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과 테러리즘에 대한 이론적 성찰,《반항하는 인간》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는 알베르 카뮈. 생전의 그가 가장 아꼈던 책《반항하는 인간》이 고려대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카뮈의 철학적·윤리적·정치적 성찰을 담은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반항하는 인간》은《시지프 신화》와 함께 카뮈의 대표적인 시론(試論)이다. 1951년 출간 당시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했던 이 책은 좌파 계열의 지식인들과 논쟁을 일으켰고, 특히 이 책을 통해 발발한 사르트르와의 치열한 논쟁은 두 사람을 철학적으로 결별하게 만든다.
카뮈는 우리의 역사를 살인, 부정, 폭력의 연속으로 본다. 이는 가깝게는 이라크 전쟁을, 멀게는 양차 세계대전을 생각해보면 과언이 아니다. 카뮈는 이 책을 통해 폭력과 테러를 역사적·철학적·정치적 맥락에서 살피며,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성찰한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인류의 폭력, 테러에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폭력에 대항하는 반항이란 무엇이며 그 반항에 내포된 원초적 정신에서 초래되는 결과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살핀다. 이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 테러리즘의 악순환이라는 현 사태를 냉철히 분석하게 함으로써 이 시대의 반항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폭력의 세계에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 반항
《반항하는 인간》은 이렇게 시작한다. “반항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농non(영어의 no에 해당하는 프랑스어)’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거부는 해도 포기는 하지 않는다.” 카뮈는 1942년부터 이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부조리에서 시작된 개인적 성찰을 집단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당시의 시사적인 문제와 결부시켜 의견을 표명하는 등 반항과 테러에 대한 이론적 성찰을 계속한다.
카뮈의 반항과 폭력에 대한 성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폭력은 불가피한 것일지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둘째, 반항과 폭력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정의’는 없고 다만 허무주의만이 있을 뿐이다. 셋째, 폭력과 테러는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테러가 법칙인 세계는 지옥이기 때문이다.
<반항하는 인간>, <형이상학적 반항>, <역사적 반항>, <반항과 예술>, <정오의 사상> 등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반항하는 인간》에는 서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는 예술가, 정치가, 철학자, 문인들이 망라되어 있다. 사드의 악의 선교, 낭만주의자들의 반항, 기독교 신학, 헤겔 철학, 니체의 허무주의, 마르크스주의, 초현실주의, 히틀러의 파시즘, 스탈린의 전체주의 등 서구 반항의 역사를 주름잡는 거대한 사상의 줄기들이 카뮈 특유의 균형 잡힌 시각에서 조명되고 있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우리’는 존재한다
이 책에서 오늘날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부분은 <역사적 반항> 중에서 국가 테러리즘에 대한 카뮈의 성찰이다. 카뮈는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라는 사건을 접하고는 이 새로운 형태의 폭력, 즉 “기계적·과학적 힘의 테러리즘”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어떤 ‘대의’라는 것도 “무고한 사람의 죽음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 카뮈의 생각이었다. 그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 국가 테러리즘을 고발한다. “기술 문명은 이제 그 야만성의 극에 이르렀다. 가까운 장래에 인류는 집단 자살이냐 아니면 과학적 성과의 슬기로운 사용이냐의 택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강력한 수단을 가진 권력이 파괴적 힘을 사용하는 것이 국가 테러리즘의 한 형태인데, 카뮈는 오직 여러 나라 국민들의 국제적 평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만이 이것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이 아닌 집단적·보편적 논리를 통해서만 이러한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반항은 모든 인간들 위에 최초의 가치를 정립시키는 공통적 토대이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오늘날 미국과 이라크가 대립하는 상황을 우리는 이 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