떠났다.
사라졌다.
흔적만이이렇게절해고도에홀로남겨졌다.
그(녀)가남겨둔눈동자가하늘을응시하며
자신이이곳에잠들었을때를기억한다.
숲은홀로남은그(녀)의체취를뜨겁게에워싸고눈(雪)마저가릴것이다.
마침내외로움도눈(雪)에덮일것이다.
홀로남겨진외로움,
이토록치명적이다.
너에게로향하기위해나의몸이날렵해진다.출항을기다리는배처럼신호를기다리지만끝내억겁의세월에갇혔다.망망대해푸른물결은파도치며떠나는나를가두고방향까지봉쇄했다.세계와단절시켰다.둘곳없어어지러운마음이평안을얻지못해서광분한억새처럼심란하다.억새는,떠나는혹은떠나지못하는나의성정을향해슬픔을마구마구풀어낸다.이미오래전너의그리움은내몸을점령해서모세혈관의끝까지파고들었다.친절한이방인으로다가와끝없이밀어를속삭이며새로운인연으로나를품었다.나는광포한슬픔을바라보며물결치며폭발하는너의마음을받았다.잠시홀로외롭고쓸쓸했다.이제시간은어김없이추위를부르고겨울은시간마저얼리리라.나를에워싸고냉동시키리라.부디둘곳조차없는그마음이제알겠으니그만멈추기를.
바야흐로너는오름의정상에서영혼의자유를만끽한다.정상쪽에머리를두고절대고독을선포한다.탕탕한정신이풍경을압도한다.갈대의무리는춤을추며네주변을별처럼반짝,빛을뿌린다.길은세필처럼가늘고길게오름과오름을이어서여기저기순례자의영혼과만나게한다.천공의빛을정상에서그대로뒤집어쓰고가장낮은사람을향한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