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유토피아

역사와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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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외로운 이방인, 자칭 원시인이었던 에밀 시오랑이 폭력적인 언어로 풀어쓴 문명 비평
“마르크스주의의 명분이든 동방정교의 명분이든 러시아는 가톨릭교회의 권위와 명성을 무너트릴 운명을 타고났다. 러시아인들이 가톨릭의 목표를 용납하려면 자신들의 사명과 계획을 상당 부 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제 치하의 러시아인들은 가톨릭이 그리스도를 반대하는 도구라고 규정하고 ‘저주’의 기도를 했다. 지금은 가톨릭을 반동의 앞잡이 사탄으로 생각하고 옛날의 저주보다 더 강도 높은 욕설을 퍼붓고 있다. 곧 모든 무게와 힘으로 가톨릭을 침몰시킬 것이다. 금세기 깜짝 사건의 하나로 베드로 성자의 마지막 후계자 교황이 사라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와 자유의 바이러스〉

나치 독일의 멸망으로 루마니아가 소련의 위성국으로 사회주의국가가 되어버리자, 파리에서 무국적자로 머물러야 했던 에밀 시오랑은 루마니아어와 이별하고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로 결정한다. 《역사와 유토피아》는 1960년에 출간된 그의 네 번째 프랑스어 작품으로 상까지 수상하며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첫 에세이 〈두 유형의 사회에 대하여〉는 루마니아 철학자 콘스탄틴 노이카(Constantin Noica)에게 보낸 편지로,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사회를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권력과 역사의 흐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시오랑에 따르면 역사는 정해진 어떤 방향이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저 그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무리 중 가장 강한 자가 권력을 잡는다는 것. 〈러시아와 자유의 바이러스〉에서 그는 러시아, 러시아의 역사, 발전, 그리고 그가 “자유의 미덕”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시선을 보여준다. 〈폭군의 학교에서〉는 스탈린과 히틀러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그는 보기 드문 명쾌함과 설득력 있는 논리로 폭군과 폭정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원한의 오디세이아〉에서는 ‘이웃을 미워하는’, 즉각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복수를 하려는 우리 모두의 뿌리 깊은 꿈을 조사한다. 마지막 〈황금기〉에서는 수많은 시인과 사상가의 유토피아인 성경의 에덴동산인 “황금기”의 개념을 분석한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글들이지만 그럼에도 아이러니와 독설과 풍부한 지식과 ‘무해’한 사상을 구사한 그의 문명 비평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유토피아의 악덕과 미덕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사람은 불가능에 부딪혀야 행동한다. 유토피아를 생산할 능력이 없고 거기에 헌신할 능력이 없는 사회는 딱딱하게 굳어져 망한다.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현자들은 주어진, 가지고 있는 행복에 만족하라고 한다. 인간은 거부한다. 그 거부를 통해서 인간은 역사적 동물이 되는 것이다. 행복을 꿈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유토피아의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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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즉 지상에 이상사회를 건설하고 싶다는 이념은 플라톤 이후 마르크스, 레닌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 떠나지 않는 욕망이다. 시오랑은 이런 사상의 흐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그들이 말했던 완전함이란 결점이었고, 참신한 희망이란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감상적으로 상상했던 사회 유형이었지만 실제로는 살 수 없는 것이었다고.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주장했던 카베의 공상 소설 《이카리아 여행》을 예로 인용한다. 토머스 모어에서 캄파넬라, 카베, 푸리에까지,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까지 쓰여진 수많은 유토피아 문학을 섭렵한 시오랑은 거기에 그려져 있는 악의 부재와 사람 냄새의 부족을, 인간이 모두 로봇으로 되어버리는 환경에 깊은 위화감을 느낀다. 유토피아에서는 비정상적인 사람, 이단자, 모양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 고뇌에 시달리고 목까지 악에 잠겨 있다. 그런데 이런 관리와 질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악의 어둠이 사라지고 빛만 존재하는 일원성의 세계, 갈등과 다양성이 진정된 세계, 영원한 현재가 지배하는 정체된 세계, 그 유토피아에서 인간은 살 수 없다. 그 획일성과 단조로움에서 인간은 질식한다. 유토피아 기술에서 시오랑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예외는 《걸리버 여행기》로 스위프트가 그린, 그 희망이 가득한 나라뿐이다. 시오랑의 주장이 예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저자

에밀시오랑

“언어를바꾸면서나는내인생의한시절과결별했다.”모국어인루마니아어를버리고사유한모든것을프랑스어로옮겨놓은허무주의철학자이자작가.

시오랑은제1차세계대전이시작되기조금전,1911년카르파티아산맥작은마을트란실바니아에서태어났다.당시트란실바니아는오스트리아­헝가리왕국에속해있었는데,아버지에밀리안시오랑은조국이헝가리화되는데대한저항의표시로자식들에게라틴어이름을지어주었다.시오랑은우수적기질을이미드러내보이긴했지만행복했던어린시절을보낸다.1928년루마니아부쿠레슈티철학과에입학한시오랑은불면증과자살에대한충동에시달렸는데,당시의자신에대해끝없는불면으로기진맥진한반항아였다고회고한다.

니체나쇼펜하우어에심취했던시오랑은1934년첫작품『해뜨기전이가장어둡다』(원제:Surlescimesdudésespoir)를출간,신예작가들에게주는루마니아왕립아카데미상을받으며“장래가촉망되는작가”로문단의주목을받는다.그의저서로는『패자들의애독서』,『독설의팡세』,『존재의유혹』,『해체의개설』,『태어났음의불편함』,『고백과저주』등이있다.1987년『고백과저주』를끝으로절필했으며,1995년파리에서생을마감한다.

『역사와유토피아』는1950년대후반당시의정치와역사,유토피아에대한시오랑의도발적인견해로,1960년출간되어프랑스어권독자들에게강한인상을남긴작품이다.

목차

옮긴이의말6

두유형의사회에대하여11
러시아와자유의바이러스43
폭군들의학교에서73
원한의오디세이아107
유토피아의메커니즘145
황금기177

출판사 서평

인간은의식을,자유를,지식을포기할수없다.인간임을포기하는것이기때문이다.그러므로“우리가어디에속해있는지용기를내어인정해야한다.”그리고구원을인간내면에서찾아야한다.시오랑이전달하고자하는메시지는그렇게인본주의적이다.
_김정숙(배재대학교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