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모피를 찾아서 (실크로드 시편 | 14 판)

황금 모피를 찾아서 (실크로드 시편 | 1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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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에서 시작해 중국, 파키스탄, 이란, 조지아 등을 거쳐 터키까지
실크로드의 나그네가 되어 그 발자취를 기록한 생생한 기행시집
그동안 스무 권이 넘는 시집을 낸 오세영 시인이 배낭을 메고 실크로드로 떠났다. 이 시집은 한국에서 시작하여 중국, 파키스탄,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거쳐 터키까지 실크로드를 날 몸으로 통과해온 한 시인의 발자취다. 그는 텍스트 바깥의 물과 공기와 바람과 흙의 공간을 오래 떠돈 후에 다시 텍스트로 돌아왔다.
저자

오세영

인간존재의실존적고뇌를서정적·철학적으로노래하는중견시인이자교육자다.1942년전라남도영광(靈光)에서태어났으며,본관은해주(海州)다.1961년서울대학교문리과대학국어국문학과에입학한뒤같은대학의대학원에진학해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이후,충남대학교교수(1974-1981)를시작으로단국대학교교수(1981-1985)를거쳐1985년부터는서울대학교인문대학국문학과에서한국현대문학을강의한뒤2006년정년퇴임했다.미국캘리포니아주립대학버클리캠퍼스에서강의했다(1995-1996).체코까렐대학에서는방문학자로,미국아이오아대학교에서는국제창작프로그램의참여자로초빙된바있다.전한국시인협회회장,현재서울대학교명예교수,대한민국예술원회원이다.
1968년박목월의추천으로〈현대문학〉을통해등단한시인은초기에아방가르드적경향의모더니즘시창작에심취했다.그러나곧그한계성을깨닫고한동안언어실험과사상성의접목을고민하던중세번째시집《무명연시(無明戀詩)》를쓰기시작하면서불교를만나이를계기로불교존재론이라는토대위에미학과철학을결합시킨그나름의독특한시세계를구축하여한국현대시사에서‘철학적서정시’라고불릴만한새로운시의지평을열었다.
이후오늘에이르기까지그가추구한시적지향은한마디로현대문명의위기극복에동양의예지가어떤역할을담당할수있는가하는문제였는데,이같은그의지적(知的)노력은국제적으로도인정을받아2016년,영어로번역된그의열아홉번째시집《밤하늘의바둑판(Night-SkyCheckerboard)》이미국의〈시카고서평(ChicagoReviewofBooks)〉에의해‘2016년전미국최고시집(TheBestPoetryBooksof2016)’열두권중의하나로선정되는결실을거두기도했다.
시집《반란하는빛》외스물다섯권,학술서《한국낭만주의시연구》외스물세권,산문집《사랑에지친사람아미움에지친사람아》외네권을펴냈으며,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만해대상(문학부문),시인협회상,김삿갓문학상,공초문학상,녹원문학상,편운문학상,불교문학상,고산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머리말ㆍ4

1.해뜨는나라_한국
경주ㆍ18
낙화암오르며ㆍ21
칠백의총ㆍ23
눈내리는온정리ㆍ25
반구대ㆍ28
고창지석묘ㆍ30

2.타클라마칸건너며_중국서역
진시황릉에올라ㆍ34
우리사는곳ㆍ38
둔황석굴ㆍ40
투루판에서ㆍ42
누란미녀1ㆍ44
누란미녀2ㆍ46
쿠처에서ㆍ48
타클라마칸건너며ㆍ50
민펑에서ㆍ54
허톈에서ㆍ56
예청에서ㆍ58
카스에서ㆍ60
카스지나며ㆍ62
아아,파미르ㆍ64

3.카라코람시편_파키스탄
쿤자랍패스ㆍ68
투포단ㆍ70
훈자에서ㆍ72
가니쉬마을ㆍ76
자글로트ㆍ78
베샴지나며ㆍ80
잠자는악공ㆍ82
라호르성ㆍ85

4.고비를넘어서_몽골
간단사원에서ㆍ88
강링을불어보리ㆍ90
오르콘강가에서ㆍ94

5.옴마니반메훔_티베트
샹그릴라ㆍ98
호도협ㆍ102
옥룡설산ㆍ106
차마고도ㆍ108
포탈라궁에서ㆍ112
남초호에서ㆍ114
캄발라패스에서ㆍ116
라싸가는길에ㆍ120
히말라야를넘다가ㆍ122

6.본것이본것이아니고_네팔
스와얌부나트스투파ㆍ126
신(神)ㆍ128
페와호에서ㆍ131
푼힐의일출을보며ㆍ134

7.그슬픈사랑의시한편_인도
디야를띄우며ㆍ138
녹야원에서ㆍ140
타지마할ㆍ144
하와마할ㆍ146

8.톈산에올라_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톈산에올라ㆍ150
타쉬라바트에서의하룻밤ㆍ152
오뚝마을지나며ㆍ154
이식쿨호수에서ㆍ156
성산(聖山)술라이만ㆍ158
탈라스강가에앉아ㆍ162
카레이스키김치ㆍ166
젠코브러시아정교회에서ㆍ170

9.아프라시압폐허에서_우즈베키스탄
아프라시압언덕에올라ㆍ174
샤히진다대영묘ㆍ178
비비하눔모스크ㆍ182
샤흐리삽스ㆍ186
현인훗자나스레딘ㆍ189
히바에서ㆍ191

10.아아,페르세폴리스_이란
자그로스지나며ㆍ196
페르세폴리스ㆍ198
침묵의탑-야즈드에서ㆍ200
아비아네에서ㆍ203
이스파한ㆍ206
마술레마을ㆍ210

11.바람의마을_아제르바이잔
머드볼케이노ㆍ214
아테쉬가에서ㆍ216
메이든탑ㆍ220
카스피해에서ㆍ222
디리바바영묘ㆍ224
섀키가는길ㆍ227

12.황금모피를찾아서_조지아
텔라비지나며ㆍ230
니코피로스마니ㆍ234
우다브노에서ㆍ237
트빌리시에서ㆍ239
카즈베기오르며ㆍ242
스탈린생가앞에서ㆍ244
우쉬굴리ㆍ246
바투미에서ㆍ249

13.세반호파도소리_아르메니아
알라베르디ㆍ254
아흐파트수도원ㆍ256
세반호파도소리ㆍ258
아라라트산ㆍ260
에치미아진대성당ㆍ264
아르메니아제노사이드메모리얼ㆍ266

14.트로이가는길에_터키
넴루트에올라ㆍ270
데린쿠유동굴도시에서ㆍ272
코니아ㆍ275
트로이가는길에ㆍ278
보스포루스해협을건너며ㆍ280
이스탄불ㆍ283

해설_길위의시간,시간위의길-오민석(문학평론가)ㆍ285

출판사 서평

길위의시간,시간위의길

그동안스무권이넘는시집을낸오세영시인이배낭을메고실크로드로떠났다.이시집은한국에서시작하여중국,파키스탄,키르키스탄,우즈베키스탄,이란,아제르바이잔,조지아,아르메니아를거쳐터키까지실크로드를날몸으로통과해온한시인의발자취다.그는텍스트바깥의물과공기와바람과흙의공간을오래떠돈후에다시텍스트로돌아왔다.독자가이시집을읽고처음느끼게될것은모종의‘장쾌함’일것이다.이장쾌함은오랜시간대를몸으로거쳐온사람에게서만나는냄새다.이호방함은무수한공간과문화의“경계를넘고간극을메우는”(레슬리피들러LeslieA.Fiedler)자에게서만나오는소리다.이시집의크로노토프(chronotope)로빠져들면,마치‘이상한나라의앨리스’처럼진부한일상에서갑자기벗어나게된다.하다못해실크로드의먼동쪽인경주에라도다시다녀오고싶은욕망이일어나는것이다.여행의길잡이는지도가아니라다른문화에대한‘경이로움’이다.경이로움이없을때여행은끝나며,경이로움이사라진공간이동은여행이아니다.‘다른것’에대한경이로움이우리를현재의자리에서벗어나게만든다.
오랜관록의시인인오세영은아마도‘지금,이곳’이아닌다른시간,다른공간의경이로움을향하여(실크로드에)발을디디기시작했는지도모른다.그는이긴여행을통해차이속의동질성,동질성속의차이들을발견한다.그리고시간과공간의경계를넘어‘인류’의공통적인욕망과고통,소망을읽어낸다.

지금창밖엔눈이내리고,휴전선철책에도눈이내리고
마하연(摩訶衍),만폭동(萬瀑洞),장안사(長安寺)빈뜰에도눈이내리고
우리는지금아무데도갈곳이없구나.만물상(萬物相)도
구룡연(九龍淵)도보지못하고옛장전포(長箭浦)
온정리술집한구석에멍하니앉아아득히눈시울만붉히고있다.
-〈눈내리는온정리〉중에서

오세영이말하고자하는것은윤리나도덕,문화나이념의혼종성(hybridity)이다.그어떤윤리,도덕,이념도가치와사유의무균상태,진공상태에서만들어지지않는다.또한그어떤문화도주체의철저한고립과분리속에서만들어지지않는다.모든문화는혼종,뒤섞임,스며듦에노출되어있으며,광대한실크로드라는공간에흩뿌려진의미소들은문화가강력한대타자(theOther)의규범에의해일괄적으로부여되는것이아님을보여준다.그것들은시간과공간의경계를마구허물면서장구한세월과끝없는거리를뛰어넘어서로가서로를섞는다.이섞임과침투와스밈,즉혼종성의증거가실크로드라는공간전역에흩뿌려져있다.

머리카락간질이는바람소리에귀기울이면
카라쿰사막을건너,톈산산맥을넘어신라땅경주까지
황금,융단을싣고오가던대상들의낙타방울소리가들린다
아,
노을이비끼는이스파한,
시오세폴다리아치에포근히안겨자얀데푸른수면을나르는물새들을바라다보면
옛신라여인들의
가녀린귓불에서반짝거리던유리구슬,그속에비치는하늘이보인다.그청자빛하늘이……,
-〈이스파한〉중에서

지리적,군사적,경제적,외교적국경들은지구가하나라는사실을위반하는폭력의범주들이다.유목민처럼실크로드의모든경계를넘어이동하는시인에게이와같은경계들은아무의미가없다.그것은“무애자재”의삶을사는시인에게하찮은장애물들에불과하다.그러므로이시집이하는일은,크게말해경계를부수고문화의혼종성을읽어내며세상이하나라는사실을확인하는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의수도바쿠,
바람의마을.
잔잔해진카스피해의파도를바라보며막지나간사막의모래폭풍을생각한다.역사상
알렉산더가,징키스칸이,아미르티무르가아니오스만이
실은
사막에몰아닥친폭풍이아니었더냐.날씨가개니모두한바탕장난이었다,바람이친한바탕역사의
우스개장난이었다.
-〈카스피해에서〉중에서

원한것은뒤섞이고스며든거대한‘인류’,그리고그들간의사소하지만아름다운만남들밖에없다.오세영시인은단독자로서실크로드의시간과공간을횡단하면서장소들안에얼룩진무수한‘지문(地文)’들을한장한장넘긴다.그것의기록이이시집이다.인류여,우리는서로같으니서로환대하라.그것이오세영시인의전언(傳言)이다.



사람들은묻는다.왜고생을일부러사서하느냐.그러나내게있어여행은고생이아니다.오히려기쁨이며,놀라움이며,충족이며,새로움의발견이다.인간이란원래지적호기심을가진동물,무엇인가‘안다’는것은‘본다’는것,‘본다’는것은곧‘깨우친다’는것이다.
그렇다.
한생은나그네의길,그래서문예학에서도문학의본질은나그네의원형상징(voyagearchetype)에있다고말하지않던가.길이있으므로나는그저가보는것이다.하물며그길이수만년전우리한민족을해돋는동쪽으로동쪽으로이동시켜,오늘의한반도에정착케한바로그성스러운실크로드임에랴.
‘머리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