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울어야 할 때 누가 대신 울어주는 건 더 아파요

내가 울어야 할 때 누가 대신 울어주는 건 더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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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가 울어야 할 때 누가 대신 울어주는 건 더 아파요』는 2012년 『애지』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안나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유안나 시인은 첫 시집 『당신의 루우움』(2016)에서 ‘당신’으로 호명되는 그리운 대상은 고향, 어머니, 이웃 사람들 그리고 이루지 못한 옛사랑으로 표상되면서 당신의 영혼을 위무하는 세계를 펼쳐 보였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전해수 문학평론가는 그것을 ‘당신에 대하여: 영혼의 시학’이라 규정하였으며, 세상의 모든 ‘당신’으로 호명되는 ‘당신’들에 대한 시인의 감정을 ‘연민’으로 이해한 바 있다.
이번 시집 역시 ‘당신’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유사하게 유지되고 있어서(특히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그러하다), 유안나의 시에서 ‘당신’은 뗄 수 없는 ‘시적 방향성’임을 알 것 같다. 다만 이번 시집은 당신에 대한 마음이 ‘연민’에 머물지 않고, ‘위안’과 ‘용서’라는 ‘자기감정’에까지 다다르고 있어서 특징적이다. 이번 시집은 ‘당신’을 통해 투사된 ‘자신’을 향한 감정이 돌올한데, 이는 ‘레퀴엠’ 즉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이른 ‘당신’을 바라보며, ‘나’를 ‘위로’하고 ‘용서’하는 시편들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저자

유안나

시인

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수료했다.
2012년『애지』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
2014년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1.그는아직오지않았다
포도______12
계속가고있어야합니다______13
내가울어야할때누가대신울어주는건더아파요______15
이상의시가재워주는잠______17
거미와블루스______19
줄______21
목련______23
산책______25
파꽃환상______28
벽돌을쌓듯이______30
토병土兵______32
하늘이의하늘______34
광장______36
올가미______38
해후______40
그는아직오지않았다______42

2.나비의시간
장마끝나고______44
나비의시간______46
한없이개방적인______48
내가가진건감정뿐이에요______50
연단鍊鍛______52
목숨을거는것만이사랑은아니다______54
안부______56
잿빛언어______58
사순절______60
화해______62
뒷모습______64
작두를타다______66
오늘또오늘______68
텔레비전을보다가______69
마음고개______71
마음의몸______72

3.아포리즘적으로
바람소리______76
낮달______78
가을단상______80
소한______82
바람부네______84
거푸집과날개와______86
미열______88
샐비어______90
데인자국이______92
휘경동______93
아포리즘적으로______95
비______97
비겁______99
종적______101
영자의사막건너기______103
호남선______105

4.그립고그립지않은
애인을구합니다______108
꽃을심는당신______109
꽃잎으로몸을씻고______110
나라는허구______112
기침좀합시다______113
그립고그립지않은______115
당산나무______117
잔상들은왜멀리있을때더커지는가______119
겨울바다______121
누수______123
노래______125
행복론______127
없는딸이______129
심부름______131
라일락필때______133

┃해설┃전해수
‘당신’에대하여2______135

출판사 서평

삶의이별을인정한자에게주는위로와극복의지

나뭇가지에서바람이레퀴엠을연주하고있습니다

물고기는하늘에서헤엄치고
그사람이떠났다고합니다
함께걷던길도따라갔다고합니다

막도착한기차처럼빗소리가말합니다
새의깃털이귀를막아못들었다고하겠습니다

우리가별이라고얘기했던것들은어디있습니까
곁에머물고스치던익숙한손길은
그림자로머뭇거립니다

그림자는피가도는손이없어
내가내손을만지고
내볼을만지고어깨를껴안습니다

당신이간그곳에는어떤숲이있습니까
하얀숲이머리풀고흐느낍니까
머리긴유령이모르는이름을부르며달려갑니까

당신,하얀숲에들어가서
새의울음으로있습니까
모르는곳에서모르는길을가고있습니까
백년처럼가고있습니까
당신을지나계속가고있습니까

─「계속가고있어야합니다」전문

이별을겪는생生은죽음과삶이연속적으로반복되는것처럼반드시거쳐야하는필연성을지닌일이다.예컨대죽은이는삶이멈춘것이아니라“당신을지나계속가고있는것”이니,시인은죽은자와산자를위로하는레퀴엠을연주하듯이러한삶가운데에이별의길을“하얀숲”에서들리는“새의울음”쯤으로여기며극복하려하고,이이별이“백년”이지나도잊히지는않는아픈일임을확인하려한다.무릇이별이후에도잊히지않는다는것,그것은이별을인정한스스로에게주는위로와아쉬움과그리움으로토로된다.
결국‘당신’과‘나’사이,지금의그거리로인한그리움은원망이전제된용서의말로이어진다.“계속가고있어야합니다”라는시제詩題에서느껴지는자기다짐과물음표가떨어져나간질문형의문장들이반복되는것은,역설적이지만답을요구하는질문태가아니라자기확인을대리하는표현이자시인의간절함을드러낸것이라할수있다.


마음의길을놓친자에게노래하는안식의시

밖에는모래바람이불고
안에도찬바람이불었어요
눈을비비고돌아서면
거친세월도지나가지요

모래에대해생각해봤어요
모랜들날리고싶겠어요
사막의등뼈라도되고싶겠죠

우리집베란다엔그늘만먹는식물이있어요
햇빛을양보하는식물이라
내가고백을많이하죠

어떤식물은창문을열어놓으면
입을벌리고모래를먹어버리는데요
나는그게싫어요
내가그의눈물을닦아주어야하니까요
내가울어야할때누가대신울어주는건더아파요

가족은그런건가봐요
모래바람을먼저마셔버리는것
그걸보는사람은어쩌라고요

무늬뿐인잠자리날개나
구멍뿐인새의가슴뼈는가벼워서좋을까요

누군가를바라보다다닳아서그렇겠죠
그러면영혼까지가벼울까요
그래서우리엄만꿈에안오시나봐요

─「내가울어야할때누가대신울어주는건더아파요」전문

생이“눈물”로단절되는것이아니라진정‘눈물’에의해완성되는것이라면,“대신울어주는”자도필요하다할것이다.물론“대신울어주는”위로는눈물의양을줄여주진않지만,눈물의의미를알아주기때문이다.
위시「내가울어야할때누가대신울어주는건더아파요」는이번시집의제목으로안착하였는데,대신울어주는행위를통해대신울어줄수있는대상이누구인지를함께생각해보게한다.위시에드러난바처럼,제일먼저떠오르는것은가족일것이다.사랑의색깔이다르다하지만,가족이무한대로쏟는사랑의크기는결코부정할수없다.하여가족은“대신울어주는”것이오히려더욱아픈이유가되기도한다.가족은눈물을나누면더욱뼈저린감정에이르니,대신울어주는일은고통이수반된다.

마주보던마음잃고
갈수도
올수도없어

안부만묻고
돌아서는길
바람의정강이에걸려넘어진적있네

이제더이상서로를가둘일없지없지하며
마음의창틀뜯어낸적있네

풀벌레울고울어쉰
목구멍에대해걱정하는일
한쪽날개
잃어버린왜가리처럼
기우뚱기우뚱허당을짚으며

가시덩굴위에똬리튼
배암의쓰린등같은어느오후
비는내리고
당신의안부도떠내려갔을것같고,상처난살갗같은
가을이슬몃슬몃옆구리를열고들어와서
때아닌서리내리고

벗다만허물다시걸치고숲으로들어가는배암처럼
나는어느풀벌레울음자리를더듬으며
부서진창틀을더듬고있으리

끝내네안부는
새처럼먼곳으로날아가버리고
나는마음의빈무덤만더듬는가우는가

─「안부」전문

위시는‘안부를묻는일이어려운대상’에대해그리고있다.안부를묻기어려운대상이란아마도부재不在한대상일터이다.“마주보던마음잃고/갈수도/올수도없”으니한때는당신이마음이오간사이였지만지금은잠시이별을했거나어쩌면죽음처럼긴이별로인해‘당신’의안부를묻는일은“끝내먼곳으로날아가버”린일인지도모른다.
시인은스스로를위안하듯“이제더이상서로를가둘일(은)없지없지”자위하면서되뇌기도하지만“한쪽날개/잃어버린왜가리처럼”제대로몸을가누지못하고“기우뚱허당을짚”기도하니화자에게‘안부’는안부이상의의미라할수있다.위시에서“마음의빈무덤”은그래서더욱슬프다.울고울어목이쉰풀벌레의“목구멍”을걱정하는일만큼“마음의빈무덤”을더듬는일은쓸모없는일이지만화자는“마음의창틀”이뜯겨나간서러움을텅“빈”마음의자리에서느끼고있다.
위시는안부를물을수있는상황과더이상안부를물을수없는처지를연관하면서사랑의방식은안부를묻는일에서더욱소중한것임을넌지시전하고있다.

유안나의이번시집은‘당신’에의해마음의길을놓친화자가위안과용서를자기다짐으로도모하면서떠난자를잊으려는레퀴엠을노래하는시편들이엿보인다.레퀴엠이진혼곡으로불리기이전에‘안식’이라는의미를지녔다는것은유안나시의저변에침잠한(슬픔의)자기감정이‘안식’과도지향점이연결되어있음을짐작하게한다.하여유안나의이번시편들은‘당신’을기억하는방법으로여전히‘당신’을호명하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