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형랑의 낮과 밤

비형랑의 낮과 밤

$10.31
Description
인간의 존재적 문제를 시사하는 원형 이야기
1975년 「문학과지성」에 〈방울뱀〉으로 등단한 김인배의 세 번째 소설집. 표제작인 중편 「비형랑의 낮과 밤」을 비롯하여 「물목」, 「등대곶」, 「환상의 배」, 「독요초」 등 중단편 5편이 수록되었다. 시류에 민감한 세태나 풍속보다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 본연의 원형적이고 철학적 문제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소설 창작의 주요 모티프로 삼고 있다.

표제작이자 작가의 최근작인 중편 「비형랑의 낮과 밤」은 〈삼국유사〉 속의 비형랑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인간의 한계와 허무'의 단편을 드러내 보여주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설 속 화자인 작가는 밤과 낮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설화 속 인물 '비형랑'과 '대도 한제민'을 대비시키며 인간의 욕망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한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단편 〈물목〉에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시적 문체들이 돋보인다. 풍부한 고유어의 문체적 특성, 시간과 공간, 은유와 환유가 직조된 텍스트의 이중적 구조, 주제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초점화된 인물과 화자와 작가의 지향세계가 모두 물의 이미지로 넘치는 작가의 소설 세계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저자

김인배

경남 삼천포(현 사천시) 출생.
동아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에 중편소설로 등단.
1987년 소설집 〈하늘궁전〉 출간.
1992년 소설 〈후박나무 밑의 사랑〉 출간.

목차

물목
등대곶
환상의 배
독요초
비형랑의 낮과 밤

출판사 서평

1. 오랜 ‘들숨’ 끝에 내어쉬는 ‘날숨’

1975년 「방울뱀」으로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이래 문학과지성사에서 『하늘궁전』(1987), 『후박나무 밑의 사랑』(1992) 등 작품집을 출간한 과작의 작가 김인배의 16년 만의 창작집 『비형랑의 낮과 밤』이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었다. 세 번째 소설집인 『비형랑의 낮과 밤』에는 표제작인 중편 「비형랑의 낮과 밤」을 비롯하여 「물목」, 「등대곶」, 「환상의 배」, 「독요초」 등 중단편 5편이 실려 있다.
창작집 『비형랑의 낮과 밤』에서 작가는 시류에 민감한 세태나 풍속보다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 본연의 원형적이고 철학적 문제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소설 창작의 주요 모티프로 삼고 있다. 「물목」의 상징공간과 등장인물들이 그러하고, 「등대곶」의 무대와 인물들이 또한 그렇듯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아키타입(archetype:原型)을 드러내 보여주는 인물을, 그에 걸맞은 상징 공간 혹은 은유적 세계 속에 설정하는 이야기 구조가 되도록 시도하고 있다.
표제작이자 작가의 최근작인 중편 「비형랑의 낮과 밤」은 〈삼국유사〉 속의 비형랑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인간의 한계와 허무’의 단편을 드러내 보여주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족과 외딴곳에 떨어져 살며 소설 창작 작업에 열중하던 주인공은 죽마고우인 신문 기자 곽희도가 보내준 한제민이라는 희대의 ‘대도’이자 탈옥범의 수기를 소설로 재구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설 속 화자인 작가는 밤과 낮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설화 속 인물 ‘비형랑’과 ‘대도 한제민’을 대비시키며 인간의 욕망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또한 작가는 「비형랑의 낮과 밤」에서 분절된 세상과의 소통을 힘겨워하는 친구 곽희도를 통해 보잘것없는 인간의 한계와 덧없는 삶에 대한 의문을 독자들에게 긴 여운으로 남기고 있다.
이번 작업을 지난 16년간의 오랜 ‘들숨’ 끝에 내어쉬는 ‘날숨’ 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묘사된 풍경 속에 철학적 사유가 녹아든 문장’을 담기 위해 부단한 인고의 시간을 보냈음을 고백하고 있다.

2. 물의 상상력, 에로스의 욕망

삼천포에서 태어난 작가 김인배의 글에는 물냄새가 난다. 비릿하고 서늘한 물의 기운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과작인 그의 소설 중에서 많은 소설이 고향 바다의 물의 이미지를 핵심적인 속성으로 하면서 그것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환상의 배」, 「등대곶」 등이 그렇고, 강(江)이 직접적 배경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물의 모티프로 충만한, 대표작 중 하나인 「물목」이 그렇다. 그러나 소설의 구체적인 지리적 공간은 이미 현실의 그 공간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작가가 아이 적부터 마음에 길러온 강과 섬과 바다와 등대로 자리잡아 있는 그런 공간이다. 그의 소설 속에 퍼올리는 물의 상상력은 언제나 갈증과 미진한 물의 에로스의 욕망으로 채워진다. 그것은 운명적 시간과 공간으로서 억압되고 은폐된 채, 지금도 진행형으로 작가의 마음에 환상으로 자라나고 있는, 그의 소설을 만들어 가는 원형이다. 화자는 작가의 이차적 자아로 존재하지만, 김인배 소설의 화자는 작가의 욕망이 강하게 반영되어 화자가 작가의 곁에까지 아주 가까이 다가가 있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소설에 가득한 바다, 물의 이미지는 그가 공부보다는 선원을 꿈꾸며 아버지와 대립할 만큼 그의 “어린 영혼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영향을 끼친 그 바다”(「환상의 배」)가 전해주는 그리운 그 모든 것들 때문이었으며, 그것은 지금도 살아 작가를 이끄는 모티프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세월이 흘러 관념으로 남아 작가의 내부에 근원적이며 원초적인 삶의 에로스의 공간으로 자리하여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물목」과 「등대곶」에서 이러한 에로스의 세계를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다. 우리의 소설 읽기는 그의 소설 속에 물의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그 궁극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아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