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 노래 (노두식 시집)

마침내 그 노래 (노두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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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노두식 시집 『마침내 그 노래』. 시인 노두식 시편은 ‘기억’과 ‘사랑’을 견고하게 통합하면서,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형식을 한결같이 아름답게 보여 준다. 삶의 종요로운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남기는 일이 시인에게 부여된 남다른 특권이라면, 노두식 시인은 그러한 예술적 특권을 근원적 ‘기억’과 ‘사랑’을 통해 완성함으로써 서정시의 본원적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암시해 주는 시사적 실례로 남을 것이다.
저자

노두식

저자노두식은인천에서태어나제물포고등학교와경희대학교의과대학,동대학원을졸업했다(한의학박사).펴낸시집으로『크레파스로그린사랑』(1984),『바리때의노래』(1986),『우리의빈가지위에』(1996),『꿈의잠』(2013)이있고,『한국의약용식물』,『엄마건강하게키워주세요』,『한방방제감별조견표』,『재미있는한방이야기』,『노두식박사의생활한방114』등의저서가있다.
현재한국문인협회와현대시인협회회원이며,인천영제한의원원장으로일하면서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외래교수로출강하고있다

목차

1
뒤돌아볼때_______10
꽃하나가_______12
거울_______14
내사랑의반은_______15
여우비_______16
느리게가는시계_______18
몽돌_______20
헛똑똑이_______21
돌아오는길에_______22
병폐_______24
초록_______25
두물머리의봄_______26
얼굴_______27
다리미질_______28
자유_______29
튤립밭에서_______30
내가어떤이의나무였을때_______31
잠이깨어_______32
슬픈눈_______34
민달팽이_______35
꿈을믿는다_______36
산책로에서_______37
두루뭉술_______38

2
수수꽃다리_______42
목숨_______43
카카오톡_______44
소래역에서_______45
속살은희다_______46
두레박_______47
가을_______48
지빵나무_______50
섬사람_______51
멀리있는것_______52
속앓이_______53
해변가에서_______54
등대_______55
치우침에대하여_______56
바랭이_______58
그곳_______60
쏠림_______61
제비꽃_______62
꽃구경_______63
명정_______64
아침과꽃과_______65
피아노_______66
크레바스_______67

3
홀로_______70
치자꽃_______71
다만잠기기위해_______72
오래된신발_______73
모래시계_______74
신기루_______76
간절하다_______78
그믐의달_______80
어쩔수없을때_______81
꽃지고나니_______82
설법_______83
투명_______84
그루터기_______86
11월_______87
사랑사설_______88
가을의작업_______90
중계근린공원_______91
마음을켜면_______92
다만한가지_______93
모자이크_______94
다지난일이지만_______95
봄비_______96
변덕_______97

4
단추_______100
지나고보니_______102
고욤나무_______103
백일홍_______104
풍선_______105
엄동_______106
한권의책_______107
향수_______108
다시처음_______109
새_______110
날마다_______112
그것_______114
제자리_______116
달밤_______118
겨울화채봉아래서서_______120
불면_______122
편차_______123
뼈_______124
동정을구하다_______126
갈_______128
낙화_______130
간격_______131
거참_______132

□해설
'기억'과'사랑'의힘으로구축해가는'마음의현상학'|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국문과교수)_______133

출판사 서평

1.상처의흔적들을치유하는‘기억’의욕망과진실을향한강렬한‘고백’

노두식盧斗植시인의다섯번째시집『마침내그노래』는,오랜세월자신의내면에켜켜이쌓아온‘기억’과‘사랑’의힘으로간절한‘마음’을노래하는범례範例로서우리에게다가온다.시인은스스로“나의작업은앞으로도진실에의추구또는내면세계의순화내지반성이될것”(「시인의말」)이라고했거니와,그만큼그의시편에는진실을향한강렬한고백과지향그리고그것을위한반성적사유가살갑게담겨있다.그동안펴낸『크레파스로그린사랑』(1984),『바리때의노래』(1986),『우리의빈가지위에』(1996),『꿈의잠』(2013)등의시집을이어본다면거기에는“사랑/노래/비어있음/꿈”의키워드가눈에띄는데,그만큼그는텅‘빈’세상에서‘꿈’을실은‘사랑’의‘노래’를지금껏불러왔다고할수있을것이다.그점에서이번시집은그러한사랑의노래가‘마침내그노래’로귀결되는아름다운과정을암시하고있는듯보인다.이제우리는시인의이러한진솔한고백을따라가면서,‘기억’과‘사랑’의힘으로구축해가는‘마음의현상학’을흔연하게만날것이다
노두식시인은타자와사물을향한외적관심의확장보다는,자신의삶에대한기억을섬세하게구성함으로써그안에녹아있는시간을회상하고재현하는일종의내향內向감각을주로보여준다.하지만그에게‘기억’이란,지나온시간에대한단순한미화보다는,자신의삶에남아있는상처를추스르고견디는쪽에서발원한다는점에특색이있다.그만큼시인은자신의삶에만만찮은무게로주어졌던흔적들에대한강렬한기억을토로하면서,상처의흔적들을치유하려는‘기억’의욕망을아름답게드러내고있다.


앞에서치대기는서먹함때문인지
마음이갈래가져서
가던걸음을멈춘다
뒤돌아보는눈에
가득담기는텅빈길
한때는그토록풍요로웠으나
지금은또얼마나가난한가
설움의풀꽃들지고
정겹던환희의도랑물도
포개진과거의갈피속에영영스며버렸다
서운함만질펀하게아스라한
버려진길위에서
마디없는시간들이들메끈을고쳐매고있을때
멀찌막이장승처럼서서
뒤돌아보는일
진눈에젖은마음을
마른마음에붙들어매는이호젓한일에도
나이가넉넉히들어버렸다
발치쪽으로는한참을가야할
길없는길들
마음보다더가닥이져드러나있는길들이
허허롭게무표정하기만하고
나는다시고개를되돌리지못한채
머뭇대며허정개비마냥
풀죽고맥이없다
─「뒤돌아볼때」전문

시인은어느새삶을“뒤돌아볼때”에이른다.가던걸음을문득멈추고“뒤돌아보는눈에/가득담기는텅빈길”은살아온인생의선연한축도縮圖가된다.그렇게시인은한때풍요로웠지만지금은가난한삶을떠올려본다.그리고삶의흐름에함께했던“설움의풀꽃들”이나“환희의도랑물”도모두시간의갈피속으로스며들었음을발견한다.이제모든것이사라진길위에서시인은“마디없는시간들이들메끈을고쳐매고있을때”를생각한다.비록멀찍이서서뒤돌아보는일일뿐이지만,이러한‘고쳐맴’의시간은“진눈에젖은마음을/마른마음에붙들어매는”일과등가에놓인다.아직도한참을가야할“길없는길”위에서시인은그렇게“고개를되돌리지못한채”머뭇거릴뿐이다.이러한‘고쳐맴/붙들어맴’의과정을동반한회상을통해우리는노두식시인이‘시詩’를통해자신이살아온시간을성찰하고그안에가장소중한의미를부여해가고있음을알게된다.“후일/어쩌면삶에있어서완성이란/초심을돌아보는절실함이아닐까”(「모자이크」)라는애틋한전언처럼,이번시집은그러한기억의방법론에크게빚지고있는셈이다.


2.기억안에깃들인인생과사물의근원적시간에대한사유

만만하게둥글어졌는데도
구르고있구나
그길참멀고도멀다
나는여태각지게여물지도못했느니
─「몽돌」전문

청보랏빛산하도꽃빛으로지워지네
젊음을지우고지우며
시드는꽃들이여
두강물이흘러
예까지오기도전에
나의봄이다가버리고말았네
끝내못다지울내청춘의블루
─「두물머리의봄」전문

이두편의작품은,노두식시인의시간관觀을더없이잘보여준다.멀고먼길을굴러와만만하게둥글어졌는데도여전히현재진행형으로구르고있는‘몽돌’의형상은고스란히시인의삶을환기하고있다.몽돌의생태가바로“여태각지게여물지도”못한시인자신을비추어주는역상逆像이되어준것이다.그안에는자신에게도‘몽돌’의오랜세월이있었음에도불구하고스스로는원만구족圓滿具足한삶을누리지못하는자신에대한깊은자성自省이담겨있다.지나온시간을기억하고더욱열정적으로살아가야할자신을다잡는시편이아닐수없다.그다음시편에서시인은두물머리의봄날에“젊음을지우고지우며/시드는꽃들”을바라보면서,자신의봄이어느새사라져버렸음을애틋하게노래한다.두강물이흘러두물머리에이르기전에가버린시인의청춘은그렇게“끝내못다지울내청춘의블루”였던셈이다.여기서는‘청춘’을‘블루[靑]’와‘봄[春]’으로분리하여젊음을다한시간이역설적으로충일할수있음을노래하고있다.그렇게시인은“땀땀이묵점墨點을찍어놓았던가늘고얕은살금들”(「얼굴」)이지나가고,“떠나보내고돌아오는일도/아득한섬하나를돌아나가는”(「돌아오는길에」)시간을충실하게받아들이고있다.
서정시는원래‘시간’에대한남다른기억의형식으로착상되고씌어진다.그것이미래의전망을형상화한것이거나아니면시간을초월하는시편이라하더라도,그것은그자체로시간에대한가치판단일수밖에없을것이다.그만큼서정시는시간에대한기억의재구성이라는양식적특성을일관되게지니며,사물의이치를순간적으로포착하고표현하는원리를구현하게마련이다.물론이때‘순간’이란일회적시간개념이아니라,과거현재미래를하나로통합한‘충만한현재형’으로서의강렬하고집중된시간형식을말하는것이다.그래서‘시적순간’은오랜경험과시간이반복되고축적된집중형식으로서의순간이된다.노두식시인의근작近作들은바로이러한서정시의배타적속성을담아냄으로써,자신의기억안에깃들인인생과사물의근원적시간(성)을깊이사유해간다.그점에서노두식시인은시간탐색이라는가장근원적인서정의원리를실현하는장인匠人의면모를보여준다할것이다.


3.일상적삶에서발견하는삶의지혜

노두식시인의시정신이자연사물과의깊은교감속에서이루어진것이라면,그것과거의등량等量의몫으로이번시집에존재하는것이바로일상적삶에서발견하는삶의지혜일것이다.우리가보기에무의미한관성이모여이루어진것처럼보이는‘일상’은,그어떤제도나역사보다도삶의속성을징후적으로더잘알게해주는현상이아닐수없다.특별히우리가사는현대의일상이란고도로조직화된제도의힘에의해분배되는시간의균질성을중요한속성으로삼고있기때문에,한사회의욕망과의지의표정을보여주는핵심적지표가되기도한다.이러한힘에의해나타나는우리시대일상의가장대표적인현상이바로자기소외일것이다.이는어떤존재가자기안에있는본질적인것을바깥으로이끌어내서그것을타자로삼아오히려자기와배치되는것으로설정하는것을말하는데,어쩌면우리사회는이러한자기소외의정점에와있다고도할수있다.하지만이는개인차원의도덕적열정이나노력에의해타개될수있는것이아니라,개인의판단여부를뛰어넘는완강한구조를배후로거느리고있는것이다.
따라서건강한시적비전vision이란,이러한자기소외에대한원론적비판에서가아니라,가장구체적이고개별적인발견을통해항체抗體를기르는일에서찾아진다고할수있다.노두식시인의예지가그러한치유의순간을향해나아가고있는것은이번시집이이루어낸참으로득의의세계라할것이다.

굴참나무껍질에는해묵은시간속에서
낯가리고내달렸을
갈라진사연이있었을것이다
그렇지않은가
누구라도감출수없는흔적들을내보이고살면서
침묵하다귀가먹든지아니면
짓눌러놓았던시푸른너울을
골깊은주름의틈새로눈꼭감고흘려보낸적이있었을것
한그루의삶이미추美醜를거듭할때
투박해지는감각들을
잎이무성하게어루만져주고
그같은위안이나이테를만드는시각에
새치름히배어나오는속살
속살의하얀정체성이나무의체온인것
그따뜻함때문에칼을이기고
다시불을켜는심지로
모든생명의아침이그렇듯이
─「속살은희다」전문

이아름다운작품은삶의공리를가장구체적인감각으로살려낸가편佳篇이다.다시‘나무’를통해시인은“속살의하얀정체성이나무의체온”임을노래한다.오랜시간과사연을온축하고있을나무의껍질이며“골깊은주름의틈새”며나이테같은것들은한결같이인생의외관과내질內質을두루포괄하고상징한다.나무한그루가“미추美醜”를거듭하고감각의위안이나이테를만드는시각에,비로소시인은나무의“새치름히배어나오는속살”을관조하게된다.“그따뜻함”속에서“다시불을켜는심지로/모든생명의아침”을맞고있는것이다.그렇게시인은굴참나무의생태와외연을통해존재자들이“제가끔지녔던세상의몫이/침묵으로묻히는꿈”(「다만잠기기위해」)을바라보거나“꽃향을버무려은밀히빚어놓았던/첫마음의음표”(「카카오톡」)를발견해간다.우리가움츠러들거나옹색한삶을겨우지켜나가고있을때,노두식시편은이러한심미적발견을통해우리가겪는자기소의의상처들을치유해가게끔해준다.생성적인아름다움을내장한시상詩想이아닐수없다.


노두식시편은‘기억’과‘사랑’을견고하게통합하면서,쓸쓸하고도아름다운삶의형식을한결같이아름답게보여준다.삶의종요로운경험을자신의언어로남기는일이시인에게부여된남다른특권이라면,노두식시인은그러한예술적특권을근원적‘기억’과‘사랑’을통해완성함으로써서정시의본원적지향이어디에있는지를암시해주는시사적실례로남을것이다.그점에서이렇게‘기억’과‘사랑’의힘으로구축해가는‘마음의현상학’을이루어낸노두식시인의이번시집은,시인개인의생애에서도중요한시적결절結節이될것이고,우리시단에서보더라도서정시의중요한차원을심미적으로보여준수확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