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성지,스코틀랜드와아일랜드에서만끽하는
무라카미하루키표여행에세이
1년에한번쯤해외로떠나는것이평범한일이었던시대가코로나19에의해격변했다.대체언제쯤해외여행이가능해질지,안전한여행이가능하기나할지모든것이불확실한이때,위스키향이물씬풍기는무라카미하루키의여행에세이로확실한대리만족을느껴보자.
《만약우리의언어가위스키라고한다면》은《무라카미하루키의위스키성지여행》을전면개정한것으로,하루키부부가위스키를테마로하여‘위스키의성지’라할수있는스코틀랜드와아일랜드를여행하며그곳의유명한위스키인싱글몰트위스키와아이리시위스키를마음껏맛보고,그위스키가만들어지는공정등을둘러보면서쓴에세이다.
왜하루키는스코틀랜드의아일레이섬과아일랜드를위스키의성지로생각한것일까?위스키를가장먼저제조한나라가아일랜드라고한다.이후15세기무렵부터위스키생산기술이스코틀랜드로전해지기시작했는데,아일랜드에서가장가까운곳에위치하는아일레이섬이앞서그기술을도입하게되었다.결국아일랜드와스코틀랜드아일레이섬이위스키를가장먼저제조한두고장이라할수있다.하루키는어떤술이든그술이빚어지는고장에서마셔야만본연의맛을즐길수있다는믿음으로이두고장을찾아나서게된것이다.
더욱다채로워진사진과트렌디한편집으로새로워진
《무라카미하루키의위스키성지여행》최신판!
《상실의시대》,《해변의카프카》,《세계의끝과하드보일드원더랜드》,《신의아이들은모두춤춘다》등의걸작을잇달아발표해세계적명성을떨치고있는무라카미하루키는장편소설을발표하기에앞서한동안해외여행을즐긴다고한다.
언제나일본문학또는일본인이라는울타리안에안주하는것을거부하고,인류의문학그리고코스모폴리탄적인인물을지향하는하루키가위스키의성지스코틀랜드와아일랜드를방문하여애주가로서그곳의술맛을만끽하고,그곳의아름답고독특한풍토에대한감탄의글을엮어냈다.특히이번최신개정판에는무라카미요오코의싱그러운여행사진이9장더추가되었으며,표지와본문디자인을트렌디하게재구성해여행지의느낌을더욱살렸다.
2주간의짧은여행기지만,하루키의글과여행의동반자였던부인요오코가찍은사진이조화롭게어우러져술을못마시는독자라도위스키의향취에빠져들게된다.스코틀랜드와아일랜드의아름다운풍경과위스키문화에대해감탄하는글속에서여행이얼마나즐겁고보람되는지독자들은다시한번느끼게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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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만약우리의언어가위스키라면,이처럼고생할일은없었을것이다.나는잠자코술잔을내밀고당신은그걸받아서조용히목안으로흘려넣기만하면된다.너무도심플하고,너무도친밀하고,너무도정확하다.그러나유감스럽게도우리의언어는그저언어일뿐이고,우리는언어이상도언어이하도아닌세상에살고있다.우리는세상의온갖일들을술에취하지않은맨정신의다른무엇인가로바꾸어놓고이야기하고,그한정된틀속에서살아갈수밖에없다.그러나예외적으로,아주드물게주어지는행복한순간에우리의언어는진짜로위스키가되기도한다.그리고우리는―적어도나는―늘그러한순간을꿈꾸며살아간다.만약우리의언어가위스키라면,하고.-머리말중에서
“우리는장례식에서도위스키를마시지”하고아일레이섬사람은말한다.“묘지에서매장이끝나면,모인사람들에게술잔을돌리고이고장에서빚은위스키를술잔그득따라주지.모두들그걸단숨에비우는거야.묘지에서집까지돌아오는춥고허전한길,몸을덥히기위해서말야.다마시고나면,모두들술잔을바위에던져서깨버려.위스키병도함께깨버리지.아무것도남기지않아.그것이관습이거든.”아이가태어나면사람들은위스키로축배를든다.그리고누군가죽으면,사람들은아무말없이위스키잔을비운다.그것이아일레이섬이다.-본문58~59쪽
요컨대거기에는‘이것이옳다’라는식의,소위말하는보관법의정석은없다.펍의주인이“우리가게에선말이지,이게올바른방법인거야”하고생각하면,그것은국지적으로는고스란히옳은것이된다.그런까닭에아일랜드라는세계에서는무수한펍적정의가병립적으로존재한다.이렇게인구가적은나라에서이토록펍이많은데도용케운영이된다는게나로서는놀랍기그지없지만,그래도다들장사가되는걸보면신통한노릇이다.모두들어지간히도술을마시는모양이다.그리고모두들그만큼기호가분명한모양이다.
-본문97~98쪽
아일랜드라는풍토에는전체적으로그런,약간은수줍은구석이있다.그것은우리에게―말하자면,이집트의피라미드나그리스의신전,혹은나이아가라폭포처럼―엄청나게큰감동이나경탄,혹은깊은생각같은걸직접적으로요구하지않는다.어디를가도풍경은아름답지만,이상하게도그림엽서처럼아기자기하게꾸며놓은듯한느낌은들지않는다.아일랜드의아름다움이우리에게내미는것은감동이나경탄보다는오히려위안과진정에가까운것이다.세상에는입을열기까지는다소시간이걸리지만,일단말문이트이면온화한어조로몹시재미난이야기를들려주는사람이있는데(그리많지는않지만),아일랜드는그런느낌이드는나라다.-본문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