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위기’이후,‘사회주의’를재구성하라
‘국가’중심사회주의에서‘사회’중심사회주의로
2008년금융위기이후자본주의의‘위기’는누구도부인하기어려운현실이되었다.시장근본주의와자본주의패러다임에대한근본적인재검토가요구되고있지만,대안은아직도래하지않았다.‘사회주의’는어떤가?지난세기현실사회주의의성패에대한실망이큰탓에신뢰를얻기쉽지않은것이사실이다.사회주의는곧국가주의라는인식이사회주의를통해대안을모색하는것을방해하기도한다.그러나200여년사회주의의역사에는우리가흔히생각하는것이상의다채로운사상의생태계가존재했으며,‘사회’에대한다양한고민과대안의가능성이내장되어있다.사회주의전통의흐름을돌아보고그재구성의가능성과기본방향을따져보는일이필요한때이다.이책은이런본격탐구를위한입문서,우리시대사회주의운동의모색을위한중간결산표를제시하고자한다.
‘생산수단의사적소유에반대해사회적소유혹은공동소유를주장하고시장경쟁대신협동과계획을경제활동의중심으로삼아야한다고믿는이들의이념및운동.’사회주의에대한가장일반적인규정일것이다.사회주의와공산주의의차이를강조하는시각에서는사적소유를부정하지않는일부흐름만을뜻하는것으로축소된다.또국가가중심이된불안정한평등사회로서의사회주의와,자본과국가를모두지양한공동체라는의미의‘코뮌주의’를구분하기도하고,사회주의와사회민주주의의관계도복잡한문제다.사실단하나의올바른정의란없다.이책은사회주의를둘러싼다양한담론의흐름과역사적변천과정을있는그대로인정하는가운데사회주의이념-운동의이모저모를입체적으로조망한다.이를통해사회주의의역사적의미가우리시대에어떤빛과그림자를드리우는지,사회주의가21세기에도대안으로서생명력을잃지않으려면무엇을지향하고어떤내용을담아야하는지모색하고있다.
이를위해저자는‘사회주의는과연국가주의인가,본디사회주의자들이생각했던이상은무엇인가’라는질문을제기한다.사회주의=국가주의또는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라는통념과달리,‘사회’를발견하고(산업자본주의와는)‘다른’근대를모색한초기사회주의자들,사회적민중자치를꿈꾼길드사회주의,자본주의의성장-성공신화를넘어새로운방향을제시한이반일리치와앙드레고르등사회주의의다양한모습을있는그대로추적하는이책은‘사회중심사회주의’라는사회주의의또다른이상을드러냄으로써우리에게새로운‘사회’의길을열어보인다.
19세기사회주의,‘다른’근대를꿈꾸다
이책은‘사회주의’라는근대의이념-운동의원점을1789년의‘프랑스대혁명’에서찾는다.부르주아혁명이자민중혁명이었던프랑스혁명은봉기에서헌법제정까지이어지는과정을거치며결국부르주아지가만들려는질서앞에서민주주의의약속이배반당하는결과로이어졌다.새헌법은길드(동업조합)의해산을명하고직업별노동조합을금지했다.새롭게보장된자유는오직부르주아에게한정된자유였다.민중의저항이끓어올랐으나공포정치,테르미도르의반동,파리코뮌의무력화를거치며결국프랑스대혁명의승자는자본가가되었다.자본주의의확산은막을길이없어보였다.자본가들에게부와권력이쌓일수록그들이고용한노동자와가족은고된노동과빈곤,삶의황폐화와씨름했다.
이무렵최초의사회주의사상가들이등장했다.근대사회주의의세개창자인로버트오언,생시몽,샤를푸리에가산업자본주의의폐해에맞서근본적인물음을던지고해답을위한실험을펼쳤다.생시몽은심화되는빈부격차앞에서복지국가의이상과노동자정당의결성을구상했으며,푸리에는공동주택과공공집회장소,복지시설을갖춘‘팔랑스테르’라는주거단지설계를통해노동자들이인간다운삶을누리는사회를꿈꾸었다.실현되지는못했지만푸리에의구상은자본주의대도시와공장의현실에대한고발이자항의였다.또오언은자기소유의뉴래너크공장에서노동시간단축,새로운노동조건을실현했으며,노동자주거단지와무상교육이이루어지는학교를세웠다.오언의실험은이후영국에서노동조합과협동조합,노동자자주경영과대안화폐운동으로이어졌다.이러한운동의목표는‘바로지금자본주의아닌삶을시작한다’는것이었다.이들외에도다양한초기사회주의자들이등장했다.프랑스의생시몽주의자와영국의오언주의자들은처음으로‘사회주의’라는말을활발하게사용하기시작했으며,푸리에주의는미국으로도전해졌고,에티엔카베는코뮌주의적공동체를제시했다.루이블랑은생산자협동조합으로이루어진경제체제를제안했으며,여성사회주의자플로라트리스탕은국경을초월한노동자조직인‘노동자연합’을주창했다.
그동안마르크스주의에가려제대로주목받지못했지만,초기사회주의자들은사회주의의핵심원칙들을확인하고정식화한사람들이다.그원칙은첫째‘사회’의발견,둘째사회를파괴하는자본주의에맞선사회의자기보호와반격의필요성,셋째개인의해방을위한사회자체의재구성,넷째자본대신사회가근대문명의주도자가되어야한다는궁극의목표였다.그들에게는사회의자기통치만이대안이었다.그래서‘사회’주의였다.초기사회주의자들에게사회주의란자본주의대신선택할수있고선택해야할근대문명의또다른길(들)이었다.즉사회주의는자본주의와는‘다른’근대(들)의추구였다.“자본주의적근대가이미극한을향해내달리는지금,‘다른’근대의가능성을탐색한초기사회주의의시도는우리에게‘가보지않은많은길’을엿볼수있게해주는소중한틈이다.”
마르크스와엥겔스,그리고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와엥겔스는19세기초의다양한사회주의흐름들을종합하면서동시에이후자본주의전개과정에서강력한대안역할을할다음세대사회주의를정초했다.두사람은정치경제학연구에역사적관점을접목해,사회의핵심요소를사회적생산력에서찾고인간사회의역사를생산력의발전과정으로파악하는독창적인역사유물론을주창했다.이역사유물론에따르면,사회주의는자본주의가발전해가는과정에서다음사회의기반과주체,가능성을형성해가는역사적운동이다.자본주의의모순이정점에이를때혁명을통해사회주의의기회가오므로,자본주의의승리는사회주의의최후승리를위한사전무대일뿐이다.혁명의승리이후,사회주의는자본주의가발전시켜온가능성을계승하고더욱더발전시킬것이다.즉역사유물론에의해사회주의는자본주의의극한적발전을계승-재구성하는기획으로변신했다.
자본주의발전과사회주의실현의연관관계에대한이런시각은두사람의이상에실천력을부여했다.마르크스,엥겔스에게사회주의-코뮌주의란무엇보다분업이극복돼인간의다양한능력이전면발전하는상태였다.두사람은이런비전을구현하기위한실마리를자본주의의발전방향에서찾았다.자본주의가발전할수록자동화가진척됨에따라노동시간이줄어드는데,노동계급이권력을쥔다면개인의노동시간이획기적으로단축되어자유시간이늘어나고,이자유시간에분업에서벗어나인간능력의전면발전을추구하는개인들의활동이벌어지리라고본것이다.이것이마르크스가평생의탐구와실천을통해최종확인한노동해방의역사적가능성이었다.
마르크스,엥겔스가남긴세계관과역사관을통해동시대인들은자본주의의개선행진을두려움없이바라볼수있게되었고그너머새로운세상에대해강렬한기대를갖게되었다.두사람의사상은19세기의막바지에서구전체에확산되어각국에견고하게뿌리를내리고있던다른사회주의흐름들을평정해갔다.특히독일사회민주당의성공이결정적인계기가되었는데,유럽사회주의세계에서독일사민당이누리는권위덕분에독일어권바깥에서도마르크스주의는점차사회주의의표준형으로대접받기시작했다.
20세기사회주의―국가사회주의와사회민주주의
20세기대부분의기간동안사회주의는1930년에소련에등장한체제,좀더구체적으로는‘국가사회주의’의의미로통용되었다.즉시장중심자본주의와대비되는모종의국가중심체제를뜻하는말이된것이다.정치적실천을촉구한마르크스,엥겔스의사상은제2인터내셔널을거치면서국가권력을통한‘위로부터의’사회변화를옹호하는이념으로해석되기시작했다.혁명러시아는이런흐름을하나의모델로정형화했다.당-국가와명령경제라는두축으로구성된국가사회주의모델이등장한것이다.당-국가가양적성장을목표로경제활동을장악하고사회전체가철저히국가기구의명령아래움직이는사회주의계획경제는대공황의습격을받은서구자본주의와달리놀라운속도로성장을달성했다.‘명령경제’에더가까운이체제는이후수십년동안사회주의의표준모델역할을하게된다.중국,동유럽,베트남,쿠바,북한이모두이모델에서출발했다.일당통치+전면국유화+중앙집권형계획이곧‘사회주의’라는공식이20세기의상식이되었다.트로츠키주의자들처럼혁명적사회주의를주창하면서소련사회를비판하는흐름이없지않았지만,주류로부상하지는못했다.
서구사회에서는사회주의이념-운동중개혁적사회주의가‘사회민주주의’라는이름으로펼쳐졌는데,그들역시자신들만의연성국가사회주의를발전시켰다.자유주의의정치전통과결합한서구의사민주의에서는다원주의가보장되고국가와시민사회의경계가분명했다.자유주의와사민주의진영은‘복지국가’라는새로운수렴지대를만들었다.완전고용의실현을지향한복지국가시스템이자리를잡으면서서구유럽의노동대중은중산층의풍요와안락에동참하게되었고,복지국가를성취한뒤서구의사회주의는국가관리자본주의정도로의미가축소됐다.소련식국가사회주의의전통역시지금중국에서는국가자본주의의한구성요소가되었다.사람들은‘사회주의’라는말에서(‘자본’과쌍을이루는)‘국가(기구)’를떠올리게되었고,사회주의=국가주의라는공식이자리를잡게되었다.
‘사회’중심사회주의
―사회권력에경제권력과국가권력이종속되어야한다
사회주의=국가주의라는인식이강력한현실에서,이책은사회주의에훨씬더다채로운사상의생태계가존재했음을드러내고,다양한대안사회주의의조류들을제시함으로써사회주의의새로운방향을성찰한다.저자가주목하는첫번째지점은‘사회중심’사회주의다.
이러한방향의선구적흐름으로‘길드사회주의’가있다.길드사회주의자들은생디칼리슴(노동조합주의)을새롭게재구성해자본주의이후사회의토대역할을할노동자자치기구를‘길드’라명명했는데,러시아의공장위원회,독일과이탈리아의공장평의회등노동자스스로기업을관리하기위한다양한조직들이만들어졌다.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19세기사회주의운동의이상이20세기초에다양한노동자자치조직들로되살아난것이다.여기서‘자본’을대체하는것은‘사회’이지그대리자인‘국가’가아니었고,노동자자치기구들은노동현장에서‘사회’를실체화하기위한조직들이었다.
옛유고슬라비아연방도이방향으로나아가,노동자자주관리에바탕을둔사회주의체제임을선포했다.시장경쟁체제를함께받아들인자주관리체제는한계와모순을드러냈고,민족간충돌로유고슬라비아연방이사라지면서자주관리사회주의실험도마감되고말았지만,노동자가경영하는기업들로이루어진체제가수십년동안지속되었다는것자체가역사적성과였다.“21세기사회주의는자주관리사회주의가멈춘바로그곳에서다시시작해야한다.”스웨덴의임노동자기금구상도선구적시도가운데하나다.스웨덴은사적자본의지배해체방안은곧국유화라는20세기사회주의의상식을뛰어넘어,자본의초과이윤으로기업의신규주식을발행하고이주식이노동조합소유의임노동자기금에적립됨으로써결국노동자가대다수기업의지배주주가되는안을구상했다.자본의상당부분을사회에환원하는‘사회화’조치인이안은자본진영의반발로좌절되고말았지만,사회주의운동의역사에서국유화아닌사회화방안으로는가장앞선시도로서21세기현재에도충분히혁신적이다.
그러나노동자자치는첫걸음일뿐이다.기업수준의노동자자주경영을넘어전사회적민중자치로나아가야하는것이다.길드사회주의의대표이론가G.D.H.콜은개별기업의노동자자치에서출발해노동자대표들로구성된산업별전국길드-산업길드회의로이어지는체제를구상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