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천 (이창수 시집)

횡천 (이창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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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상처 입은 존재들에게 전하는 사랑과 애도의 노래
일상과 현실을 몸으로 삼으며 삶의 비극을 구체화하는 10년 만의 새 시집
저자

이창수

대표작으로『횡천』등이있다.

목차

1.봄의동력

봄의동력______10
사슴______11
복내______12
횡천橫川______13
침묵______15
털신한켤레______16
한려______17
섬진강1______18
섬진강2______19
이세상에없는세상______20
내구름______21
흰알약______22
망초______23

2.보성강

우화______26
가물치______27
잉어______28
목련______29
얇은벽______30
분수______31
보성강______32
파주______33
삼정______34
지리산1______36
지리산2______37
금동이______38
눈사람______39
처음과끝______40

3.도를아십니까?

산수유마을______42
나를기억하는방식______44
콩______45
오늘의운세______46
도장의힘______47
꼬막무덤______48
유선사______49
옻______50
입산금지______51
도를아십니까?______52
항아리______54
이팝나무집______55
양림동______56

4.땅벌

산초말리는계절______58
가족______59
가난한재벌______60
구름의표정______62
수몰민______63
내친구이기권______64
통영______66
두승산______67
땅벌______68
상무지구______69
눈보라______70
음력______71
화엄무인텔______72
바위선생______74
봄봄______75

┃해설┃이진우(시인)
멀리서보아야보이는것이있다______78

출판사 서평

"이창수시인에게복서의기질이느껴진다.결코엄살부리지않는다.
아파도유머를잃지않으며정면과마주한다.“
-류근(시인)

이창수시인의세번째시집『횡천』에등장하는많은사람은평범한이웃이아니다.말은통하지만멀고이상한나라에서온사람들같다.그런데도두렵지않다.우스꽝스럽기도하고측은하기도하다.그사람들속에시인도끼어있다.

시인과같은건물에사는이웃으로등장하는,화장하면이십대로보이는오십살‘명순씨’(「사슴」)나휴일대낮얇은벽너머로들려오는신음때문에방에없는것처럼하게한‘얇은벽너머옆방여자’(「얇은방」)또한어려운처지였다.상황,형편,환경모두가녹록지않은시절이었고,그들에게나시인에게앞길이잘보이지않는다.

아침저녁으로검은구두들이

지상과지하로가는계단울렸다

입벌린지하철거대한구덩이앞에서

사람들이우왕좌왕했다

육삼빌딩정수리에

겨울몰고오는검은구름이

이합과집산거듭하고있었다

여의도걷고있는데

누군가도를아느냐고물었다

-「도를아십니까?」일부

시인은몇갈래갈림길을거쳐도시자본의심장여의도에발을들여놓아보기도했지만,미래를수치로예측하는검은구두들마저우왕좌왕했으며금빛으로빛나야할육삼빌딩꼭대기는우락부락검은구름만보여주었다.시인은‘누군가’의입을빌려서라도자신에게도(길,道)를아느냐고묻고싶을정도였다.도시가가리키는,드라마나영화에자주등장하는모두가아는그길은시인이살아온길,살아가려는길과달랐다.

시인조창환(아주대학교명예교수)은“서사적에피소드를단순하게처리하고대상을간결하게묘사하면서도그안에스며있는측은지심과연민의정이읽는이의마음을따뜻하게감싸안으며현실에잘적응하지못하여우스꽝스럽기까지한인간군상의모습을그려낼때도그의문체는위트있고유머러스한감각을잃지않고있다”며이창수의시가가진문체의독특한매력을강조했다.

위트와유머를놓치지않는가족과고향의신화

시인은시골,전라남도보성복내면이라는농촌에서나고자랐다.1970년에태어난그의세대는타의로자의로든시골,집을떠나무섭게팽창하는도시로나갔다.다들그래서그렇게했지만,시인은도시에정착하지못하고혹은하지않고돌아왔다.도시를겪고서돌아와보니고향이보였고,다시보였고,다르게보였다.

문화는세태에따라변해간다.오랜문화와급격히변하는세태는엇박자를내기마련이다.시골과도시의부조화도변화속도와방향이다른데서온다.모두홀린듯발전일변도,성장우선만외쳤으므로.누가뒤처지든누가희생당하든뒤돌아보지않고앞만보고달렸다.독식한승자가우상처럼떠받들어지던시대였다.경쟁에내몰린세상에서살아남기위해서올바른판단따위는개나줘버리는시절이었다.

친구가진돗개새끼얻어왔다
후배는귀보고순종이아니라고했다가
친구에게면박당했다
중학교건물짓는인부들에게고기얻어먹었다
자립을아는개였다
친구와후배는빳빳한꼬리보아순종이라하고
풀어진눈과처진귀로보아잡종이라며다툰다
휘파람불어금동이를불렀다
꼬리세운금동이가머리내밀었다
근친상간이순종만드는
개의역사를생각했다
-「금동이」전문

순종이냐잡종이냐가,그러니까혈통이돈이되고돈이되어야값지게여겨지는세태가시인은의아하다.본질보다외형과금액을따지고앞세우다보니인류가그토록경멸하던근친상간을가족보다사랑하는반려견에게강요하는상황에이르렀으니.인간과개의역사중애완견이생산된시기는몇백년에불과하다.여러품종의개를교배시키고유전형질을고정시키기위해근친상간도마다하지않았으며기준에맞지않는새끼는모두도태시켰는데,목적은상품이되어버린개가인간의유대관계를다시쓰게만든상황은도시와시골관계에서도별다르지않다.

고영민시인은이창수시인이"일상과현실을몸으로삼고있으며,삶의비극을구체화하고있"으며"가족과고향의신화를삶의구원처로삼고경험적진실을통해상처입은존재들에게곁을내주며사랑과애도의노래를건네고있다"고했다.

소외되었거나적응하지못하는사람들을묶는경험적휴머니즘

시냇물이옆으로흘렀네
마을에식자가있어횡천이라불렀네
시냇물따라버드나무가자라고
버드나무는새와구름불러왔네
냇가에작은술집도생겼다네
술집에서나온사람들이옆으로걸었네

횡천거슬러올라가면
푸른학날아다니는청학동이나온다네
시절이하수상해지면
순한사람들이청학동에들어와살았네
사나운도적들찾아왔지만
나무꾼이되거나더깊은산으로갔다네

횡천에다리가놓이고시장이섰네
길이포장되고자동차가다니기시작했네
사람들도앞만보고걸었네
구불구불길도직선으로바뀌고
논도밭도바둑판되었다네
사람들은직선을숭배했다네

그러든말든횡천은옆으로만흘렀다네
횡천가로질러그물이쳐있었으나
아무것도걸리지않았다네
밤강물에일월성신희미하게보였지만
그건누구도잡을수없는물고기라서
마을사람들본체만체지나갔다네

-「횡천橫川」전문

개발은도시와농촌을가리지않고이뤄진다.도시는개발을원하는자들의공간이돈이흘러가야하는길을지도위에그어버리면피와땀으로지켜온복잡다단한농촌의역사,내력,문화,이야기,추억,삶의양식은직선으로잘려조각나버린다.그러나세상은시간의흐름에따라변해도하늘의이치는변하지않음을횡천은보여주고있다.횡천에뜬일월성신은우주의시간이고질서이다.그래서사람들의그물에는걸리지않는다.시인의눈은그것을본것이리라.

유장한세월동안자연과어울리며사람들이만들어낸풍경은자본의칼로난도질당했다.“앞으로만걸어라,앞만보고뛰어도모자란판국에옆으로걷는사람들이있다고?그런반동분자들은!”이런자연스러움이낯도모르는외지인들에의해깎이고잘려나가는상황이시인은불편하고황당하다,내가누구인지,누구라고말할수있나싶을정도로.

시인이보고자란모든것들이,내가알지못하게변해가는상황이마치누군가내기억을삭제하는듯해보인다.일상적인물건,비누나칫솔따위에서시집,술친구로부터머리위에빛나던조약별까지기억에서박박지워가기에내가누구인지알수가없게되었다.요행히“집으로돌아가는그길”만은기억하고있지만이기억또한곧사라질까두렵다.그래서“집으로가는풍경속에살고있는”것들이“혼신을다해나를기억해주고있다”고말하는것이다.기억해줬으면하는것이다.그렇게라도나를기억해낼수있기를.

『횡천』은우리시대의삶이온전하지도공평하지도않다는사실을반복해서보여준다.누가나서서말하지않아도다알고있는사실이라고생각해온사람이라도시인의삶을되돌아보거나곱씹어보면지금과다른얼굴과표정을내면깊이묻어두고있었다고말하고싶다.우리의고달픈현대사와숨겨둔개인사를우스꽝스럽고해학적으로말하는그럴수밖에없는그를그의처지를우리는모두암묵적으로…이해한다.

한시인이태어나기도전부터나고자라중년이되도록보고배우고알게되고느낀모두를시로표현하기까지얼마나많은입장에서보는지독자는알기어렵다.그어려움을덜어주겠다고시인이고주알미주알사연을휘갈길수는없는노릇이다.그저눈밝은독자가고마운것이다,유감스럽게도쉽게만나기어렵지만.세상의이치가그렇듯멀리서보아야제대로보이는것은사물이나사람이나마찬가지인듯싶다.

한국시가회복해야할지향점

이창수의시는선연하다.요즘한국시에흔히보이는장황함이나지리멸렬이없다.그의시의언어는잘정돈되어있으며,간명한구조속에서적절하게함축되어있다.이창수의시편들이견인해보여주는이런저력들이야말로요즘한국시가회복해야할지향점이되어야할것이라고나는믿는다.-이건청(시인)

현실세계의모순을정면에서비판하게되면자칫긴장감을잃고따분해지기쉬운데특히그는풍자와함께은유와상징을통해심미적표현가치와인식의깊이를추구여시의완성도를성취한다.이런그만의독특한언어형식과표현방법때문에나는그의시를읽는내내즐겁고아프고‘재미’있었다.-감태준(시인)

이창수의시는어떤도덕이나이념의주장보다는사실의관찰이돋보이는현실주의의세계에속한다.그의시들은물물들의현존을쓰다듬는다.-장석주(시인,문학평론가)

사람의체온이나체취가느껴지지않는시가많은요즘,이창수시인의시작품들은따뜻함을특징으로한다.따뜻한눈빛으로서로를쳐다보는가족을형상화하는등촌스러움과넉살이담겨있다.-이승하(시인,중앙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