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푸른고등어같던스무살때,니체를만나다
‘춤추는별이되기위해서는그대스스로의내면에혼돈을가지고있어야한다.’
_니체,『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장석주시인은가난한집5남매중에서장남으로태어났다.그런주제에낙후된가정경제를일으키는대의에는무관심한채쓸데없는시에빠져빈둥거리니,주변인물이다들뜨악했다.그는풍차를향해창들고돌진하는라만차의기사돈키호테와같은동류취급을받았다.이웃들은꿈도대의명분도없이빈둥거리는나를손가락질하며비웃었다.부모형제들과불화는아니지만,얼굴마주치면불편해서외면했다.그럼에도그는뻔뻔하게청계천헌책방을순례하며사들인책을읽고,밤새워세상을깜짝놀라게할시를쓰곤했다.물론그런일은일어날수도없고일어나지도않았다.시인의스무살푸른영혼은바닷속을달리는등푸른고등어떼처럼싱그러웠다.하지만그의스무살은비루하고,비루하고,또비루했다.
스무살무렵,직장을가져본적없이남루한동복하나로1년을버티며음악감상실등지를떠돌며책을읽고글을쓰던장석주시인은피의본성인듯시와철학에이끌렸다.무지몽매와혼돈속에서허우적대던장석주시인은철학에서필요한것을,무엇보다도젊음의약동하는피를수혈받을수있다고생각했다.그랬으니헌책방을순례하며시집과철학책을구해다읽고,시립도서관에처박혀늘먼곳을생각하며하염없이책읽기에빠져들었을것이다.철학을향한열정과지속적인독서가그에게영향을끼쳤고,삶을긍정적으로바꾸기시작했다.
그때,프리드리히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만났다.장석주시인은그책을여러번읽었다.니체의철학은방황하던스무살의말랑말랑한청년의뇌에벼락처럼꽂혔다.
‘나는얼마나나태하게살아왔는가!나는내앞에펼쳐진전쟁을회피하느라바빴다.내가원하는것은전쟁이아니라평화라고말하면서전쟁을피해도망을다녔다.하지만그것은나르시시즘에빠져사는자의비겁한변명에지나지않았다.’고회고하는장석주시인은“평화가아니라승리를갈망하라.”고말하는『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읽으며여러번탄식했다.니체의책들이굶주린짐승처럼그르렁거리는인식욕구를채워주는한편시인의절박한내적필요에응답했다는사실을부정할수가없었다.그런면에서니체와의만남은운명이된사건이되었다.
환자이자의사이고,붓다이자명민한제자인니체에게서장석주는많은것을배웠다.웃는법,춤추는법,운명을사랑하는법을배우고,고향을떠나사는법,고독을견디는법,병(病)이라는불안과맞서싸우는법을배우고,괴물과싸우면서괴물이되지않는법,낙타처럼순응하는길은거부하고사자처럼‘아니오!’라고말하는법,내면에혼돈을품고어린아이처럼순진무구한놀이속에서삶을긍정하고기쁨을얻는법을배웠다.
니체는평생한곳에머무르지못한채여기저기를떠돌았다.유럽의고산지대를떠돌고,호수를산책하며,지중해의도시에머물렀는데,장석주시인은니체가방랑의흔적으로남긴철학의미로를헤매었다.그런삶을살았기때문에니체는자기를“방랑하는자이자산을오르는자”라고말할수있었을것이다.니체는속삭인다.“나는너의미로다.”라고.그는굶주린자가젖과꿀에탐닉하듯이니체철학의정수를정신없이들이키며철학이건네주는황홀과도취속에서부정의정신에서긍정의정신으로돌아섰다.그러자어느순간삶의얽힌매듭들이주르륵풀렸다.청년장석주는더이상삶을버거워하며우울감에빠지거나주눅들지않았다.그건다니체에게서오는“높은곳의공기”,“강렬한공기”가내정신에미친좋은영향때문이었다.
지금,니체를읽어야하는이유
이세상에너무일찍온철학자니체는누구보다도살아있음을기뻐하고생을사랑한사람이다.지금우리가니체를읽어야한다면저자는그이유를백가지도넘게말할수있다고말한다.가장중요한한가지를꼽자면,니체철학이우리내면의삶과의지를비춰볼수있는거울이라는점이다.자기삶을분쇄하고그것을뭉쳐서만든거울이란어떤기물인가?나는일찍이‘거울’에대해이렇게썼다.“자기의식으로서의거울,내면적삶이시작되는지점으로서의거울,건강과육체를돌보는자아로서의거울,여명과번개로서의거울.”이혼돈의시대에필요한것이바로그거울이아닌가?니체는자기라는거울에비친세계를보여준다.니체는거울-세계가“시작도없고끝도없”는것,“힘과힘이만나는파장의유희로서유일한것이기도하고여러개이기도”한것,“몰려오는힘과흘러넘치는힘의바다”인것,“자기모습의밀물과썰물”인것,“결코만족하지않고싫증내지않고지치지않는생성”이라고말한바있다.세계가바로권력에의의지이고,우리자신이바로그것이라고말한다.
세계의거대한불모성에머리를쿵박은뒤청년장석주는이세상에쓸모가없는존재라는결론을내린다.내나이19세때다.삶과농담을버무리고,아무야심도품지않은채떠돌던그시절한청년에게벼락처럼내리꽂힌니체를의심하고,의심하고,또의심했다.그의사유와철학을의심하고,그의고독과순수함을의심했다.‘니체는기괴한환상을조합해서늘어놓는사기꾼이아닐까?그는전대미문의가짜우상파괴자가아닐까?’하지만천둥벌거숭이로세상에팽개쳐진그가‘차라투스트라’를만나한줄기영감과모종의힘을얻었다는사실조차부정할수는없었다.긍정이라는축복속에서웃고춤추는차라투스트라!장석주시인은미래는어둡고,불안은늘내면의가장연약한곳을찌르던그때차라투스트라를보고웃음을배웠다.그는웃음의화관을씌워준니체?차라투스트라에게로개종을결심한다.
니체는자기빛속에사는자,춤과웃음을가르치는자,인간을넘어선인간이다.초인,바로‘차라투스트라’라는초유의존재를빚어낸것이다.차라투스트라는이세상에가장완전한‘혼’이다.“가장긴사닥다리를가지고있는혼,가장깊숙한곳까지내려갈수있는혼―자기자신속에서가장멀리달리고방황하며방랑할수있는혼,기꺼이우연속으로뛰어드는가장필연적인혼”이다.제안에격류와역류,건강과병을동시에품은‘혼’을나는얼마나사랑했던가!차라투스트라는오랫동안장석주시인에게‘내가되고자하는궁극의푯대,내앞길을비추는별’이었다.니체라는‘낯선정신’과의우연한만남이래니체라는별을바라보며어두운길을헤쳐지금여기에도착했다.왜니체의책을이토록오랫동안읽어왔던가?시인은그저니체철학이좋았다고말할수있을뿐이다.시인의안에피에대한기질적이끌림,혹은니체를향한동경이있었을것이다.장석주시인은지금까지도니체의철학책을머리맡에두고읽는다.늘다른깨달음을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