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다 (이태수 시집)

나를 찾아가다 (이태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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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8년부터 해마다 시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이태수 시인이 올해 연초에 출간한 『담박하게 정갈하게』에 이어 신작시 75편을 담은 열아홉 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를 발간했다. ‘실존?현실?초월’을 기본명제로 철학적 사유를 부드러운 서정적 언어로 감싸 보이는 그의 이번 시집은 삶과 존재 문제에 대해 한결 깊고 그윽하게 성찰하면서 생철학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간다. 삶의 다양한 울림에 귀 기울이며 근원적인 자아를 찾아 나서는 꿈에 부단히 불을 지피는 그는 이 여정에서 자연을 매개로 삶의 활력을 되찾기도 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을 끌어안고 부활의 눈부신 지평에서 변증법적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펼쳐 보인다.
저자

이태수

1947년경북의성에서출생,1974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그림자의그늘』(1979),『우울한비상의꿈』(1982),『물속의푸른방』(1986),『안보이는너의손바닥위에』(1990),『꿈속의사닥다리』(1993),『그의집은둥글다』(1995),『안동시편』(1997),『내마음의풍란』(1999),『이슬방울또는얼음꽃』(2004),『회화나무그늘』(2008),『침묵의푸른이랑』(2012),『침묵의결』(2014),『따뜻한적막』(2016),『거울이나를본다』(2018),『내가나에게』(2019),『유리창이쪽』(2020),『꿈꾸는나라로』(2021),『담박하게정갈하게』(2022),시선집『먼불빛』(2018),육필시집『유등연지』(2012),시론집『여성시의표정』(2016),『대구현대시의지형도』(2016),『성찰과동경』(2017),『응시와관조』(2019),『현실과초월』(2021)등을냈다.대구시문화상(1986),동서문학상(1996),한국가톨릭문학상(2000),천상병시문학상(2005),대구예술대상(2008),상화시인상(2020),한국시인협회상(2021)을수상했으며,매일신문논설주간,대구한의대겸임교수,대구시인협회회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부회장등을지냈다.

목차


그가나를부르지만_12/덧없이_14/자책_16/머나먼꿈길_18/홀로가듯말듯_19/고독과더불어_20/고요_21/칩거하다가_22/새장안의새_24/옥빛속으로_25/풀잎하나로_26/점또는티끌_27/아침전갈_28/좌정坐定_29/저물녘_30/내안의그대_31/말없는말_32/나를부르다_33/트라우마_34

산중에깃들다_38/산골물소리1_40/산골물소리2_42/법당연못_43/은해사솔숲_44/오어사에서_46/마지막날이듯_47/일장춘몽一場春夢_48/단비맞으며_50/만남과이별_52/어떤전별餞別_54/여우비처럼_56/현대판곡비哭婢_57/세상일_58/아쉬움_59/고백_60/되돌아보다_61/가을밤_62/고탑古塔앞에서_63

새봄을기다리며_66/눈새기꽃_67/노루귀꽃_68/수선화_69/찬사와화답_70/찰나_71/자목련지다_72/꽃비_74/옛생각_75/바이올렛꽃-또는배우강수연_76/봄뜨락_77/배꽃지는밤_78/어느봄밤_79/채송화를보며_80/금은화_81/때죽나무아래서_82/등나무그늘_84/좀작살나무꽃_85/구절초_86

나릿물_90/윤슬_92/그루잠_93/다솜_94/슬아_96/뼘어보다_97/해맞이_98/부활_99/버드내에서_100/조약돌하나_102/묵뫼_103/빗방울전주곡_104/기러기행차_106/거듭나기_107/독도_108/울릉도향나무_109/봄마을_110/봄비_111
|해설|이진엽_삶의흔들림과자아찾기의꿈_113

출판사 서평

근원적자아찾기의의지와꿈꾸기
생성과소멸넘어선부활의변증법
.
시력詩歷반세기에가까운중진시인이태수의열아홉번째시집「나를찾아가다」가올해초에낸시집「담박하게정갈하게」에이어발간됐다,시인은대상들을의식의자력으로끌어들여삶과존재에대한근원적인문제를사유하고통각하면서지속적으로추구해온‘실존?현실?초월’이라는세원형질을한결깊고원숙하게돋우어내고있다.
특히‘길’을모티프로한고적한방랑자의식과자기동일성회복에의간절한염원,삶과죽음에대한진지한성찰과존재의비상꿈꾸기등더욱웅숭깊은시세계를구축해보이는실존적비망록이자생철학으로읽히게한다.그의시에는다양한상징성을내포하고있는‘길’이빈번하게등장하면서삶에대한허무와외로움,낯선시간의식등을그윽한서정적울림들과다채로운빛깔로떠올린다.

멀리도온것같다
하지만언제나제자리걸음같다
가도가도거기가거기다

반세기에다스물다섯해
구부러지고이지러진길

돌아보면그런무명길을
속절없이떠돌고헤매온것일까
미망의꿈결같다

그러나나는오늘도간다
다시돌아온봄날
아지랑이저너머로가보려고
신발끈을고쳐매고
어디로가는지도모르고간다

거기가거기라고알아도간다
꽃이피고이내지고
흐리다개다가다시흐려지는
이풍진세상길을
나는덧없이오늘도간다
-「덧없이」전문
`
시인이돌아보는지난날들은무상감을대동하며“길이거꾸로다가오다거두어지”(「고독과더불어」)는존재의부조리한처지에도직면해있다.기실그가걸어온길은고난과역경의여정이다.이뒤틀린운명의부조리에대해시인은“돌아보면그런무명길을/속절없이떠돌고헤매온것일까/미망의꿈결같다”고토로한다.
하지만시인은길위에그냥피투된존재로서만살아갈수없다는깨달음과그의지를완강하게끌어안는다.주체적시간성을깨어있는현존재로서의가능성을끊임없이모색하고추구한다.자신앞에주어진길이“이풍진세상”의먼지투성이길이지만,미지의새로운‘저너머’의세계를동경하고갈망하며,언제나깨어있으려는강인한의지를내비치기도한다.
시인이꿈꾸는미지의세계는주체의결핍을채워줄듯한환상을자아내는욕망의환유를떠올려보게도한다.그꿈은아무리애써도기표가기의를완전히취하거나소유하지못하는것과같이이루어질수없는욕망일는지모르지만,결코이초월에의꿈꾸기를접지앓는다.

만나면헤어지고오면가야하는
이세상의구부러진길

허망한꿈과꿈사이의꿈길같다

꿈을꾸다가깨어나면
꿈과길항하는날이밝아온다

간밤의꿈을끌어당겨봐도부질없다

떠나간꿈은돌아오지않지만
다시꿈꾸며걸어간다

또허방에이를지라도가야한다

왔다가가서오지않는
꿈과꿈사이의꿈길을떠돈다
-「머나먼꿈길」전문

만남과이별이교차하는“구부러진길”을지향적대상으로사유하면서부단히고단한현실을초월하기위한꿈을꾼다.그꿈은“꿈결에처음만난천사/아득한하늘나라로돌아갔겠지만/그찰나가왜이리마음아리게하는지”(「홀로가듯말듯」)에서보듯존재의이상태를갈망하는무의식적시그널에다름아니다.
시인은“꿈을꾸다가깨어나면/꿈과길항하는날”이오고그때마다그꿈에서깨어나지않으려고버티고대항한다.시인에게꿈은이토록간절하게즉자적존재로서의인과율이아니라대자적존재로서의자유와해방감으로자리매김한다.특히그의시에는상처받은현실적자아가근원적자아를불러내어그아픔을치유하려는행위가두드러져있다.

솔바람소리로마음단정하게빗고
맑게흘러가는물에발을담근다
이럴때는내가나를부른다
소나무가허리굽혀들여다보고
그위의구름몇몇도내려다본다

바람이불면바람을따라가보고
구름이떠가면구름을따라간다
이럴땐나홀로가제격이다
아프고삭막한날들불러모아
마음이가는곳으로풀어놓는다

내가부르면가다가되돌아오고
와서다시저만큼떠나가지만
내가내속으로잦아들어야
떠돌던내가돌아와머무른다
물소리,새소리도환하게빛난다
-「나를부르다」전문

시인은세파에시달리는삶에서벗어나자연속에서안식을되찾는다.의식이흘러가는‘물’과‘소나무’,‘구름’을지향할때그대상들은시인의내면에서안정을회복시켜주는존재들로전환된다.“이럴때는내가나를부른다”며무의식깊숙이잠재된근원적자아를불러낸다.이부름은오직“나홀로가제격”이라는구절에서처럼신앞의단독자로서행하는실존의식에서비롯된다.
본연의자아에대한내적부름을통해시인은새로운삶의조건을경험하기도한다.동시에내적응시와부름은“내가내속으로잦아들어야/떠돌던내가돌아와머무른다”고말하고있듯이,자기동일성회복을위한간절한몸짓으로거듭되고있다.이같은경향은그의시에서더욱내밀한자아성찰의방식으로그모습을드러낸다.

바깥을향한문에빗장을지른다
안으로향한문을찾아열기위해
오로지안으로아래로내려가려한다

입을닫은채귀를열고눈을뜨면서
마음을붙잡고고요를들으려한다
조신하게안을향한문을열면서
고요속에들어좌정하고싶어진다
하염없이가라앉아나와마주앉아서

밖과안의나와내가하나되려한다
바깥을향한문에빗장을지른채
안을향한문만열어놓으려한다
-「좌정坐定」전문

시인은외부세계와차단한채자신의내면깊숙한곳을응시하며그곳으로침잠하며세상을향한문을잠그고‘안으로향한문’을열고자한다.그빗장의바깥에는삶의중심이흔들리는무명의자아가자리잡고있지만,내면으로향하는문은존재의새로운열림을기대하게해준다.자아의참된본질을찾기위한모색과탐구는거듭된다.“입을닫은채귀를열고눈을뜨면서/마음을붙잡고고요를들으려”고혼신의힘을쏟는다.내면깊은곳에서울려오는근원적자아의부름,혹은영혼의소리를그는절대고독과고요속에서“귀를열고”들으려고도한다.‘나’의자기균열또는‘나’의고통스런이화상태를초극해“하염없이가라앉아나와마주앉아서//밖과안의나와내가하나되려”는꿈에불을지핀다.
현실적자아와근원적자아와의행복한합일,이는곧자기동일성회복을위한시인의간절한소망이다.세상의분진과소음에서벗어나고요안에서자신의본래모습을찾으려는염원은깨어있는현존재로서의모습으로감명깊게다가온다.한편,자아의내면응시와하강적구조를통한존재성찰은자아의원심력과상승적구조를보이기도한다.

눈을감고내가내속으로든다
광대무변의우주도더불어들어온다
이찰나는영원과한몸이다

눈을뜨니나는작은점이다
영원을지나치는작디작은티끌이다
그래도우주는나를품어안는다
-「점또는티끌」전문

시인은의식의구심력을통해근원적자아라는하나의정점을향해하강하기도하지만,그내면깊이“광대무변의우주도더불어들어”오는걸느낀다.광막한우주를자아의원심력으로끌어들여본연의‘나’와일치시키려는시인의내공은놀랍다.이일체감을통해시인은“찰나는영원과한몸”이라는시간에대한통찰로나아간다.이런우주론적통시력은“찰나와영원이한몸이된/이우주의작디작은풀잎하나”(「풀잎하나로」),“이비의에감싸인우주”(「단비맞으며」)등에서도뚜렷하게드러난다.순간과영원,‘나’와우주가서로일체를이룬다는이사유를통해시인은‘나’라는“작은점”과“영원”이서로회통하면서불이不二의몸을이룬다는것을통각하기에이른다.
현실적자아와근원적자아,“나를품어안는”우주가서로융합해한몸을이루는장면을통해자신의존재론적심폐공간을마음껏깊고넓게확장하거나펼쳐낸다.상처와아픔,낯섦과외로움으로가득찬현실세계에서도부단한의식의지향성과내적성찰을통해자기동일성을회복하려는염원은그가보여주는자신만의심원한생철학이다.
그의시에서는이자연이중요한시적에너지의원천으로자리매김하고있다.‘회화나무,얼음꽃,이슬방울,물방울,숲,새,푸른별,저녁눈……’등다양한자연심상을매개로한그의시는새로운생명력을회복하려는시도들이다.또한자연을통해세상으로부터받은상처를치유하거나자연과의융화와상응으로현실의고통을초극하려는의지를보여주기도한다.

마을을벗어난산골의구부러진길
구름그림자따라지향없이걷는다

하산하듯내려오는솔바람소리,
지그재그로나는멧새들소리,
돌부리를스치는계곡물소리도맑다

나를부르는것같아산길로접어드니
산문으로돌아가는노스님이
주장자앞세우고산모롱이를돌아간다

마을과점점멀어질수록마음놓인다
간밤의악몽때문만아닌데도
왜자꾸사람들이무서워지는지

가까웠던사람들이왜더그런건지
내탓으로돌려보니마음편해진다

정처없이,지향없이얼마나걸었을까
암자가가까이보이는산중엔
솔바람에간간이실려오는독경소리
-「산중에깃들다」전문

의식이“구름,솔,멧새,계곡물,산길”등으로지향되자이자연물들은어둠속에서잠깨어시인에게새로운의미의지향적상관물로자리매김한다.“하산하듯내려오는솔바람소리,/지그재그로나는멧새들소리,/돌부리를스치는계곡물소리”가단순한자연의울림들이아니라세인들로부터상처받은시인의마음을위무해주고신산한현실을초월하게해주는청량한원형질로환원된다.
그의시에나타나는자연물들은각각하나의명사가아니라‘정황을내포한사건’으로인식된다.자연과인간이하나의맥으로관통되면서유기체적삶을통찰함으로써개별적자연물들은고착화된하나의개념으로서가아니라‘존재의열림’을가능케하는사건처럼작용하고있다.이같은자연의생명력은그의시에서융화와내밀한상응으로변주된다.

①버드나무가내를내려다보듯이

나도흐르는물을들여다본다

버드나무가하늘을바라보듯이

나도아득한하늘을우러른다

하늘이버드나무를품어주듯이

하늘이나도안아주고있을까

버드나무가내를받들고있듯이

나도흐르는물을받들고있다
-「버드내에서」부분

②연꽃피기를기다리는연못에
거꾸로선불탑과구름한자락

구름을붙드는배롱나무는
물구나무선채이따금몸을흔들고
잉어들이줄을지어탑돌이를한다

내가수면에비친나를들여다보고
수면의나는나를올려다보고있다
하늘은그윽이내려다본다
-「법당연못」부분

①의인용시에서는‘버드나무’,‘내(냇물)’,‘하늘’과시인의의식이지향관계를이루면서자연과융화되는모습이인상깊게그려져있다.‘나’라는시적화자를중심으로이세자연물들은서정적삼각구조를이루면서서로하나로융합된다.이삼각의유기적틀속에서시인은자연과의일체감에다가선다.특히하강과상승작용을통해시인은자연과인간이서로를“품어주”는혼융일체의정서에이른다.
이어우러짐은“배꽃들과난분분흩날리고싶다”(「배꽃지는밤」),“산골짜기물소리도따라온것일까/눈을감으면귓전에환한이소리(「산골물소리2」)에서,또한아름다운순우리말의울림을미묘하게살린(그의적지않은시편들이이런시도에주어지기도함)“윤슬이가슴께로이랑져온다”(「윤슬」)등에서도지속된다.
자연과의이융화는②의시에서는자기응시와내밀한상응으로나타난다.시인은한법당의연못가에서다양한자연물들에의식의빛을투사하면서존재성찰을드러내보인다.그의의식속에“불탑,구름,배롱나무,잉어……”가투영될때그것들은‘나’와친화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