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댄스 (하) (양장)

댄스 댄스 댄스 (하) (양장)

$14.84
저자

무라카미하루키

1949년일본교토시에서태어나효고현아시야시에서자랐다.1968년와세다대학교제1문학부에입학했다.재즈카페를운영하던중1979년『바람의노래를들어라』로제81회군조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29세에데뷔했다.1982년『양을쫓는모험』으로제4회노마문예신인상을,1985년『세계의끝과하드보일드원더랜드』로제21회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수상했다.미국문학에서영향을받은간결하고세련된문체와현대인이느끼는고독과허무의감성은당시젊은이들로부터큰공감을불러일으켜작가의이름을문단과대중에게널리알렸다.1987년발표한『노르웨이의숲』은일본에서폭발적인반응을얻은후,일본을넘어세계적으로‘무라카미하루키붐’을일으켰다.1995년『태엽감는새연대기』로제47회요미우리문학상을수상했다.2002년『해변의카프카』를발표하여2005년영어번역본이[뉴욕타임스]의‘올해의책’에선정되면서국제적인명성을한층높였다.2006년프란츠카프카상을수상하고,2009년세계적권위를자랑하는예루살렘상을,2011년에는카탈로니아국제상을수상하여문학적성과를다시한번평가받았다.『댄스댄스댄스』,『언더그라운드』,『스푸트니크의연인』,『신의아이들은모두춤춘다』,『어둠의저편』,『도쿄기담집』,『1Q84』,『기사단장죽이기』등수많은장편소설,단편소설,에세이,번역서를발표했다.현재그의작품은45개이상의언어로번역되어전세계독자들로부터사랑받고있다.

목차

댄스댄스댄스하7

후기384

역자의말385

출판사 서평

과거청산과새로운삶,그리고현실로의귀환

무라카미하루키가이작품에앞서내놓은『양을쫓는모험』은권력기구의중추를지배하려했던‘양’의야망을‘양’의몸안에이식한‘쥐’라는친구가‘결단=자살’에의해서이세상으로부터소멸하는이야기다.따라서‘양’을둘러싼그의이야기시리즈는일단『양을쫓는모험』으로끝난것이다.다시말하면무라카미하루키는『바람의노래를들어라』『1973년의핀볼』『양을쫓는모험』을완성함으로써1970년을원점으로한작가자신의‘전공투운동’을청산하는문제와그이후의십년간을총체적으로정리한셈이된다.

무라카미하루키가학창시절몰두했던‘전공투운동’이란60년대일본의정국을무질서와혼돈의도가니로몰아넣었던학생운동으로,반미·반체제·반전등의구호를내걸고,화염병데모사태에서무장투쟁까지전개했던학생운동의일환으로벌어졌다.그중일부는외국에나가무장투쟁을하며이스라엘의수도텔아비브공항에서기관총을난사해서,수많은무고한사람들을살상하게한대량살육의참극을빚어냈는가하면,여객기를납치하여북한으로간요도호사건의주인공들도있었다.무라카미하루키가속했던‘전공투’는그런좌익과격파는아니었지만,국회난입사건과도쿄대학교야스다강당장기점거투쟁을벌였던일본판학생조직의중추적조직이었다.

도쿄대학교야스다강당에서의경찰기동대와농성학생조직과의전쟁을방불케하는충돌끝에조직이무산된이후‘전공투’는급격히퇴조하기시작해서,1970년대초에이르러자취를감추고말았다.무라카미하루키는이일본학생운동의소멸과함께자신도‘관념의세계=혁명’의환상으로부터깨어나기시작한다.

그가지향했던관념,즉혁명의세계란과연어떤것이었던가.무라카미하루키의데뷔작『바람의노래를들어라』이래『1973년의핀볼』과『양을쫓는모험』의초기삼부작은,그처럼상실한것들에대한체념과극도의허무주의가주류를이루고있다.다시말하면관념의왕국이무너진후의주인공‘나’가직면하는당혹감과현실세계,즉일상생활로의귀환을그리고있다.그기념비적삼부작에서무라카미하루키는그가원했던‘혁명’이궁극적으로생각해보면관청의간판을바꾸는일,가령내각을인민회의나무슨위원회로바꾸는것같은일이었다고깨닫게된다.또어떤뚜렷하고체계적인이념이라기보다,그저불만이가득찬현실세계를펑하고일거에폭파하고싶었던열망에불과했다고독백하기에이른다.그처럼부질없는상실감이무엇이었는가를탐색하고,그상실한것에대한결별을위해쓰인작품이그초기삼부작이었다.그의초기작품은그가젊음을송두리째바치려했던학생운동=전공투의관념세계에서벗어난개인사의검증이라고말할수있다.

그러나과거의청산과새로운삶이말처럼쉽지는않다.그래서‘과거’를상징하는‘양사나이’를다시필연적으로등장하게해서,일상과비일상,이념과현실,현실세계와관념세계와의모호한경계인식과혼돈에서의해탈을시도하게된다.‘양사나이’는그런혼돈이모든것을상실한채자신이무엇을찾고있는지어디로가야하는지를모르는데서온다고일러준다.그리고모든연대와연계점을풀어버린대신에이젠아무것에도메이지않았으므로‘고독’이라는새로운세속의짐을지고있다는사실을일깨워준다.

그리고현실로돌아간다는것은‘양사나이’에따르면계속‘춤을추는것’이다.‘춤을추는수밖에없어.그것도남보다멋지게추는거야.모두가감탄할만큼잘추는거지.’바로이문장이『댄스댄스댄스』의매력적인테제다.춤을춘다는것은음악과분위기에잘맞추고,파트너의발을밟지않도록신경쓰고,다른커플들과부딪치지않게하는주의가필요하다.따라서이작품에서춤을춘다는것은‘나’자신이자기이외의모든사람과의관계성을회복하고새로이정립해나가는적극적인행동의비유임을알수있다.

‘상실’뒤에오는‘재생’의감흥

‘나’는『양을쫓는모험』에서친구인‘쥐’를자살로잃고,여자친구키키를실종으로잃게된다.키키는문제의‘양’을찾는길잡이임과동시에‘나’와현실을결부시키는매개체와같은존재기도하다.이키키는『댄스댄스댄스』에다시등장해서‘양사나이’와함께‘나’를현실에안착하게만드는인물로서중요한역할을한다.나는‘과거=관념=환상’에서현실로돌아와터를잡기위해과거의사람들을청산해야한다.그과정에서발생하는시련을극복하기위해키키는무녀와같은존재가된다.이야기의서두가키키가실종되었던그호텔을찾는데서시작되는것도그때문이다.그러나호텔에서키키는찾지못하고대신‘양사나이’가등장해서계속춤을춰야하는중요성을깨닫게해준결과,비로소고독과고립속에팽개쳐져있던‘나’는다른사람과의관계를맺게된다.

‘상실감’과‘절망’과같은삶에있어서의부정적인부분을뚫고나옴으로써,사람은누구나‘재생’이랄수있는재출발을할수있는것이리라.『댄스댄스댄스』의주인공인‘나’역시고독한절망적상황을뚫고나와‘유미요시‘와의생활을결심하고,옆에서곤히잠든그녀의자는모습을보고그것이현실임을깊이깨닫는다.그리하여“나는여기에머무는것이다”는결의에찬독백속에,‘이곳’이라는현실속에‘죽음’,즉‘과거=관념’의세계에서스스로완전히해방을실현하게된다.그런해방에의결의는삶을긍정하고,‘삶은곧현실’이라는무라카미하루키의사상에서우러나온것이라고하겠다.

책속에서

“아주외롭다고느낄때가있어?그러니까한밤중에그런생각이문득들거나해?”
“물론그럴때가있지”라고나는말했다.
“저기,왜지금여기서그런일을갑자기떠올린거야?”
“아마네가너무아름답기때문일거야”라고나는대답했다.
---pp.13~14

유키는잠시입을다물고있었다.암시적인침묵이었다.나는더이상아무말도하지않고,그암시의행방을지켜보고있었다.나이를먹으면암시의암시성이라는것을약간은이해할수있게된다.그리고그암시성이현실의형태를띠기까지가만히기다릴수있게된다.페인트가마르기를기다리는것과마찬가지로.
---p.100

“무력감”하고그녀는말했다.“뭔가거대한것에의해휘둘리고있어서,자기가무슨일을하든어쩔도리가없는그런기분.”
“그럴지도몰라.”
“그런때에는어른은술을마셔.”
“맞는말이군”하고나는말했다.
---pp.150~151

아무리풍기문란한일이라도어느단계를넘어서면단순히선악의척도로는잴수없게된다.거기에그것의독자적이며독립된환상이생겨나기때문이다.그리고일단환상이생겨나면,순수한상품으로서제기능을담당하기시작한다.고도자본주의는모든틈새로부터상품을발굴해낸다.환상,이것이키워드다.매춘이든,인신매매든,계층간의차별이든,개인공격이든,도착적성욕이든,무엇이든간에예쁘게포장해서예쁜이름을붙이면훌륭한상품이되는것이다.
---pp.170~171

“어쩐지이상한생각이들어”하고그는미소지으면서말했다.“손에넣으려고하면웬만한건다손에들어오는데,정말로갖고싶은건손에들어오지않거든.”
---p.183

“너와함께있으면,이따금그런감정이되돌아오는때가있어.그리고옛날의빗소리나바람냄새를한번더느낄수있어.바로가까이에서느끼는거야.그런건나쁘지않아.그게얼마나멋있는일인가는,너도머지않아알수있을거야.”
---p.218

자,하고나는생각했다.한번더댄스스텝을밟는것이다.모든사람들이감탄할만큼춤을추지않으면안된다.스텝,그것이유일한현실이다.그것은분명히정해져있는일이다.생각할것까지도없다.그것은내머릿속에천퍼센트의현실로서새겨져있다.춤을추는것이다.아주능숙하게.
---p.296

나는문득어린시절에읽은과학책생각이났다.거기에는‘만일마찰이없으면,세계는어떻게될것인가?’하는질문항목이있었다.‘만일마찰이없으면’하고책에는쓰여있었다.‘자전의원심력에의해지구상의모든것이우주로날아가버릴것’이라고.나는정말그런기분이었다.
---p.322

정말로무슨일을한다는건비참하게혼란스럽고힘겨운일이야.의미가없는부분이너무많고.하지만무엇을하고싶어진다는것은좋은일이지.그런게없으면잘살아갈수없어.
---p.328

“귀를기울이면원하는사람의목소리가들려.뚫어지게바라보면그사람이뭘원하는지그대상물이보여.”
“표어같아”라고그녀는말했다.
“표어가아냐.살아가는자세를언어로나타냈을뿐이야”라고나는말했다.
---p.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