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송명시

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송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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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을 대표하는 246명의 시인이 수준 높은 전문성과 예리한 감성으로 얽어낸 애송시 52편 수록!
시인들이 선정한 ‘느낌이 빠른 시’, ‘귀로 듣는 시’
어떤 시가 누군가에 의해 애송된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애송시집의 출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송명시』는 시인들의 개인적 주관에 의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시를 보는 눈이 보다 전문적이고 주체적인 ‘현역시인’들의 심미안이었기에, 한국 현대시의 정신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화가가 좋아하는 그림, 영화인이 좋아하는 영화가 있듯이 ‘시인이 좋아하는 시는 어떤 시일까?’라는 일반 독자가 지닌 호기심과 기대치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시를 직접 창작하고 있는 시인 246명의 보다 섬세하고 예리한 시적 감성을 확인해 보는 것 자체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저자

한국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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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인들이선정한‘느낌이빠른시’,‘귀로듣는시’

어떤시가누군가에의해애송된다는것만으로도그것은충분히가치있는것이다.시인들이좋아하는애송시집의출간역시이런맥락에서이해할수있을것이다.이번에출간된『시인들이좋아하는한국애송명시』는시인들의개인적주관에의한선택이기는하지만,시를보는눈이보다전문적이고주체적인‘현역시인’들의심미안이었기에,한국현대시의정신적스펙트럼을펼쳐보일수있다는의미가있다.또한화가가좋아하는그림,영화인이좋아하는영화가있듯이‘시인이좋아하는시는어떤시일까?’라는일반독자가지닌호기심과기대치도메워줄수있을것이다.거기에더하여,시를직접창작하고있는시인246명의보다섬세하고예리한시적감성을확인해보는것자체도또다른즐거움이된다.
가장많은추천을받은시인은서정주이지만여러작품에분산되어있는반면,김춘수시인의경우는한작품「꽃」에집중되어있었다.김춘수시인의「꽃」은존재의아름다움을‘연시의구조’속에담고있다는점에서매력을찾을수있을것이다.이시를연시의일종으로체험함으로써어려운형이상학적인존재의문제는일거에아주보편적이고상식적인차원의문제로바뀌게된다.이것이바로이시가가지는대중적인호소력이아닐까?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기전에는
그는다만
하나의몸짓에지나지않았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었을때
그는나에게로와서
꽃이되었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준것처럼
나의이빛깔과향기에알맞은
누가나의이름을불러다오.
그에게로가서나도
그의꽃이되고싶다.

우리들은모두
무엇이되고싶다.
너는나에게나는너에게
잊혀지지않는하나의눈짓이되고싶다.

─김춘수,「꽃」전문

연애나사랑의감정구조가가지는감염력못지않게시인들을사로잡고있는것은원초적인괴로움,외로움,그리움같은감정들이다.윤동주의「서시」는순수하지못한세계속에서삶을감내해야하는인간으로서가지는원초적인괴로움에대한한선언이다.
백석의「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은타지에서느끼는외롭고무기력한삶에대한회한을절절하게노래하고있는시이다.「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이라는제목자체가이러한외로움과고독그리고무기력함을북방의정서에실어강하게드러내고있다.

무엇보다이번시집출간의의미는한국의아름다운명시가일반독자에게보다많은사랑을받고널리애송되는것에있다.일반독자들에게애송되는‘귀로듣는명시’와‘읽히는명시’등좋은우리시가많아질수록우리사회의정서는순화되고,한국현대시는일상속에서더욱풍요롭고아름다워지게될것이다.

설문결과

설문결과에서가장먼저눈에띄는것은,미당서정주시에대한시인들의압도적선호이다.과거문단안팎에서서정주를깎아내리려는분위기가짙었다.주로정치적인관점에서서정주와그의시는매도되었다.이와같은서정주시와시인에대한평가와인식을염두에둔다면,이번설문결과가의미하는바는중요하다.하지만앞선상황속에서서정주시의본질적인가치와상관없는매도의분위기는시문학사자체를부정하는것이었다.그래서중등학교국어교과서에서정주의시대신대다수독자에게공감받지못한시가실리는시적가치의전도현상이벌어진것이다.훌륭한문화유산의가치를모르고그렇게헐뜯는현실에대해서,서정주의시적가치를아는사람들은크게안타까워했다.이런상황에서서정주의시가시인들로부터가장사랑받고있다는설문결과는,서정주의시가정당한평가와사랑을받게되는데튼튼한근거와토대가될수있을것이다.

애비는종이었다.밤이깊어도오지않었다.
파뿌리같이늙은할머니와대추꽃이한주서있을뿐이었다.
어매는달을두고풋살구가꼭하나만먹고싶다하였으니……흙으로바람벽한호롱불밑에
손톱이까만에미의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바다에나가서는돌아오지않는다하는외할아버지의숱많은머리털과
그크다란눈이나는닮었다한다.
스물세햇동안나를키운건팔할八割이바람이다.
세상은가도가도부끄럽기만하더라.
어떤이는내눈에서죄인을읽고가고
어떤이는내입에서천치를읽고가나
나는아무것도뉘우치진않을란다.

찬란히틔어오는어느아침에도
이마우에얹힌시詩의이슬에는
몇방울의피가언제나섞여있어
볕이거나그늘이거나혓바닥늘어뜨린
병든수캐마냥헐떡거리며나는왔다.

─서정주,「자화상」전문

설문결과가보여주는또한가지흥미로운점은,소위민중시계열의시인이나작품들이별로언급되지않았다는사실이다.이번설문조사결과를보면,정치적메시지를담고있는민중시들은시인들의사랑이나인정을거의받지못하고있는것으로나타났다.시인들로부터외면당하고있다는사실은민중시가진지한자기반성을할필요가있음을뜻한다.

애송시의명단은애송시인의명단과는좀다르다.시인들이가장좋아하는시로뽑힌작품은김춘수의「꽃」이다.모두23명의시인이자신의애송시로이작품을언급했다.그리고2위로뽑힌작품은윤동주의「서시」이다.모두18명의시인이이작품을좋아했다.김춘수의「꽃」과윤동주의「서시」두편모두명시라고할수있다.「꽃」은감상과지성,감각과사유가절묘한균형을이루고있는작품으로호소력이나전달력이매우높다.그리고「서시」는그단순함과순수함이아름다운결정을이룬작품이다.

시인들의애송시에대한설문조사결과는,여러가지면에서우리시단의현주소를보여주는것같다.긍정적인면들도드러나고,부정적인면들도드러난다.정말좋은시를애송하는시인들,독자들이점점많아져야우리나라시가발전할것이고,시단이건강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