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일러두기 :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16.50
Description
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작
조경란, 「일러두기」의 서사적 기법과 문체의 힘!

평범한 서민 삶에 대한 섬세하고 따뜻한 이해를 기반으로
서사 기법과 문체의 조화로 깊은 감응력을 발휘하는 노작
1977년 제정된 이래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명성과 권위를 인정받아온 이상문학상이 어느덧 47회를 맞이했다.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권영민, 구효서, 김종욱, 윤대녕, 전경린)는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에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엄선하여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조경란의 「일러두기」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일러두기」의 이야기는 평범한 서민의 삶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따뜻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도시 변두리 동네의 이웃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배경처럼 펼쳐내면서 각박한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주인공의 내면 의식의 변화를 꼼꼼하게 챙겨 보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입니다. 검정 복면을 사들고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며 복수를 꿈꾸고 있는 것처럼 말했던 주인공이 결국은 자기 안에 감춰진 초라했던 어린 시절 상처투성이의 자신을 끌어내어 구원하는 대목은 이 작품의 소설적 성취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러두기」의 주제 의식이 서사적 기법과 문체의 조화를 통해 깊은 감응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여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드립니다.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에서

★ 대상 수상작 「일러두기」의 줄거리

이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방황하다가 대도시 변두리 동네에서 아버지로부터 떠맡다시피 물려받은 복삿집을 운영하는 재서, 그리고 길 건너편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미용. 나이대도 비슷하고 자주 마주치는 사이이지만, 재서에게 미용은 ‘모른다고도 잘 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일 뿐이다. 토박이가 대부분인 동네 사람들 또한 그 나이에 남편도 자식도 없고 혼자 산다는 이유로 미용을 여전히 석연찮은 여자로 여긴다. 자신의 감정을 한사코 숨기는 데 가진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듯한 사람. 의식하지 않으면 그 존재를 까맣게 잊기 십상인 사람.
그런데 어느 날 미용이 프린트하러 왔다가 까먹고 놓고 간 USB 속 글을 읽고, 재서는 그제야 미용이란 존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다. 미용은 이렇게 썼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 사람이었다,라고. 미성년인 열여덟 살에 첫아이를 낳은 엄마의 넷째로 태어나 모든 불행의 원인으로 지목된 탓에 생존을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공손한 아이가 되어 살아야 했던 미용의 과거가 그 글들에 담겨 있었다.
재서가 팔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미용이 찾아와 복삿집 일을 거들면서 재서는 미용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재서는 그녀가 또 실수로 USB를 놓고 가길 은연중에 바란다. 그러면서 왜 자신이 그녀의 글을 읽고 싶어 하는지를 깨닫는다. 결국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무료한 삶을 살아갈 터인 그 역시 그녀와 다르지 않은 인생이라는 것을. 그녀가 글을 쓰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재서는 미용이 그때 USB를 가게에 놔두고 갔던 것은 어쩌면 실수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을 찾고 있었고, 자신이 그 대상으로 선택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누군가를 찾아내기 위해 검은색 복면을 구입했다는 미용이 어느 날 가게 문을 닫고 사라진다. 재서는 그녀의 소식이 궁금해서 결국 산비탈에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미용은 다행히 집에 있었다. 가까이에서 대면하게 된 두 사람은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그동안 글을 썼다면서 재서에게 그 글을 읽어준다. 이 글을 통해 그녀가 찾아내고자 한 인물이 고등학교 시절 교련 시간에 자신을 학대했던 교련 선생님이었음이 밝혀진다. 교련 선생님을 만나 왜 그때 자기에게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미용은 자신이 정말로 쓰고 싶었던 것은 교련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교련 시간에 창밖으로 내다보았던 연연한 분홍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복사나무에 대해 얘기한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던 인생의 순간에 대해.
미용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재서는 책을 읽을 때 주의 사항을 미리 알려주는 ‘일러두기’에 대해 일러준다. 사람들 사이에도 ‘일러두기’라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미용은 검은색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대신에 그 아랫단을 접어 벙거지처럼 머리에 쓴다. 그녀는 글을 통해 자기 내면 깊이 들어박혀 있던 상처투성이의 어린 미용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

조경란,김기태,박민정,박솔뫼,성혜령,최미래

저자:조경란
1969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술대학을졸업했다.199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불란서안경원」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불란서안경원』『나의자줏빛소파』『코끼리를찾아서』『국자이야기』『풍선을샀어』『일요일의철학』『언젠가떠내려가는집에서』『가정사정』,장편소설『식빵굽는시간』『가족의기원』『혀』『복어』,중편소설『움직임』,짧은소설집『후후후의숲』,산문집『조경란의악어이야기』『백화점-그리고사물·세계·사람』『소설가의사물』등을펴냈다.문학동네작가상,현대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동인문학상등을받았다.

저자:김기태
2022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두사람의인터내셔널』이있다.

저자:박민정
2009년『작가세계』신인상을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소설집『유령이신체를얻을때』『아내들의학교』『바비의분위기』,중편소설『서독이모』,장편소설『미스플라이트』,산문집『잊지않음』등이있다.

저자:박솔뫼
소설집『그럼무얼부르지』『겨울의눈빛』『우리의사람들』『믿음의개는시간을저버리지않으며』,장편소설『백행을쓰고싶다』『도시의시간』『머리부터천천히』『고요함동물』『미래산책연습』등이있다.

저자:성혜령
2021년단편소설「윤소정」으로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14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소설집으로『버섯농장』이있다.

저자:최미래
2019년『실천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녹색갈증』『모양새』가있다.

목차

제47회이상문학상대상수상작선정이유

1부대상수상작그리고작가조경란
대상수상작/일러두기
수상소감/오늘은여기까지만
문학적자서전/살아가기
작품론/소설의안과밖에서퍼져나가는‘일러두기’의울림(손정수)
작가론/끝까지사랑하는일(정한아)
자선대표작/검은개흰말

2부우수작
김기태/팍스아토미카
박민정/전교생의사랑
박솔뫼/투오브어스
성혜령/간병인
최미래/항아리를머리에쓴여인

3부선정경위와심사평
심사및선정경위
심사평
-예심총평
노태훈,양윤의,이경재·워즈-와이드-웹
-본심심사평
구효서·미주알고주알구구절절이없는일러두기
김종욱·가까스로존재하는목소리들
윤대녕·존재의존엄성,그리고존엄할수있다는것
전경린·자기삶의주도권을찾으려는핵개인들의고투
권영민·‘일러두기’의서사적미학

이상문학상의취지와선정규정

출판사 서평

★대상수상작「일러두기」중에서

이혼후직장을그만두고방황하다가대도시변두리동네에서아버지로부터떠맡다시피물려받은복삿집을운영하는재서,그리고길건너편에서반찬가게를하는미용.나이대도비슷하고자주마주치는사이이지만,재서에게미용은‘모른다고도잘안다고도말할수없는사람’일뿐이다.토박이가대부분인동네사람들또한그나이에남편도자식도없고혼자산다는이유로미용을여전히석연찮은여자로여긴다.자신의감정을한사코숨기는데가진에너지를다써버리는듯한사람.의식하지않으면그존재를까맣게잊기십상인사람.

그런데어느날미용이프린트하러왔다가까먹고놓고간USB속글을읽고,재서는그제야미용이란존재에대해흥미를갖게된다.미용은이렇게썼다.나는태어나면서부터나자신을잃어버리게된사람이었다,라고.미성년인열여덟살에첫아이를낳은엄마의넷째로태어나모든불행의원인으로지목된탓에생존을위해눈에띄지않는,공손한아이가되어살아야했던미용의과거가그글들에담겨있었다.

재서가팔을다쳐일을할수없게되자미용이찾아와복삿집일을거들면서재서는미용에게더욱관심을갖게된다.재서는그녀가또실수로USB를놓고가길은연중에바란다.그러면서왜자신이그녀의글을읽고싶어하는지를깨닫는다.결국아버지와다를바없는평범하고무료한삶을살아갈터인그역시그녀와다르지않은인생이라는것을.그녀가글을쓰는이유와마찬가지로,그역시누군가와이야기를나누고싶다는간절한열망에사로잡혀있다는사실을.

재서는미용이그때USB를가게에놔두고갔던것은어쩌면실수가아니었는지도모른다고생각한다.어쩌면그녀는자기이야기를들려주고싶은사람을찾고있었고,자신이그대상으로선택된것인지도모른다고.

그런데누군가를찾아내기위해검은색복면을구입했다는미용이어느날가게문을닫고사라진다.재서는그녀의소식이궁금해서결국산비탈에있는그녀의집을찾아간다.미용은다행히집에있었다.가까이에서대면하게된두사람은더욱깊은이야기를나눈다.그녀는그동안글을썼다면서재서에게그글을읽어준다.이글을통해그녀가찾아내고자한인물이고등학교시절교련시간에자신을학대했던교련선생님이었음이밝혀진다.교련선생님을만나왜그때자기에게그렇게했는지물어보고싶었다는것이다.그런데뜻밖에도미용은자신이정말로쓰고싶었던것은교련선생님에대한이야기가아니라고털어놓는다.그리고그교련시간에창밖으로내다보았던연연한분홍꽃잎이바람에흩날리는복사나무에대해얘기한다.기가막히게아름다웠던인생의순간에대해.

미용의이야기를듣고나서,재서는책을읽을때주의사항을미리알려주는‘일러두기’에대해일러준다.사람들사이에도‘일러두기’라는것이있었으면좋겠다면서,미용은검은색복면으로얼굴을가리는대신에그아랫단을접어벙거지처럼머리에쓴다.그녀는글을통해자기내면깊이들어박혀있던상처투성이의어린미용을구할수있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