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1.한국니체전집의정본을만나다
인간의이성적능력을절대적으로신뢰했던계몽주의에정면으로도전한니체에게서계몽주의자의면모를상상하기란어렵다.그러나“신은죽었다”라는니체의말을?인간이지향해야할모든가치기준을해체하려는허무주의철학으로이해하는것처럼이러한어려움역시니체철학에대한무지와선입견에서비롯된것이라할수있다.플라톤이후수천년동안유럽을지배한서구철학과기독교의도덕적편견에대한니체의비판이본격적으로시작된《아침놀》(니체전집10)에서우리는‘계몽주의자’...
1.한국니체전집의정본을만나다
인간의이성적능력을절대적으로신뢰했던계몽주의에정면으로도전한니체에게서계몽주의자의면모를상상하기란어렵다.그러나“신은죽었다”라는니체의말을인간이지향해야할모든가치기준을해체하려는허무주의철학으로이해하는것처럼이러한어려움역시니체철학에대한무지와선입견에서비롯된것이라할수있다.플라톤이후수천년동안유럽을지배한서구철학과기독교의도덕적편견에대한니체의비판이본격적으로시작된《아침놀》(니체전집10)에서우리는‘계몽주의자’니체를만나게된다.이성과도덕규범을신성화한계몽주의를‘계몽’하는니체의작업은도덕규범에대한비판뿐아니라도덕의기원과도덕교육,자본주의사회에대한근본적인통찰을넘나들며건강한인간의모습을제시하는데까지나아간다.
《아침놀》은1983년에청하에서‘서광’이라는제목으로출간된바있다.그러나일본어중역본이었던《서광》과달리《아침놀》은니체의원전을온전히한국어로옮겼다는점에서명실상부한한국니체전집의정본이라할수있다.이는니체사상의한국적수용이라는취지에도부합하며독자들은《아침놀》에서살아숨쉬는니체의정신을생생히접하게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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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덕의근원은없다
니체연구자들은보통니체의사상을크게세단계로나눈다.니체가이성의과도한지배를서양의문화와정신이퇴화된원인으로분석하고바그너의음악정신을대안으로제시하는시기가첫번째단계이고,예술에대한열광적믿음에서벗어나계몽주의에대한긍정적인입장을취하는시기가두번째단계다.동일한것의영원회귀에대한사상과위버멘쉬사상이나타나는시기가세번째단계인데,1881년에출간된《아침놀》은두번째단계에속하는저작이다.
따라서《아침놀》은마지막단계에속하는《선악의저편》과《도덕의계보》에담긴도덕에대한분석과비판의서곡이라할수있다.특히《아침놀》은알려진것과달리니체가기존의모든가치기준을부정하지않았다는사실을드러낸다.니체가생각한도덕규범은인간세계를초월한채삶의모든진리를제공하는절대규범이아니라건강한삶을구현하는데도움이되는지침에불과했다.그런데수천년동안철학자와기독교인들은플라톤이초월적가치의세계인이데아를상정한것처럼도덕의근원을상정하고인간의인식능력이도달할수없는고유한영역으로만들어버린것이다.니체의도덕비판은여기서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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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도덕적편견의어둠을깨뜨리다
보편타당한도덕규범의존재는인간의경험을초월한신과도덕의근원을정당화했다.이때문에죽음으로끝나는덧없는현실을스스로견뎌낼수있는힘을갖지못한인간들은결국가공의신과무조건적인도덕법칙에의지할수밖에없었던것이다.니체는인간의두려움과불안이신이나도덕규범에의지한다고해서사라지지않는다는사실을날카롭게통찰한다.신이나도덕규범에대한의지는사람들을억압하는기제로작용하는데,사람들은행여나신과도덕의명령을어길까봐불안에떨며죄책감에사로잡히게된다.특히신과도덕에대한무조건적믿음은육체와대립되는순수한정신을상정함으로써육체의자연스러운본능과충동을억압한다.
병든인간의영혼을근본적으로치유하는유일한길은존재하지도않는신과도덕의근원에대한믿음을거부하는것이다.유일무이한도덕규범이존재하지않으므로사람들을얽어매는양심의가책도허위일뿐이라는것이니체의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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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계의부속품으로전락한노동자
종교와도덕에대한니체의비판은자본주의사회와가치관을비판하는데까지나아간다.니체는자본주의사회에서노동자들이기계의부속품으로전락했다고한탄하며자본주의모순의정곡을찌른다.특히임금이높아진다고해서노동자들이처해있는노예상태가바뀌지는않는다고비판한부분에서는자본주의의본질에대한날카로운분석이돋보인다.
니체의자본주의비판은그동안서구사회를지배해온기독교의신과절대적도덕규범이자본주의의물신숭배로대체되는현실을통찰한결과다.따라서니체의자본주의비판은수천년동안지속된도덕적편견에대한비판과일맥상통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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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버멘쉬사상의단초,《아침놀》
그렇다면신과도덕규범,자본주의사회를모두극복한새로운인간은어떠한모습일까?신이나도덕규범에의지하지않고이성의능력을믿으면서도이성의한계를인정하고충동과욕망의자연스러움을부정하지않는인간,자신에대한긍지와자부심과용기를가지면서도다른사람들을간섭하지않으며다른사람들의건전한접근을허용하는인간,신에의지해자신의행복조차외부로부터주어지기를희망하며사는기독교인과대비되는인간을니체는새로운인간상으로제시한다.이렇듯정신뿐아니라육체도함께건강한인간상,정신에의한육체의억압을허용하지않는새로운인간상은위버멘쉬사상의서광을비추고있는셈이다.
《아침놀》은많은사람들이신을믿지않게된오늘날에도여전히피안의신이나전통적도덕규범에의지해행복을추구하는나약한현대인에게진지한성찰의기회를제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