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이키키브라더스>를기억하시나요?
‘그대내곁에선순간,그눈빛이너무좋아….’
어느누구보다시린삶을살아온여인이애써눈물을참으며부르던‘사랑밖엔난몰라’가떠오르는지….
‘그렇게좋아하는음악하며사니까행복하냐?’
어느새세월의때가묻어버린친구의물음에대답을주저하던성우의모습에나도모르게속이뜨끔하던그때가생각나는지….
지난2001년가을,소리없이찾아와우리의가슴을적셨던임순례감독의영화<와이키키브라더스>는슬프면서도,아름다운이야기다.밴드‘와이키키브라더스’는무력하기그지없다.디스코와가라오케그리고노래방열풍에밀려지방특산물미인대회와칠순잔치그리고시골의나이트클럽을전전할뿐이다.하지만이들에게음악은세상그어느것과바꿀수없을만큼소중하다.룸살롱에서발가벗고기타를치는순간에도결코저버릴수없을정도로….
멤버들은하나둘씩떠나간다.밴드의리더성우는결국자신의고향수안보와이키키나이트클럽에몸을맡길수밖에없다.힘들다.모든게힘들뿐이다.3류밴드의리더가되어돌아온성우에게고향은그리반가운곳이아니다.약사와공무원그리고환경운동가가된고교시절밴드의친구들에게성우는좀처럼'이해하기힘든'놈이다.첫사랑인희는야채장수아줌마가되어마을을억척스럽게누비고있다.그런데이상하다.보기만해도힘에겨운사람들로가득한이영화는우리에게알수없는따뜻함을전해준다.그들의부박한삶저편에서뭉게뭉게피어나던'희망'이라는이름을발견할수있기때문이다.
국내최초의‘음악소설’,소설「와이키키브라더스」
아놀드하우저가지난20세기를가리켜‘영화의시대’라부를수있었던까닭은19세기를풍미한소설의공이절대적이었다.사실많은영화들이소설의‘이야기’를토대로만들어졌다는것은그다지새로운얘깃거리도아니다.우리역시1960년대문학작품을영화로만드는이른바‘문예영화’시대를지냈고,이후에도<별들의고향><서편제>등관객들의사랑을한몸에받은영화대부분이뛰어난원작소설에빚을지고있다.올해도마찬가지다.<동갑내기과외하기>는인터넷통신소설에서비롯되었고,서로다른시대를살아가는세여자의이야기<디아워스>는마이클커닝햄의동명소설을원작으로했다.<갱스오브뉴욕>은마틴스콜세즈감독이허버트애즈베리의동명소설을30여년간기다린끝에이루어낸영상대서사시다.<국화꽃향기>는그유명세를따지자면오히려원작소설이영화를압도할정도다.
하지만이와반대로대중의사랑을받은영화가‘소설’이라는새옷을갈아입고대중앞에선경우는극히드물다.국내최초의'음악소설',소설「와이키키브라더스」가주목받는까닭은바로이점이아닐까?
‘겉멋’든대중음악은가라
소설「와이키키브라더스」는비틀즈와김민기를좋아했던아니이땅의모든음악을사랑했던사람들에게바치는작은선물이다.비록아무도알아주지않아도,최고의연주를위해오늘도땀을흘리는이땅의모든언더그라운드연주자들에게작은쉼터로기억될것이다.
'와이키키브라더스'.그들은단지음악이좋다는이유만으로평생음악의외길을걸어간다.디스코음악에밀리고,노래방과가라오케에밀릴지언정그들은결코음악을포기하지않는다.하지만우리는알고있다.노래가아닌춤과외모그리고입담으로대중을유혹하는가수보다그저음악이좋아노래부르고,연주하는이들이더욱소중하다는것을.
나는추억한다,고로존재한다
세상은참빨리변한다.그저음악이좋아기타와드럼을연습하며사춘기를보냈던까까머리중고등학생은어느덧중년을바라보는나이가되었다.이제회갑연이나주점에서사람들의흥을돋우던악사들의모습은점점사라져가고있다.우리역시그들이사라져가고있음을알려고하지않는다.
소설「와이키키브라더스」는70년대또는80년대에학창시절을보낸이들에게작은위로가되기를바란다.부르터진손가락의아픔을애써참으며기타줄을매만지고,늦은밤,졸린눈을애써비비며라디오를타고흐르던DJ의목소리와팝음악에행복했던그때를추억하기원한다.
저항,반란.록음악에평생을건남자
소설「와이키키브라더스」의주인공최기타에게록음악은살아있는이유나다름없다.1964년영국의네청년‘비틀스’가미국을정복하며‘저항’과‘반란’의아이콘으로신화화한,월남전에서미군폭격기가소나기처럼퍼붓는융단폭격을상징한양병집의‘소나기’로‘반전’을노래한록음악이그를지금까지인도해온것이다.최기타,비록그가궁핍이라는운명에서벗어나지못할지라도,그에겐록음악만이생의전부이다.록음악만있다면숨을쉬지않아도살수있다.
사랑과음악,둘중하나를선택해야한다면?
최기타에겐두여인이있었다.두여인에게최기타는운명같은사랑이었다.하지만최기타에겐기타의여섯줄이두여인보다더소중했다.그는기타의여섯줄위에서잠들고,꿈꾸기를원했다.마치사랑스런여자를품듯이기타를포옹하는그의앞에서두여인은소리없는눈물을삼킬뿐이다.
아무리살아도좀처럼알수없는것.그건바로사랑그리고인생이아닐까?
소설「와이키키브라더스」는사랑이무언지,인생이무언지애써강요하지않는다.그러나최기타의음악여정은당신에게사랑과인생의의미를음미하게할것이다.최기타의순정을앗아간‘음악’은이렇게얘기한다.
“당신이좋아선택한것이아무런해답을주지못할때도있다.그저흐르는음악처럼인생도흘러갈테니까.인생은살수록힘들고,살수록아름다운것이아닐까?”
부록:팝과록은무엇인가?(임진모),국내외가수인명,‘와이키키브라더스’연주CD
♧본문소개
본문중에서
좋은기타소리는어느새연주자와듣는자사이에아늑한공간을구축한다.좋은기타소리는하늘저편에서울려오는먼종소리같았고,저녁강물같은굽이침이있었다.그렇다.좋은기타리스트의손놀림은그자체가하나의강물이며,절묘한흐름이었다.그리고민형은절정의기타연주,그순간은어둠을뚫고빛이내려오는것과같다고생각해왔다.
-본문‘기타치는남자’중에서
최기타가나타났다.겉모습은무뚝뚝하고,때로는어리숙한느낌도있지만소탈하고사려가깊은사람이다.최기타의매력중에하나는그가아직분노를잃어버리고있지않다는점이다.이방인의작가알베르카뮈가'나는존재하기위해서반항한다'라고말한것처럼,최기타의록에는분노가살아있다.지상의모든사랑의훼방꾼들에게분노를터뜨리며,연인들의진실한사랑을보호하기위해서그는기꺼이기타를연주하고있는것이다.
-본문‘기타치는남자’중에서
최기타는어느새무아지경에빠져어머니의자궁안으로회귀하고있었다.무대란이토록위대한곳이다.최기타는잠재의식을마음껏풀어놓고있었다.그리고끊임없이객석을향해새로운생명력을공급하고있었다.그것은가장순수한상태인어머니의자궁속에서태아가우주의가장신비로운기운과연결되어그기운을전달하는것같았다.그것은상승이었고,다시만나고싶은기분좋은체험이었다.
-본문‘라이브,또하나의비상’중에서
민형은늘최기타같은언더그라운드뮤지션들이대중문화의뚜렷한하나의주류를이룰수있어야한다고생각해왔다.그것은상업적으로성공한주류의뜻이아니라음악성으로대접받는주류를뜻한다.음악이인기와돈벌이의수단이아니라그자체만으로도이미충분한완성이요영혼의양식이라고여기는한그래야마땅하다고민형은생각했다.
-본문‘새벽여행’중에서
한국록의대부신중현마저도1979년12월대마초연예인에대한해금조치가있은뒤,다시7인조밴드'신중현과뮤직파워'로화려하게재기했었지만조선호텔나이트클럽에서자신의음악'커피한잔''님아'같은노래를부르는대신비지스의디스코사운드를연주해달라는경영자요청을거부하자,끝내해고를당하고말았던아픈경험이있다.요즘도그렇지만한국의음악소비자들은록뮤직에맞춰춤출줄아는록댄스감각이너무무딘탓이었다.
-본문‘새벽여행’중에서
70년대서울의보헤미안들은무교동을마지막비상구로찾아들었고,그곳에서록밴드와통기타가수들,그리고DJ들은뜨거운가슴에서분출되는70년대의낭만과감성을목마른이들과함께나누며청년문화를만들어나가고있었다.이제그들은독재정권아래서얌전히공부만하던젊은이들이아니었다.이미서구의팝문화가밀려온지가한참이고,베트남전쟁의실상과그의문,그리고히피가추구하는사랑과평화가젊은이들을사로잡고있었다.그시절미국의록평론가들은이렇게단정짓고있었다.“베트남전쟁을종식시킨것은정치가들의결단이아니다.그것은미국의록뮤직이었다.”
-본문‘열정의샘’중에서
두사람은밤이늦도록술을마셨다.그녀도점점취해갔다.그녀가살짝혀꼬부라진소리로안타깝게이렇게말했다.“하고싶은음악을하고사니행복하니?나보다음악이그렇게좋았니?”최기타는가슴이무너지는것같았을뿐,아무말도할수없었다.
-본문‘슬픈재회’중에서
음악을한다는것은자신의가슴을,매일밤한파운드씩도려내어연주하고,노래하고작곡한다는것을뜻한다.하지만아티스트의위대함은바로그고통을노래함에서비롯되는것이다.그노래속에서고통은사랑이되고희망이되어꽃으로살아나고별빛으로떠오른다.그래서아티스트의피는장미가되고,아티스트의눈물은별빛이되고,아티스트의땀은서정의역사가되는것이다.
-본문‘바다냄새가나는여자’중에서
최기타의기타연주는생명력이넘쳐흘렀다.그스스로가어느새씻김굿을하는무당으로변해있었던것이다.그는미친듯무대를뛰어다녔다.그순간최기타는어둠을가로질러비행하는한마리갈매기의자유를누리고있었다.순간,최기타는수없이명멸하는빛속에서정숙을보았다.정숙은한줄기빛처럼무대위로다가와최기타를가만히포옹했다.고마워요.정말고마워요.정숙이최기타의품에안겨나지막이속삭였다.
-본문‘빛을찾아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