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보내온의문의사진한장에서시작된모험
소설속에서스물아홉살인‘나’는지금이곳이정말로지금이곳인지,혹은내가진짜나인지실감이나지않는관념의세계속에살고있다.얼어붙은마음을안고사는‘나’는아내가떠난다고하는데도별감응이일지않고,담배연기와알코올에찌들었으며,정크푸드를먹고산다.
권태로가득찬따분한삶을보내던어느날,사라진친구‘쥐’가한장의양목장사진을‘나’에게보내오면서기묘한모험이시작된다.현실과비현실의세계를넘나드는믿기어려운모험의과정속에서‘나’는근현대일본사회와역사를재발견하고,사회를지배하는듯한권력의배후에있는특별한‘양’의정체를밝히려노력한다.
모험의끝에서찾아온변화
주인공‘나’는자신이키우는고양이에게개별적인이름을붙여줄필요도느끼지못하는,“나는나고,당신은당신이고,우리는우리고,그들은그들이고,그것으로충분하다”고생각하는인물이다.모든것이무의미한일반론에빠져있는‘나’를두고친구‘쥐’는“만약에일반론의왕국이정말로있다면,너는거기서왕이될수있을거야”라고말하기도한다.그러나‘양을쫓는모험’을끝마친‘나’는중요한변화를겪는다.평범하고세속적인세계가기억과죽음의세계보다는훨씬더낫다는사실을깨닫는것이다.작가는‘나’의모험을통해지난시대의지배적관념들을청산하고삶이있는현실로결국돌아가야한다고말하고있다.하루키는자신의젊은시절을지배하던관념및일반론의세계와결별하고새롭게태어나기로다짐하고있는것이아닐까.주인공‘나’의현실귀환,그쉽지않을과정은훗날《댄스댄스댄스》로이어지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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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당신의인생이따분한게아니라당신이따분한인생을추구하고있는건지도몰라.그렇지않아?”─상권72쪽
“지금당장이리로와주지않겠어?”라고상대방이말했다.긴장된목소리였다.“아주중요한이야기야.”
“어느정도로중요한데?”
“와보면알아”라고그는말했다.
“어차피양에대한이야기겠지”라고나는시험삼아말해보았다.말하지말았어야했다.수화기가얼음처럼차가워졌다.
“어떻게알고있지?”라고그가말했다.
어쨌든,그렇게해서양을쫓는모험이시작되었다.─상권82-83쪽
세계─이말은언제나내게코끼리와거북이가필사적으로떠받치고있는거대한원반을생각나게했다.코끼리는거북이의역할을이해하지못하고,거북이는코끼리의역할을이해하지못한다.그래서그어느쪽도세계라는것을이해하지못하고있는것이다.─상권176쪽
“인간을대충두가지로나누면현실적으로평범한그룹과비현실적으로평범한그룹으로나눌수있는데,당신은분명히후자에속하지.이건기억해두는게좋을걸.당신이걸어온운명은비현실적인평범함이걸어온운명이기도하니까.”─상권193-194쪽
“우리는왕국을구축했지”라고남자는말했다.“강대한지하의왕국말이야.우리는모든것을장악하고있어.정계,재계,매스컴,관료조직,문화,그밖에당신은상상도하지못할것까지장악하고있지.우리를적대시하는것까지장악하고있거든.권력에서부터반권력에이르는모든것을.그것들의대부분은장악되고있다는사실조차인식하지못하고있어.”─상권212쪽
“앞으로나아가는부분이‘의지부분’이고,앞으로나아가게하는부분이‘수익부분’이야.사람들이선생님을문제삼을때에거론하는것은이‘수익부분’뿐이지.그리고또선생님이돌아가신다음에사람들이분할을원하고몰려들부분도이‘수익부분’뿐이야.‘의지부분’은아무도욕심을내지않아.아무도이해할수없기때문이지.이것이내가말하고있는분열의의미야.의지는분열될수없어.100퍼센트계승되거나100퍼센트소멸되는것둘중하나일뿐이지.”─상권214-215쪽
“이상한말같지만,도저히지금이지금이라고생각되지않아.내가나라는것도어쩐지딱와닿지않아.그리고여기가여기라는것도말이야.언제나그래.훨씬뒤에가서야겨우그게연결되는거야.지난10년동안줄곧그랬어.”─상권255쪽
“자네는사념思念만이존재하고표현이뿌리째뽑힌상태를상상할수있는가?”라고양박사가물었다.
“모르겠습니다”라고나는대답했다.
“지옥이지.사념만이소용돌이치는지옥이야.한줄기의빛도없고한움큼의물도없는땅속의지옥이지.그리고그것이지난42년간의내생활이었네.”─하권59-60쪽
“근대일본의본질을이루는어리석음은,우리가아시아의다른민족과의교류에서무엇하나제대로배우지않았다는거네.양에대해서도역시마찬가지지.일본에서의면양사육이실패한이유는그것이단지양모식육의자급자족이라는관점에서만파악되었기때문이고,생활에서의사상이라는것이결여되어있었던거네.시간을따로떼어결론만을효율적으로훔쳐내려고한거야.모든일이그래.다시말해서발이땅에닿아있지않은거지.전쟁에지는것도무리는아니야.”─하권64쪽
“나는그양에는더이상말려들지않는것이좋다고생각하네.내가그좋은예지.그양에말려들어행복해진사람은아무도없어.왜냐하면양의존재앞에서는일개인간의가치관따위는아무런힘도가질수없기때문이네.”─하권71쪽
나는웃었다.이번에는제대로웃을수있었다.“그야그런식으로말하자면나약하지않은인간이어디있겠어.”
“일반론은그만두자.조금전에도말했듯이물론인간은누구나나약해.그러나진정한나약함은진정한강인함과마찬가지로드문법이야.끊임없이어둠속으로끌려들어가는나약함을너는모를거야.그리고그런것이실제로세상에존재하는거야.모든것을일반론으로규정지을수는없어.”─하권237쪽
“난나의나약함이좋아.고통이나쓰라림도좋고여름햇살과바람냄새와매미소리,그런것들이좋아.그냥좋은거야.너와마시는맥주라든가…….”쥐는거기서말을삼켰다.─하권240쪽
플랫폼에는아무도없었고,열차의승객도나를포함해서네사람뿐이었다.그래도오래간만에보는사람들의모습은나를안심시켰다.어쨌든나는삶이있는세계로돌아온것이다.설사그것이따분함으로가득찬평범한세상이라할지라도그것은나의세계인것이다.─하권257-2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