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사회정의란무엇인가?
사람이사람답게사는세상을위하여사회정의의본질과공동선을탐구하다
“사상체계의제1덕목을진리라고한다면정의는사회제도의제1덕목이다.”20세기가장중요한정치철학자가운데한사람인존롤스의말이다.일찍이아리스토텔레스도정의야말로정치생활의첫번째덕성이라고강조했다.법앞의평등,기회의균등같은정의의기본전제가위협받고최소한의사회적신뢰조차무너졌다는인식이팽배한한국사회에서이들의명제는얼마나유효한가?불평등문제가어느때보다심각하고한때‘정의’가문화적소비의대상으로열풍을일으켰음에도진지한담론은부재한현실에서,‘사회정의란무엇인가’라는물음은그어느때보다절박하고현재적이다.
이책은정치철학의근본과제는권력으로하여금정의를달성하게하는것이며,권력이정의를달성할때좋은정치질서가이루어진다는시각에서정의로운사회를위한합리적원칙을모색해온이종은교수의정치철학4부작의완결본이다.(1권출간을기점으로하더라도)5년이라는시간,약2800쪽,원고지약13000장이소요된대장정이이제마침표를찍는다.한국현대사의부침을함께하며오랜세월오로지‘정의’의문제에대한정치철학적탐구에천착해온,정년을앞둔한정치학자의학문적분투의과정이고스란히담긴역작이다.《정치와윤리》(2010)에서정의의윤리적바탕을탐색하고《평등,자유,권리》(2011)에서정의의원칙으로서의권리와정의의구성요소로서의평등과자유를다루었으며,《정의에대하여》(2014)에서정의의개념과원칙등본격적인정의이론을펼쳤던저자는이책에서존롤스의정의론을중심으로사회정의의본질을탐구한다.
롤스는‘절차적정의’를통해모두의자유와소수의이익을동시에보호하는‘공정’으로서의정의이론을정립하려했다.그의정의론은‘최대한의평등한자유의원칙’‘공정한기회평등원칙’‘차등원칙’이라는정의의원칙으로집약된다.이책은공리주의,자유주의,공동체주의를비롯한다양한현대정의이론과의대비를바탕으로롤스의정의론을비판적으로고찰하며,‘공동선’의개념과가치를다루고있다.이러한논의는우리가정치적원칙으로삼아야하는정의이론이무엇인지를근원에서다시생각해보게한다.어떤억압과지배없이,그리고적합성에대한심사를거쳐도출된정의의원칙으로사회정의를실현하는합의에도달할때진정한의미의국민,진정한의미의국민국가가될수있다는것이이책의기본시각이다.
이러한정치철학적사유는결국“누군가소외되거나굶어죽으면안된다고보는것,많은사람에게골고루혜택이가는것이사회정의”라는저자의말이시사하듯,사람이사람답게사는세상을향한열망과닿아있다.
사회정의가없으면타인과더불어살아갈수없다
정의란곧사회정의를뜻하는것으로생각하기쉽지만,전자에비해후자의역사는길지않다.원래응보,즉복수의차원을의미하던정의가사회정의로확장된것이다.또빈부격차해소를목적으로삼는배분적정의가사회정의의전부인것처럼생각하기쉽지만,사회정의는부의배분을넘어개인의자유와평등과권리,나아가자기존중과사회적유대에까지걸쳐있다.아리스토텔레스가일찍이평등을통해정의를이루겠다는주장의이면에는시기와질투가도사리고있다고간파했듯이,정의는시기와질투라는정서를인정받는것을둘러싼갈등과도관계가있다.사회정의는배분적정의가더욱광범한영역에까지확대된것인셈이다.이책은단일한시각으로규정하기어려운,사회정의를둘러싼다양한견해와이론을두루살핀다.
저자에따르면,사회정의란개략적으로말해서살아가는데좋은것과나쁜것,또는옳은것과그른것을구성원들사이에어떻게배분할것인가라는문제를논하는것이다.좋은것과나쁜것은무엇이며이익과부담은무엇인가?옳은것과그른것은무엇인가?옳은것과그른것이좋은것과나쁜것과는어떤관계가있는가?이러한것들을할당하는문제에사회정의가관여해야하는가?이책은이러한질문들을둘러싼정치철학적논의를다루고있다.사회에정의가갖추어진다고해서그사회가참으로바람직한사회가되는것은아니지만,정의가없다면타인과더불어살아가는것이어려워진다는것이수많은질문을통해이책이전하는메시지다.
존롤스의정의이론―모두의자유와소수의이익을동시에보호하라
‘사회제도’가구성원모두에게가치있는삶을보장하는정의
이책에서가장큰비중을차지하는것은존롤스의정의이론이다.그의대표작인《정의론》분석을통해그의정의의두원칙이란무엇이고그것이어떻게도출되었으며,롤스가자신의이론을어떻게정당화했는지,정의의세가지원칙(권리/응분/필요)을적용하여정의의세가지구성요소(자유/평등/효율)가달성된정의로운사회를어떻게제시하려했는지등을폭넓게살핀다.
롤스는공리주의의정의이론이자유를제대로보호하지못하고,선에대한인간의다양한관념을고려하지않으며,정의의중심이되는배분문제를다루지않는다는점을비판하며그보다나은정의론을제시하려했다.그리고인간의행동이나품성같은개인의정의가아니라사회제도를도덕적으로평가함으로써빈곤이나실업같은복잡하고거대한현대사회의문제를해소할수있다고보았다.사회제도전체가모든구성원들에게가치있는삶을살수있게하는정의의원칙을모색한셈이다.롤스는이러한관점에서사회정의의일차적주제가사회의기본구조,즉“주요한사회제도가기본적인권리와의무를배분하고사회적협업에서생긴이익의분할을결정하는방식”에있다고보고,여기에초점을맞추어정의의두원칙을제시했다.
정의의두원칙―최대한의평등한자유의원칙&차등원칙과공정한기회평등의원칙
‘공정으로서의정의에대한특별한관념’이라고불리는그의두원칙은다음과같다.제1원칙:각자는모든사람에게유사한자유의체계와양립할수있는,평등한기본적자유로이루어진가장광범한전체체계에대하여평등한권리를가져야한다.제2원칙:사회적경제적불평등은불평등이최소수혜자에게최대의혜택이되도록,그리고공정한기회평등이라는조건아래모든사람에게개방된직책과직위에결부되도록배열되어야한다.제1원칙은‘최대한의평등한자유의원칙’이라고불리며,제2원칙은‘차등원칙/격차원리’와‘공정한기회평등의원칙’으로나뉜다.
제1원칙에는기본적자유로이루어진체계전체는가능한한광범해야하며각자는이체계전체에대하여평등한권리를가져야한다는주장이담겨있다.최대한의평등한기본적자유는전체의행복증진이나차등원칙의실현을이유로제한될수없다.자유를포기할권리는인간에게없다는것이다.바로이점에서공정으로서의정의는자유지상주의와다르다.무제한으로계약하고이전할자유는롤스의정의이론에서는보호받지않는다.
제2원칙중롤스가말하는‘공정한기회평등의원칙’이란무엇인가?가령능력과열망이똑같은두사람이의사가되고싶어한다면,그들에게의사가될수있는기회를똑같이부여해야한다.나아가법적인기회평등을천명하는데그치지않고,‘공교육의무상화’처럼평등한기회를실질적으로향유할수있도록보장해야한다.이것이롤스가주장하는공정한기회의평등이다.그런데롤스는공정한기회를주었는데도결과에서평등하지않게되는것을정의롭지않다고말하지는않는다.그래서기회의평등은‘불평등해질평등한기회’라는비판이제기되었다.
‘차등원칙’은사회적경제적불평등은최소수혜자에게최대의혜택이되도록마련되어야한다는원칙으로,사회의최소수혜자에게혜택이되게하는불평등은허용된다는원칙이다.이것은부?소득?권력?권위와같은일의적선의배분에관한원칙이며,이러한선을획득하는데가장불리한위치에놓인사람들이최소수혜자이다.따라서차등원칙은기본적자유가아닌일의적선의획득에서불평등이있더라도그불평등은이러한선에대하여기대가가장낮은사람들에게가장많은혜택이주어지도록기본구조가마련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차등원칙의정당화
그렇다면그러한기본구조가있으면불평등이정당화되는가?롤스의차등원칙에따르면일의적선에서최소수혜자에게더많은혜택이돌아가는한그에따른불평등은정당화된다.여기서롤스가강조하는‘절차적정의’개념이나타난다.절차적정의는제도와대표적인최소수혜자같은개념을이용함으로써보편적으로정의의원칙을적용할수있게한다.
롤스는결과에서의평등이라는급진적인평등을거부하고차등원칙을선호하는셈이다.그는‘평등’에호소함으로써차등원칙을도덕적으로정당화할수있다고생각했다.“우리는평등한몫에서출발하기때문에혜택을가장적게받는사람은말하자면‘거부권’이있으며,그래서우리는차등원칙에도달한다.평등을비교의기초로삼음으로써더많은것을얻은사람은가장적게얻은사람에게정당화될수있는조건으로행동해야한다.”자유롭고평등한사람들이오랜기간협업하는공정한체제와자유롭고평등한인간이라는롤스의전제는평등주의적이지만,그가도달한사회정의의원칙은모든사람에게이익이되는한에는불평등을정당화하게되어있다.
롤스가차등원칙을강조한것은효율적인경제체제가최소수혜자에게최적으로기능하지않을수도있다고가정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불평등이최소수혜자에게혜택이되도록국가가책임을지고보장하는것이합리적이다.신고전주의경제학은시장체제에서나타나는경제적불평등은효율적이며혜택이결국최소수혜자에게‘흘러내려갈trickledown’것이라고주장하지만,롤스는이견해에우려를표명하면서‘흘러올라가는trickleup’것을주장한다.그는시장체제를정의롭게만드는데가장중요한경제적요인은타당한‘사회적최소한’을제공하는것이며,최소수혜자에게혜택을부여하지않을경우심각한위험이따를수있다는가정을원초적입장에서제시했다.차등원칙으로사회적최소한을보장하려는이유는최소수혜자에게기본적자유의값어치를최대한으로보장하기위해서이다.롤스의공정으로서의정의는이렇게하여평등을지향한다.이런점에서롤스의정의론은모두의자유와소수의이익을동시에보호하려는시도라고할수있다.
좋은것과나쁜것,옳은것과그른것을구성원들에게어떻게배분할것인가?
이책의1부가현대정치철학을대표하는존롤스의정의이론에초점을맞추고있다면,2부에서는롤스의이론과대비하여정의에대한현대의다양한이론을소개한다.정의의복합성과중층성을드러냄으로써정의에대한다양한관념을이끌어내려는것이다.저자에따르면,정의라는개념은본질적으로경쟁적인개념이며,정치이론에서이용되는정치적개념들사이에는공통적으로본질적인것이있는것이아니라유사성이있을뿐이다.자유지상주의,자유주의,공동체주의,사회주의,여성주의등은정치적개념들에대한이해들이서로연관되어구축된이데올로기라고볼수있다.따라서어느것이더낫다라는관점이아니라어느것이우리에게필요하고적합한가를물어야한다.
3부는‘공동선’에대한탐구이다.사실정치철학에서‘선’‘정의’‘올바름’같은개념들사이의관계를밝히는것은지극히어려운일인데,이러한과제를더욱어렵게만드는것이공동선이라는개념이다.저자는공동선이무엇인가라는문제에서가장중요한것은결국선,나아가서는선과올바름은어떠한차이가있으며사회생활에서이러한것들을어떻게추구해야하는가라는문제로귀결된다고말한다.이러한관점에서이책은공동선관념의변천과정,공동선의추구방식,연관개념들과의관계를중심으로정의는공동선과다른가,공동선은무엇인가,정의를통해공동선에이를수있는가라는궁극적질문을탐색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