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의사의 일기

어느 장의사의 일기

$15.00
Description
사자死者를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되묻는 한 납관부의 체험적 기록
생生과 사死를 함께 떠올리며 꼭 읽어봐야 할 명상의 책!
1993년 일본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 『어느 장의사의 일기(원제: 납관부 일기納棺夫 日記)』는 저자 아오키 신몬이 1973년 현재의 관혼상제회사에서 납관부로 일하면서 쓴 일기를 옮긴 작품으로 저자가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되묻는 아름다운 영혼의 기록이다. 납관부는 죽은 사람을 깨끗하게 씻겨서 마지막 작별의 화장을 해주고, 영원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의상을 입혀 입관入棺하는 사람을 말한다. 장례회사에서 10년간 납관부로 일한 저자는 “납관부는 시체 처리사가 아니라, 죽은 이가 안심하고 사후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 한다. 저자는 계속 납관부로 일하면서 이해하지 못하던 편안한 삶의 시심詩心을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것은 여하한 경우에도 태연하게 죽는 것이라고 여긴 것은 잘못이었고, 깨달음이라는 것은 여하한 경우에도 태연하게 사는 것이었다”라는 말을 체득하게 된다. 『어느 장의사의 일기』가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있던 것은 한순간 체험한 삶의 소중함이 빛처럼 선명하게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

아오키신몬

1937년4월11일도야마현에서태어났다.《문학자文學者》에소설「감의불꽃?の炎」을발표하며작가로활동했다.와세다대학중퇴후도야마시내에서카페를경영했으나도산했고1973년신문에실린구인광고를보고관혼상제회사에취직하여40년동안납관부로일했다.저서로소설집『감의불꽃?の炎』시집『눈길雪道』에세이『나뭇잎사이로햇살이비치는날의풍경木漏れ日の風景』이있다.2022년8월6일폐암으로타계했다.

목차

제1장진눈깨비의계절………………9
제2장이런죽음,저런죽음………………53
제3장빛과생명………………97

『어느장의사의일기』를쓰고나서………………171
후기………………229
문고판을위한후기………………231

출판사 서평

사자死者를응시함으로써바라보는삶의본원적인빛
죽음과만남을통해얻게된진실의지혜

유년의원原체험은인간의삶에많은영향을준다.저자가무언가에이끌리듯납관부가되어염습과입관을계속한이유는어린시절겪은죽음의체험때문이었다.저자가부모를따라구만주(지금의중국동북부)로건너간것은네살때였다.전쟁은여덟살때끝났다.현지에서태어난여동생과남동생은철수를기다리던난민수용소에서차례로죽어갔다.저자의어머니도발진티프스로죽은사람과다를바없었기에저자혼자시체가쌓여있는곳에여동생과남동생의주검을버리고와야했다.저자는“내가입관일을택한것도,그리고숙부의나무람을귓전으로흘려들으며일을그만두지않았던이유도마찬가지이리라.동생들의주검을화장터에내려놓고직립부동으로선채입술을앙다물고올려다본하늘이,묘하게도환하고해맑았던소위所爲였던지도모른다”고밝힌다.아오키신몬은『어느장의사의일기』에서유년의체험과사자死者를똑바로응시하며우리가상실한삶의본원적인빛을회복시키려한다.

저자역시죽음을외면하던시기가있었다.그때저자의인생은깊은허구를끌어안고있었다.그때까지저자의삶은실패의연속이었고아기의분유조차살수없는처지였다.저자가기회를얻은것은바로밑바닥에떨어져있을때였다.어느날신문에서관혼상제회사사원모집광고가눈에띄었다.저자는무슨일을하는지도모르고지원했고죽음과만남은이때부터시작되었다.한시신은온몸이딱딱하게경직되어있어좀처럼수의소매에팔을끼워넣을수없었다.다른시신은허리가굽어있어관의뚜껑을덮을수없었다.무릎을누르면이마가튀어나오고,이마를누르면무릎이튀어나왔다.게다가죽음과시신을꺼리는시선이있었다.저자역시몇번이나일을그만두고싶어했지만“나자신이죽음을어떻게대처할지납득할수있다면그것으로그만”이라는생각으로여러고비를넘겼다.

“죽음을기피해야만할악으로인식하고생에절대적가치를부여하는오늘의불행은,누구나반드시죽는다는사실앞에서절망적인모순에직면하게된다.(중략)냉정하게돌이켜보면사회적인통념에무리가있었다.장의사의사회적인지위는가장밑바닥이었고,그중에서도입관담당이나화장담당인경우에는죽음과사체가기피의대상이되는것처럼남들이꺼려하는것이엄연한현실이었다.”

책속에서

저자는이런시선에가로막혀,부정의세계에발을딛고있는것같은불안을느끼곤했다.그리고“문득정신을차리고보니스스로가죽음을기피하는생자중심의눈길을지니고있었다”고고백한다.이후여러시신과만남을통하여내면의어둠을씻어냈다.옛연인의아버지와의만남은결정적이었다.“오랜만에염습과입관일거리가들어왔다.도쿄에서도야마로돌아와처음으로사귀었던연인의집이었다.”저자는옛연인이염습하고있는자신의이마에흐르는땀을조용히닦아주고있다는사실을알아차렸다.옛연인의맑은눈동자에는슬픔의눈물이가득담겨있었다.저자는눈물이가득한눈동자에서빛을발견했다.저자와옛연인은깊은슬픔의눈물이흐르는한복판에서재회하고,눈물은사람과사람,사람과사물을차별하고대상화하는죽음을외면하는눈동자의어둠을말끔히씻어주었다.

어느날홀로살던노인의시신을입관했다.이노인은죽은뒤구더기들과함께몇달간이나이불을덮은채방치되어있었다.‘생’의시각으로서만아니라‘생과사’를함께바로바라보는저자로서는노인을입관한뒤구더기들을쓸어내는과정에서구더기들이붙잡히지않으려고필사적으로달아나는모습을보고구더기들도빛의생명이라는사실을깨우친다.“구더기도생명인것이다.그렇게생각하니구더기들이빛이나는것같았다.”또한,교통사고로두어린자녀를남겨두고세상을떠난젊은어머니의시신을입관할때,그집마당에서본한마리의실잠자리에게는몇억년의생명이깃들어있다는사실을알아차린다.“몇주일이면죽어버리는조그만잠자리가몇억년전부터뱃속에한줄로알을차곡차곡쌓은채생명을이어온것이다.그렇게여기자눈물이그칠줄모르고자꾸만흘러내렸다.”바로죽음앞에함께놓인생명에대한감동이며경외의눈물이다.

저자는시신과의만남을통해생자중심의시선을거두고,진실에한발다가간지혜도얻는다.“날마다시신만바라보고있노라면,죽은사람이조용하고아름답게보인다.그에반해죽음을두려워하고벌벌떨면서들여다보는산사람들의추악함을보게된다”라고이야기하기도한다.그러면서죽음에대한올바른인식의중요성을강조한다.죽음에관해제아무리생자가머리를굴려보았자닮았으되닮지않은죽음의이미지를낳을뿐이라죽음의개념은현실적으로죽음에직면했을때아무런도움도되지않는개념일뿐이고,인간은죽음에비춰짐으로써삶이빛나보인다고들하지만,사실죽음을받아들임으로써생사를초월한빛에조사照射되어삶이빛나보이는것이라고한다.

『어느장의사의일기』는2008년타키타요지로감독의영화<굿바이>의원작이기도하다.영화<굿바이>는제81회아카데미시상식에서일본영화최초로외국어영화상을수상했고,이와동시에인터넷서점<아마존>에서베스트셀러1위에오르며독자와관객모두에게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