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연기는왜배우를위험하게만들기도하는가
스타니슬랍스키는현대연기교육의흐름을근본적으로바꿔놓은인물이다.그가구축한‘스타니슬랍스키시스템’은미국과유럽,아시아로전파되었고,오늘날대중에게도익숙한‘메소드연기(MethodActing)’가탄생하는중요한토대가되었다.
하지만역할과자신을하나로만드는강렬한몰입은배우에게창조적힘을주는동시에위험을안겨줄수도있다.그래서이책은먼저1막의‘몰입의덫’에서배우가역할을창조하는과정에서맞닥뜨리는신체적ㆍ심리적위험을살펴본다.정서기억,극단적인신체변화,무대공포증과같은문제를실제배우들의사례와스타니슬랍스키시스템의연기론을통해풀어낸다.
여기에서중요한것은‘몰입하지말라’는것이아니다.오히려어떻게깊이몰입하면서도자신을잃지않을것인가가핵심이다.
스타니슬랍스키시스템은단순히배우에게그럴듯한감정을만들어내도록하는연기기술이아니라,신체와심리의건강한균형속에서창조적진실에도달하기위한‘통합적인예술교육’이라고저자는강조한다.
예술가에게는‘깊은몰입’만이아니라‘돌아오는기술’이필요하다
『에찌까』가특히주목하는것은무대가끝난다음이다.배우는공연이나촬영이끝났다고해서곧바로역할에서빠져나오는것이아니다.역할이요구했던극단적인심리적ㆍ신체적상태가배우에게남을수있고,반대로배우개인의삶에서일어난사건이다시연기에영향을줄수도있다.그래서예술가에게는창작에들어가는기술만큼이나창작에서빠져나와자신의일상으로안전하게귀환하는기술이필요하다.
저자는이를현대신경생리학과다미주이론(PolyvagalTheory)의관점에서들여다본다.무대공포증과극단적인몰입속에서자율신경계가어떻게반응하는지,그리고예술가가자신의신경계에‘안전브레이크’를걸고다시균형을회복하기위해무엇을할수있는지를탐색한다.이런점에서‘회복’은창작이후의부수적인휴식이아니라지속가능한예술활동을가능하게하는창작과정자체의일부이다.
“예술속의내가아니라,내안의예술을사랑하라”
이책전체를관통하는메시지다.즉예술을자신의성공과명성을위한수단으로삼는것이아니라,자기안에존재하는가장본질적인예술을사랑하라는뜻이다.
여기에서에찌까는자신만을위한윤리가아니다.스타니슬랍스키는배우에게자신에대한에찌까,동료에대한에찌까,예술에대한에찌까,관객에대한에찌까를요구한다.배우는공연의공동창작자로서끊임없이자신을훈련해야하고,동료와협업하고존중해야하며,예술을성공을위한수단으로삼지않아야한다.또한관객역시예술작업의공동창작자임을잊지말아야한다.
따라서에찌까의궁극적인목적은예술가를규제하거나처벌하는데있지않다.저자는그목적을‘돌봄’과‘성장’이라고말한다.예술가가가장안전하게자신을드러내고성장할수있도록분위기와조건을만들어주는것이에찌까의본질이라는것이다.
고전번역을넘어,직접몸으로익히는‘실전매뉴얼’
이책의특징중하나는책의구성이한편의연극처럼3막으로이루어졌다는점이다.제1막‘몰입의덫’에서는극단적몰입과무대공포증등배우들이겪는신체적ㆍ심리적문제를살핀다.제2막‘무대밖의생존’에서는타인과앙상블을이루고‘다정한현존’을확보하는방법을탐색한다.그리고제3막‘에찌까’에서는스타니슬랍스키의고전『에찌까』를현대적인우리말로만날수있다.
한편제3막의각Scene마지막에는고전의철학을몸의감각으로치환,훈련할수있도록8개의에튜드(Etude)가제시되어있다.이는매일매일무너진일상을복구하는데필요한입체적인실전매뉴얼로,이책이필요한,이책을곁에두어야할이유이기도하다.
저자는『에찌까』의메시지가예술가에게만한정되지않고,일상을살아가는사람들에게도적용할수있다고본다.
성과를내야한다는압박속에자신을몰아넣는사람,타인의평가와시선앞에서끊임없이긴장하는사람,일과자기자신을분리하지못해소진되는사람에게도이책의질문은유효하기때문이다.
이작은책이‘아티스트의영혼을지키는기술’의역할은물론이고,자신을갈아넣는삶을살수밖에없는현대인들에게도‘몸과마음을지키는파수꾼’의역할을해줄것으로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