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발견,집의발견
모든사람은각자의인생을살고,모든가족은각자의집에산다.말하자면사람이모두특별한존재이듯모든집은특별한집들이다.우리는모두집을나와밖에서일을하고,다시집으로돌아간다.사람들은피곤하거나골치아픈일이있을때,몸과마음이힘들때집을떠올린다.그때의집이란지금살고있는구체적인장소이기도하지만,자신을담아줄어떤포근한도피처나안식처이기도하다.우리는모두집을잘안다.그러나또한집을잘모른다.
《생활의발견》은언어학자린위탕(林語堂)이1937년에지은수필집이다.고등학교다닐때필독서였기에무심히집어들었던책인데,작가의인생에대한성찰이돋보였고낙천적인세계관이오래기억에남았다.원제는‘TheImportanceofLiving’이었는데우리나라에번역본으로나오면서‘생활의발견’이라는제목으로바뀌었다.삶의중요성이든생활의발견이든,그중심이되는곳은인간에게가장원초적인장소인집이다.‘집’이라는말은사람이삶을영위하는건축물을의미하지만,좀더의미를확장하면가족을뜻하기도한다.개인의역사가이루어지는곳이고가족이모여서정을나누는곳이다.
집,나와가족을지켜주는안온한세계
집은아마인간이만든최초의건축물로아주먼옛날조상들은안온한휴식처를만들기위해처음에는굴을팠을것이고언덕에나무를엮고풀을덮어서공간을만들었을것이다.그들은그때어떤생각을했을까?가장먼저,사나운동물들이나비와바람등자연의무서운힘으로부터가족을보호해줄공간을생각했을것이다.미관은사소한요소였을것이다.그리고집에들어가가운데에불을지피고동그랗게둘러앉아서로의정을나누었을것이다.그런생각을하면마음이따뜻해진다.그런면에서보면집이란단순한일반명사가아닌대단히복합적이며따스한온도를가지고있는아주특별한말이다.
집에많은의미를두던시절도있었다.아주오래전이야기지만,자신이추구하는세계나어떤정신적경지를집의이름으로붙이고그것을자신의호로삼는경우도있었다.가령정약용은큰형정약현이집의이름을‘수오재(守吾齎,나를지키는집)’라고지은일화를들며‘나’를잃지않고편안하고단정하게사는일이쉽지않음을말했다.선인들은후손에게물려주고싶은생각을집에담았고,후손들은그집에서살면서선인의뜻을귀나눈보다는몸으로받아들이며그대로행하곤했다.물론지금처럼잦은이사로유목민처럼떠도는시절에는해당되지않지만,이럴때집이란하나의책과도같고하나의말씀같기도하다.그렇게생각하면집은참어려운말이기도하다.
가장‘보통의장소’가주는대체할수없는행복
얼마전고레에다히로카즈감독이만든시리즈를하나봤다.인간에대한성찰이돋보이는영화를주로찍는그가처음으로만든드라마로,배경은교토이고주인공은견습전통무용가마이코들이모여사는기숙사에서음식을만드는젊은요리사다.소소한일상이또롱또롱소리를내면서흐르는개울처럼잔잔히펼쳐진다.작중에서가장인상적인대사는주인공의선임이주인공에게하는이야기였다.그것은“평범한맛을내는것이가장어렵다”라는말이었다.즉여기모인사람들은전국각지에서온터라고향의음식과맛에길들여져있기때문에어떤특정한맛보다는모두가좋아할수있는,이를테면보편적인맛을내야한다는말이었다.
돌이켜보니그이야기는바로감독자신이하고싶은이야기였으며,그가견지하는영화철학이라는생각이들었다.내가본그의영화대부분은집이라는공간에서가족의이야기가펼쳐진다.그것들은아주특별한이야기들이아니라바로우리집이나옆집에서일어날것같은이야기들이다.말하자면‘평범한맛’이그의영화안에가득한것이다.집은아주특별하지만평범한곳이다.집을모르는사람은없으나집을아는사람도별로없다.가장기본이되는그장소는어떤곳이어야할까?집에서비싸고거동이불편한옷을입고지낼수는없을것이다.무릎나온트레이닝복이나일상복처럼,집은그렇게편안한곳이어야한다.한사람의취향으로꾸미기보다는가족모두가편안한‘보통의맛’,‘보통의장소’가되어야하는것이다.그것이우리가건축을하며,집을설계하며늘하는생각이다.(〈들어가며〉에서,노은주·임형남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