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적의 화장법

$13.00
Description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벨기에 출신의 작가. 본명은 파비엔 클레르 노통브이며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영국,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이 ‘천재의 탄생’이라는 문단의 찬사를 받으며 단번에 10만 부가 팔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낳았고 지금까지 노통브의 작품은 전 세계 1천6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두려움과 떨림』(1999)이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그 외에도 르네팔레상, 알랭푸르니에상, 자크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거르지 않고 하나씩 작품을 발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벨기에 왕국 남작 작위를 받았으며, 현재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노통브는 『갈증』(2019)으로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첫 번째 피』(2021)로 르노도상을 수상해 대중성과 더불어 그 문학성을 다시금 인정받고 있다. 아멜리 노통브는 단연 출판가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자

아멜리노통브

잔인함과유머가탁월하게어우러진작품으로현대프랑스문학에서커다란반향을일으킨벨기에출신의작가.본명은파비엔클레르노통브이며1967년일본고베에서태어났다.외교관이었던아버지를따라일본,중국,미국,방글라데시,미얀마,영국,라오스등지에서유년기와청소년기를보냈다.스물다섯살에발표한첫소설『살인자의건강법』(1992)이〈천재의탄생〉이라는비평계의찬사를받으며단번에10만부가팔리는성공을거두었다.이후발표하는작품마다화제를낳았고지금까지노통브의작품은전세계1천6백만부이상판매되었다.『두려움과떨림』(1999)이프랑스학술원소설대상을받으며작가로서의입지를굳혔고그외에도르네팔레상,알랭푸르니에상,자크샤르돈상,보카시옹상등수많은상을수상했다.20년이넘는세월동안매년거르지않고하나씩작품을발표하는것으로도유명하다.2015년벨기에왕국남작작위를받았으며,현재브뤼셀과파리를오가며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다.최근노통브는『갈증』(2019)으로공쿠르상최종후보에오르고『첫번째피』(2021)로르노도상을수상해대중성과더불어그문학성을다시금인정받고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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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중자아Ledouble사이의불편한모노드라마

『적의화장법』을번역한문학평론가박철화는아멜리노통브의『적의화장법』이소설이라기보다모노드라마에가깝다고설명한다.실제로대화체의서술방식도드라마에가깝다.그런데도이작품이소설일수있는점이바로작가로서노통브의재기와존재에대한통찰이빛나는대목이다.모노드라마는자칫지루하고단조로울수있다.그런데노통브는이런형식의위험을기꺼이감수하면서이중자아Ledouble사이의대화로이야기를변주한다.독자는예고도없이처음부터불편함과낯섦에부딪친다.텍스토르텍셀이란이름의화자는공항에서출발이미뤄진비행기탑승을기다리는한남자에게다가가불쑥대화를시도한다.대화라고는하지만상대는그것을원치않았기에집적거림이었으며,둘사이의대화는차츰텍셀의일방적스토킹과도같은폭력으로변한다.처음에는그저편집증적미치광이의비규범적일탈인줄알았던이야기는강간과살인의고백으로폭력적변모를겪는데,독자에겐이순간이고비다.대체이런더러운이야기를왜계속듣고있어야하나?라는질문에시달릴수밖에없기때문이다.
그것은작품속에서텍셀의대화상대가처해있는상황이기도하다.그는텍셀과의대화를한사코거부하며넌덜머리를내지만그러면서도조금씩그의이야기에동참하게된다.사실인간은이중적존재다.천사의환한면모와악마로서의어두운속성을함께갖기때문이다.텍셀의대화상대가진저리를치면서도그의강간과살인에호기심을느끼며이야기에빠지는이유가그것인데,독자도마찬가지로이더럽고끈적한이야기에서빠져나오지못한채힘겹게끌려간다.
노통브가짜놓은이야기는독자가정교하게준비된극적퍼즐을하나씩채워나가다어느순간존재의심층에대한발견에닿도록이끈다.둘사이의대화가한인간의머릿속에서벌어진모노드라마였다는점이형식의차원이라면,지극히평범한일상을살아가는우리자신의내면에강간과살인을저지를위험,심지어는그범죄를합리화하고동경하는악마적속성마저있음을부인하기어렵다는내용차원의깨달음이그것이다.
인간이강인한천사인동시에악마적유혹앞에서쉽게무너지는연약하기짝이없는이중적존재라는이야기가새로운것은아니다.다만노통브는서양기독교문명의이오랜주제를모노드라마형식에담아,태연하지만짓궂은목소리로,당혹스럽게불쑥우리앞에들이미는데성공했다.따라가기불편하지만그래서한편으론흥미로운드라마이다.

옮긴이박철화는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파리8대학에서석사를,파리10대학에서박사과정을마쳤다.1989년월간《현대문학》에서평론을발표하며평론가로등단하여『감각의실존』,『관계의언어』,『문학적지성』,『관계의시학』등의평론집을냈다.중앙대학교에서문학이론과평론을가르치기도했다.

전체가대화로이어지며,반전에반전을거듭하는소설!

아멜리노통브의열번째작품『적의화장법』은전체가대화로이루어진소설이다.자전적소설『두려움과떨림』과『튜브의형이상학』이후,그녀는이번작품을통해서『살인자의건강법』과『반박』의맥락을다시금되살리고있다.대화는그녀의관심사다.라틴어와그리스어를줄줄이꿰고있는이소설가에게수사학은아무런문제가안된다.그녀의입에서나오는모든말은명료하고정확하며,어떤문장도허술한구석이없다.그런점에서그녀는프랑수아사강의일면을갖추고있다.
마치레고를가지고놀듯그녀는말을가지고누르고,들어올리고,뒤집으며,때로는끼워넣는다.거침없는대화체문장들이연속해서이어지는모습은마치권투시합에서선수끼리서로치고받는반격의연속처럼느껴진다.또는소크라테스의대화처럼옳고그른진영의치열한공방전과도같다.다만이소설에서는그옳고그른진영이서로혼동이되고,끝내피아彼我가뒤섞인다는점이다를뿐이다.한마디로전체가대화의연속으로이루어진이소설은범상한통념에서시니시즘이번득이는아이러니한단장에까지,반전에반전을거듭하는언어의결투장이된다.

“그렇죠.당신에겐그가적이죠.아마도적은당신의외부에따로존재하진않을겁니다.당신은그적이지금당신곁에앉아있다고여기겠지만,아마도그는당신의독서를방해하면서당신의내면에,머리와뱃속에이미들어가있을겁니다.”
─본문중에서

냉소가득한이대화를끌어가는기술이대단하다.하지만아멜리노통브의이아이러니컬한냉소는단지그녀의심정적강렬함을포장하는수단일뿐,그안에담긴이책의정서라는것은뜨겁고또빨갛다.독자는이의식의드라마의마지막장을펼치기전까지는두사람의갈등의의미를완전히파악할수없다.강간과살인등의섬뜩한얘기가줄을잇지만비행기가출발하기전까지는독자의‘경악’은끝나지않는다.하나의작은철학콩트로도볼수있는이소담한책은,“타자는곧지옥이다”라는사르트르의유명한명제가거의낙천적으로들릴정도로섬뜩한지옥을우리에게보여준다.왜냐하면아멜리노통에있어서지옥은타자가아니라,우리자신의내부에있기때문이다.

한치의오차도없이차근차근피해자의목을조여오는가면쓴존재가마침내그가면을벗어던지는순간독자는“아!”하는탄성을금치못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