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의뿌리
어떤그림을민화라고하는가?민화가지닌수백년생명력의근원은무엇인가?민화에담긴우리민족의사상과정서는무엇인가?이책은우리가흔히‘민화’라고부르는광범위한회화체계에대한본질적인접근을통해그원형과정체성,의미등을새롭게성찰한다.가히민화의백과전서라할만한웅숭깊은콘텐츠와새로단장한도판,상고시대전적들에기반을둔치밀한근거와논리등을통해민화의가치와의미에대한새로운안목을갖출수있을것이다.
1.
민화에대한논쟁이뜨겁다.그범위나격에대한논쟁은둘째치고,심지어그이름의적정성에대한논쟁까지벌어지고있는실정이다.
잘알려진것처럼,‘민화’라는말은일본인인야나기무네요시가여행중친구들과잡담끝에만들고,1937년월간지「공예」에서일본의오쓰에를‘민중으로부터태어나고민중을위해서그려지고민중에의해서구입되는그림을민화라부른다.’고정의한데서비롯되었는데,이후민화는조선의민화,한국의민화를지칭하는용어로대중화되어지금껏사용되고있다.
그리고이런일련의과정속에서저잣거리의허접(?)한그림부터궁중화원에의해그려진격조높은그림까지모두‘민화’라는우산아래함께자리하고있다.게다가한이름밑에같이하기에는주제나형식이너무다양하다.과연이대로좋은가?
민화는우리민족(민중)과수백년동안고락을함께해온문화적상징체계이다.따라서그속에는우리민족의장구한역사와정서와염원,즉정체성이담겨있다.아울러당대의시대상과사회상,개개인의삶을엿볼수있는기록이기도하다.때문에‘민화’의생산과소비를둘러싼메커니즘속에작동되고있는코드들에대한천착은,우리민족의정체성을밝히는주요한기재가될수있을것이다.
이런문제의식속에저자는현재민화라는범주속에무차별적,무개념적으로편입되어뭉뚱그려취급되고있는방대한전통화의영역에새로운체계와생명력을부여하고자한다.
2.
이책은먼저서론격인‘민화와달동네’에서민화의형식과내용,민화라는이름의오류,새로운분류와개념,명칭을통한재정립의필요성을주장하며,민화에대한기존의시각들을비판적으로성찰하고,그대안을제시한다.
그리하여저자는‘민화’를천지인天地人,즉하늘과땅과사람그림으로구분한다.먼저‘하늘그림’에서는하늘이내리는상서로운일,삿된것을피하는벽사,범신론적종교관등을그린그림들을살펴보고,이어‘땅그림’에서는우리민족의땅에대한애정과이상향,삼신사상등을드러낸그림들을,마지막‘사람그림’에서는현실속의이데올로기,입신양명,장수,신선의길을연모하는마음등을담은그림들을살펴보고있다.
한편저자는단순히그림의형식에따른분류에머물지않고,민화가그토록오랜세월동안끈질긴생명력을가지고이땅에서살아남은저력에대해통찰한다.이를위해중국과한국의옛역사서나풍속기등을폭넓게인용하고있는데,이는이책의가장큰장점중하나이다.저자는이기록들을근거로,상고시대광대한중국대륙을무대로삼았던한국인의자부심과자존심이신화,전설,일화,고사의형태로,또속화·별화·잡화·세화등의이름으로내장되어전해지고있음을밝힌다.즉민화라는이름의정신문화가어떻게한국인의전통속에서몇백년,아니반만년역사의증인으로살아남았고,다시찬란히부활하고있는가에대한성찰이다.
민화라는코드를통해한민족의광대하고찬란했던상고사와정신문명에대해되돌아보고,민화가담고있는의미와가치·사상들을다시살려냄으로써,한민족의정체성과자긍심을고취하고있는것이다.
한편이러한통찰은가장한국적이어야할우리민화에중국적인것들이왜그렇게많이등장하는지에대한의문을푸는열쇠이기도하다.중국의역사,중국의설화,중국의전설,중국인물,중국의땅까지,그소재뿐만아니라양에있어서도중국적인요소가압도적이다.이는우리상고사의지평을,우리민족의활동강역을한반도에국한하지않고중국대륙으로까지넓혔을때비로소이해할수있다.그리고저자는수많은민화와그속에담긴코드들,방대한상고사전적들을통해이를논증하고있다.
3.
저자는이책을통해민화라는이름과정의,내용과범주,전거와사상등모든것이새롭게정립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그리고자신의주장을뒷받침하기위해방대한고대전적들을종횡으로인용하여철저히고증하고있으며,400여점에이르는관련그림들을폭넓게제시하고있다.그리하여그림한장한장에,그림속의요소하나하나에,상고시대의기록한줄한줄에담긴의미를추적하고찾아내,마치퍼즐을맞추듯한국인의정체성과자긍심으로새롭게구성하였다.
만만찮은주제이지만,가능한쉽고재미있게,그리고해학적으로써내려간글과,깔끔하게복원한그림들이독자들을흥미로운민화의세계로안내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