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수상작「불장난」줄거리
소설의주인공‘나’가아홉살이었을때,아버지는‘나’의초등학교에근무하는신입교사와사랑에빠져재혼한다.아버지는담배나술등으로대변되는어른들의세상에아이가접하지못하도록‘나’의눈을가리지만,‘나’는자신에게붙은아버지의‘접근금지’딱지에오히려더큰흥미를느낀다.‘나’는아버지의손님들이집을방문한날이면잠든척하고문밖에서들려오는소리에귀를기울인다.자신이엿듣고있다는것을어른들이모르길바라면서도그런행동을멈출수없는스스로가초라하고부끄럽다.
어린‘나’는이사한아버지의새집과,지방에있는어머니의집,어느쪽에서도원하는바를얻어내지못해서얕은수를써야하는자신이수치스럽게느껴지고거기서상처를받는다.
5학년때‘나’의반에는‘양우정’이라는아이를중심으로한무리가숙직실청소를도맡고있었다.‘나’는양우정이가진냉정함과평정심을타고난여자만의전유물로생각하고그녀를선택받은존재로여긴다.양우정은당시중학생오빠들과어울리며“날라리짓”을하고숙직실을함부로이용한다는이야기가돌았고,그것은‘나’와친구들에게야릇하고오묘한상상을하게했다.‘나’는양우정에대한소문을단순한이야깃거리로떠들고넘겨버리는다른친구들과달리소문의진위를따지려한다.‘나’는아버지와새어머니의모습에양우정과중학생오빠를겹쳐보며숙직실에서벌어질일을상상한다.그리고자신의상상에서불경함을느끼며아무에게도발설할수없는장면을상상하는것이자기자신뿐이라는생각에누구에게랄것도없는화가난다.
여름방학을일주일앞둔날,귀가하던중‘나’는친구들에게별다른설명도않고홀로학교숙직실로달려간다.용기를내서연숙직실문너머에는낡은목재문이하나더있다.나가지도들어가지도못하고무력감을느끼고있던‘나’의눈앞에서‘진짜’숙직실문이열리며양우정이등장한다.열기가느껴지는숙직실에는중학생오빠들은없고양우정과양우정의친구들뿐이었다.양우정과그친구들은거울앞에서팝송에맞춰가상의런웨이를걷고있다.처량하고궁색맞고우스꽝스러운흉내처럼보인다고생각하면서도‘나’는아이들을바라보며붉어진얼굴을감출수가없다.아이들의부추김에옷매무새를다듬고거울앞에서지만결국나는한걸음도걷지못한채그대로숙직실바깥으로도망친다.
그후로학교에서따돌림을당하게된‘나’는방학식날이되자학교에가지않겠다며꾀병을부린다.그날집안은텅비어있었다.‘나’는안방과베란다와거실을둘러보다아버지의라이터를발견한다.식탁위에놓여있던새어머니의메모를아버지의라이터로태우던‘나’는두꺼운스프링노트까지찢어가며불장난을시작하고,싱크대개수대에남겨진재와종잇조각이배수구로흘러가는것을보며물이없는곳으로가야겠다고결심한다.
‘나’는정우맨션의이십오층옥상으로걸어올라간다.노트를찢어태우는순간불길이허공에서살아있음을느낀‘나’는여름의오후에,열기에열기를더한스스로를대단하다고생각한다.동시에그순간지금까지자신을괴롭혔던수치심과굴욕감,이물스러움과꼴사나운천진함에서보호받고있으며어느때보다안전하다고느낀다.그해여름,‘나’는틈만나면옥상으로올라가불장난을했다.
이후중학교2학년이된‘나’는불조심관련글쓰기대회에서5학년여름방학때의불장난이야기를썼다가학교대표로뽑히고,시전체에서은상을받게된다.아이들앞에서글을읽어보라는담임선생님의말에‘나’는당황한다.사실과다른이야기가적혀있었기때문이다.자신이그토록열광하던순간들이일시적이고잠정적인것에불과하다는사실을그사이깨달았던‘나’는글을읽어보라는선생님의채근에실제쓴글과다른이야기를즉흥적으로읊어댄다.「불장난」을다읽은후선생님의표정이미묘하게변했지만,그순간‘나’는세상의비밀하나를알게되었다고느낀다.누구도가닿지못한미지의세계에도달했다고.성의없는반아이들의박수소리를들으며‘나’는이번에야말로마음껏의기양양해하며자리로돌아와앉는다.
◈우수작(6편)소개
1.강화길,「복도」
주인공부부는재개발이시작된지역의아파트로이사온다.그들의집인1단지100동은길가앞에상자를쌓아둔것같은모양새로,건너편에있는판자촌과의길이마치길고좁은복도처럼느껴질정도다.밖에서는안이훤하게들여다보이지만,지도앱에는주인공의집이존재하지않는다.주인공은두꺼운블라인드를쳐놓고안을보이지않으려노력하면서동시에택배나음식배달을시킬때마다마치이집이세상에존재하지않는것같은기분을맛본다.주인공은어느날2단지로잘못배달된자신의택배를찾으러간다.‘내것’을찾는다는데무슨잘못이있느냐고생각하던주인공은열려진문으로빠르게들어가는데…….
2.백수린,「아주환한날들」
여주인공은하나뿐인딸을무사히대학졸업까지시키고시집도보내손주를둘이나보았다.그러나너무힘들게일만해온탓에딸은어머니에게친밀감대신거리감을느끼고남편은암에걸려먼저세상을떠났다.혼자남게된주인공은가게를정리하고혼자살면서매일기계처럼스스로정한일과를지키며지낸다.그러던어느날사위가와서여주인공에게어린앵무새를맡긴다.귀찮기만했던앵무새에게물과먹이만을주며신경을쓰지않던주인공은앵무새의상태가이상한것을발견하고,앵무새가사람의관심을받지못하면죽고만다는의사의말을듣게된다.하는수없이앵무새에게관심을보이던주인공은점점앵무새가귀엽게느껴진다.
3.서이제,「벽과선을넘는플로우」
주인공은한밤중에도끊이지않는벽간소음에시달린다.끝도없이들려오는힙합음악은무언가쓴소리를하고싶다는충동과함께고등학생때친하게지냈던친구와즐겼던힙합문화와힙합음악을되새기게하는계기가된다.주인공은이제자기적성에도맞지않는회사에서일하며자기때문에일을그르치게되는것은아닐까전전긍긍하는어른이되었고,자기의견을제대로말하지못한다.그러나수많은래퍼들의펜과입을통해발표된가사를인용하며주인공은과거의추억과분노로오해했던현재의애증과미래를향한기대를풀어낸다.
4.염승숙,「믿음의도약」
철과영은다섯살된아이를키우는부부다.적어도전세보증금은마련하고아이를갖자는영의말에두사람은결혼한지십년만에야빌라를구하고임신을확인했다.아이가커가고코로나시국에돈을모으기는더욱어려워지는데,집주인은전셋값을올려달라고한다.영은‘우리한테누가있어,여보.아무도없어,아무도’라고반복하며집착적으로수많은영양제를구해다아이와남편에게먹인다.믿을수있는것은그것뿐이라는듯이.두사람은‘영혼까지끌어’집을장만하려하지만그렇게끌어모을영혼도지쳐갈즈음,그렇게영양제를먹이며지키려했던두사람의건강까지흔들린다.더이상보러갈매물도없고전세만기는다가오는데건강까지적신호를보내자철은자신의인생에서끝도없이누수되고있는‘무엇인가’에대한생각에잠긴다.
5.이장욱,「잠수종과독」
주인공인공은외과전문의로,방화사건을일으키고몸에불이붙은채투신해서혼수상태에빠진환자를돌보고있다.공은매일집중치료실에가서환자의상태를꼼꼼히살피면서깊은의식의아래에잠긴환자의모습에서영화「잠수종과나비」의주인공을떠올린다.공은환자를볼때마다지난오년간동거한남자친구현우를생각하지않을수없다.사진작가인그는이제막능력을인정받고대중의주목을받기시작했다.그날,환자가방화를일으킨날도,현우는언론사와인터뷰를진행하기위해차를몰고있었다.환자의혼수상태와현우의부재는직접적인관련이없다.아니적어도환자에게법적인책임은없다.그러나공은환자를볼때마다현우의모습을자꾸떠올리게된다.
6.최은미,「고별」
주인공은결혼을하면서다니던문화재단에서퇴직을하고전업주부로지낸다.프리랜서로외주일을간간히하기는하지만직장인으로서의경력은단절되어버린상태다.그에비해직장상사였던남편은재단의요직에올라승승장구하는모습을보인다.시어머니가육년간의암투병생활에도불구하고세상을떠나게되자,주인공은남편과함께빈소를지키게된다.어머니의빈소에는대표이사선출을앞둔재단의사람들이몰려온다.빈소에는애도의감정보다욕망과권력구조에나오는암투가더욱선득인다.주인공은동기였던경주와석현이여전히재단에서일을하고있는지금,자기는어쩌다상사였던남자의아내가되어그를낳은여성의빈소를지키고있는지생각에잠긴다.그리고직장생활을하던동안모아둔거의모든것이담긴USB를다시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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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에대한심사평
「불장난」의세련된언어표현과섬세한내면묘사,그리고절제된감정과거기서비롯되는서사적긴장을처리하는기법의탁월성은소설미학의전범을보여주는것이라고할만하다.특히소설의마지막장면에서주인공의정신적혼란과그것을겪어내는성장통의아픔을불장난이라는상징적모티프를통해극적으로제시하고있는점은이작품이이룬소설적성과로기억될것이다.
―권영민·월간『문학사상』편집주간,문학평론가
손보미의「불장난」은사춘기의상처와치기,갈등과추억,수치심과굴욕감,외로움과열정,금기파괴의열망에대한밀도높은형상화를통해글쓰기의기원과욕망을인상적으로되돌아본작품이다.어떤작가에게나자신이왜숙명적으로작가가될수밖에없었는지를암시하는작품이있을테다.손보미의「불장난」이바로그런소설이다.
―권성우·문학평론가
이소설은단번에흥미롭게읽을수있으면서도다시한번처음부터정독할때새로운충격을느끼게한다.독자는사진작가앙리카르티에브레송식의‘결정적순간’을소설속에서발견하거나반대로끊임없이흐르는인생의시간이그것을무화(無化)하는순간을목도하게되리라.더자유롭고깊어진손보미의소설세계에서는읽는만큼,살아온만큼새로운의미를찾게될것이다.
―권지예·소설가
삶의자잘한기미를통해서사의심원한의미를길어올리는감각을지닌작가가이번에는불을지폈다.그것은불길한불이자은혜로운불이다.파괴의불과창조의불이장난처럼작란(作亂)한다.어린시절의수치심과굴욕감,고립과상처를정화하는불꽃은,연금술적인작가탄생의원동력으로승화한다.손보미의「불장난」은불과대장간의신헤파이스토스의후예들이어떻게창의적인작가로성장하는가,그미묘한기미를보여준다.높은곳에서불지피기,별처럼불타오르기,손보미라는서사의활화산은그런‘불장난’에서비롯되었던것일까?
―우찬제·문학평론가
「불장난」은손보미소설에서자주모습을드러내는‘내적으로손상된어딘가낯선존재들’의고요한역경을섬세하고집요하게형상화한작품이다.작가는어둡게차단된세계에서벗어나기위한몸부림을특유의‘주술적방식’으로보여주는데,이작품에서는곧‘불장난’이다.결말에이르러등장하는낭독장면은명백히통과의례(입사식)를의미하는바,‘작가로서의새로운탄생’을예고하는것에다름없다.
―윤대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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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때때로삶에서가장큰용기를필요로하는건,바로그런착각과기만,허상에기꺼이내몸을내주는일이라고.그런기만과착각,허상을디뎌야지만도약할수있는,그런삶이존재한다고.언젠가모든것을한꺼번에돌이켜보는눈속에서어떤사실들은재배열되고새롭게의미를획득한다.불가피하게진실이거짓이되고,거짓이진실이되며,허구가사실이되고사실이허구가되는그런순간들!그러므로이여정자체가그모든것을한꺼번에돌이켜보는눈의진짜용도가될것이다.
(75쪽,대상수삭작「불장난」중에서)
약간이상하긴한데,내가바란건오늘보다내일더잘쓰는게아니라,오늘보다내일은더많이쓰는것이었다.더굉장한걸바라는것,이를테면누군가의마음을얼얼하게만드는그런소설을쓰기를바라는건너무욕심이리라는생각을했던것도같다.그저오늘도쓰고,내일은더많이쓰는것.그게내가소설에게부릴수있는,가장최대치의사치인것같았다.그리고그런생각은지금도변함이없다.하지만이십여년전,소설가가되고싶다고생각한적도없고그럴수있으리라생각도하지않았던시절,아무것도모르는내마음을얼얼하게만든소설과내「불장난」이같은상의수상작목록에올랐다는것은어쩔수없이,기쁘다.
(79쪽,수상소감중에서)
그는이소설을쓰기위해,이일을해내기위해,앞으로도지속하기위해얼마나울었을까.언제고웃을수있을까.좋은동료와소중한독자혹은가끔주어지는인정의기쁨이그를웃게할지도모른다.그러나손보미를웃게하는것은결국소설을쓰는손보미자신의모습이다.대관람차를설계하고속도를조절하고바깥의풍경을만드는그의손과머리가작가를웃게할것이며,나아가울고있는모두를웃게할것이고,그리하여소설을읽게할것이다.
(117쪽,작가론중에서)
처음부터지금까지손보미의소설은무엇이틀렸다고할수는없지만명백히다른것들이부딪혀발생시키는힘에주목해왔다.그힘은오랜시간은근하게누적되기도하고,한순간폭발하듯발생하기도한다.충돌하는세계가서로를비껴가고부수며발생하는마찰로마침내흔적도없이연소해버리는게있고,그것을오래바라보는눈이있고,마침내사라지지않는그감각과기억으로쓰이는이야기가있다.에너지는그렇게보존되어새로운대륙과대기로우리의다음시간에놓이게될것이다.손보미의소설이거기에있을것이다.
(105쪽,작품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