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왕

씨름왕

$14.00
저자

이홍

1978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2007년제31회오늘의작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걸프렌즈』(2007),『성탄피크닉』(2009),『100개의리드』(2020),연작소설집『나를사랑했던사람들』(2019)을펴냈다.해외에서한국문학을소개하고,외국소설가및번역가들의국제문학교류프로젝트와문학행사를기획하는문학단체‘에이전시소설’의...

목차

베네치아의문
씨름왕
첫사랑이끝났다
줄리아나
데이트
요네스뵈를더사랑할권리가있다
들배지기의순간

작가의말
작품해설(염승숙)

출판사 서평

외로워도슬퍼도꺾이지않는인생의버틸힘은어디서찾을수있을까?
“삶이라는바다에서홀로항해중이라고믿는오만한사람들을
이책으로초대하고싶다.”-윤고은(소설가)

이른파경을맞은결혼생활,뜻대로흘러가지않는이탈리아남자루와의재혼,든든한‘씨름왕’이었던아버지의시한부선고와죽음,그리고루와헤어진후에야알게된배속의쌍둥이(죽은태아와살아남은태아의공존).사랑과이별이밀물과썰물처럼번갈아찾아드는상황에서도지현은여전히관계맺음에대한열망의끈을놓지않는다.단지“좀더살아보려고”했을뿐이라는지현의고백은애틋한연민을자아내지만,그럼에도지현이꿋꿋하게견뎌낼수있었던것은그녀곁을늘황소처럼우직하게지켜주는사람들이있기에가능했다.첫결혼에서얻은아들재우,첫사랑이었던오랜친구지운,지운의전부인이자재우를친모처럼아꼈던연수.그들이곁에있었기에지현은좌절하지않고더잘살아보고자하는용기를낼수있었다.그것은재우와지운역시마찬가지여서,그들은서로함께하기에그모든낙담과좌절을견뎌낼힘을얻는다.

이소설에서특히돋보이는것은어찌되든간에늘처음인것처럼사랑하고살아가는지현의모습이다.기분이몹시이상하고낯설고찜찜하고울렁거릴때엄마는어떻게하느냐는재우의질문에지현은그저쿨하게이렇게답한다.“어떻게하긴.맥주나마시는거지.”‘정점없는생의슬픔’에때로꺾였다가도금세일어서는회복탄력성을가진,무슨일이닥쳐도씩씩하게헤쳐나갈것만같은그녀의파란만장한애정행각을보고있노라면한국소설에서좀처럼찾아보기힘든이긍정에너지의화신에게매료되지않을길이없다.이런존재가단지옆에있어주는것만으로도우리의삶은좀더살만한것이되지않을까.

인생의들배지기한판을꿈꾸는이들을위한따스한일곱편의이야기
“승부를내지못한채로는판위에서내려갈수없다는
마지막장면의전언이라니.”―염승숙(소설가)

그와더불어인생을씨름에비유한작가의서사전략은소설에한층생기를불어넣는다.씨름이란희비가뒤엉켜엎치락뒤치락하는격동의전투다.승리를거머쥐기위해서는상대의샅바를단단히휘어잡고,맞닿은근육의움직임을감각하고,미세하게떨리는호흡에집중해야한다.그러다빈틈이보이는순간,찰나를놓치지않고상대를힘껏들어올려단번에넘어뜨려야한다.육체적활력이생의활력으로전환되는바로그순간이다.

무미건조하고지리멸렬한일상속에서우리는저마다한번쯤통렬한‘들배지기의순간’을꿈꾼다.누군가에겐로또당첨일수도있겠고,누군가에겐주식대박,또누군가에겐공모전당선일수도있겠지만,삶이그렇게호락호락그런짜릿한승리의순간을내어줄리는만무하다.인생은우리가바라는대로흘러가지않는다.통렬한들배지기는커녕예고없이불쑥불쑥위기가찾아온다.때로는위기를채넘기기도전에또다시거대한난관을마주하기도한다.그런굴곡진인생을상대로씨름경기를펼쳐야하는우리의승부수는무엇일까.

작가는인생이라는씨름판위에서있는우리와너무도닮은지현과지운,재우의삶을통해독자들에게말한다.견디기힘든어려운순간이닥쳐도겁내지말고,땅을딛고선두다리에더힘을주라고.씨름왕을들배지기한판으로넘어뜨리는황홀한순간을떠올리며,중심을단단히잡고어찌됐든호기롭게삶을계속해나가자고.그것이우리를진실로행복하게만들어줄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