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국시문학사에새롭게각인될특별한형제시집
성경속카인과아벨의이야기처럼모든형제는(자신이죽인)형제에대한상실감과동시에(살아있는형제에대한)살해의충동을느낀다.그리고이상실감과살해충동의교차와갈등과번민이라는심리적변주가형제애의다른이름이된다.한나무줄기에서나온두가지는한몸이기도하지만상대보다더멀리생명의(욕망의)손을뻗치려고하는피할수없는존재의경쟁자가되기도한다.가장가까운친구이자가장무서운라이벌이되는것이다.
박용재와박용하는그런형제이자동시에시인이다.시인으로서그들은갈고닦은언어의표창을서로날리고날카로운언어의창끝을서로겨눈다.이번에문학세계사에서출간한박용하박용재형제시집『길이우리를데려다주지는않는다』의‘시인의말’에서도서로가입은상처의흔적은분명하다.
동생인박용하시인은“오늘날내가몰락하지않고이렇게버티고있는데는형의덕이이만저만한게아니라는걸내몸은새기고있다.”고말하는데,스무살이되던해자신의습작시를본형박용재시인이그것의제목과이름만남기고거의모든구절을펜으로뭉갠전력이있었던것이다.박용재시인또한“각자자기시집을내면그시집만평가받으면되는데이거동생하고한시집에시를같이실어놓으면아뭐박용하형박용재도시인이었구나,아그랬구나할거아닌가.”라며은연중불편한속내를밝힌다.
이야기가여기까지라면그모든것을시로화합한형제시인의우애로넉넉하게보아줄수있겠으나,한치양보도없는형제의대립은다른곳에너무도멀쩡히빳빳이서있다.누가보아도사이좋게낸형제시집의첫제안은자신이한것이아니라형/아우가한것이라는것이다.
동생인박용하시인은습작시절자신의시를뭉갰던30년전그시기에“훗날형제시집한번묶자!”라고한바람결같은형의말이현실이되었다고하고,형인박용재시인은‘세상에아우보다나은형이얼마나되겠소’라고칼을갈던동생이《강원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고,《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받으면서떡하니등단하고“형,우리나중에형제시집하나내요.”라고했다는것이다.형제간의갈등과번민이라는심리적변주가형제애의다른이름이된다고했던것처럼이번형제시집은원초적인형제의상실감을언어의제단위에서하나하나메우고회복시켜낸좋은예가된다.그렇기에누구의기억이맞는가는중요하지않겠다.
그간한국시문학사에서형제가시인으로함께활동한경우는매우드물다고볼수있는데,서정주·서정태시인,김종문·김종삼시인,김종해·김종철시인정도를꼽을수있다.특히형제합동시집은2005년출간된김종해·김종철시인의『어머니,우리어머니』(문학수첩)정도를꼽을수있다.
이번에형제시집으로함께묶인박용재,박용하의시집은그구성이좀특별하다.형제시집이라는사실자체가이미특별한것이겠지만,수록된작품들내용도그렇다.박용하시인의동시5편을포함해등단전미발표시4편과등단작2편등시인의초기작그리고박용하시인이뽑은박용재시인의시들과신작시그리고어린시절쓴동시를함께묶었다.형제시인의시편들을같은자리에놓고함께보는즐거움이쏠쏠하다.형제시인이직접골라낸작품들이니만큼이번시집은형제시인자신들에게도독자에게도소중하고애틋한목록이될것이다.
2.카인과아벨,잃어버린낙원에대한풍경
이번형제시집의해설을쓴함성호시인은박용재,박용하시인에대한아주오래된얘기를아래처럼들려준다.
어느날박용하에게서연락이왔다.그때는이동전화도없는데,매일만나서술잔을기울이던날들이었으니,연락이라해도새삼스러울것이없었던때다.내용인즉슨취직을했다는것이었다.박용하의입에서나온취직이라는말은‘추직’혹은‘츄즉’혹은‘취기’처럼들렸다.그에게는너무도어울리지않는말이었기에그는그발음도제대로못하는것같았다.용재형이이렇게저렇게놀고있는동생을위해일자리를알아봐주었다는것이다.그런자리에서하는말이야늘같다.축하한다는말과,첫월급타면거하게한잔사겠다는말.그는그말을하며입가를최대한찢으며눈까지웃었다.그렇게우리는술을마셨고,헤어졌다.돌아오면서나는,이제용하와는자주못보게될걸슬퍼하고있었다.그런데다음날오후4시쯤전화가왔다.용하였다.“어때?”당연히첫출근의감회를물었던것이다.“때려쳤다.”아주예상을못했던것은아니지만좀황당했다.그때내머릿속에는아이구,우리용재형은어떡하나,였다.박용하야그렇다해도,동생사람구실하게하려구이런저런선을대면서애썼고,동생의사람됨을강조했을텐데……용재형얼굴이걱정되었다.“술이나한잔하자.”무슨,일곱시간만에직장을때려치고나온사람과마시는술이엄청맛있었던것은그걸빌미로세상과화해못하겠다고내린확고한결론때문이었다.
그러니까매순간살아야한다
그러니까매순간죽어야한다
그러기위해선날아야한다
매순간심장을날아야한다
그러니까심장을날기위해선
매순간사랑해야한다
그러니까
지금사는곳이
늘가장깊은곳,
그러니까
우리겨드랑이보다
우리어깻죽지보다넓은곳은없어라
그러니까
우리눈동자보다
우리머리카락보다
우리손등보다깊은곳은없어라
그러니까매순간빛이어야한다
그러니까매순간어둠이어야한다
그러기위해선살아야한다
매순간심장을살아야한다
그러니까심장을살기위해선
매순간죽어야한다
그러니까매순간태어나야한다
그러니까매순간삶을까먹어야한다
―박용하,「행성」전문
모든시는낙원을잃고쓴다.그래서모든시는낙원을그리워한다.그것이정말낙원이었나하는회의는그다지중요하지않다.시는그것까지포함하니까.강원도동해안사천바닷가는박용재,박용하두시인의고향이다.이두시인의시에는많은공통점이보인다.예를들면,새.보통육지에서자란사람들은새가날아가는운동성을그리지만동해안의바닷가에새들은(바람때문에)날아간다기보다는떠있어서아래위로부유하는상승감이더승하다.예를들면,공간감.관동지방은크게산과바다로공간이나뉜다.어디서나이두공간이같이있어서공간을이동해봐야거기서거기다.그래서꼭장소의이동은‘넘는’것으로표현된다.둘중의하나가보이지않거나,둘다보이지않는곳이어야장소의이동이이루어진다.그리고포구에대한이미지들,이런것들은두시인들에게빈번히나타나는이미지다.이미잃어버린낙원에대한이런풍경들은박용하에게서는이미지의전도현상을보이고,박용재에게는결코잃을수없는원형으로자리잡는다.그가초등학교때쓴뛰어난동시들은그대로그가성인이된후에쓴시의원형을이루기도한다.
3.형제,그우울한희망
시골집작은언덕에는큰모과나무한그루가있었다.해마다봄이되면모과나무는어김없이꽃을피웠다.할머니는모과나무에꽃이피면모과나무꽃을마치신을모시듯바라보며기도를했다.
어느날하도심심하여모과나무꽃을따서무덤가에핀할미꽃과패랭이꽃주위를동그랗게울타리를쳐주며놀았다.이광경을본할머니가이꽃이어떤꽃인데,이꽃이…어떤꽃…할머니는모과꽃을쓸어안고는할미꽃봉오리같은눈물을흘렸다.태어나서처음이자마지막으로본할머니의분노섞인눈물이었다.
난영문도모른채놀다만자리를어머니가사준운동화신은발로글그적거리며먼들판만멍하니바라보다할머니가언덕을내려가자죄책감에칡넝쿨을뜯어모과나무가지에모과꽃을다시붙여놓았다.
시간이흘러가을이되면싱싱한모과를따할아버지를위한막걸리와내가좋아하는생선으로바꾸시던할머니는그사실을아셨을까?옛날시골집언덕에우뚝서서해마다꽃을피워내던모과나무에는,언제부턴가꽃대신할머니얼굴이피었다.
―박용재,「모과나무꽃」전문
패랭이꽃울타리를만들었던모과나무꽃대신에할머니의얼굴이피어나던모과나무.완벽한시라기보다는가슴멍하게만드는시적산문이라고해야더정확한이시에서할머니의얼굴은어느새시인자신의얼굴이된다.더는모과나무꽃은모과나무꽃이아니고,할머니의얼굴은할머니의얼굴만이아니다.모과열매가할아버지가좋아하는막걸리로바뀌고,내가좋아하는생선이되듯이,성인이된시인은이제할머니의삶을물려받는다.아버지를걱정해야하고,어머니를걱정해야하고철없는동생까지챙겨야하는가장이된것이다.할미꽃과패랭이꽃주위에모과나무꽃을둘러주던소년은잃어버린낙원에만존재한다.
할아버지가부려먹었다
아버지가부려먹었다
첫째아들이부려먹었다
둘째아들이부려먹었다
첫째며느리가부려먹었다
둘째며느리가부려먹었다
첫째손자가부려먹었다
둘째손녀가부려먹었다
밥번다는이유로
평생싼값에부려먹었다
회초리같이가느다란사람,
암에걸려수술대위에걸려있다
―박용하,「어머니」전문
박용재가할머니의얼굴을떠올리며낙원의상실을그릴때,박용하는어머니의가느다란몸을보며분노한다.그가분노하는이유는그에게낙원은영영잃어버린것이아니라되찾아야할영토이기때문이다.박용재가쌍둥이형제의죽음에대해상심하고그것을그리워할때,박용하는쌍둥이형제의죽음보다그와같이있었던어머니의뱃속,그태내의영토를회복하고자한다.이지점이박용하시의보편적공감대가형성되는지점이기도하다.사실서로다른두시인이형제라는이유로같이읽는것은객관적인독서는아니다.그러나그이유가아니면언제우리가한집안의시인들을이렇게꼼꼼히비교해볼수있겠는가?
지금에야자연스럽게어쩔수없는일이되었지만,초기에는박용재와박용하가형제라는사실을안사람들은다혀를찼다.집안이어찌되려고한집안에둘씩이나시인이나온다는말인가?그러나둘이있을때야어떻든간에남들앞에서두사람은전혀형제같이굴지않았다.얼굴이야닮긴닮았지만,서로데면데면굴었다.그래서인지한집안두시인이라는말은점점줄어들었다.아무리박용하가승부사기질이있다하더라도그가단한번이라도형보다잘써야한다고생각했던것같지는않다.왜냐하면그는언제나자기가제일잘쓴다고생각하고있으니말이다.하지만형만한아우없다고한다.이말은박용하가종종용재형이취직자리알아봐줄때마다나에게한얘기다.여기,이시를읽어보니정말그런것같다.
나는위험한짐승처럼
헉헉거리며불임의세월속을
헤엄치고있었다
눈도내리지않던그해겨울의
낯선도시에서
아우가시인이되었다는소식을들었다
태양은겨울묘지위에
어김없이떠오르고
새들은하늘을장악하듯
자욱하게날았다
사람들의얼굴마다
나무껍질같은
고통의버짐이피고
지상의나무들은
긴동면의시간속에서
꿈틀거리고만있었다
아우여,그대우울한희망이여
바람은늘그대쪽으로분다
―박용재,「바람은그대쪽으로」전문