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단 에쎄이 (한국문학의 큰 별들이 그린 근대의 풍경 시대의 자화상)

모단 에쎄이 (한국문학의 큰 별들이 그린 근대의 풍경 시대의 자화상)

$13.37
Description
한 시대를 견뎌낸 문인들이 ‘수필’로 남긴 흔적.
『모단 에쎄이』는 엮은이인 박민호 서울대 교수가 1910년부터 194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쳐 한국전쟁 사이에 발표된 수필 90편을 발굴하여 엮은 책이다. 냉전의 그늘 속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김기림, 임화, 김남천, 김동석 등의 월북 작가와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강경애, 나혜석, 백신애, 김일엽, 이선희, 지하련 등의 여성 작가들을 두루 조명하며 문장 한 줄, 단어 하나에 천착하면서 낯선 문장을 새롭게 해석하고 단어들을 현대의 형식에 맞게 다듬었다.

'수필'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르의 속성 탓에 문학잡지나 신문의 잘 보이지 않는 구석을 겨우 차지한 경우가 많았고, 편집 면에서도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르의 성격과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위치로 인해 작가들은 글 속에 크고 작은 생각들을 보다 자유롭고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글 역시 여러 가지 빛깔을 띠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우울함이 짙게 깔려 있으면서도, 신변잡기로 딴청을 부리며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우울한 시대를 돌파하고자 하는 생의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의 근대 수필이라 하여 저항 의식이나 시대정신의 색조가 강한 글이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에 무감한 태도를 보이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마당의 살구나무, 평양의 냉면, 중고 서적에서 나온 머리카락 한 올 등 사소한 소재와 소소한 일상이 주된 글감이다.
저자

이상

목차

들어가는글

제1부_봄이이다지도아픈건어인까닭입니까
꽃송이같은첫눈ㆍ강경애|봄!봄!봄!ㆍ최서해|살구꽃ㆍ현덕|오동ㆍ이광수|나팔꽃ㆍ김동석|애저찜ㆍ채만식|명태ㆍ채만식|냉면ㆍ김남천|유경식보ㆍ이효석|별ㆍ김동인|청란몽ㆍ이육사|그믐달ㆍ나도향|늪의신비ㆍ이효석|춘원의편지ㆍ김동인|나와귀뚜라미ㆍ김유정|나비ㆍ노천명|고양이ㆍ김동석|돌베개ㆍ이광수|문방잡기ㆍ이태준|벽ㆍ이태준|책ㆍ이태준|가장시원한이야기ㆍ정지용|목련ㆍ노천명

제2부_나라는인간의존재를내다보며웃는다
단념ㆍ김기림|천렵ㆍ계용묵|인욕ㆍ이광수|참회ㆍ이광수|방서한ㆍ계용묵|죽음ㆍ이태준|값없는생명ㆍ최서해|연주창과독사ㆍ최서해|생활의향락ㆍ김진섭|약수ㆍ이상|공허증ㆍ김석송|여인독거기ㆍ나혜석|공연한실망ㆍ김일엽|눈오던그날밤ㆍ백신애|설천야의대동강반ㆍ임화|내애인의면영ㆍ임화|겨울이가거들랑ㆍ지하련|머리카락ㆍ이원조|심부름ㆍ이선희|화초ㆍ이효석|꾀꼬리와국화ㆍ정지용|별똥이떨어진곳ㆍ정지용|기억에남은몽금포ㆍ강경애|해협병ㆍ정지용|선ㆍ한용운|신념있는생활ㆍ김기림

제3부_수상한시간,알수없는시대
조선정조ㆍ최독견|모던걸ㆍ안석영|진실한의미의모던이되자ㆍ박팔양|거리에서만난여자ㆍ현진건|축견무용의변ㆍ박태원|세태ㆍ박영희|여백을위한잡담ㆍ박태원|이발과괵수ㆍ안회남|의복미ㆍ안회남|머리ㆍ김용준|육체ㆍ정지용|사망통고서ㆍ박계주|개가ㆍ계용묵|오천원의꿈ㆍ노자영|땅ㆍ김사량|이동음식점ㆍ김용준|고전ㆍ이태준|동양화ㆍ이태준|글루미이맨시페이션ㆍ채만식|삼단논법ㆍ오장환|소나무송ㆍ김기림|원고첫낭독ㆍ강경애

제4부_겨울이오면봄은머지않았어라
문필과가책ㆍ나도향|지충ㆍ채만식|탈모주의자ㆍ엄흥섭|손ㆍ계용묵|길ㆍ김유정|이역의달밤ㆍ강경애|나의무궁화반도ㆍ노자영|최서해와나ㆍ이광수|유정의면모편편ㆍ이석훈|꿈ㆍ정인택|고이상의추억ㆍ김기림|효석과나ㆍ김남천|예술에대한소감ㆍ김용준|시의위의ㆍ정지용|동양의미덕ㆍ김기림|민족과언어ㆍ김기림|춘래불사춘ㆍ임화|소인국ㆍ김억|바다ㆍ길진섭

수록작가약력

출판사 서평

한국문학의큰별들이그린
근대의풍경,시대의자화상

삶이고통스럽고마음이공허할때
그‘낡은지면’은내게한가닥위안이었다.


한편의글이생명력이있다는것은그것이언제읽어도가치있는문장으로다가섬을의미한다.단지과거에씌어졌다는것만으로역사적의미를고정하면그만인글이있는가하면그처럼단순히과거를기억하는데그치지않고바로오늘을살기위해절실하게요구되는글이있다.그러한글이야말로좋은글이고영원히젊은글이다.
이산문선집을펴내고글을고른기준을들라면바로이영원한현재성을꼽고자한다.오늘의우리가읽을때그글이우리선배들의글이라는점말고도,오늘을살아가는우리의막막한심정을위로해주고스스로자기의삶을구성할여유와지혜를준다면훌륭한글이아니겠는지.
그러한체험을귀하게여겨이제내가읽고힘을얻었던글에새로찾아낸글을더하여식민지시대문학인들이남긴산문을가려뽑은선집을내게되었다.이산문선집이오늘을사는우리에게의미있는존재가될수있음을나는믿는다.
_[들어가는글],엮은이

책소개

1910~1940년대한국근대문학의대표작가들이쓴
영원한현재성을지닌90편의산문


『모단에쎄이ModernEssay』는1910년대부터1940년대후반,역사적으로는일제강점기와해방을거쳐한국전쟁사이에발표된수필중90편을가려엮은책이다.외세에의해급격하게근대로편입된혼돈의시대에,‘조선근대문학의수립’이라는과제를짊어진작가들은근대의풍경과시대의내면을세밀하게묘사했다.이른바‘필독’이라는명찰을단‘간판작가’에서시각을달리하여,엮은이가국문학자이자문학평론가로서의심미적기준을부여했다.팍팍한오늘을살아내는우리를위로할수있는,‘영원한현재성’을지닌작품을소개했다는점에서의미가새롭다.냉전의그늘속에서제대로가치를인정받지못했던김기림,임화,김남천,김동석등의월북작가와대중에게상대적으로덜알려진강경애,나혜석,백신애,김일엽,이선희,지하련등의여성작가들을두루조명했다.이로써문학사적으로폭넓은스펙트럼을형성하고있다는점역시이책의미덕이다.

근대를복원하다,근대의향기를품은낡은지면

엮은이방민호서울대교수는길게는한세기전,짧게는칠십여년전의문학잡지와수필집,신문의낡은지면을뒤져90편의수필을발굴했다.아마도이작업을하는동안방민호교수는산사람보다는죽은사람들과더욱가까이지냈을법하다.이렇게찾아낸글들은문장한줄,단어하나에천착하면서낯선문장을새롭게해석하고단어들을현대의형식에맞게다듬었다.
이책이다소복고풍의모양새를갖추게된것은엮은이의노고때문이다.그가건져올려출판사편집진에게건넨원고에는근대의맛과향기가고스란히남아있었다.편집진은이글들에어울리는옷을찾아야했고,숱한재단과정을거쳐현재의모양을갖추게되었다.한편으로는독자들이책을펼친동안이나마근대의공간에머물기를바랐다.

대접받지못한문학장르,그속에서찾아낸‘오늘’
겨울날살에와닿는눈송이처럼구체적이고감각적이며독하게아름다운글들


수필은문학의말석(末席)에있었다.전문적인훈련없이도누구나쓸수있다는점에서수필은‘잡문(雜文)’으로여겨졌고,그만큼홀대를받았다.『모단에쎄이』에수록된작품들역시마찬가지다.주목을받지못하는장르의속성탓에문학잡지나신문의잘보이지않는구석을겨우차지한경우가많았고,편집면에서도혜택을누리지못했다.하지만형식에구애받지않는다는장르의성격과전면에드러나지않는위치로인해작가들은글속에크고작은생각들을보다자유롭고솔직하게담아냈다.전화위복이라해야할까.이러한솔직함으로,당시대접받지못한글들은오늘날우리에게생생한느낌과생의감각을일깨운다.과거의산물에그치지않고언제읽어도좋을‘영원한현재성’을획득한것이다.
『모단에쎄이』에실린글들은여러가지빛깔을띠고있다.식민지시대의우울함이짙게깔려있으면서도,신변잡기로딴청을부리며웃음을자아내는가하면,우울한시대를돌파하고자하는생의의지가엿보이기도한다.최서해는가치없이스러지는한생명앞에서생의비극을체험하고,중병을앓는아들을품에안은이광수는피눈물을삼키며참회한다.엄흥섭은동료문인들과벌인한바탕촌극을장문의필치로그려내고,김사량은땅투기로몸살을앓는평양을탄식한다.김유정은썩어문드러진폐로좁쌀만큼의공기를호흡하면서곁에놓인‘길’을걸어가겠노라고다짐한다.이육사는자신의시를수필로풀어쓴듯지사적풍모를잃지않는다.끝내시대와화해하지못했던천재시인이상은많은작가들에게번득이는예지를심어놓고는멀리미래로줄달음쳤다.

오늘우리의가슴에‘삶’을속삭이는죽은자의육성

이책을대하면서일제강점기와근대의수필이라하여저항의식이나시대정신의색조가강하리라예상한다면,독자의예측은보기좋게빗나갈것이다.엮은이의의도일수있겠으나,『모단에쎄이』의작가들은오히려시대에무감한태도를보인다.마당의살구나무,평양의냉면,중고서적에서나온머리카락한올,신문에난기사한줄등사소한소재와소소한일상이주된글감이다.나날이‘조선’이지워져가는풍경에대한아쉬움과회한을드러내면서도그들역시모던보이,모던걸로살아가고있다.이토록이나시대에둔감했던이들의태도를어떻게볼수있을까?이들의무관심을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
수록작가45인의글에서느껴지는정조는비장함이다.시대에무감하지않고는,지극히사소한것이라도부여잡고쓰지않고는,살아갈수없는삶의비애가깊게묻어난다.그들은그믐달을올려다보며,흰눈송이를바라보며,바늘에찔린상처를들여다보며,시시각각다가오는죽음앞에서그래도살아가야한다고,살아가라고죽은자의음성으로속삭인다.『모단에쎄이』는한시대를견뎌낸문인들의글이자,우리보다삶을먼저살아낸선배들이남긴삶의흔적이다.부디이책을통해독자들이식민지시대로부터오늘에까지이어져온,삶을향한독하게아름다운가치의연결고리를발견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